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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ㅣ 이철희의 정치 썰전 2
이철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1816020350

 | 진보가 바라보는 정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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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회의원으로 재임 중인 저자가 '정치(政治)'를 소개한다. 진보의 입장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현직 정치인이라면 자서전 성격의 책을 출판하고 대필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2년가량 자신이 써온 칼럼을 모아놓았다. 정치학, 사회학 등 여러 학자의 견해를 인용하고 주로 미국의 사례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진보'답게 '보수'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지만, 무작정 진보의 가치만을 찬양하지 않는다.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를 이야기한다. 양심껏 진보와 여당(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한다. 극단적인 용어보다는 순화된 언어를 사용해서 최대한 독자를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게 보인다. 중도진보의 입장에서 바라본 정치를 느껴보자.
 | 정치와 환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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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적 위기의 원인을 환경에서 찾는다. 포퓰리즘이 유행하고 무능해 보이는 정치인이 등장할 수밖에 없게 만든 환경에 집중한다. 정치적 입장이 양극단으로 쏠리며, 비토크라시(Vetocracy)가 횡횡하는 이유는 정치인의 개개인 역량보다 우리나라 환경과 제도에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지역주의가 심한 국가 중 하나다. 지역주의 때문에 특정 지역에는 특정 정당이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다. 지역 내 정당 간 경쟁은 희미하다. 소선거구제 하 집권의 안정성 때문에 경쟁이 약화하고 정책과 실력이 아닌 인기 투표가 돼버렸다. 또한, 특정 정당이 한 지역의 우열에서 고착화되면 그 정당에는 내부토론과 견제가 사라진다. 본 선거에서 어차피 당선될 거기 때문에 공천권을 가진 정당 유력인의 권한이 막강해진다.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당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다. 정당의 정치적 신념은 사라지고 기득권이 생겨난다. 정치의 퇴보다.
역사적으로 한 나라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는 다른 사람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공존했다. 아닐 때는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한글 창제를 비롯한 세종대왕의 업적은 당시 자유로운 학술 분위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조대왕 시기 탕평책으로 정치적 안정을 꾀함과 동시에 실학파같이 다양한 관점을 지닌 인재를 등용해 조선의 제2 부흥기를 이끌 수 있었다. 역사적 사례는 비단 우리나라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카라코룸에서 크리스천과 이슬람, 그리고 불교가 한곳에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며 몽골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유럽의 르네상스는 종교의 아성에서 벗어나 여러 방면으로 자유롭게 생각하면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는 타협과 다양성, 그리고 공존이 없다. 다수결이 아닌 다수자의 원칙에 따른다. 소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상대와 타협하지 않고 쪽수나 힘으로 밀어붙인다. 오죽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라는 말이 상식이 됐을까. 학연, 혈연, 지연이 인생을 크게 좌우한다. 조직 내 계파를 피부로 느끼는 때부터 사회생활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런 일상이 고착화되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지고 획일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국회의원한테만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