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이진우의 다시 만난 경제
EBS 제작팀 기획, 이진우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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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다시 만난 경제 


#이진우 #페이지2북스 #나의두번째교과서 


책을 읽다 보면 

다 아는 것일 수도 

다 모르는 것일 수도 

어느 정도 알고 그 나머지는 새롭고... 

다 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안다기보다는 그냥 안다는 느낌일 뿐 누군가에게 자세히 설명할 수준은 못 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책은 쉬이 읽히는 대신 일찍 손에서 놓기도 하고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일찍 접기도 한다. 

이 책은 뭔가 좀 알듯 말 듯 한데 아하 이렇구나. 싶으면서 계속 읽게 되고 그런 가운데 정말 모르는 것이 나오면 포기하기보다 새로운 충전, 아이템 장착이 되는 듯한 도전하는 느낌으로 호기롭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해야 하나? 

지리를 전공해서 스스로에게는 지리만 가르치고 계속 공부할 거야!라고 다짐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합사회를 가르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에 관한 영역은 지금부터 내가 연수를 받고 공부를 해도 아이들을 가르치기엔 뭔가 죄스러운 마음이 크게 들 정도로 자신감이 없기에 말이다. 옛날 경제 지리 과목이 있을 때 좀 더 역량을 쌓아두고 계속 기억해 낼 수 있도록 복습했어야 했는데... 아쉬고 후회스럽다. 


다 읽고 난 느낌은.. 

'두 번째 교과서'라는 타이틀이 붙어도 될 듯하다. 

교사들이 독자라면 '두 번째 교사용 지도서'라고 해도 될 듯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첫 번째 나의 경제 학습지'라는 별칭은 어떤가 싶다. 

비유를 잘 들어주는 것으로 이미 유명한 작가님은 다른 콘텐츠에서 발휘했던 장점을 어김없이 여기에서도 드러내고 있다. 

물론 난 학교 현장에 있는 현직 교사이기에 프롤로그에서 교과서의 교육 목표인 '책임 있는 민주 시민'과 어른의 삶의 목표와의 괴리감에 대한 언급을 포함하여 경제에 관한 책이다 보니 어떤 인물이나 정책의 평가에 대해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치게 느껴지는 작가 개인의 의견에 멈칫거리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하지 않고 최대한 중립적이고 개관적인 사실들을 친절한 사례로 이해시키려 애쓰는 티가 난다.


가르치고 전달하는 자는 그래야 하니까~ ^^ 


가계 부채에 관한 내용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다. 

나 역시 뉴스나 여타 언론에서 가계 부채가 어찌 되었다는 언급에 길고 낮은 숨을 내쉬었던 경험이 있기에 말이다. 

하지만 이제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아예 걱정을 덜었다기보다는 이제 왜 그런지 전 후 상관관계를 따져 볼 정도의 여유가 생긴 듯하다. 

내가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한 투자 영역인 부동산, 아파트... 

우리나라 부동산, 아파트를 투자의 목적으로 삼았을 경우 이를 둘러싼 주체들의 이해관계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환경, 배경도 이제 어느 정도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는데 도움을 받았다. 

영국의 이전 50파운드 구권 디자인에 나오는 매튜 볼턴과 제임스 와트의 숨은 이야기(잘 사는 나라의 비결 비유에서 기술의 발전과 제도적 뒷받침)를 통해 불편한 환경의 극복과정에서 이뤄지는 성취 이야기는 몰랐던 이야기를 내 지식과 정보로 만들게 된 선물 받은 느낌이다. 물론 컨테이너 발명과 활용 및 이 책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많고 귀한 듯하다. 


혹시 여기까지 내 서평을 읽은 지인이 있다면 이 책의 목차 정도는 소개해야 할 듯하다. 


part 1 돈의 속성_계속 늘어나고 늘어나야만 한다. 

part 2 리스크와 포트폴리오_변동성을 잡아내는 방법 

part 3 환율, 금리, 채권_요동치는 돈의 세상 

part 4 부동산_아파트 불패 신화의 탄생 

part 5 부채_현대 경제 시스템의 엔진 

part 6 금융위기_무엇이 위기이고 어떤 점을 관찰해야 하나? 

part 7 잘 사는 나라의 비밀_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학생들과 교사, 그리고 '경제에 관한 현실적인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책임 있는 민주 시민'이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될 듯하다. 


