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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기억 - 한국의 자본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이태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1927541136

 | 한국 자본시장의 기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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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기자가 한국 자본시장의 다채로운 역사를 조명한다. 전반적인 경제사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 있었던 굵직한 사건을 위주로 다룬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경제 사건인 IMF 외환위기부터 일제강점기 미곡 선물시장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자본시장의 사건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기업과 대기업의 역사도 같이 살펴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광적인 투기와 버블 경제가 일으킨 사건을 위주로 다루면서 자본주의와 자본시장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인간을 이해하는 거'라는 걸 깨닫는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극적인 순간을 만나보자.
한국경제신문의 주요 논조가 친기업 성향인 것과 다르게, 저자는 최대한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친시장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가치평가를 자제한다. 기자답게 문장이 깔끔하다. 책 구성이 복잡하지 않다. 각 사건을 깊게 조명하지 않고, 간략히 사건의 전개 과정과 결말을 설명한다. 경제 전공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을 배려했다. 하지만, 경제서답게 기본적인 경제 상식은 필수다. 경제 지식이 아예 없는 일반인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 자본주의(資本主義)와 인간(人間)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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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바라보는 관점은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좌파에게는 비판의 대상이지만, 우파에게는 찬양의 대상이다. 좌파는 자본주의가 가져온 물신주의(物神主義), 노동 소외와 착취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우파는 자본주의로 인한 혁신과 사회발전, 그리고 경제성장을 바라본다. 어떤 이들에게 자본주의는 건드릴 게 없는 제도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혁파 대상이다. 이렇게 평가가 갈리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모순적인 '자연과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가치중립적이고 불완전하다. 자연은 선하면서 악하다. 공존하면서 배척한다. 협력하면서 경쟁한다. 협력의 상징인 개미조차도 다른 개미와 전쟁한다. 여왕개미를 죽이고 일개미를 노예로 만든다. 벌은 여왕벌을 바꾸는 쿠데타가 발생한다. 친근한 동물로 인식되는 범고래는 물개를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다 죽으면 내다 버린다. 자연에 학살과 차별, 그리고 저항 등 인간의 모습이 투영된다. 자연도 완벽하지 않을진대, 그 자연에 속하는 우리 인간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인간이 만드는 어떠한 사회 제도도 완벽할 수 없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가 어떻게 완벽한 존재를 만들까. 완벽히 평등하고, 완벽히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완벽한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모든 시도가 실패한 원인이다.
자본주의는 완벽하지 않다. 광기에 의해 위기를 맞이한다. 차별이 꾸준히 발생한다. 돈을 위해 전쟁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제도와 다르게 자본주의는 인간의 모순성과 불완전성을 받아들인다.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자본주의는 다른 체제에 비해 부작용이 덜하다. 자본주의가 다른 체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유다. 중요한 건, 지금의 자본주의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우리 인간도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해왔듯이 자본주의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수많은 난관이 있더라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