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보는 그리스신화 - 오늘, 우리를 위한 그리스신화의 재해석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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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대의 시선으로 본 그리스 신화


 저자는 현대인의 관점으로 그리스 신화를 해석한다. 무엇보다 시대적 통념을 반영하는 그림을 통해 그리스 신화를 각 시대의 관점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본주의, 가부장제, 국가권력 등 인간 사회의 자화상을 그리스 신화로 그려낸다. 책을 읽다 보면, 권력자인 제우스, 자유로운 여성인 아프로디테 등 그리스 신화를 이런 방식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나르키소스를 개인주의로 해석하는 등 억지로 퍼즐을 맞추려는, 답을 정해놓고 해석하는 모습도 보여 아쉽다. 교훈을 얻기보다 사고의 확장 측면으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전설이나 신화의 속뜻


 우리는 학교에서 단군신화를 배운다. 천제(天帝) 환인(桓因)의 아들인 환웅(桓雄)이 세상에 내려와 마늘을 먹어 사람으로 탈피한 웅녀(熊女)와 결혼해 우리나라 시조 단군(檀君)을 낳았다는 이야기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이 이야기가 역사학계에는 매우 중요시된다. 신화가 역사적 사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계에서 내려온 환웅과 바람을 다루는 풍백(風伯), 비를 다루는 우사(雨師), 구름을 관장하는 운사(雲師)는 농업과 관련된 신으로 당시 선진화된 농업 기술을 가진 민족이 한반도 근저로 이주했음을 보여준다. 곰이었다가 사람이 된 웅녀와 결합은 곰을 숭배하던 한반도 토착 민족과의 융합을 의미하며, 뛰쳐나간 호랑이는 이주해온 부족과의 동조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한 호랑이를 숭배하던 한반도 토착 민족을 의미한다. 실제로, 알타이 문화(중앙아시아), 홍산 문화(요서), 고조선(요동)은 유의미한 유사성을 보인다. 알타이 지역에서 이주한 세력이 만주와 한반도의 토착 세력과 결합해 현대 한민족의 뿌리가 됐다는 주장이 주요 가설로 대두되고 있다.1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해석


 그리스 신화, 단군 신화, 북유럽 신화 등 각종 설화는 역사적 사실을 내포한다. 하지만, 해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아버지 크로노스를 살해하고 막강한 권력을 쥐어 여성펀력을 보이는 제우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시대마다 다르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에서는 권력자의 여성 편력은 그 사람의 권력을 상징했다. 조선 시대 왕의 후궁처럼 권력자의 일부다처제는 당연시됐다. 그렇기에, 많은 부인을 거느릴수록 권력자의 위상은 높아지는 것이고, 많은 부인을 거느리는 권력자는 숭배의 대상이 됐다.2 하지만, 현대 페미니즘의 대두로 제우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지고 있다. 숭배의 대상이던 제우스는 이제 권력 찬탈자며, 바람둥이인 쓰레기로 바라보는 시선이 등장한다. 이렇듯 해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이 책을 읽고서 문득 우리 후손은 미래에 지금 현대의 사상을 어떻게 해석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불완전하면서 미숙한 사상일까? 아니면, 미래의 관점에서 지금보다 행복하던 시절이라 낭만이 넘치는 사상일까?


  1. 단군 신화에서 마늘과 쪽을 버티지 못하고 뛰처나간 호랑이 부족의 후손이 만주족이라는 가설도 존재한다.
  2. 현대에서 이런 관례가 순화되어 남아있는데, 대표적으로 아내의 외모와 직업이다. 재벌이 연예인이나 아나운서를 며느리로 삼길 원하는 것은 외모가 뛰어나고, 사회적 지위가 돋보이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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