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밑줄 긋는 시사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
김현정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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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밑줄 긋는 시사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 


#김현정 #흐름출판 #글쓰기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던 순간은 학교 메신저로 다른 선생님들께 안내 및 부탁 메시지를 드릴 때였다. 

3월같이 특히 바쁜 시기에는 수업 한 시간 하고 오면 안 읽은 메시지가 대 여섯 건이 와있고, 읽고 다시 수업 다녀오면 그만큼이 또 와있다. 그런 시기에 다른 선생님들께 내 메시지를 하나 더 보태는 것이 참 미안하고 머뭇거리게 되는 일이라서 명확하고 간결하게 글을 잘 써서 보내고 싶었다. 


내 안내는참으로 길었으니까~제대로 민폐였을 터 쩝.. 


옆에 앉은 국어를 가르치던 형님이 계셔서 진지하게 물었던 기억이 난다. 

"형님 글 좀 잘 쓰고 싶은데 어찌하면 좋겠수?" 

돌아온 형님의 대답은 지금의 내 일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너 맨날 공부한다고 읽는 전공 관련 책 말고 소설이나 에세이도 좀 읽어봐. 분야를 가리지 말고 닥치는 대로 한번 읽다보면 천천히 글이 늘어" 


맞다. 


난 사실에 근거한 지식과 정보를 읽고 담기를 원했지 무언가 남의 생각이나 허구는 기본적으로 배제하고 무용하다.라고 생각해서 선을 긋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도 그날 이후 난 다양하게 책을 읽고 그 책을 읽은 느낌과 감동을 잃어버리기 싫어서 서평으로 적어 남기는 좋은 습관을 갖게 되었다. 일찍 시작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나름 주변에 책을 추천해 주고 같이 좋아해 주는 지인들이 몇 있어서 함께 꾸준히 내게 몇 안 되는 좋은 루틴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내가 쓴 글은 내 조카가 읽는 것도 두렵다. 


좋아하는 낙서를 하면서 지우개를 치우고 그리는 버릇이 있다. 


'지우개는 망설임이다.'라는 말이 너무 개인적으로 멋져서 망설임 없이 쓱 쓱~ 그려내곤 혼자 뿌듯해하는... 그런 느낌을 어찌 전달할지... 


서평도 그런 것이라고 혼자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말이 되는가? 

솔직하게는 부끄러워서 내가 쓴 글을 다시 못 읽는다. 

다시 읽었다가는 다 지워버리고 버린다음 다시 쓰고 싶은데 서평 쓰는 시간에 한없이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도 없고... 

그래 좀 틀리더라도 엉터리일지라도 그냥 올리자. 뭐 그런 게으름에 어쩌라고~라는 무식함 한술 보태는 심정이다.


좋아요! 를 눌러주는 지인들이 있지만... 

내 이 긴 글을 누가 읽겠어. 하는 마음도 크다. 

암튼 지우개 없이 그리는 낙서처럼 망설임 없이 일필휘지로 서평을 써 내려간다는 자부심은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이다. 


작가님이 자신의 책에 인용한 본인이 쓴 문장을 읽을 때마다 필사를 해보았다. 


멋지다. 


스물 중반부터 저런 글을 썼단 말인가? 

게다가 그 글을 읽는 파트너가 손석희 님... 이소정 님... 이라니... 


가끔 내가 적은 서평에 작가님이 댓글을 달아주신 적이 있다. 

진짜 하루 종일 웃을 수 있는 기분 좋음이 가득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은근 작가님들의 방문을 바라는 마음이 생겼으나 이번에는 예외다. 다른 게시물보다 상대적으로 좋아요가 적어도 좋다. 맘 상하지 않을 듯하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고 쓴 '글쓰기'가 내 마음에 흡족할리가 없고, 누가 읽고 웃지나 않을지 커다란 겁을 먹을 듯하다. 

대식가와 폭식하는 자의 식사량처럼 과하게 '식겁'한 상태이다. 


