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지리공부 1·1·1 시리즈
이윤지 지음 / 글담출판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학일이다. 

지리를 전공해서 세계지리, 한국지리, 여행지리, 국제 계열의 지역이해와 같은 과목만 가르쳐왔는데 올해는 사정상 통합사회를 3개 반 들어가서 가르쳐야 한다. 

겁이 난다. 

이 겁은 미리 먹었던 터라 미리미리 선도 교원 연수를 포함해서 가르칠 수 있는 준비를 꾸준히 해왔으나, 막상 첫 수업 전에 덜컥 겁이 난다. 

지리, 윤리, 일반사회, 역사가 적절하게 융합된 간학문적인 과목이기에... 게다가 아이들에겐 수능 과목이기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난 언제 지리를 좋아하기 시작했나 생각해 보았다. 

새벽부터 야간... 주말도 없이 공부를 시키던 남고에서 답답함이 컸던 모양인지 난 대학에 가면 야외에서 수업을 하는 풍경이 그렇게 부러웠다. 뚱딴지같은 질문과 그 대답에 친절히 답해주신 담임 선생님 영향이지 않나 싶다. 


"대학에 가면 밖에서 수업을 오래 받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역사교육과나 지리교육과 가거라." 

"어디가 더 많이 밖에서 수업할까요?" 

"지리교육과 일걸?" 

"감사합니다. 지리교육과 지원하겠습니다." 

뭐 이런 싱거운 대화였다. 


내 앞에 조태일 님의 '국토'라는 시집이 정면에 꽂혀있다. 


'발바닥이 다 닳아 새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로 시작해서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 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 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이다.' 

로 끝나는... 이 시를 읽고 나는 이전보다 더욱 밖에서 하는 수업에 열심이었다.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었고 난 참 부지런히 우리의 땅을 밟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이렇게 시작해서 열심히 공부해온 '지리'라는 과목이 나는 참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좋아하면 그것도 좋지 않은가? 

그래서 지리에 관한 책을 쓴 작가님이 참 좋다. 

지리 책을 출판해 준 출판사도 좋고... 

내용은 말해 무엇하랴? 


혹시 내 서평을 읽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있을까 해서 통합사회 학습에 이책이 줄 도움에 대해 좀 더 적어본다.


통합사회가 수능과목이 된 이상... 

과목 안에 지리적 요소를 배제하고 수능을 생각하면 안 될 일이다. 

헌데 선배들에게 물어보라. 

지리과목은 단숨에 외워서 성적이 향상되는 과목이 아니다. 하지만 꾸준하게 개념을 익히고 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지역적인 접근을 통해 각 지역의 지역성을 파악하다 보면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어 그다음부터는 너무 쉬운 과목이 된다. 그럼 그 시간을 아껴 부족한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데 쓰면 된다. 다른 과목처럼 수능 직전까지 꾸준하게 계속하지 않으면 바로 성적이 하락하거나 당일 문제도 엉키고 꼬인 문제라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어도 쉽게 답을 내어주지 않는 다른 과목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영어단어를 꾸준하게 공부하듯 1일 1 단어 1분으로 끝내는 지리 공부라는 콘셉트는 아마 이러한 지리 과목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에 정해진 멋진 책 제목이라고 생각된다. 하루 매일 하나의 개념을 익히는 것은 지구력도 있어야 하지만 하나하나 재미와 매력이 없다면 쉽지 않은 것을 알기에 선정한 화두는 지리의 분야를 자연지리와 인문지리, 그리고 계통적인 접근과 지역적인 접근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러한 분류를 적절하게 지켜가면서 재미있게 구성한 작가님의 고민이 아주 잘 드러난다. 


