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의 순수학문 예찬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책세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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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학문의 중요성


 이 책은 순수학문을 발전시킨 학자와 그들이 어떻게 세상에 영향을 미쳤는지 가르쳐준다. 순수학문을 열정적으로 연구해 세상을 발전시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폰 노이만 같은 저명한 학자의 일화를 소개하고 순수학문을 연구하는 게 세상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이야기한다. 지금은 없어서 안 될 전기가 쓸모없던 것으로 취급받았다. 사칙연산이면 사는 데 문제 없다고 평가받는 수학을 기반으로 현대 문명이 발전했다. 저자들은 서서히 삭감되는 순수학문 연구 예산을 비판하면서 모든 순수학문 연구가 쓸모 있던 건 아니더라도 순수학문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의 에이브러햄 플렉스너 평론이자 첨언인 1부와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의 저술인 2부로 구성돼있다. 부마다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모두 순수학문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다만, 순수학문이 세상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깊이 있게 설명하지 않는다. 분량이 많지 않다. 책을 빨리 읽을 사람이라면 한두 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순수학문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뒷받침할 사례를 간략히 보여준다. 


외부효과와 순수학문


 '외부효과'는 어떤 경제주체의 행위가 다른 경제주체에게 예상치 못한 혜택이나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를 의미한다. 자신의 어떤 행동이 의도치 않게 다른 이에 영향을 준 경우를 외부효과라 한다. 외부효과는 다른 사람에게 혜택을 준 긍정적 외부효과(외부경제)와 손해를 끼진 부정적 외부효과(외부불경제) 두 경우로 나뉜다.


 '부정적 외부효과'는 사회가 부담이 크지만, 개인에게 막대한 이익을 준다. 따라서, 항상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과하게 발생한다. 공장의 폐수 무단 방류가 대표적인 사례다. 폐수를 무단 방류해서 비용 절감이라는 이익은 공장에게 큰 반면, 환경오염으로 막대한 사회적 피해가 발생한다. 환경 규제와 감독이 없다면 오염된 물을 마시며 살아야 했을 거다. 꾸준히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도 같은 이유로 발생한다.


 부정적 외부효과와 반대로, '긍정적 외부효과'는 사회적 이익이 커서 장려돼야 마땅하지만, 개인의 비용도 상당하다. 따라서, 항상 사회가 필요한 수준에 미달한다. 국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군대가 국가를 방위함으로 사회적 안전이라는 큰 혜택을 주지만, 입대라는 개인의 희생은 막대하다. 입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부로 느낄 거다.


 순수학문도 긍정적 외부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다. 순수학문의 전 사회적 혜택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하나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보자. 하지만, 순수학문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투자에 비해 얻는 이득은 초라하다. 순수학문의 발전은 전 인류가 공통으로 누리지만, 학자나 투자자가 보상은 초라하다. 덕분에, 순수학문은 소외됐다. 많은 국가가 개발이익을 바로 맛볼 수 있는 공학 기술에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만년 이론 수입국이다. 하지만, 발전과 혁신은 순수학문을 토대로 발생한다는 걸 생각하면, 순수학문을 장려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는 앞선 선진국을 추월할 수 없다. 순수학문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에 미국은 세계 패권국이 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론 수입국에서 이론 수출국으로 변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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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리더들의 철학 공부
앨리슨 레이놀즈 외 지음, 김미란 옮김 / 토네이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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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경영과 경영 철학


 경영자에게 아리스토텔레스, 홉스 등 유명 철학자의 이론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어떤 경영이 필요한지 설명한다. 경영학과 철학의 경계에 서 있는 책이다.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현대 경영학과 경제학을 비판하면서 경영자들이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지적한다. 저자는 '인간성'에 주목한다. 자본주의 사회 속 많은 현대인이 인간성 상실을 느끼는 현실을 비판하며,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사람 사는 기업이 필요하다는 거다. 직원을 부품이 아닌 사람으로 대우해주는 기업이야말로 존재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인 경영 기법을 소개하지 않는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많은 기업이 기업 철학을 내세우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이유를 밝혀낸다. 이 책이 바라는 독자는 경영자지만, 일반인도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직장인이라면 필수다. 자신이 속한 직장이 어떤 직장인지, 자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깨달을 것이다.


