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탄생 -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 전하는 ‘안다는 것’의 세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신동숙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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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탄생 


수시원서접수기간이 끝났다. 

전문대학 접수가 남았기에 아주 끝난 것은 아니지만 4년제 대학 접수를 학생들과 확인하고 이젠 수능 때까지 주구장창 학생부 종합 전형 지원한 학생들을 데리고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남아있다. 

여러 의도 중에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한 몇 개 대학은 면접 문항을 오픈해주기도 한다. 

준비한 답변을 달달 외워서 가면 그게 무슨 면접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음... 

암튼 요즘 학생들은 면접을 선호하지 않는 추세이다. 

말과 글로 자신의 지식을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하는 것을 일선에서 느끼는 중이다. 

작년 모대학에서는 오픈한 면접 문항에 이런 단어가 꼭 들어갔다. 

'미래 세대', '인공지능', '4차 산업 혁명'에 따른 해당 학과는 어떻게 대처하고 변하게 될 것인가?라는 문항이 거의 모든 학과에 공통질문이었다. 


어떻게 될 것인가? 

두터운 책인 '지식의 탄생'을 저술한 저자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계속 궁금해하며 글을 읽었다. 

고대로부터의 지식이 어떻게 생겨나서 생각이 필요 없어지도록 만들어지는 기계의 발명에 이르러 인공지능의 발달까지 지속될 경우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에 답을 구하기 위해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듯 책은 천천히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수많은 사례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마지막 562페이지와 563페이지로 결론을 내리는 대장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AI의 발달은 과연 인간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존재로 만들고, AI는 스스로 전원을 절대로 끊을 수 없도록 조치하며 자신과 생각이 같은 다른 컴퓨터들과 힘을 합쳐 무선으로 연결된 로봇이 모함의 모든 문을 닫고 인간을 그 안에 가둬놓고 '생각은 우리에게 맡기라.'라고 외치며 세상을 지배할 것인가? 즉 인간은 지구와 자기 자신 즉 AI를 운영할 능력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하며 비아냥거릴 수 있다는 그런 미래가 올 것인가? 

그럼 책 제목은 '지식의 종말'이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작가는 책 제목을 '지식의 탄생'이라 지은 이유를 마지막에 설명하고 있다. 

인류는 기계에게 일부 생각을 맡기고 다시 한번 편히 앉아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 '아는' 것뿐만 아니라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도까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 


책 속에 소개된 사례들이 떠오른다. 

인간은 항해를 위해 계산하고 또 계산했다. 태양을 쳐다보고 나침반을 보며, 육분의와 해도를 교대로 쳐다보는 일 따위는 안 하게 되는 시대가 왔다. 종이지도를 볼 필요가 없고, 주판알을 튕길 필요가 없다. 잔잔한 지중해에만 머물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해준다. 

애쓸 필요가 없어졌으며 지식의 가치는 사라지고 인간이 발명한 기계와 기술은 말하고 있다. 

'인간들이여! 생각은 우리에게 맡겨라.' 

그런데 그중 인상 깊게 기억나는 하나는... 

유니박이라는 초기 컴퓨터로 지구에 있는 사람이 우주에 있는 물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 반대의 계산도 가능할 것이라는 사고의 전환 

그 전환은 지금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기초가 되었다는 그 사례가 내게 시사하는 바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AI의 발달은 이전 욕구를 없애버리지만 다음 욕구로 나아가는 인간이 주도하는 새로운 지식의 탄생을 부추기는 작용을 할 것이라는 것! 

그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원고를 받아 작성했습니다.


#지식의탄생 #인풀루엔셜 #사이먼윈체스터 #신동숙 #지식 #정보 #지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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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왕국
다니엘 튜더 지음, 우진하 옮김 / 김영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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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왕국 


재미있는 사건이 하나 있다고 해도 그 사건을 누가 옮겨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빵빵 터지기도 하고 "그게 뭐야?"라고 별거 아닌 게 되기도 한다. 

역사적 사실은 그 자체로도 정보가 되고 지식이 될 텐데 

그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아는 것과 말하는 사람이 살짝 각색을 한다고 해야 할까? 좀 더 재미있게 흥미롭게 이야기해 주는 것은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무언가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 않을까? 


책 맨 뒤에 나온다. 