보통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지형과 기후 분야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면서 모르면 절대 안 될 개념을 다지도록 해준다. '패스트 패션'이나 '그린 워싱'은 최근 시사적인 이슈를 지리적으로 접근하기에 면접이나 논술을 대비할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도록 해준다. 물론 지리 학습의 기본인 지명, 국명에 대한 언급 즉 '튀르키예' 국명이 바뀐 이유 등을 설명하는 부분은 흥미로우면서도 처음부터 지리를 어렵게 느껴 포기하는 것을 


사실 지리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꼭 수능 성적만을 위해서만 아니라 세계시민의 역량을 키워야 하고 지리에 관심이 많거나 부족해서 의도적으로 채우고 싶은 학생은 꼭 이 책으로 지리에 입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협찬 #이윤지 #글담출판사 #111시리즈 #1일1단어1분으로끝내는지리공부 #ebs강사 #지리 #통합사회 #지리적안목 #한국지리 #세계지리 #여행지리 #지역이해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십, 다시 돌봄이 시작되었다 - 요양보호사이자 돌봄 전문가의 가족 돌봄과 자기 돌봄 이야기
백미경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십, 다시 돌봄이 시작되었다. 


#푸른향기 #백미경 


책 제목에 '오십'이라는 나이가 선명하다. 

'시작'이란 말이 딱히 위로가 안 되는 것이... 돌봄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니... 그다지 시작이란 말이 새롭게 리셋되었다는 위로의 느낌을 보태주지 않는다. 

이 책... 

솔직히 읽기 싫었다는... 

내 나이를 알고 있는 가족과 지인 모두 눈치채지 않았을까? 

평소에 젊음을 부러워했다. 

배드민턴을 잘 치기 위해 레슨을 받으면서도... 

대학가 카페 창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의 모습만 보고도... 

졸업하는 내 제자들만 봐도.. 그랬다. 막연하게... 

그냥 그들이 부럽기도 한 것과 동시에 내 나이가 너무 싫은 거지... 

뒤 돌아보았을 때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는 지금... 이 자리... 

그런데 앞은 무진기행의 안개처럼... 뿌옇고... 

당장 내 어깨와 등 양손에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뜬금없이 나이와 관련된 노래 제목들을 검색해 보았다. 


스물다섯스물하나_자우림 

장가갈 수 있을까?_커피소년 

서른 즈음에_김광석 

이 나이 먹도록_바이브 

서른일곱_김진표 

팔레트_아이유 

스물셋_아이유 

에잇_아이유 


'서른 즈음에'는 오히려 마흔 즈음에 그렇게 노래방에서 불렀었는데... 

내 나이 말고도 학교에 있다 보니 젊은이들의 나이에 관한 생각이 묻어난 가사에도 관심이 가서... 

아이유 '팔레트'에서는 겨우? 두어 살 더 먹은 GD가 아이유를 위로하는 듯한 랩이 인상적이었고... 

에잇은 지인들의 잇따른 사고... 에 대한... 


'오십'은 없네... 

트롯이라는 전통가요? 에는 있을까~ 싶지만 찾기 싫다. 


주저리주저리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난 서른 즈음부터 내 나이를 스스로 인지하는 게 싫었을 테고... 

자꾸 스물 언저리 나이의 내 모습을 추억하거나 후회하거나 지금 그 나이 젊은이들을 부러워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싫었지만 

책을 읽었다. 

무진의 안개를 조금이라도 걷어내야 앞이 보이고 다시 짐을 들고 걸어 나갈 테니... 

왜냐면 또 3월 개학이니까~


오십 중년은 스산한 가을 문턱이라고 한다. 

그런 정도의 표현은 각오하고 보았기 때문에 책장을 잘 넘겨가던 중... 


P30 '우리 엄마는 1943년 생이다.' 


에서 한참을 멈췄다. 

안 그래도 오늘 오전 부모님들과 사이가 막연하던 교회 권사님이 어제 소천하셔서... 장로님은 그 사실을 오늘 아침에 요양원에서 들으셨고 겨우 오전 입관예배 때 빈소에 머무르시다가 바로 건강이 염려된 가족들에 의해 다시 요양원으로... 