노동 소외(勞動 疏外)와 자아 상실(自我 喪失)


 마르크스를 위시한 좌파는 자본주의의 '노동 소외'와 '자아 상실'을 비판한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자아 상실되는 노동자를 '산업예비군'이라고 표현하며 '사람을 부품 취급하는 자본'을 강력히 비판했다. 자본주의 대안으로 좌파가 꿈꾸었던 공산주의는 실패했더라도, 자본주의를 향한 강력한 경고였다. 하지만, 임금과 주식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이 기여한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노동 소외', 분업과 효율이라는 명목으로 사람을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부품으로 만드는 '자아 상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른바, '현대판 노예제'다. 좌파는 노동 소외와 자아 상실을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한계라고 설명한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에서는 노동 소외와 자아 상실이 필연이라는 거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아직 자본주의만큼 사회 변화를 빠르게 간파하고 적응하는 제도가 없다. 불완전하지만, 노동 소외를 막기 위해 우리사주제도가 도입됐다. 직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 유능한 인재는 임금을 덜 받더라도 개인의 삶을 보장해주는 기업을 선택한다. 직원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된다. 시대가 변화했다. 좌파가 비판하던 자본주의의 독성은 점차 옅어진다. 삶을 보장해주는 곳, 사람 대우받는 곳, 인격 수양과 자아 실현이 가능한 기업이 앞으로 살아남는 기업이 될 것이다. 새로운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등장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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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실전사례 - 4차 산업혁명시대, 마케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디지털 마케팅 실무 지침서 KBI 디지털금융시리즈
차원상 지음 / 한국금융연수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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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케팅 개요

 

 TV, 전광판에서 벗어나 디지털 환경을 응용하는 디지털 마케팅을 소개한다. 평소에 자주 접하는 블로그 배너, Youtube 광고부터 빅데이터를 이용한 타켓팅 마케팅까지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기법을 볼 수 있다. 디지털 마케팅을 깊게 다루지 않아 어려운 내용이 없다. 원리나 응용, 전문용어 등 개념을 깊게 파지 않았다. 디지털 마케팅을 '설명하기보다 소개'하는 데 주력한 책이다. 마케팅 기법을 세세히 설명하지 않고 간략히 소개하기 때문에 분량이 작다. 얼마 안 되는 분량에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디지털 마케팅 전문지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심심한 책이다. 전문가보다 일반인에게 최적화됐다. 다만, 여러 전문지식을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학 개념이 전무한 사람이라면 읽기 불편할 수 있다.


마케팅의 핵심, 소비자


 마케팅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이 마케팅을 광고로만 생각하지만, 가격 책정부터 유통까지 기업의 많은 활동이 마케팅의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마케팅은 기업 생존에 직결된다. 마케팅 전략이 부실해 고객에게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물건을 잘 만들어도 소용없다. 덕분에, 다양한 마케팅 이론과 기법이 등장했다. 고전적인 TV 광고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를 활용한 타겟팅 마케팅까지 우리는 끊임 없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과 마주한다.


 과거에는 소비자에게 접근할 방법이 많지 않아서 TV나 전광판 등 불특정 다수에게 제품을 소개하거나 영업사원에 의존해야 했다. 제품도 다수가 만족할만한 통일된 디자인과 성능으로 제작했다. 대량 생산과 영업의 시대였다. 소비자는 경쟁 기업이 채가기 전에 매력적인 미끼로 낚아 올려야 하는 사냥감이었다. 소비자는 생산에 참여할 수 없고, 기업들이 내놓은 제품 중 선택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전하고 4차 산업 시대가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누구나 가진 제품이 아닌 나만의 제품을 찾는다. 소비자가 직접 기업에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한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인다. 이제, 소비자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기업의 생산활동에 참여한다. 


 마케팅의 핵심은 기업의 제품을 '소비자와 연결'해야 한다는 거다. 이건 과거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소비자가 수동적이든 능동적이든,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시대적 변화를 간파하지 못한 기업도 망하지만, 마케팅의 핵심을 간과한 기업도 망한다. 소비자의 변화를 간파하지 못한 기업은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 중요한 건 '소비자를 이해'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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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기억 - 한국의 자본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이태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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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시장의 기록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한국 자본시장의 다채로운 역사를 조명한다. 전반적인 경제사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 있었던 굵직한 사건을 위주로 다룬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경제 사건인 IMF 외환위기부터 일제강점기 미곡 선물시장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자본시장의 사건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기업과 대기업의 역사도 같이 살펴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광적인 투기와 버블 경제가 일으킨 사건을 위주로 다루면서 자본주의와 자본시장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인간을 이해하는 거'라는 걸 깨닫는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극적인 순간을 만나보자.


