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 인생을 위한 고전, 개정판 명역고전 시리즈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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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논어(論語) 완역


 이 책은 공자의 가르침을 담은 논어(論語) 완역본이다. 역자인 김원중 작가는 <한비자>, <정관정요> 등 현대에 가장 읽힐 법한 고전을 역했는데, 그 수준이 다른 번역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신의 이해가 아닌, 여러 학자의 관점과 견해를 종합해서 번역했다. 다른 견해는 주석으로 달아놓아 독자가 최대한 다양한 관점으로 논어에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논어 번역서 중에 이만한 책이 없다. 아쉬운 점은 여러 견해를 담으려 하니 논어 본 내용보다 주석이 더 많아 정리가 안 된듯한 느낌을 준다. 유교 고전이라 해서 어려울 게 없다. 수천 년 동안 동양을 매료시킨 공자의 사상을 접해보자.


보수(保守)의 공자


 논어는 공자가 직접 쓴 책이 아니라, 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의 말을 모아 기록한 책이다.1 하지만 제자들은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해서 논어를 통해 공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공자가 태어난 시기는 춘추전국시대로 주나라 중앙 왕권이 약해져 봉건 제후국이 독자 세력을 형성하던 시기다. 통일된 권력이 없으면, 잦은 전쟁으로 혼란에 빠지기 마련이다. 춘추전국시대는 낭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대혼란기다. 극심한 혼란 속 공자는 과거 질서가 잡혀있던 주나라 시대를 그리워한다. 주나라의 질서로 되돌아가길 원했다. 그렇기에, 제후들이 주나라의 예법과 질서에 벗어나는 행동을 할 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인다. 공자에게는 주나라가 정통 중화(中華)이며, 이에 벗어나는 건 질서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시대에 맞는 사상, 그리고 교훈


 근친상간, 살인, 강간 등 인륜에 벗어나는 행위가 빈번하던 춘추전국시대에 필요한 건 질서였다. 공자의 사상이 등장할 수밖에 없던 시대다. 사상은 시대에 따라간다. 그 시대에 맞는 사상이 있으며, 아무리 선구적인 사상일지라도 시대에 맞지 않으면 매장된다. 인륜, 배려, 사랑인 인(仁)을 외치던 공자의 주장은 당대 사람에겐 뜬구름 잡는 소리였다. 공자는 자신의 사상이 비춘 빛을 보지 못했다. 공자가 죽고 나서, 진시황에게 혼란이 평정되고 질서가 다시 잡히던 때가 돼서야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 조선의 성리학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의 영향으로 공자를 비롯한 유교 사상은 매장되고 있다. 유교 사상은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사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현대 자유주의·자본주의 사상이 주류가 되면서 공자의 유학은 과거의 유물이 됐다. 자유주의 철학은 깊게 공부하면서, 유교 관련 책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유교의 이미지는 공자 이후 유학자들이 만들었지, 공자의 진의와는 거리가 있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한다고 이야기하던 공자,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아낄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배려와 공존은 찾아볼 수 없는 갈등의 시대, 돈으로 모든 게 가능한 현대 사회는 다시 공자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시대는 아닐까.



  1. 신기하게도, 동양 철학의 시조인 공자와 서양 철학의 시조인 소크라테스는 둘 모두 직접 저작을 저술하지 않고 제자가 대신 기록했다는 점 등 유사한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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