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제국 - 거대 기술기업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훔쳤는가
루시 그린 지음, 이영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1847328801

다시 등장한 러다이트 운동가


 저자는 실리콘밸리를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기술 유토피아', '기술만능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해가며, 기술 진보가 가져오는 온갖 부정적인 영향을 다룬다. 저자는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가다. 실리콘밸리에 억하심정이 있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실리콘밸리를 향한 냉소를 느낀다. 저자의 침 튀는 비판 속에서 실리콘밸리가 지금 어떤 입장에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미래지향적이고 친사회적인 척하지만, 현실의 급박한 문제는 외면하는 실리콘밸리를 비판한다. 구글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 등 실리콘밸리의 부정적인 측면을 바라본다. 실리콘밸리가 거대해지고 고착화되면서 착취를 일삼는 이전 대기업 집단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실리콘밸리가 표방하는 열정 뒤에는 철저한 이익 계산 정치 공작이 있다는 거다.


 책이 두서없이 쓰였다. 쓸데없는 은유와 비유, 출처 없는 인용이 독자를 불편하게 한다.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한 이야기를 한 문단 또는 한 페이지로 늘려서 쓴다. 덕분에, 요점을 파악하기 힘들다. 이론적인 연구 사례나 통계 같은 실질적인 자료보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증언(주석 자체가 없다)이 대부분이다. 쏟아지는 불필요한 정보에 머리 아프다.


야누스의 얼굴, 기술 진보


 인류의 기술은 꾸준히 진보했다. 여러 위기에 일시적으로 퇴보한 적은 있어도 꾸준히 발전했다. 기술 진보는 사회·문화와 정치를 가리지 않고 변화를 이끌었다. 부족 국가, 봉건제 국가, 중앙 집권 국가, 민주 국가로 정치 체제가 변화했다. 수렵채집 사회, 농업 사회, 산업 사회, 그리고 정보화 사회로 인류는 기술 진보에 적응해야 했다. 발전 양상을 보면 소수에 한정되던 기술 혜택이 점차 발산하는 형태를 보인다. 시대가 지나면서,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됐다. 지금 아무렇지 않게 길가에 버리는 종이는 너무 비싸 귀족만이 이용할 수 있었다. 걸리면 죽어야 했던 질병이 주사 한 방에 치료된다. 기술 진보의 혜택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기술 진보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다. 기술 진보에 많은 사람이 생명과 생계를 잃었다. 기차와 자동차의 발명으로 마부는 일자리를 잃었다. 많은 유대인이 연구 명목으로 강제 노역에 끌려가거나 생체실험 당했다. 아직도 기술 발전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가난 때문에 흔한 항생제조차 못 구하고 죽는 사람이 많다. 문화생활은커녕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우리가 찬양하는 만큼 기술 진보는 현실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이 진보하더라도 사회 변화는 더디다. 정치, 사회, 문화, 종교가 발목을 잡는다. 우리는 냉혹한 자연의 질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연구실에서 밤을 새우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속한 집단과 나라를 변화시키기 위해 광장에 나온다. 어떤 미래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밤을 지새우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자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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