 한국경제신문의 주요 논조가 친기업 성향인 것과 다르게, 저자는 최대한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친시장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가치평가를 자제한다. 기자답게 문장이 깔끔하다. 책 구성이 복잡하지 않다. 각 사건을 깊게 조명하지 않고, 간략히 사건의 전개 과정과 결말을 설명한다. 경제 전공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을 배려했다. 하지만, 경제서답게 기본적인 경제 상식은 필수다. 경제 지식이 아예 없는 일반인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자본주의(資本主義)와 인간(人間)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관점은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좌파에게는 비판의 대상이지만, 우파에게는 찬양의 대상이다. 좌파는 자본주의가 가져온 물신주의(物神主義), 노동 소외와 착취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우파는 자본주의로 인한 혁신과 사회발전, 그리고 경제성장을 바라본다. 어떤 이들에게 자본주의는 건드릴 게 없는 제도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혁파 대상이다. 이렇게 평가가 갈리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모순적인 '자연과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가치중립적이고 불완전하다. 자연은 선하면서 악하다. 공존하면서 배척한다. 협력하면서 경쟁한다. 협력의 상징인 개미조차도 다른 개미와 전쟁한다. 여왕개미를 죽이고 일개미를 노예로 만든다. 벌은 여왕벌을 바꾸는 쿠데타가 발생한다. 친근한 동물로 인식되는 범고래는 물개를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다 죽으면 내다 버린다. 자연에 학살과 차별, 그리고 저항 등 인간의 모습이 투영된다. 자연도 완벽하지 않을진대, 그 자연에 속하는 우리 인간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인간이 만드는 어떠한 사회 제도도 완벽할 수 없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가 어떻게 완벽한 존재를 만들까. 완벽히 평등하고, 완벽히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완벽한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모든 시도가 실패한 원인이다. 


 자본주의는 완벽하지 않다. 광기에 의해 위기를 맞이한다. 차별이 꾸준히 발생한다. 돈을 위해 전쟁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제도와 다르게 자본주의는 인간의 모순성과 불완전성을 받아들인다.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자본주의는 다른 체제에 비해 부작용이 덜하다. 자본주의가 다른 체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유다. 중요한 건, 지금의 자본주의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우리 인간도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해왔듯이 자본주의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수많은 난관이 있더라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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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친일파 - 반일 종족주의 거짓을 파헤친다
호사카 유지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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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종족주의> 반론


 이영훈 외 낙성대경제연구소가 펴낸 <반일 종족주의(反日 種族主義>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반일 종족주의>의 잘못된 근거와 주장을 반박하며 역사를 바로잡는다. 강제 노역, 위안부 등 <반일 종족주의>가 내세운 쟁점을 꼼꼼히 다룬다. 선동(煽動) 천재 요제프 괴벨스가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듯이, <반일 종족주의>의 한마디 왜곡을 반박하기 위해 저자는 수 페이지를 할당한다. 일본 우익의 식민사관을 한국인 학자가 주장하고, 이를 일본인 학자가 반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난다. <반일 종족주의>를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이 책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일 종족주의>도 같이 읽어봐야 한다. 책 전체가 <반일 종족주의>의 주장을 언급하고, 이를 다양한 근거로 반박하는 형태로 구성돼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근현대사를 잘 모르는 일반인이 <반일 종족주의>를 읽고 식민사관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우려한다. 이 책을 읽고 식민사관이 무엇이 잘못됐으며, 진실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평소 '반일(反日)'을 내세우는 정치계나 매스컴에 반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자. 반일 여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식민지 근대화론(植民地 近代化論)


 식민지 근대화론의 핵심은 전근대적 문명 수준에 머물러 있던 조선을 일본이 병합하고 통치하면서 근대화했고, 조선인은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됐다는 거다. 일본 우익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조선의 고유한 전통문화까지 말살한 일제의 민족 동화정책을 옹호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더 나아가, 강제 노역과 위안부는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으로 치부한다. 다른 나라도 근대화 과정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거다. 하지만, 식민지 근대화론의 반증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제가 근대화에 기여한 게 사실이지만, 갑오개혁 등 조선 내에서 자체적인 근대화 운동이 있었기에 일제가 아니어도 근대화는 달성했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의 가장 큰 오류는 조선의 자유의지를 매몰했다는 데 있다. 근대화는 국가의 구성원이 스스로 결정하고 진행하는 거다. 국가는 급진적인 근대화를 선택할 수도 있고 점진적인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 여기에 외국이 강제할 권리나 정당성 따윈 없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조선의 자유 결정권을 무시한 일제의 불법 통치를 억지로 합리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고종 황제의 낙인 없는 을사늑약 자체가 무효라서 일제의 식민 통치는 국제법상 명백한 불법 통치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이라는 빈약한 근거로 일제의 불법 점령을 합리화한다.


 식민사관은 국격을 훼손한다. 식민사관이 제기될수록 우리나라는 '주권 의식 없는 국가로 외국에 인식'된다. 일제가 조선을 근대화했더라도, 그 목적은 식민지 수탈에 있었다. 더 많은 돼지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장을 조성하고 사료를 준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식민사관은 자신이 돼지인 줄도 모르고 사육자에게 자신을 키워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꼴이다. 식민사관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노예근성(奴隸根性)이다. 덕분에, <반일 종족주의>는 일본에서 베스트 셀러로 등재되고 '한국인의 노예근성'이라는 일본의 비아냥이 메아리처럼 한국에 되돌아왔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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