잔재주가 아닌 글쓰기 

견디며 쓰기, 꾸준히 쓰기, 다르게 쓰기를 생각할 것 

이 책은 글쓰기의 성공담이라기보다 실패담으로 글쓰기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소박한 응원가라는 것 

매일 쓰는 연습을 하라는 것, 쓰다 보면 글자와 문장의 표현이 몸에 스미고 어제의 글을 돌아보며 오늘을 생각하고 조금 더 나은 내일의 문장을 고민하게 된다는 것 

책장을 반쯤 펼쳐서 가만히 보면 날아가는 새의 모양이 보인다는 것. 그렇게 기분 좋음으로 읽고 쓰고... 

아라비안나이트 '셰에라자드'처럼 천일 밤낮을 쉬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잘 쓴 글의 조건 중 하나 상대방을 헤아려 쓴 글_반짝이는 박수소리와 같은 사례로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나 반짝이는 한 줄은 있다. 

머리숱 많은 작가를 경계하자. 그는 일을 제대로 안 한 거다. 

소재 바느질, 이연 현상, 관련 없는 내용을 엮어내면 그건 억지가 된다. 철학의 빈곤, 공약의 빈곤, 도구도 되고 무기도 되고 위기가 기회가 되는...신기술이 만드는 사회적 경제적 위협... 

가장 소중한 공간에 가장 소중한 자녀의 이름을 붙인 어머니의 간절함.


결국 이렇게 서평은 개조식으로 적고 말았다.

작가님과 마케팅팀의 파도님은 얼마나 허탈하실까~

좋은 책 글 잘쓰라고 선물로 주었더니 겨우...형관펜으로 밑줄 그은 문장 베껴 적은 서평이라니...


매일 쓰는 건 이미 몸에 장착한 루틴이니...

이제 고민하며 쓰는 것으로 다음엔 오늘의 서평보다 훨씬 유려한 문장으로...반드시!!


내 글쓰기의 앞날을 가능주의자로서 책 속에 인용된 시로 표현해본다.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도서협찬 #연중마감오늘도씁니다 #손석히 #권석천 #이소정 #방송작가 #시선집중 #앵커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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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지리학 수업 - 돈의 흐름부터 도시의 미래까지 땅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지리로 통한다 드디어 시리즈 4
이동민 지음 / 현대지성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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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지리학 수업 


#이동민 #현대지성 #드디어시리즈 


'국뽕'이라는 말이 있다. 

좋지 않은 약과의 합성어여서 사용하기 좀 그렇지만 인터넷 신조어이며 아이들이 스포츠 관련해서 자주 사용하는... 

비뚤어진 애국심을 언급하던 말에서 스포츠, 문화 전반에서 애국심을 나타내는 용어로 나름 넓게 쓰이는... 

이렇게 글로 몇 자 쓰다 보니 사용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태초에 인류에게 과목은 3개가 있었는데 그것은 수학과 철학 그리고 지리학이었다! 

많은 분들이 웃겠지만 검색해 보시라. 위와 같은 말을 한 학자가 있다. 


'지리'에 빠진 자.. 

아무튼 난 이래나 저래나 '지리'에 묶여서 사는 사람이기에 이 책이 참 좋다.... 이 말을 하려고 뜬금없이 '국뽕'을... 


지리 관련 책이 나와서 너무 좋았고, 그 책을 선물 받아서 또 너무 좋았다. 

고등학교 선생님에겐 이런 속성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서 선생님이 되었으나 평생 가르친 자신의 전공에 대한 아련한 동경이 있어서 물에 아이들과 자신의 전공책이 빠지면 초등 선생님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아이들을 구하지만 중등 특히 고3 교과 전담 선생님들은 물끄러미 자신의 전공책을 한번 바라본 후 '아차!' 하고 아이들을 구한다는 못된 속설... 

그냥 자신이 공부했고 지식과 정보를 평생 아이들에게 전달하며 지혜를 구할 수 있게 돕는 그 분야가 너무 좋고 사랑스럽다는 표현을 위와 같이 한 듯하다. 


'돈의 흐름부터 도시의 미래까지 땅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지리로 통한다.' 

지리학은 '융합학문'의 가장 표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문과 학문 사이에 담을 낮추고 다리를 놓는...(사람들은 이것저것에 다 관심을 보이는 지리학을 '잡학'이라고 하기도 한다. 한데 그 말조차 듣기 싫지 않다. 표현이 그럴 뿐 맞는 말이기에) 그렇게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데 최적의 학문이다. 

땅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이니 가능한 것 아닐까?