#도서협찬 #책추천 #이진우의다시만난경제 #도서협찬 #페이지2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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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곁에 머물기 - 지구 끝에서 찾은 내일
신진화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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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곁에 머물기 


#신진화 #글항아리 #지구끝에서찾은내일 


프롤로그의 제목은 '빙하의 냄새를 맡는 사람' 

빙하의 냄새가 있던가? 나름 지리에서 자연지리 단원의 빙하 및 주빙하 지형을 세계지리 과목에서 가르치고 있는 내가... 들어보지 못한... 

그래 100을 알아야 10이라도 가르치지~라는 생각으로 늘 교과서 그 이상으로 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숙제를 내고는 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빙하를 직접 연구하는 학자의 책을 읽고 3월부터 시작될 내 수업에서 '빙하'가 화두가 되는 수업은 또 이전보다 얼마나 흥미진진해질지 벌써부터... ^^ 


사실 빙하에 냄새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그 빙하에 냄새를 맡듯 코가 닿을 정도로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그 빙하가 품고 있는 공기 방울 하나하나에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자신의 이름보다 무엇을 연구한다는 말로 이름을 대신하는 사람들 중에... 

지구의 이력을 밝히는데 도움을 주는 빙하를 찾아다니며 그 빙하에서 코어를 얻어 단면을 쪼개 당시 지구의 기후와 환경을 밝히는... 그리고 미래의 기후 전망을 예측하고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사람들... 

빙하 코어가 사랑스러워 따스한 손으로 쓰다듬어 타다닥 소리를 내며 과거 공기가 나오는 장면 그 자체에 활짝 웃을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중에 빙하에 관한 학문 영역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여성 학자로서의 어려움을 자신의 연구 경험에 녹여내어 한 권의 책으로 표현했다고 하면 이 책을 어느 정도 잘 설명했다고 생각된다.


빙하 연구 내용이 대체적으로 책 내용의 대부분이다 보니 살짝 어렵게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를 짐작한 작가님은 프롤로그에서 이미 부탁한다. 

'논문(이 책의 근거가 될...)에는 대부분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쓰여있다. 그러나 중요한 현상을 밝혀내기 위한 기초연구라는 학분적인 가치가 있다. 기존 연구 중 현재 기후 변화를 잘 설명해 줄 이야기만 골라 책에 담았다. 논문으로 과학적인 사실만 논하다 개인의 서사를 꺼내는 일이 익숙지 않아 용기가 필요했다~' 

'빙하가 남겨 둔 80만 년 동안의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와 빙하학자로 살아온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두 문장을 보면 '빙하'라는 생소한 화두에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빙하의 냄새를 맡아 그 냄새를 쫓던 빙하학자는 에필로그에서는 '빙하학자로 평생 살아가기'로 평생을 빙하와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한번 더 고백한다. 이 책은 '빙하가 들려주는 과거 기후 이야기와 매년 계약을 연장하며 연구자로서 생명을 간당간당하게 연명하고 있는 과학자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라고 적고 당신이 빙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살펴본 후 본문의 소제목을 훑고 천천히 책을 다 읽었다. 

난 '빙하 연구' 내용이 나올 때마다 흥미가 배가 되고 관심이 집중되었다. 직접 만나 뵙고 이것저것 여쭤보고 싶은 것도 생기고, 이중 스노 핏으로 빙하의 층서를 확인하기 위해 만든 2미터 깊이의 눈 구덩이 안에 들어가서 햇살이 관통하는 그 빙하의 내력을 직접 보고 싶다는 열망도 생긴다. 작가님이 해본 건 다 따라 해보고 싶은 생각이 그린란드, 캐다나의 빙하, 남극 기지, 삽질도 자신있다.... 물론 고산병 경험은 좀 빼고... 


빙하가 아니더라도 불모지에 가깝고 사람들의 관심이 덜 가는 학문 영역에 뛰어들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쉽게 아무렇지 않은 듯 풀어낸 글이지만 매 순간 힘든 '역경'이었고 이를 '극복'한 노력과 의지는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닮아갈 듯하기 때문이다. 


