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1781731827

 | 소설 <데미안>의 현실화 |  |
|
이 책은 고통스러운 과거를 극복한 한 사람의 회고록이다. 광신도 가족에게 자란 저자가 가족으로부터 주입된 사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한 이야기다. 극적인 성장기를 보낸 저자의 이야기가 실화라는 게 읽는 독자를 충격에 빠뜨린다. 세뇌, 가정폭력, 교통사고 등 저자가 겪어온 극한의 상황은 실화가 아닌 소설이기를 바랄 정도로 생동감 있다. 가족에게 벗어나 교육을 통해 진실을 깨닫고 상실했던 자아를 되찾아가는 저자의 험난한 여정을 만날 수 있다. 종교의 교리가 인생을 지배하는 가족과 여기에서 벗어난 저자가 어떤 갈등을 겪게 되는지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가족과 자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잔인한 상황에 마주한 저자의 처절한 고뇌를 느껴보자.
 | 자아와 가족, 그리고 사랑 |  |
|
교리에 순종한다는 건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포기한다는 이야기다. 경전이 이야기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 삶에서 개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없다. 오로지 복종과 순응이다. 자아에 눈뜨고 스스로 인생을 결정하려면, 교리와 충돌은 필연이다. 종교의 집단주의에서 벗어나 한 사람으로 독립하는 건 '이단'으로 낙인찍힐 공포에 맞설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는 스카이다이빙같이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는 용기보다 훨씬 고차원적이다. 죽음을 극복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평소 소중히 해온 인간관계, 더 나아가 가족관계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외톨이가 될 선택을 과감히 할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있을까.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마르크스의 말처럼, 종교라는 달콤한 마약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속담이 보여주듯, '가족'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관계 중 가장 끈끈하다. 자아와 가족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상황을 준다면, 대부분 가족을 선택할 정도로 그 인연은 질기다. 저자는 자아를 되찾아도 끊임없이 가족이라는 연(緣) 때문에 고통받는다. 종교에 심취한 부모를 내려놓지 못하고 부모의 사랑을 갈구한다. 가족과 절연이 두려워 뼈가 부러질 정도의 폭력에서 도망치지 못한다. 하지만, 가족의 사랑은 고난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저자가 용기 내 부모를 내려놓고 자아를 선택할 수 있던 이유는 교리를 넘어 저자를 믿고 응원해준 다른 가족과 지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처럼 공포를 이겨내고 큰일을 해낸 사람들 뒤에는 어떠한 상황에도 그들을 믿어준 사람이 든든한 기둥처럼 버티고 있었다.
인간은 다른 인간의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그 사랑이 잔혹한 고통을 요구한다고 해도 버리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저자가 책에서 보여주는 내적 갈등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지만, 그 사랑은 특정한 관계에 한정돼있지 않다. 많은 사람이 한 관계에서만 사랑을 찾다가 외로움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고독한 존재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주변에 사랑을 나눠 줄, 동아줄을 던져 줄 사람이 많다. 사랑을 나눠 줄 사람을 만날 운이 없다면, 스스로 찾아보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