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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
에마 퀴글리 지음, 김선아 옮김 / 리듬문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금융을 소재로 한 청소년 문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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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생이 만들어가는 금융 이야기. 다양한 개성을 가진 중학생이 모여 여·수신, 투자 등 금융 사업을 확장한다. 친구끼리 의기를 투합해 금융이라는 '모험'을 하고, 모험을 방해하는 악당을 응징하는 전형적인 청소년 문학이다. 사회 풍자보다는 사춘기 청소년의 반항·모험심에 집중한다. 주변 상황을 화자(話者)가 직접 설명하지 않고, 인물의 대화를 통해서 전달한다. 꼼꼼히 대사를 읽지 않는다면 중요한 사건을 놓칠 수 있다. 대화로 사건을 전개해 여러 사건의 연결이 부자연스럽다. 각 사건이 단절된 느낌을 준다는 점이 아쉽다.
 | 금융, 신뢰와 적자생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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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금융의 '신뢰 보증제도'라는 핵심이 빠졌다. 학생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금융 거래의 필수 요소인 '신뢰 보증'을 찾아볼 수 없다. 신뢰가 보장되지 않으면 모든 금융거래는 무용지물이다. 소설에선 단순 계약서를 쓰거나 평판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확보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 소설 주인공처럼 주변인의 평가를 믿고 빌려주거나 차용증을 간략히 썼다가, 빌려준 돈 못 받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개인 금융에서 차용 거래는 누가 얼마를 빌렸다는 식의 종이 계약서만으로 보증되지 않는다. 거래일, 거래 기간 등 상호 간 합의한 사항을 꼼꼼히 기재하고, '보증'이 있어야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이 성립된다. 보증이 없으면 법적 효력이 없다. 주인공과 일당은 선생의 도움 없이 금융 거래를 이어간다. 법적 효력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강제성을 갖춘 선생이라는 권력의 보장 없이 학생끼리 금융이 성립할 리 없다. 채권자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이라는 막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금융사가 대출해줄 때 괜히 담보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금융이라는 소재로 청소년의 모험을 다룬 시도는 좋으나, 자칫하면 청소년에게 금융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금융은 성공만 존재하는 낭만이 아니다. 갚지 않으려는 자와 되돌려 받으려는 자, 투자받으려는 자와 성공을 의심하는 자 간 속고 속이는 온갖 인간 군상이 모이는 게 금융이다. 주인공처럼 투자로 큰돈을 버는 사람은 천운이 타고난 극소수다. 개미의 푼돈마저 뜯어가는 곳이 금융이다. 성공과 이윤이라는 낭만의 금융이 아닌 실패와 원금손실이라는 현실의 금융을 청소년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