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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 - 1급 설계원.보위부 비밀요원의 자유.인권.민주주의 향한 여정
한원채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생생한 북한 인권침해 증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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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된 탈북자가 자신의 경험으로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저자는 2차 탈북 도중 남한 인권 단체로 위장한 종북 성향 교회에 속아 중국에서 강제 납북됐으며, 이 책은 저자의 1차 탈북 때 작성된 것으로 그의 자녀가 대신 책을 발행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붕괴한 북한 경제체제의 영향으로 기아(饑餓)가 얼마나 심각한지 있는 그대로 증언한다. 부정부패는 기본이고, 쌀이 없어 생옥수수로 허기를 채우거나, 배추 몇 조각이 들어 있는 소금국으로 반찬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식량 배급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은 옥수수 밭에서 몰래 서리를 하다 발각돼 총살된다. 심각한 기아로 화전(火田)이 온 산에 퍼져 민둥산이 됐다. 주민의 생활 수준은 아프리카 못지않다. 북한 독재 정권에 대한 저자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분노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 일제(日帝)만큼 악랄한 북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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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뽐뿌'라는 단어를 봤을 때 긍정적인 모습을 연상한다. 저렴한 가격의 핸드폰을 알아볼 수 있는 커뮤니티가 대표하듯, 남한에서 뽐뿌는 가성비 있는 제품이 불러일으키는 충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탈북자에게 뽐뿌는 고통을 연상시킨다. 북한에서 뽐뿌는 학창 시절 한 번쯤 받아봤을 '앉았다 일어서기'를 의미한다. 수용소에서의 뽐뿌는 우리나라 군대에서도 체벌로 존재하듯이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뽐뿌를 500회 시키고 200회 정도에 쓰러진 사람을 구타하는 등 고문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무릎을 꿇고 고개를 바닥에 처박은 채로 몇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고정 자세', 시도 때도 없는 '구타', 밥도 안 주면서 온종일 일 시키는 '강제 노동' 등 생활 전반적으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 분노케 한 것은, 탈북자를 수용소 관리가 자신의 업적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돈벌이로 중국에 넘어갔던 사람을 고문해서 우리나라 국정원과 소통했음을 거짓으로 자백하게 해 '사형'시키고, 자신은 간첩을 잡은 공로로 훈장을 받는 식이다.
탈북자의 증언을 듣다 보면, 일제강점기 위안부 할머니나 강제노역 할아버지의 증언을 듣는 것 같다. 그만큼 심각하다.
 | 악용되는 '민족 주체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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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표어는 '민족 주체'다. 민족 주체란, 외세를 극복하고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경제 성장과 통일을 이룩하자는 것이다.왜 이들은 민족 주체를 강조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구한말에 이들과 비슷한 정책을 펼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흥선대원군이다. 쇄국 정책으로 유명한 흥선대원군이 내세운 표어는, 국토를 약탈하는 양이(洋夷)를 쫒아내자였다. 하지만 실제 목적은 서양의 사상, 자본주의가 유입되어 신분제가 완화된 것에 반발한 기득권 양반의 지지를 통한 집권이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체제 모순으로 인한 불평등과 가난의 원인을 외국으로 돌리는 것이다. 실제로는 기득권인 김씨 일가와 그 수족인 노동당이 북한 주민을 착취하면서도, 착취로 인한 북한 주민의 시선을 미제와 남조선에 돌린다. 그리고선 드라마 본 것만으로 총살하고, 인터넷을 차단하고, 사상을 검열하는 등 온 나라를 폐쇄했다. 북한 체제 아래서 집권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눈을 가려야 한다. 민주주의 문화가 유입되고 세계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북한 주민이 알기 시작하면, 그들의 선동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 인권단체 목소리가 너무 작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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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의 증언을 읽으면서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남한 내 인권단체의 활동이다. 헌법에 의한 국적법상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렇기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탈북자를 대상으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UN 인권위원회 같은 국제기관과 NGO 비정부 기구, 외국 시민 단체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인권단체는 침묵하고 있다. 열심히 광화문 광장에 나와 시위하며 정치 활동하는 많은 시민 단체의 표어는 인권이다. 그러나, 정작 인권이 뚜렷이 박탈당하고 있는 상황에는 눈을 감는 그들의 침묵에 나는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 아프리카의 독재 정권은 Amnesty International 같은 국제 봉사 단체의 활동을 용인이라고 한다. 북한의 독재 정권은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아, 북한 주민은 어떠한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하고 있다.
- 위정척사비를 세워 가며 쇄국 정책을 펼친 흥선대원군이지만, 정작 본인은 외국 문물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즉, 흥선대원군은 쇄국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