장례식장 음식은 아직도 잘 소화가 안 되어... 조금 미리 나와서 걷고 있는데 오늘 빈소에 모신 분들의 사진과 가족들 이름을 쭈욱 보게 되었다. 나랑 아무 연고도 상관도 없는 분들... 57세.. 94세.. 배우자 홍길동... 배우자 칸 없음.. 정말 다양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 이 죽고 태워지고 묻히고.. 

그들을 상주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보내는 사람들... 

책에서 저 문장을 읽고 되뇌게 된 말은 '나의 아버님은... 1943년 생이고 나의 어머님은 1944년 생이고...' 

그리고 내 나이... 앞자리... 오... 


그래 읽자!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해서 읽자. 

이미 도달해서 관통 중에 있는 나이...인데 마냥 싫다고 못 본 척 모른 척 살 수 있나? 


중년 여성에 치우친 듯한 앞부분도 꼼꼼하게 읽었다. 

그 부분에서 책 속 중년 남자는 참 철없는 사람인데 그 모습이 곧 내 모습일 수도 있기에... 

비슷한 연배의 지인의 죽음을 조문하고 오신 부모님의 앞 날도 생각해 본다. 

늙고 힘없는 엄마가 철없는 아빠를 책임지게 하고 도망갈 궁리를 했던 책 속의 작가님 상황을 최대한 공감해 보면서... 

그 옛날 심청이처럼 할 수 없기에 나를 돌보면서 부모와 자식을 같이 돌볼 궁리를 이젠 정말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라는 것을 조언해 주는 책이라고 한 줄 평을 남길 수 있을 듯하다. 책 제목의 돌봄은 곧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특히 오십에 이른 자신에 대한 돌봄을 무시하지 말고 늘봄에 가깝게 챙기라는 역시 비슷한 연배의 작가님 조언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와 부모, 그리고 자식의 입장 그 누구의 입장에서라도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면 안개가 분명 조금 걷일 것이다.


#오십다시돌봄이시작되었다 #백미경 #중년 #가족 #요양보호사 #노후 #은퇴 #노후준비 #자기계발서 #도서출판푸른향기 #책제공 #협찬 @prun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만의 집 


#전경린 #장편소설 #다산책방 


분명 난 소설을 읽었다. 

감히 말하건대 잘 쓰인 소설... 내가 흉내 내고 싶은 문체로 쓰인 멋진 소설을 읽은 것이 분명하다. 

헌데 왜 한국 근현대사 속 상처로 인한 아픔과 통증이 왜 그대로 전해지는지.. 


사실 전후 시대를 살며 급속도로 경제 수준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정치와 사회... 법과 제도를 지금의 수준으로 맞추는데 우리는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면서 지금에 이르렀는지... 어느 한 가족을 통해 엄마와 딸의 입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고 생각되었다. 

소설 속에는 유난히 중년 남자의 모습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궁색하게 나이 들어간다. 

늙고 더러운 곰처럼.. 

누군가 오래 쓰고 내놓은 가구같이 수상쩍은..' 

하나같이 부정적이다. 


나중에 알게 된 이유는 아빠로부터 고개를 돌리기 위함이며 마음 기댈 다정한 사람도 하나 없이 늙어가는 아빠에 대한 연민임을 알았지만... 

왜 그렇게 중년 남자들은... 그런 모습으로 보편화되고 있을까? 중년 여자들은 상황이 나은가? 모두 짐작하리라. 중년 남자가 저러하다면 여자는... 

그래서 작가는 집이 있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나름 경제적이고 정신적이고 육체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자신이 전적으로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목이 '자기만의 집'인 이유라고 생각해 본다. 


