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경제학 - 스마트폰 신인류가 생존을 위해 알아야 할 최소한의 디지털 경제 원리
전승화 지음, 김정호 감수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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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이 책은 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를 조명한다. 눈 깜짝할 새에 사용하던 제품이 구식이 되는 시대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기업과 개인은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가르쳐준다. 제목에 경제학이라고 했지만, 경제학에서 일부 차용했을 뿐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디지털 시대'를 다룬다. 몇몇 경제학 개념을 잘못 설명하기도 하지만, 전체 논리에 큰 문제는 없다. 무엇보다, 이 책은 경제를 전혀 모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저자는 개념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빠르게 진화하는 현대 경제를 간략히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읽기 좋은 책이다.


소통의 시대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의 근본적인 차이는 '소통이 가능한 범위'다. 인터넷이 발명되기 전 교류는 주변 거주인에 한정됐다. 멀리 사는 가족이나 친척과 소통하기 위해 우편과 전화가 사용되던 것이 전부다. 경제생활 또한 제한이 많았다.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직접 방문해야 했기 때문에, 지역 상권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상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터넷이 발명되면서 세상은 급격히 달라진다. 낯선 사람과 협업하고, 거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지구 반대쪽 소식을 즉각 전달받을 수 있다. 멀리 있는 사람들 간 교류가 가능해지면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경제생활이 옮겨진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거래, 더 나아가 가상 세계가 탄생한다. 현실에서 분리된 새로운 세상을 인간이 창조해낸 것이다. 새로운 세상의 탄생으로 경제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디지털로 인해 경제는 무한 증식한다.1 결국, 저렴해진 서비스와 재화, 다양한 취미와 즐길 거리로 복지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진됐다.


디지털 시대의 명()과 암(暗)


 디지털의 발전은 아날로그의 쇠퇴로 이어졌고, 결국 세상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다. 그것은 '지속해서 창출 가능한 소득'의 편중이다. 경제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졌지만, 그 경제 규모를 지탱하는 것은 소득이다. 문제는 이 소득이 슈퍼스타에게 몰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그 재산을 소비해 세상에 환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빈부격차는 심각한 문제다. 고인 물은 썩듯이, 경제도 끊임없이 생산과 소비가 교류해야 한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그 교류를 꽉 틀어막는다. 과거에는 거리의 한계로 어쩔 수 없이 주변 사람과 거래를 하면서 슈퍼스타가 아니어도 생존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경쟁에 밀린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과거에는 몸만 있으면 단순 노동으로 생존이 가능했지만, 이제 단순 노동은 사라지고 그 자리는 '교육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만 가능한 직업'이 차지한다. 소득이 부족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은 일자리도 없고, 소득을 증진할 방안도 없어진다. 악순환으로 빈부격차는 증가하고 경제는 한계에 직면한다.2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빌 게이츠의 로봇세가 남 이야기가 아니다.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이 현대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기득권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1. 리니지, 아이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각종 게임 내에서의 경제처럼 실물 경제뿐만 아니라 실물 경제와 연결된 새로운 경제가 무한대로 탄생한다.
  2. 그렇다고 무작정 소득을 증진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소득주도성장'은 어떠한 이론적 기반도, 어떠한 실현 가능성도 없는 유토피아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소득' 그 자체가 아니라,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없으면 잠깐 증가한 소득은 순식간에 증발한다. 2019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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