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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방식 - 자본은 어떻게 당신을 지배해 왔는가? ㅣ Insight Series 1
유기선 지음 / 행복우물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1885705825

 | 자본주의 경제 입문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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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자본주의'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방대한 양의 경제학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걸 보면, 저자가 경제에 대해 보통의 이해도를 갖춘 게 아니라는 걸 느낀다. 자본주의, 주식 제도, 화폐와 금융, 경제학, 경제사(史)를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자본주의를 개괄적으로 파악하는 데 이만한 책이 없다.
단락 끝에 내용 요약을 첨부해서 경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어려운 용어는 주석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깔끔한 문장이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꼼꼼한 참고 문헌은 독자가 깊은 경제 지식을 습득하도록 유도한다. 여러모로 정성이 들어간 책이다.
교양서로 자본주의를 다루는 책은 좌파 이데올로기가 스며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마르크스를 인용하고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인 어조다. 하지만, 저자는 마르크스주의 좌파라기보다 케인지언(Keynesian)에 가깝다. 그마저도 이념적 편향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중도(中道)의 시선이 느껴진다.
 | 중용(中庸)의 삶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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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 입대하기 전 "모든 줄은 중간에 서라."는 조언을 들어본 경험이 있을 거다. 조언에는 맨 앞에 서면 여러 부림을 받아 피곤하고 맨 뒤에 서면 뒤 떨어진 사람으로 핍박받는 현실이 반영돼있다. '적당히'가 군대 생활의 미덕이다. 비단 군대만의 일이 아니다. '적당히'는 학문, 정치 등 인간 사회 모든 곳에서 중요하다.
극단에 선 사람은 원칙주의자다.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고집한다. 융통성 없이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다. 이들은 혼란스러운 세상을 안정시키기도 하지만, 변화가 필요한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기도 나락으로 이끌기도 한다. 중세 유럽에서 광신도에 의해 갈릴레이 같은 위대한 학자가 화형당했다. 성리학을 고집하는 사림 세력이 집권하면서 조선은 은자(隱者)의 나라라 불리며 쇠퇴했다. 현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중동은 아비규환(阿鼻叫喚)이다. 이념도 다르지 않다. 사회주의를 고집한 좌파 세력은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일반인을 학살해가며 꿈을 이뤘지만, 결과는 시궁창이었다. 자유주의를 찬양하던 우파 세력의 자유방임이 경제 붕괴와 세계 대전을 불러일으켰다.
인간은 일관적이지 않고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정말 다양하다. 그런 인간이 모인 사회이기에 끊임없이 변화한다. 과거에는 틀린 게 지금은 맞다. 따라서, 중용(中庸)의 정신이 중요하다. 극단의 가운데 서서 편향되지 않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겸손과 존중이 핵심이다. 조선왕조 개창을 반대하는 원칙주의자 정몽주에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고 이야기했던, 신진 사대부 세력은 세종을 거쳐 조선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종교가 지배하는 삶 속에서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던 사람들에 의해 르네상스가 펼쳐진다. 스스로 국가적 정체성을 용광로(Melting pot)가 아닌 샐러드 그릇(Salad bowl)이라며 다양한 인종, 문화, 사상을 존중하는 미국은 세계 패권국이 됐다.
우리나라에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정신이 필요하다. 내가 정답이 아니라는 겸손과 다른 의견을 경청하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중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여전히 자기가 옳다며 피 튀기게 싸우는 정치판을 보며 갈 길이 멀다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