5.18도, 군사정권도, 국가보안법도, 다국적 기업 노동자의 현실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인간인 이상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기에 싸웠던 사람들 중에 아빠와 엄마의 젊은 시절... 그리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계속되는 상황을 소설은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생존과 진실 중에서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진실을 택하는 순간 결국 가정을 저버릴 가능성이 커지고 생존을 위해 애쓰는 순간 자신의 꿈은 사라지고 삶 자체가 소모적이기만 한 것이 되어 고독하고 가련해지는.. 그런 시간을 관통한 한 가족의 이야기.. 

둘 중 하나를 선택했기에 낮과 밤의 단면처럼 눈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이야기.


겨울과 여름 사이의 격렬한 신경전 같은 봄을 지낸 사람들의 그 후 이야기 

어디로 가야 하니? 어디로 가고 싶은데? 어디든 상관없어! 어디든 마찬가지야! 와 같은 대화 속 세상을 통과한 사람들 이야기 

그렇지만 또 그런 세상을 모두가 함께 지났지만... 

지금같이 어수선한 세상에서 드러나는 여러 군상들을 보게 되면 다 똑같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닌... 

힘들고 아픈 시대를 함께 관통했음에도 일부 정치인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백골단', '계엄'에 등 대한 생각이 또 다르다는 것 역시 그 진실을 위해 싸우던 사람들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인지... 이 역시 생존을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 질문에 어디든 마찬가지야! 어디에도 미친 사람들이 살아!라는 소설 속 대사를 지금 내가 사는 세상에 적용을 해야 하는 건지... 


체중과다 

피부병 

히스테리 

우울증을 겪으며... 

유리로 만든 발레 인형 발목에 금이 간 채로 침대에 누여져 있듯이... 아니 그마저 떨어져 산산이 부서질 것만 같은 상태로... 

유효기간이 끝난 사이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살얼음판 같은 집... 

그래도 그 집 안에서 서로를 위하려는 마음으로 삶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 그렇게 파괴되면서도 저마다 지킬 만큼의 소중한 것이 있는 삶의 복무를 하고 있는... 그 어떤 것을 너무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위해 하기 싫은 일도 꾸역꾸역 하게 된다는 생각으로... 또는 마음이 다 무너져 버린 경험 속에서도 "난 쉬운 일만 해. 심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만 하지. 쉬운 일도 규칙적으로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힘이 생겨..."와 같은 마음으로 힘들지만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는 모습을 보이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런 소설을 소설인데 한 시대를 모두 녹여내 한 가족과 그 주변인들의 생각과 선택을 통해 읽어낼 수 있는 실감 나는 소설을 읽었다. 


#도서협찬 #자기만의집 #인생소설 #자립 #여성서사 #연대 #사랑 #인생 #삶 #천선란 #모우어 #양귀자 #모순 #책 #책추천 #소설 #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믜 카피의 생각 채집 - 10년 차 카피라이터가 글과 생각을 다루는 법
성미희 지음 / 인티N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믜 카피의 생각 채집


#성미희 #인티앤 #인티N 


하나가 좋으면 나머지 다른 것도 다 좋아 보이는 경우가 있지 않나? 

사실 다 좋아서 다 좋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러기 쉽지 않다는 선입견 때문에 드는 생각인가? 

암튼 하나가 좋으니 나머지 것들은 객관화했는지를 떠나 그냥 다 좋아 보이는 경우... 


'채집'은 곤충 채집에나 썼지... 생각을 채집해 본다는 생각을 안 해보았는데 제목이 참 맘에 든다. 

그러니 가로가 살짝 짧고 세로가 상대적으로 길어 보이는 책 크기도 참 맘에 든다. 

표지색도 이렇게 밝은 주홍은.. 무엇? 이라며 전등에 이리 비춰보고 저리 비춰보며 또 달리 보이는 색을 찾는다. 

박웅현 님의 '여덟 단어'를 소개하고 있는 뒤표지 날개단도 좋다. 

그 안에서도 더 맘에 드는 페이지 모서리를 접다 보니 한도 끝도 없이 책 상단이 뚱뚱해진다. 