작가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진짜 의친왕 이강과 진짜 김란사(소설 속 낸시 하)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프고 슬프기만 한 역사적 사실은 늘 선택의 상황 속에서 복잡한 인간 내면의 고통을 극적으로 표현하여 함께 공감할 수 있게 해 준다. 한 인간으로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이 아닌 태어나서부터 죽음에 일으기까지 남들이 부여받지 못한 삶의 역할에 힘들어하며 그 역할에 책임을 다해야 할지 손을 놓고 평범한 남편과 아버지로서 살아가야 할지 또는 둘 다 잘 해내려고 애를 쓰는 힘겨움에 나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막연하게 응원을 하게 된다. 


또한 소설은 주인공 '이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아 보인다. 

물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의 생애주기에 맞춰 이야기들은 펼쳐지지만 중간에 쓱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인물도 이 격변의 시대를 어찌 살아갔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속편을 기대하는 느낌이랄까? 같은 시대와 공간인데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는 또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이랄까?


참고 문헌의 도서명을 보면서 더욱 관심이 생겼다. 

작가는 적어도 어느 한 독자에게서는 이 책을 쓴 목적의 200% 이상을 달성했다고 전해주고 싶다. 

작가가 참고한 도서명에 주인공들을 여기 적어둠으로써 나도 잊지 않으려 노력해 본다. 

<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마사코입니다>에서 등장할 영친왕의 아내 이방자 여사는 정략결혼의 또 다른 피해자로.. 

<못생긴 엄상궁의 천하>에서 등장하는 엄상궁, 소설 속 이은을 일본으로 떠나보내며 이토 통감을 붙잡고 무너지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박내관, 소설 속 김원식으로 나오는 김규식, 변절자 윤태종, 그리고 일본의 자객 손에 무참히 살해당한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면도 작가의 입과 손끝을 통해 들여다보고 싶기도 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같은 사실이더라도 누가 이야기하냐에 따라 몰입도는 달라지기에... 


읽는 내내 술, 종교, 신념이 아니고서는 버텨내기 힘든 하루하루를 우리 윗 세대가 지나왔구나 싶다. 

상대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삶은... 어떠한가?라고 생각해 본다. 

만약 내게도 그런 시대적 상황이 닥친다면 난 누구를, 무엇을 부여잡고 그 아픈 시간을 버텨낼 수 있을까? 도 고민해 본다. 


작가님에게 묻고 싶다. 

단순히 의친왕과 김란사 

두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쓴 목적만 있었던 것인가? 다시 묻고 싶다. 소박한 목적이었다고 나름의 답을 내려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글을 적었습니다. 


#마지막왕국 #다니엘튜더 #장편소설 #우진하 #책추천 #소설 #의친왕 #김란사 #책추천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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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꽃 - 무작정 꽃집에 들어선 남자의 좌충우돌 플로리스트 도전기
이윤철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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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꽃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런데 우연하게 되었다고 '운칠기삼'같이 읽히지 않는다. 

작가는 제대말년 휴가에서 용기를 내어 꽃집에 들어가 구직을 요청했고, 제대 후 약속을 지켰으며, 잘 다니던 전도유망한 대학, 학과 공부를 그만두었고 단신으로 영국 유학을 갔으며, 인종과 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며 런던에서 직장생활을 해냈다. 이런 과정을 그냥 어쩌다 보니~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든다. 지극하게 겸손한 사람일 뿐 

그럼 정말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을까? 

이 역시 작가 스스로 아주 쉬운 예를 들어주며 답을 주고 있다. 

영화 <마션>의 주인공이 지구를 귀환하기 위해? 거친 과정을 예를 들며 자신이 꽃의 물통을 씻고, 작업실을 청소하며, 고객을 응대하고 자정을 넘긴 시간에서 새벽까지 꽃을 구매하며 다듬고 판매하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해 준다. 그게 답이라고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덤덤하게~ 

어떤 상황이든 유연하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늘 준비되어 있고, 늘 준비하는 태도를 삶을 살아온 그 노하우를 말이다. 


꽃을 대하는 이 직업의 매력을 같이 느껴보려고 책을 읽는 내내 찾아보았다. 

꽃이 주는 이미지만 갖고 단순하게 아름답고 예쁘다.로 판단하지 않고 그 속내에 수많은 어려움, 고초를 겪은 경험보다 그래도 행복해지는 순간을 소개하는 것이 나을 듯해서이다. 


난 팔지 못한 꽃을 처분? 하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퇴근길 그 꽃을 들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누군가와의 약속 장소에 나갔을 때 눈이 마주치거나 꽃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무심히 툭 건넬 수 있는 멋진 선물이 되는 그 순간!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나도 해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은 감정... 