까치까치설날 무언가 다시 다짐하기 좋은 시기에 좋은 책을 읽었다.


#도서협찬 #책추천 #빙하 #지구고기후 #기후변화 #문학동네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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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 좋은 말, 나쁜 말, 이상한 말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는 언어 이야기
발레리 프리들랜드 지음, 염지선 옮김 / 김영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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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부제 _ 좋은 말, 나쁜 말, 이상한 말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는 언어 이야기 


#발레리프리들랜드 #염지선 #김영사 


뒤표지에 눈에 띄는 글도 적어보자. 

'어이, 그러니까 내 말이 어때서?' 

'편견과 차별을 뛰어넘어 세상을 바꾸는 핫한 말, 쿨한 말, 힙한 말 


사실 제목과 부제.. 그리고 추천사와 한 줄 요약 같은 문장을 읽어도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뭐 어떤가~ 책을 펴서 읽으면 될 것을... 


p8 '내가 여태껏 쌓아온 지혜와 지식을 노인네 잔소리 취급한다~나이 들면 피부만 늘어지는 게 아니다.' 

p16 '사용하는 언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적나라하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낸다.' 


'언어'구나. 

그런데 세대 간 차이를 말하는 건가? 단순한 노인과 아이의 세 개 간 갈등보다 좀 더 그 간격은 고대와 현재로 큰가? 

가만 영어인가?(이런... 살짝 당황... 영어에 아주 많이 자신이 없다. 늘...) 우리의 언어가 사례였으면 좋겠는데... 

영어 선생님 또는 국어 선생님이면 행복할 책인가? 

그러나... 

p18 '~역사적 갈등, 계층 간 대립, 성 역할 규범, 세대 차이 다양한 맥락을 이해해야 언어를 통해 과거에서 현재로 나아가는 길이 즐겁고 재미있는 여정이 된다.' 

이렇다면... 언어와 그 변화의 역사적 배경과 양상을 살피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숨은 의미와 양상을 파악하고 그렇게 변형된 이유를 알아내는 과정은 내가 가르치는 과목에서도 흥미와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이지 않나! 다시 집중! 


흥미롭다. 

계속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연구를 통해 기록 한 책이 있을까? 

bro~, like, dude와 같은 사례로 작가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낼 것이 아닌 우리의 언어로 사례가 실린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좀 더 깊게 빠져들고 미국에서 주목하는 언어를 통한 사회적 편견, 차별, 불평등에 대한 화두를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적용해 보며 그 차이를 느껴볼 텐데... 더욱 이야깃거리가 많은 우리의 언어로...


' 왜 우리는 누군가가 이유가 있어 선택한 언어를 그토록 빨리 평가 절하해버릴까?' 

여기에서 누군가는 영국의 서민들, 영국인이 아닌 미국인들, 여성들, 어린아이들, 미국 내 백인을 제외한 다른 유색인종들... 이 포함되며, 아이러니하게도 그 누군가가 선택한 언어의 사용은 지금 다시 주류를 이루고 있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평가 절하하는 그 누군가는 도대체... 나도 여기서 그렇지 않은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던 우리는 정확히 무엇 때문에 이토록 문법에 목매게 되었을까?' 

그 문법을 만드는 사람과 지키라고 하는 그 누군가는 과연 실제 사용자인가? 내 부모, 고용주, 학생, 그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친구들인가? 

'교육 수준이 높고 박식하다는 사람들 역시 말하다 멈추고 그 사이를 '음'이나 '어'로 채운다. 그러면 안 되는 걸까?' 

망설임의 또 다른 얼굴... 미덕을 책은 말해준다. 따스해서 웃었던 부분이다. 

'dude가 멋진 남성성을 상징하게 된 데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뒷이야기가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dude'는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순간부터 또 어떻게 변할지 살펴보고 싶기도 하다. 

'현대 여성은 의식적으로 목소리 톤을 크게 낮추었다. 보컬 프라이는 언어 평등을 향한 다음 발걸음이다.' 

보컬 프라이를 처음 접한 건 고음을 올리는 기술을 가르쳐주던 영상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다. 목소리를 꾸며내는 이는 도대체 누구이며 왜 그래야 하는지... 본인 스스로? 아니면 누군가가 등을 떠미는 것인지? 