'언어유희' '언금술사' '말 맛' 내가 참 부러워하는 능력이다. 

교실에서 아재개그라고 아이들이 우~하는 비난을 쏟아부을지언정 나 혼자 뿌듯할 때가 많은데... 


빵꾸 난 양말을 보고 학생들이 불쌍하다는 말에 양손을 수인으로 만들고 눈을 지그시 감아 '불상' 흉내를 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하다가 수업 끝나는 종이 쳐서 이야기를 일부러 멈추면 아이들이 "아이!! 말해주세요."라고 떼를 쓸 때 주섬주섬 책을 챙겨 복도에서 말 흉내를 낼 때... 

찾아온 손님에게 차를 대접할 때 '한방차'를 주문하시면 뻥~하고 발로 한방 차~드릴 때 


지금 내 글을 읽는 지인들은 놀라고, 놀리지 마시라...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부러워하는 어느 형님의 능력이고... 부단히 따라 하고 싶어서 노하우를 전수받았던 때가 있었다. 

그 노하우는 작가님의 말씀과도 같다. 

책을 지금보다 많이 읽고 일탈러가 일잘러일 경우인 것처럼 많은 것을 시도하고(내 경우에는 당시 전공책 말고 다양한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어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조언해 주기 귀찮아서 해준 말 같은데 하나같이 맞는 말인...


갑자기 책을 읽다가... 나도 작가님처럼 '아이쿠' '하이쿠'를 써보고 싶다.. 

화투에 초단, 청단, 홍단의 막대기가 하이쿠를 적었던 단책이라는 정보만 알고 있었을 뿐 하이쿠를 적어볼 생각은 안 해보았으니... 


5, 7, 5 운을 지키는 것부터 어렵지만 

우선 책에 소개된 하이쿠부터 

내리는 소리 

귀도 시큼해지는 

매실 장맛비 


색 묻어난다 

두부 위에 떨어진 

옅은 단풍잎 


꼭 운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듯 하니.. 


좌나 우로 까딱 

위아래로 끄덕끄덕 

턱으로 말하는 언어 


책에 나온 턱을 2센티미터 올렸다가 내리는 이야기를 소재로 나름의 하이쿠를 적어보았다. 

재밌다. 

'도리도리', '까딱까딱' 때문에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어수선한 세상에서 제발 이해하고 반성하는 끄덕끄덕을 많이 보고 싶어서 이런 글을 적었나 싶다. 


'책을 천 권 읽으면 천 번 사는 것'이라는 문장도 적어두었다.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미'라는 문장도... 책도 광고도 가끔은 이리도 너그럽게 수많은 삶을 빌려주곤 한다.라는 부분까지 더불어 말이다. 

'번아웃'과 휴대폰 배터리 70% 아래로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와 묶어 이야기한 부분도 캡처했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치에 대한 존중, 오래 지속하는 일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방증.. 나 역시 그런 짬, 비아브... 경험치를 노련하게 발휘해야 할 텐데..라는 각오와 걱정을 한꺼번에.. 

'요즘'이라는 단어를 넣어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취미'에 대해 쫓기는 것이 아니라 쫓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 그리고 '강박'에 '반박'하기, 무언가를 더 쓰기보다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 고민하는 것... 책에 쓰인 화두를 표현한 제목조차도 어느 유명 광고 카피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유와 은유가 난무하고 사례가 친절하다. 

작은 붉은 수첩 같은 책 속에 담긴 큰 재미를 보물처럼 찾아 읽었다. 

행복하네~ ^^ 


#도서협찬 #생각채집 #카피라이터 #믜카피 #카피 #광고 #메모 #독서 #책추천 #광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희박한 공기 사이로 


#민음인 #김훈 #존크라카우어 


잊을 수 없는 대형 참사가 있었다. 

