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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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이란 이름으로 내가 사실 제일 잘 아는 노래의 가사는... 

'거위의 꿈'도 아니고 '달팽이'도 아니고 '왼손잡이'도 아니고...'다행이다'도 아니다. 

아래 옮겨 적어본 '벌레'라는 노래이다. 

오랜만에 노래의 일부를 적어본다. 

노래가 시작하기 전 

빨리 튀어나와! 똑바로 안서!~ 라는 말로 노래는 시작한다. 


벌레! 당신이 우릴 잘 다루는 솜씨가 마치 

세게 때려 놓고 살짝 쪼개는 당신은 미친 

걸레 마치 저는 깨끗한 척 거짓 투성이 눈빛 

끝내 뭣 같은 너의 생각 엿이나 처먹으라지 

일단 때리기만 하는 

또 잘못을 모르는 당신은 더럽고 둔한 짐승 

더 때릴 이유도 없는데 지맘것 때리고선 

슬픈 표정으론 

"나도 마음이 아파" 

이런 뻔뻔히 보이는 거짓말 

한대 확 쳐버리고 싶지 

저런 냄새나는 것들을 

우린 존경하는'님'이라 부르고 무릎 꿇어야지 

날 싫어해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눈에 가시 

난 봤지 미친 눈빛 증오 낀 미소 

때리지는 않지 그냥 툭툭 건드리며 

말 한마디로 내 모든 것 밟아 버리고선 

그냥 슬쩍 가버리지 딱 한번 봐도 

노려봐야 시원하지 나도 그런 네가 싫지 

... 


툭툭 건드리고 그냥 슬쩍 가버린다. 딱 한번 봐도 노려본다. 혼내놓고 "나도 마음이 아파"라고 거짓말한다. 그리고... 싫어한다... 행동 하나하나... 

찔리기도 한다. 내가 벌레인가? 벌레구나~ 그래도 벌레라고 하면 쓰나? 너무한데? 듣고 만감이 교차했던 순간이 있었던 노래이다. 그 노래를 쓴 사람.... 


이적 이란 사람은 

누구의 입장을 잘 헤아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화가 하나도 안 났다고 말하면 억울? 하다고 생각을 단 1도 안 했다면 거짓말일 테고... 

그래도 생각했다. 

이적 이란 사람은 

학생의 입장, 왼손잡이의 입장,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이 있지만 날지 못하는 사람들의 입장... 을 잘 헤아려주면서 그리고 그 입장을 대변하는 것 말고도 '말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그들의 '바람'이 '꿈'이 이루어지기를 함께 기도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면 그들의 꿈을 방해하고 억압하는 사람을 함께 시원하게 욕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스타] 

노배우의 말 

"스타가 된다는 건 물이 얼음이 되는 것과 같아.... 그저 물일 뿐이지" 

그는 남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며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인 듯하다. 


[상처] 

아이가 종이에 사람을 그리고.. 나쁜 말을 하며 구기고 이제 다시 좋은 말을 하며 펴는.. 상처가 없어지지 않는다.. 

그는 마주하는 사람에게 조심조심 상처를 입히지 않을 사람인 듯하다. 그리고 역시 무엇보다도 아이의 말조차 허투루 듣는 사람이 아닌 듯하다. 


[이어폰] 

보기 싫은 건 고개를 돌리면 그만인데 듣기 싫은 건 고개 돌려봐야 피할 방도가 없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에 대해 조심할 사람인 듯하다. 


[개떡] 

개떡같이 말씀하셨어도 찰떡같이 알아들었어요. 

[솜사탕] 

오래 굳어진 습성과 고집으로 말미암아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허망하게 잃어버린 적은... 너구리가 물에 솜사탕을 씻어 먹는 사례를 통한 이야기... 

이 사람에겐 고정된 루틴, 클리셰, 습관 이런 것들로 판에 박히고 못에 박힌 삶이 아닌 듯하다. 그냥 쓰는 말도 이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번 더 옳고 그름을.. 가치를 생각하는 사람인 듯하다. 


읽고 웃음 지어졌던 단편 

[성공] 

싫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상태... 

[술] 

술은 첫 두 잔이 가장 행복하다. 이후는 그 기분을 유지하려 애쓰는 짠한 발버둥 


명쾌하다. 굳이 덕지덕지 살을 붙이지 않고 두어 줄로 상황을 시니컬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재능이 돋보이는 사람이다. 닮고 싶은 재능... 


그런 사람이 그 이야기꾼이 어느 단어를 접하고 거기에서 촉발된 단편들을 적어놓은... 책을 기분 좋게 비 오는 휴일 읽었다. 

읽는 내내 오는 비가 좋았고 이젠 비가 그치고 그 단어들을 부여잡고 좀 걷고 싶기도 한 오후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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