'우리는 언어가 변형되면 절대 안 된다는 듯 행동해 왔다. 이런 새로움이야말로 우리의 적응력과 혁신성, 창의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언어로 자신이 드러나고 드러내고 사물을 비슷한 렌즈를 통해 자란 티가 나는 지역성 역시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고유한 정체성을 갖고 개별화될 때 행복하다. 그런데 왜 언어는 좋은 언어, 나쁜 언어로~고정되기를 강요받을까?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도서협찬 #책추천 #언어 #말 #차별 #편견 #우리가이렇게말하는데는다이유가있어 #사회언어학 #언어학 #젠더 #세대갈등 #사회문화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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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 인문 기행 나의 인문 기행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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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 인문 기행 


#반비 #서경식 #최재혁 


'슈트케이스가 망가졌다. 나 역시 슬슬 사용기한이 다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의 나이를.. 이 책이 쓰였을 당시의 경험을... 노하우를 짐작하게 한다. 

이전에 영국, 이탈리아 인문 기행을 이미 쓰신 이력까지 포함해서 알고 있다면 이 책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크다. 

안타깝게도 이 책이 마지막 유작이 아니었으면 했는데... 


그가 세상을 떠남에 지인들의 아쉬움도 책에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그가 조금 더 살았더라면 분명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했으리라 생각하니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나 역시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이 있다. 

책 속에 '포그롬' (특정한 민족집단에 대하여 일어나는 학살과 약탈을 수반하는 군중 폭동을 가리키는 말이다.)에 의해 억압을 겪은 유대인이 이민, 반공, 노동을 소재로 '선한 아메리카'의 예술을 표현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서 유대인을 '재일 한국인'으로 바꾸고 난민, 사상, 인권을 소재로 '선한 세계 시민'으로의 여행,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 영역에 대한 글을 쓴 작가 역시 너무 지금 시대가 필요로 하고 그의 조언이 필요하다 생각이 들었기에 이후 인문 여행으로 꾸며졌을 독일... 등의 나오지 못한 책이, 그 안에 담긴 성찰과 조언이 너무 아쉽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가 즉 '항상 오만함에 맞서는 기개와 시퍼렇게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모멸의 태도를 갖는 자'라는 정의는 본인에게도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사랑으로 가득 찬' 기억을 갖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허무나 냉소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나가고 싶다.' 

지금의 우리 상황은 우울감이 극대화되어가고 있고 서로 다른 쪽 사람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며 또 조장하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싸움 속에서 허무하고 냉소적인 자책에 빠지지 않을까 두렵다. 

반지성적이고 오만한 자기 중심주의의 대두를 우린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지..


일본과 한국 그리고 미국을 오고 가며 두 형님의 석방을 위해 모두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면서 작가님이 자투리 시간을 내어 미술관에 가는 것이 인상 깊다. 

두 형의 석방 문제(형 한 분은 사형선고까지...)가 걸려있는데 미술관이라니... 

허나 작가의 미술관을 찾는 그 발걸음은 회피나 도망, 일탈이 아니라 그마저도 피투성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낼 방법과 연대할 방법을 찾는 노력이지 않았나 싶다. 지옥과 같은 갱도에 카나리아를 데려가는 광부의 마음이지 않을까? 답답하고 꽉 막힌 리더로 기대가 사라지는 아메리카에 아직도 '선한 아메리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찾는 노력이며,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보다 이전에 그런 노력을 했던 작가와 작품을 찾아 배움과 조언을 얻어보고자 하는 노력이지 않았나 싶다. 


작가님은 그러하셨고 이젠 우리의 문제이다. 

고흐가 테흐에게 남긴 편지에서 "~너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나는 네가 현실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지니고 행동하면서 그에 따라 방침을 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건만...."라는 죽기 직전 호주머니에서 발견된 유서에 적힌 글이 떠오른다. 


"너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우리의 미력한 힘만으로는~이라 생각해서 지레 포기하기보다 거의 승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진실을 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작가님에게 해야 할 약속이라고 생각된다. 


