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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역사인가 - 린 헌트, 역사 읽기의 기술
린 헌트 지음, 박홍경 옮김 / 프롬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역사 담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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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무엇인지 종합적이면서 간략히 살펴본다. 질 레포어 교수의 추천사가 이 책을 잘 설명한다.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21세기판이면서 동시에 축약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는 표어를 내 거는 지금, '역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이 다루는 역사의 특징에서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 역사란 무엇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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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주요 논쟁거리는 '사실'로서 역사인지, '해석'으로서 역사인지다. 역사는 사실적 기록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시대적 관점이 반영된 해석인지 오랜 기간 역사학자들은 논쟁해왔다. E.H 카 이후 현대에는 역사란 '당시의 관점으로 바라본 사실'이라는 주장이 대세다. 아무리 어떤 학자가 완벽히 객관적인 사실로 역사를 다루었다고 한들, 그가 역사를 다루는 '행위'에서부터 주관성이 개입되며, 그 시대에는 미처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에 의해 그의 역사는 완전히 틀어진다. 부족한 자료, 잘못된 추론으로 역사는 매번 수정된다. 역사는 변동성이 매우 크며, 주관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역사의 특성을 정치계에서 많이 이용한다. 정치 권력의 패러다임으로 역사는 조작되고 왜곡되기 쉽다. 일본의 근현대사 왜곡, 중국의 동북공정만 해도 역사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일제강점기의 수탈을 강조하면서, 왜 일본에 조선이 당했는지는 감춘다. 조선이 약했다고, 일본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가르치면 일본에 대한 우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관점 모두 한 역사이지만, 한쪽만 강조되는 것이다.
역사는 한 시대의 패러다임을 반영한다. 과학과 산업 혁명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유럽 문화가 세계적인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역사 또한 유럽 문화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계사 수업 시간에 '신대륙 발견'이라는 사건을 배운다. 신대륙 발견이라는 설명에는 철저한 유럽 중심주의 역사관이 반영되어있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고유의 문명과 문화가 존재했다. 유럽인 입장에서 아메리카 대륙은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대륙이다. 그 덕에 아메리카 대륙은 전혀 새로운 대륙이 아님에도 신대륙이라고 불린다. 이를 우리는 그대로 수용했다. 헤게모니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사 내용의 비중은 유럽에 치우쳐 있으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아메리카의 비중은 처참하다. 다행인 것은 우리 고유의 역사서가 존재해 국사만큼은 한국 고유의 역사관을 지킬 수 있었다.
 | 새로운 역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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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빅히스토리, 유럽 중심주의를 탈피한 고유의 역사관 등 21세기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역사를 소개한다. 그 나라, 그 문화의 관점이 담긴 역사,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과 다른 동물의 변천을 담은 역사 등 새로운 변화 이면에는 다양성과 존중이 존재한다. 2019년 우리나라에 양보란 없고,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정치 풍토가 팽배하다. 끊임없는 진영 간 역사 논쟁이 지속하는 지금 우리나라는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관을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매번 앞서가지 못하고 뒤따라가기만 하는 우리나라가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