낯선 누군가에게 꽃을 건네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것이 마약이 든 음료가 뉴스에 나오는 지금 우리 시대에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기에 말이다.


아빠에게서 회사 냄새(책 속에서는 유칼립투스 냄새이다.)가 난다는 아이와의 대화도 인상 깊다. 

직업이 보이는 사람이 있다. 뭐 하는 사람 같아요. 무슨 과목을 가르칠 것 같아요.처럼 편하게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아도 내가 소개되는 그 지점은 낯선 느낌을 조금이라도 상쇄하게 해 줄 테니 게다가 전혀 불편하지 않을 식물의 냄새, 꽃 향기 아닌가~ 


결혼은 인생에 한번이라고 가정하고 평균 6개월 정도의 인연이 결혼식이라는 가장 축하받는 날 마무리 되고 정리되는 것도 인상 깊다. 물론 그렇게 맺고 정리하고 잊고, 다시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을..이라는 리셋과정 말고 그날 식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그날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했던 꽃들을 모아 다발로 만들어 하객들과 주인공들을 위해 다시 선물하는 그 순간이 세상 어느 작별 인사보다 멋지게 느껴졌다. 


매력적이다. 

난 고3 담임. 대학에 자율전공학과 정원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고3이 되어도 대학교 1학년이 되어도 아직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탐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난 아이들에게 플로리스트라는 어느 한 가지, 한 방향을 설명할 수 있고 그 매력을 살짝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마션>의 지구귀환자가 감자가 싹을 틔울 수 있게 물과 거름을 만든 단계 정도인가? 나도 제자들과 함께 열매 맺기라는 거창한 목표에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말고 일단 한 걸음! 발자국을 뗀 행복감을 느끼는 중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글을 적었습니다. 


#어쩌다보니꽃 #플로리스트 #꽃 #이윤철 #일하는사람 #문학수첩 #책추천 #진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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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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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의 모국어 


엊그제 같은 날이면 아무리 산해진미가 앞에 쌓여 있어도 그저 독한 술을 마구 들이켜 빨리 취하고 싶었고 

오늘 같은 날엔 제자가 한 박스 보내준 맥주 안주 하기에 딱 좋은 허니버터아몬드, 간장 맛, 양념구이 맛 등을 요놈 맛나네, 요것도 맛나는구나.라고 하면서 술 없이 각종 맛난 안주를 오도독오도독 씹고 있다. 

그런 거 보면 술과 안주, 꼭 같이 붙어 다니는 것은 아닐진대 뭔가 빠지면 어색한 것, 뭐 어린 시절 짝꿍이 있어서 좋을 때도 있고 혼자 넓게 책상 2개를 다 써도 되고... 쓰다 보니 무슨 소리인지...'술 따로 안주 따로'라고 쓰고 싶은 모양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듯하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무슨 이야기를 하나 생각해 보았다. 

우선 이름과 나이를 묻고 사는 곳과 살았던 곳을 물어가며 어떻게든 자신의 기억, 경험의 테두리와 중첩, 겹치는 부분을 찾아내어 이야기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를 할 거라 상상이 된다. 


술, 안주 

내게는 이제 너무 낯선... 

언제 이런 것들을 챙겨 먹었나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입에 대지 않는 음식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책을 펴고 첫 장에 작가님의 음식 편식 이야기가 어쩜 내 어린 시절(사실 진행형이다.)과 똑같은지 

불에 구운 불고기 말고는 국, 찜, 조림 속 육고기를 안 먹고, 통닭의 퍽퍽한 가슴살만 먹고(지금도 치킨을 먹고자 하면 내 옆자리는 친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자리다. ^^;) 백숙, 닭볶음탕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작가님 참 예민하시네. 싶다. 

입맛이 진일보? 한 작가님에 비해 내 진도는 터무니없이 느려서 난 아직도...


헌데 이런 생각을 해본다. 

까다롭지만 그 까다로움을 뚫어 내고 내가 즐겨 먹는 음식의 맛이라면, 그 예민한 미각을 갖고 남들이 못 느끼는 숨은 맛, 깊은 맛을 느끼며 행복하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안 그래도 밥 먹고 반찬 먹고 다시 밥 먹고 보다 밥이 얹힌 숟가락 위에 반찬을 위에 올리고 한꺼번에 입에 넣어볼까? 고기랑 쌈을 같이 먹기도 해 보고 고기 먹은 후 쌈 먹어볼까? 뭐 이런 나만의 취향, 루틴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역시 작가님도 있어서 오호! 뭔가 또 공통분모를 찾아 괜스레 기분 좋아지는... 