#도서협찬 #나의미국인문기행 #나의영국인문기행 #나의이탈리아인문기행 #나의서양미술순례 #나의일본미술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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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 창비아동문고 340
채은하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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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 


#채은하 #장편동화 #창비 #규합총서 


고3 학생들을 오랫동안 지도하다 보면 알 수 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희망 진로/학과를 순위로 매겨본 적은 없지만 매년 다르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물론 맡고 있는 내 학급 아이들의 성적, 성향 그리고 근무하는 학교 분위기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지만... 매년 같을 수 없는 것이 어쩜 너무 당연한 것이다. 

눈에 띄는 건 절대 멀리 등하교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 면접을 많이 두려워한다는 것, 사범대와 교대 지원율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간호학과는 여전히 인기 있지만 예전만큼은 아닌 듯하고... 의대, 약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증가했고.. 


교사가 되겠다는 아이들, 간호사가 되겠다는 아이들을 상담하는 장면을 목격하기 쉽지 않다. 

왜 그럴까? 혼자 생각도 해보았다. 

일단 내가 행복해 보이지 않나? 내가 행복해 보인다면 날 보면서 교사의 꿈을 키우는 학생도 있었을 텐데... 

나름 위계가 복잡하지 않아 평등한 편이고 자율성이 꽤 주어지고 방학이라는 자기 계발의 여유도 주어지는... 아! 경제적인 것인가? 그것뿐? 

어떤 학생이 이런 내 고민에 이렇게 답변한 적이 있다. 


"그냥 선생님은 '전달자'일뿐이잖아요? 교수님들이 만들고 써놓은 교과서 안에 이론, 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전달자' 뭔가 창의적이지 않고 재미없어 보입니다. 막혀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친구 000도 간호학도 비슷하다고 했어요. 독립적인 듯 하지만 현장에서 의사라는 동료이자 명령자에게 '협력' 보다는 따라야 하는 사람... 선생님도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전에 교과서에 막혀 있는 답답한 상황이라는..."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나름 전문직이라고 생각하고 몇 십 년을 자존감을 지켜가며 살아왔는데 내 직업은 그렇게 평가될 수 있구나. 싶었다. 


빙허각... 기댈 빙, 허공 허, 집 각을 쓴다. 

허공에 기댄다. 혹은 아무 데도 기대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거꾸로 그 무엇에도 기대지 않는 이름을 지은 거야. 물론 아무 데도 매이지 않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


위에 언급한 학생은 그렇게 선생님이나 간호사라는 직업이 누군가와 얽매여 있고 무언가 탐구하고 활동하는 영역에서 제한이 주어지는 벽과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았나 싶다. 

할머니와 덕주가 느끼는 것과 뭔가 비슷하지 않나?라는 억지를 부려본다. 

성이 달라 공감하기 힘들어서 나름 가장 비슷한 것을 찾아낸다는 것이 겨우 이것이다. 

훨씬 오랜 세월 여성들이 느꼈을 감정은 현대 몇몇 직업의 사례보다 훨씬 더하고 무거운 억누름일 텐데 말이다. 


덕주는 말을 오래 골랐다. 갑갑하고 답답한 기분을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할머니가 나직하게 말을 보탰다. 

"오라버니가 제 갈 길을 정하는 걸 보고 속상했나 보네." 

"아뇨, 속상하지는 않았어요. 오라버니는 사내고, 저는 여자 아이니 까요. 다들 원래 그런 거라고 하잖아요. 다만 저는 궁금할 뿐이에요. 여인들은 정말 비슷비슷하게 사는 건가."... 


덕주의 고민을 한 방에 잘 드러난 할머니와의 대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빙허각 할머니의 비범하면서도, 비범했기에 좋기만 하지는 않았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이후 길쌈하는 날도 아닌데 덕주네 마당에 모인 여인들의 한바탕 잔치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다행스럽게도 물은 무언가에 막혀 고이지 않고 책 속 경강처럼 잘 흘러가며, 억누르는 힘보다 이겨내는 힘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전해주기에 독자 입장에서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새벽녘 언덕을 올라 막힘 없이 흐르는 강물이 보고 싶어진다. 

"꿈꾸지 말라는 책을 봐도 마음은 자라니 참으로 곤란한 노릇이지."에 대한 이 세상의.. 나만의.. 답을 찾도록... 


#도서협찬 #동화 #여성실학자 #빙허각 #창비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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