하지만 공부하는데 투자되는 시간과 양은 절대적일 테니 아무래도 한 분야만 깊게 파고드는 학문에 상대적으로 깊이가 얕아 서 깊고 세부적으로 파고드는 과목은 지리학에서 분리되어 더욱 세부 전공 분야로 퍼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질학, 기후학 등.. 


경관을 보고 심미적 안정을 얻는 부분이 큰 난 상대적으로 인문지리보다 자연지리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 수업에서 아이들과 잘 몰입되고 함께 나누는 수업의 주제로 삼는 것은 도시지리학, 사회지리학, 지정학 등에서 문제 해결력을 구해볼 수 있는 그런 인문 분야이다. 

이제야 쓸데없는 내 이야기 말고 책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대학 교양 과목 교재로 쓰일 아주 적절한 책이라고, 고등학교 지리 관련 교과와 관련해서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심화 과정을 탐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한 줄 적어 싶다. 


그리고 


나처럼 '지리'에 빠져 있고 묶인 자들에게는 이전에 공부했던 것들은 폐기되었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는 뒤쳐졌을 듯한 느낌으로 살고 있는데 이 책은 정말 친절하게도 그 이전의 것들과 현시점의 현상을 엮어주어 교육현장에서 꽤 오래 있었기에 혼자 느리고 뒤쳐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안목을 생기도록 도와준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간직한 지식의 효용 가치를 살려준... 고마운... 

기본이 되는 그런 기본 개념으로 지금의 어수선한 세상 속 군사 지정학적 현상을 탐구하도록 유도하고, 우리와 다른 문화와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며,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갈등과 차별, 더 나아가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연대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아! 맞다! 

파벨라에 마이클 잭슨 동상이 왜 있는지 아시는가? 

흥미롭지 않은가? 책에 꼭 필요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주제가 곳곳에 드러남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통해 나와 같은 것, 지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이는 곧 위에 언급한 많은 것들에 문제 해결을 갈망하는 연대가 커짐을 의미할 테니...


#도서협찬 #지리학 #드디어만나는지리학수업 #돈의흐름 #도시의미래 #군사 #지정학 #군사학 #군사지리학 #드디어시리즈4 #세계지리 #한국지리 #여행지리 #통합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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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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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한태현 #ICBOOKS #아이씨북스 


작가 소개에는 이런 단어들이 나온다. 

일상의 순간들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중하게' '독특한 관점'으로 재해석하며 가볍지만 동시에 묵직한 글을 쓰는 작가... 

현대 사회의 고민과 일상을 재치 있게 포착하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여 사람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잔잔한 위로를 전하는 작가라고 소개되고 있다. 

이전 작품은 #엄마터널 따뜻한 가족애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라는 소개가 표지 앞날개단에 적혀있다. 


6줄 소개이다. 

가만히 읽고 또 읽어본다. 

작가 소개를 반복적으로 읽어보기도 참 오랜만인데... 

작가의 소개가 이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에 맨 위에 적어보았다. 


에피소드가 42개 그것들의 제목에 서술어는 '미안해'이다._독특하다. 

아니 마지막 42번째는 '고마워'이다. 

에필로그는 3개가 있다. 이들의 문장 끝은 '오겠죠', '행복해', '고마운 당신께'이다. 전체적인 구성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처럼 어렵지 않고 쉽다. 미안하고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해 더 미안했다가 고맙고, 그러다가 우리에게 언젠가 좋은 날 오겠죠~그리고 그런 날을 꿈꿀 수 있어서 행복하고 그 옆에서 항상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는 일상의 스토리... 

보통 평범한 일상의 스토리인데 ~미안해라는 감정이 드는 에피소드가 41개라니.... 그 안에서 현대 사회 직장인과 맞벌이 부부였다가 육아에 지친 젊은이들의 고민과 힘듦을 깊은 통찰로 묵직하고 진중하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무겁기만 하지는 않다. 

그 안에서 글을 쓰며 도배 일을 하는 '허허' 웃는 분을 등장시켜 유쾌하게 풀어내기도 한다. 