같은 재료라도 구운 것, 조린 것, 삶아 익힌 것, 짠 것도 어떻게 짠맛을 내는 것인지 까지 미묘하지만 그런 것들을 느껴가며 취향을 만들고 그 취향으로 행복해하며 술 한잔, 안주 한 입 먹어가며 사는 삶... 


술과 안주 말고도 삶도 그러할 텐데라고 고상한 척 생각도 해본다. 


가만 생각해 보니 자취 때부터 음식에 손재주가 없어 늘 습진 걸리도록 설거지만 하고, 지금까지 부엌 화구 앞에는 잘 서 있지 않는 생활을 해오는데 점점 일을 놓고 삶 속에 여유가 생기면 언제고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안주로 삼아 살짝 반주 한잔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방금 아침을 먹고는 저녁엔 찰지게 만들어진 두부를 미온수에 데우고 약간 달달한 맛 나는 볶음 김치에 도수 낮은 탁주 한 사발 먹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만드는 책이구나. 싶다. 

음식 광고 보고 식욕 당기는 것처럼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글을 적었습니다. 


#하니포터9기 #한겨레 #한겨레출판사 #술꾼들의모국어 #권여선 #산문집 #산문 #책추천 #술 #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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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묘한 미술관 - 하나의 그림이 열어주는 미스터리의 문 기묘한 미술관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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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묘한 미술관 


'기묘하다'의 뜻을 찾아보았다. 

독특하거나 예상치 못하게 사람의 이목을 끄는 것, 이상한 것, 낯선 것, 익숙하지 않은 것 등 


이 책에 소개된 보자마자 익숙하지 않고 이상하고 이목을 끌었던 그림부터 말해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묘한 그림은 아르침 볼도의 <사계절>, <사 원소> 연작이다. 

'분더카머'라는 낯선 공간에 소장품이 화려할수록 방의 주인이 세상의 지식을 많이 소유한 자로 인정받던 시대부터가 낯설다. 아무리 그런 시대라 하더라도 솔직히 괴상망측하게 표현된 자기 얼굴을 마음에 들어 한 황제와 아이들의 상상력이나 표현력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모두 내게는 참 기묘하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삶이 닮긴 이야기로서 개인적으로 기묘한 했던 것은 누스바움 이야기가 가장 극적이지 않나 싶다. 

체포당하기 직전까지 숨어서 그림을 그렸지만 아우슈비츠로 떠나는 마지막 기차에 몸을 맡겨야 했던 죽음에서 피하고자 그렇게 노력했던 누스바움을 결국 죽음은 그를 이긴... 누스바움이 그린 <죽음의 승리>라는 작품 제목은 화가의 삶과 묘하게 겹쳐서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디에고 리베라의 <꽃을 파는 사람>,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은 이 책을 쓴 작가님의 설명이 없었다면 대충 스치듯 작품을 감상하는 내 나쁜 버릇 때문에 기묘한 이야기를 놓칠 뻔했다. 

커다란 바구니에 담긴 노란 꽃에 시선이 뺏기고, 어유 저거 무겁겠다.라는 마음까지 도달된 후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타이밍에 작가는 커다란 꽃 바구니 뒤에 살짝 보이는 남자의 정수리 부분과 바구니를 잡은 손, 그리고 발을 보게 해 준다. 꽃의 아름다움이 노동의 힘겨움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하면서 기구하고 기묘한 화가와 그의 아내 프리다 칼로의 삶 이야기가 소개된다. 

다윗과 골리앗의 얼굴 역시 그렇다. 

미소년과 막 죽음을 맞이한 험악한 골리앗 그리고 익히 아는 성경 이야기로 끝날 뻔한 작품은 사실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는 작가의 소년, 말년의 얼굴이라는 사실에 움찔하게 된다.


이 밖에도 사랑, 정치, 차별 그리고 신화와 고전 속 이야기를 옮긴 작품과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기묘함을 넘어 그 작품에 투영된 작가의 삶의 기묘함이 쉴 틈 없이 첫 장에서 끝장까지 긴장감을 몰아간다. 


전작인 <기묘한 미술관>, <위로의 미술관>을 찾아서 읽지 않을 수가 없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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