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왔다
더럽게 왔다
혼자만 있을 때 왔다
살짝 기울어진 히야신스처럼 왔다
필통 위에 반짝이는 노란 별처럼 왔다
고인 물에 입맞춤하는 금붕어처럼 왔다
찌무룩한 루카*씨 혼자서
창과 밖을 바라보고 있을때 왔다
*'찌무룩하다'의 발음기호 [-루카-]에서 따옴
- 성미정 詩集,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
봄비, 히야신스, 필통, 반짝이는 노란 별, 금붕어. 좋아하는 것들이 다 들어 있는 '봄비가 왔다'.
이맘때면 저절로 떠오르는 이 詩를, 죽지도 않은 내가 올해도 찌무룩하게 커피를 내리며, 올해의 꽃대를 올리는 히야신스의 싱싱함을 선물로 바라본다. 오늘은 詩人의 <나는 팝업북에 탐닉한다>를 피노키오처럼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