어른인데 어른이처럼 누군가를 마주치지 않으려고 약간 유치한 수단까지 동원하며 아무리 피하려 해도 운명은 빗겨나가지 않게 그들을 마주치도록 만든다. 그렇게 만난 운명은 또 다른 미안해를 가져오지만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미안해로 결론 나는 것을 막아주는 단서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가족이 짐이 되는 순간, 집과 직장 때문에 생기는 고민, 출산과 양육에 대한 끝나지 않는 걱정에 우리 국가와 사회는 왜 보탬이 되지 않고 우리끼리 서로 속고, 속이고, 숨기고, 원치 않는 배려를 해야 하고, 미워하고, 갈등하고 진심과 다른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뱉게 만드는지 지금의 어수선한 현시점의 국면도 안타깝고 화가 난다. 

어쩜 이럴 때 이런 글을 읽었을까? 싶기도 하다. 


솔직히... 읽는 내내 힘들었다... 

다음엔 '미안해' 말고 행복해지는 서술어로 끝날 에피소드로 가득한 작가님의 묵직하면서도 유쾌한 소설을 만나보고 싶다. 


#도서협찬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소설 #수상한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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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무선) 사계절 1318 문고 2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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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로버트뉴턴펙 #김옥수 #사계절 


'우리 아버지 헤븐 펙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돼지 잡는 일을 하시던 아버지는 참 다정다감하셨습니다.'라는 문구로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나' '보브' '로버트'의 아버지는 돼지를 잡는 일을 하신다. 

소를 키우던 돼지를 키우던 닭을 키우던 그 축사를 가본 사람들은 알 듯하다. 

깨끗하게 매일같이 청소를 하더라도 그곳에 조금이라도 머문다면 몸에 배일 수밖에 없는 가축들의 냄새... 

일하는 내내 돼지를 잡는 일을 한다면 그 몸에서는 분명 냄새가 배이고 날 것이다. 

죽음을 떠올리는 퀴퀴한 냄새... 

그러나 주인공은 그 냄새를 이렇게 표현한다. 


'아빠의 온몸에서는 열심히 일한 냄새만 가득할 뿐이다.' 


괴롭히는 친구에게서 도망친 겁쟁이였던 장면과 새끼를 낳는 소를 돕는 위험천만한 장면에서 용기를 내는 순간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보브'(그래 주인공을 보브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기분이 좋다.)는 이전보다 한 단계 쑤욱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선물로 받은 핑키, 이웃으로부터의 인정받음은 다시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고 그마저 깨끗하게 클리어해낼 수 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아버지는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이커(공동생활을 강조하는 미국 기독교의 일파) 교도로서 그리고 자랑스러운 농부로서 곧 내 농장이 될 이 땅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말이다. 

보브는 충실하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따르며 하나하나 성실하게 노동의 기술을 익히며 그 대가와 가치를 알아간다. 

가장 기분 좋아지는 장면은 아무래도 핑키를 데리고 러플랜드에 갔던 장면이다. 

가장 슬퍼지는 장면은 아빠와 보브가 대화하는 장면이다. 곧 아빠가 이제 얼마 못 살 것 같다고 보브에게 말해주는 장면 말이다. 언제나 씩씩하고 용감했던 보브도 그 순간은 아빠가 자기를 껴안고 쓰다듬어 주기만 기다렸으니 말이다. 

가장 대견하던 장면은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있었지만 아빠의 장례 절차를 홀로 해내는 장면이다.


엄마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네가 모든 걸 의젓하게 처리하니 정말 고맙구나. 나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했을 거야. 로버트" 

극찬에 가까운 칭찬을 듣고 보브는 겸손하게 답한다. 

"아니에요. 엄마 할 수 있었을 거예요. 일할 사람이 엄마뿐이었다면 엄마도 잘하셨을 거예요." 

그렇게 엄마와 이웃들의 칭찬과 위로를 받고 아빠에게 13년 간 행복했다고 고백하는 마지막 인사는 참으로 대견하구나. 

우리 보브 다 컸네...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커나가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닐 듯하다. 

몸이 커지는 만큼 우리 어른들은 그들의 마음과 예절이 성숙해지지 않는 것에 대해 매번 잔소리를 해대니 그 철드는 속도가 맘에 들지 않고 철드는 것을 못 보고 죽을지도 모를 말도 안 되는 고민도 한다. 이별과 슬픔 등에 더욱 그 속도가 더 져질까 노심초사이다. 

하지만... 로버트 역시 핑키와 아빠와의 이별을 겪었으나 그 슬픔은 로버트를 주저앉히지 못했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는 날... 