아프지만 매년 그날이 되면 다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해 내야 하는 많은 이들의 죽음 

아프니까 잊어도 되지 않나... 싶은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기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 

수많은 사람이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 

8000미터 이상의 고봉들... 그중에서도 최고인 사가르마타를 오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죽음과 사고... 

그들은 누구의 탓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위에 언급한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인가? 잠시 생각해 본다. 

하지만... 

등반 도중 위기에 빠져 살려야 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 사람을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계속 올라가야 하는지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내려와야 하는지의 선택의 상황... 그렇게 멈출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자로 인한 죽음과 사고라면 이건 또 내가 원해서 오르는 길이지만 또 다른 구조적인 원인과 책임을 따로 물어야 하나? 그런 등반에 미숙하지만 다른 요건을 다 갖춘 자들은 어떻게 이 힘들고 사고와 사망을 염두에 둔 모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는가? 돕는 것이 인지상정일진대 늘 돕다보면 난 언제 정상에 오를 수 있는가? 날 후원한 사람에겐 무엇이라 할 것인가? 내 대신 짐을 메고 오는 저 사람은 왜? 누구인가? 저들의 사망은 또 어떠한가? 산소통을 매는 것과 그 도움을 받지 않는 등반은 과연 차이가 있는가? 난 그 짐을 들어야 하는가? 


실로 복잡하다. 

그냥 누구누구가 그 산을 올랐다! 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고 그럴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처음부터 기록을 남기기 위해 등반에 참여하여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사고가 일어나고 그 후 살아남은 자들이 남긴 기억까지 옮긴 책이라고 소개하면 될 듯하다. 

멈춤 없이 준비하고 오르고 내려야 하는 등반처럼 읽어 내려가다가 어느 한 페이지에서는 멈춰서는 읽고 쉬고 다시 읽고를 반복했다. 

해당 페이지는 좀 옮겨 놓으려고 한다.


어느 세르파족 고아의 기록이다. 

'~저는 제 고향 땅이 저주받은 곳이라는 느낌 때문에 그리로는 결코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제 조상들은 저지대에서의 박해를 피해 솔로 쿰부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분들은 사가르마타지 곧 대지의 어머니이신 여신의 그늘 밑에서 성스러운 안식처를 찾아냈습니다. 그분들은 여신께서 당신들의 성소를 외지인으로부터 보호해 주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엉뚱한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들은 외지인들이 그 성소로 들어오는 걸 거들어 줬고 외지인들은 여신의 정수리 위에 올라서서 승리의 환호성을 올림으로써 여신의 성스러움을 무참히 짓밟고 여신의 가슴을 더럽히고 훼손했습니다. 그 대가로 그들 중의 일부는 자기 목숨을 바쳐야 했고 또 다른 일부는 구사일생으로 도망쳤거나 자기 대신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바쳤습니다.....' 


이처럼... 

각기 다양한 생각과 이유로 산을 오르거나 산을 오르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누군가의 소중한 꿈을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과의 이야기... 등반대 대표와 가이드 그리고 돈을 지불하고 가장 높은 산을 오르려는 등반에 미숙한 고객, 또 등반대와 등반대 간... 그리고 등반대와 세르파족 사이의 관계... 

여신의 그늘 밑에 들어서 정수리에 오르려는 시작부터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1996년에 벌어진 일련의 사고가 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은 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기도 하고 오해를 낫기도 하고 오류를 전함으로써 슬픔을 되풀이하기도 했던 그런 기록이라고 간략히 소개할 수 있을 듯하다. 


'8천 미터 이상 되는 곳에서 도덕적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가치와 선택적 행동이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그곳의 일을 적고 자책하거나 변명하거나 오해를 풀어내기 위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 사고의 이야기라고도 적을 수 있을 듯하다. 


#도서협찬 #희박한공기속으로 #등반 #민음인 #민음사 #책추천 #에베레스트 #사가르마타 #초모랑마 #등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