아빠와 아빠의 이웃들이 모두 아빠의 장례에 참석한 그날... 

그날에 로버트는... 첫 등장에서 나오던 겁쟁이 로버트가 아니었다. 

여전히 커다란 아빠의 옷이 어색한 로버트지만 그것 또한 나중에 또 다른 로버트의 시작이니까~ 


아이의 성장과 그 성장을 지켜보며 도와주고 응원하는 이웃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아빠에게서 나던 열심히 일할 때 나던 그 냄새가 다시 주인공에게서 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기분 좋아지는 소설이다. 


#도서협찬 #사계절 #사뿐사뿐 #청소년소설 #성장소설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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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문학 그림책 8
권정생 지음, 김병하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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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시 같은 첫 줄이 기억난다. 

이슬에 멱 감은 풀잎 

소는 그 풀을 먹고 배가 동동 부른다. 


'이슬에 멱을 감는다.' 

'배가 동동 부른다' 

어쩜 표현이 이리 예쁠까? 


소는 아이의 뜻대로 커다란 몸뚱이를 움직여준다. 

코에 묶인 동그란 것을 당기는 아이의 힘 그까짓 거 홱 뿌리치면 그만일 텐데... 

소는 아이를 안고 간다. 


'소는 아이를 안고 간다' 

그림자가 묘하게 겹치는 그 순간을 또 이런 문장으로... 

단순히 그림자의 겹침뿐 아니라 소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것을 어쩜 또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착한 소를 그린 그림책에서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서너 장 반복되어 겹쳐 그려진 그림이 나온다. 

목 인지 코 인지 어디인지 모르지만 소에 묶인 줄은 팽팽하게 그려져 있고, 그 줄을 당기는 힘에 반대로 버티는 앞발과 뒷발 그리고 그 버팀을 알 수 있는 몸... 

4페이지 정도에 그런 그림이 그려져 있다. 

글을 쓴 작가와 그림을 그린 작가님은 어떤 마음으로 이 부분을 강조하였을까? 

여태 착한 소였는데... 말을 듣지 않는 이 서너 장의 그림은? 


착하디 착한 소의 이미지로 시작한 책은... 

그저 착하기만 해서 슬프기 그지없는 시간 속에서 이별을 겪는다. 

시간이 지나면 주인이 바뀌고... 싫지만 또 주인이 바뀌고... 

평생 함께 살고 싶었다. 

소는 이제는 여기서 죽는 때까지 살고 싶은 것이다. 

한번 헤어진 사람들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것도 소의 슬픔이다. 

소의 운명이다. 

그렇게 떠나보내고 또 떠나보내던 주인들은 이제 늙어버린 소를 어떻게 처리할지 소는 또 알고 있다. 

자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대로 따르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다친 뒷다리가 아프지만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걸어간다. 

장터까지 꽤 긴 거리를... 


그리고... 

지금까지의 삶을 부정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좀 더 정성껏 

좀 더 부지런히 일하고 싶었던 것으로 

주인이 엉덩이를 채찍으로 때려서가 아니라 

자기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한다고... 

마지막까지도 그렇게... 

부지런히 부지런히 쓰러지지 않고 걷기로... 

마지막 소는 버티지 않는다. 

대신 소의 눈에 눈물이.


워낭소리를 본 적 있다. 

수익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제작자와 감독 등 무수한 안 좋은 이야기와 영화 상형 후 일상이 무너진 노부부의 불편함이 남았으나 영화 그 자체로 누렁이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팽배한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한참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준 시간이었다. 

권정생 님의 소는 워낭소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림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는 사람의 그림은 하나도 없다. 

오로지... 

오롯이... 

소와 소의 생각... 이 있을 뿐... 

인간은 그저 소를 슬프게 하고 힘들게 하고 구정물에 삶은 죽을 끓여주는 정도... 

먹지 못할 솔방울과 나무껍질도 빼주는 성의 없이 말이다. 


이중섭 님도 이런 소를 좋아해서 그렇게 평생을 그렸을까? 

우리 민족이 민중이 사랑하는 '소'가 더욱 잘 이해가 되는 이해의 순간을 지나고 있다. 


#도서협찬 #소 #권정생 #권정생문학그림책 #김병하 #그림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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