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경계를 넘는다

 

 

 

 

     목숨은 길마다 몸을 풀어놓는다. 콩새들이 허공에 금을

     긋는 것이 묵은 유언을 집행하기 위함이듯, 망초풀이 봄마

     다 강둑을 물들이는 것도 천근 바람을 새기기 때문이다. 그

     렇게, 당신과 나 사이가 기억조차 아득해졌다. 다시, 몸을

     포갤 만큼 가까워졌다. 다시,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돌

     아섰다. 이제, 소용없다, 그곳 주소까지.

 

 

     만 년 전 씨앗이 오늘 새로 움을 틔웠다. 곧, 그렁그렁 눈

     물 같은 흰 꽃 배달 될 것이다. 우리가 다졌던 서원들도, 어김

     없이 반역이 되어 흔(痕)을 남길 것이고, 그것은 DNA에 적

     힌 밀지가 되어, 다시 만 년 뒤로 넘어갈 것이다. 가슴 미어

     지지만, 향기까지 적셔 훗날을 기약한다면, 나 미욱해도 좋

     다. 당신 있던 자리, 그대로.  (P.110 )

 

 

 

       -정한용 시집,<거짓말의 탄생>-에서

 

 

 

 

 

 

 

 

 

한 해의 끝에서, 고운 정을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할 수 있는 때까지, 맘껏 나무늘보의 게으름을 누리고

살았지만 돌이켜 보니...너무 염치 없이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연말의 막바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에 넘치게 고운 사랑을 받아 죄송

스럽기도 했지만, 참으로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꽃구독을 통해서, 새로운 투명한 '환기'의 가능성과 아름다움

을 만나서 감사했고, ㅂ님의 지속적인 사랑과 정성에 행복했으며,

ㅎ님의 고운 책선물에 감사하고 즐거웠고,

ㅋ님의 첫농사,이신 달콤한 사과와 사과즙으로 매일 맛있었으며,

ㅅ님의 예상치도 못했던 '매일미사'의 북커버를 만들어 보내주셔서

깜짝 놀랐고, 얼얼하고 뻐근했습니다.

다시금 감사드리며, 제 고마우신 모든 이웃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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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0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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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0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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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06: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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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0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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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1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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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16: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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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1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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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16: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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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16: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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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18: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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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2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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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2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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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4 14: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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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12-24 00:18   좋아요 0 | URL
꽃무늬가 촘촘히 박힌 가방이 무척 멋스럽네요. 저런 가방을 들고 다니면 언제나 마음에도 말에도 꽃내음이 흐르겠지요. 오늘 하루도 섣달 끝자락도 모두 즐거움 가득한 이야기 넘치시기를 빌어요.

appletreeje 2015-12-24 16:00   좋아요 1 | URL
ㅎㅎ 가방이 아니라, 성당에서 미사볼 때 읽는 <매일미사>책의
북커버인데요~ 매일미사를 읽을 때마다 마음에도 말에도 꽃내음이
흐를 듯 합니다~
숲노래님께서도, 오늘 하루도 섣달 끝자락도 모두 즐거움 가득찬 이야기
넘치시기를 빌께요.^^
늘 고맙습니다~

컨디션 2015-12-24 02:23   좋아요 1 | URL
올리신 사진이랑 시랑 정말 환상의 조합이네요. 그리고 세밑에 띄우는 단아한 감사의 인사 말씀, 정겹고 따뜻하고...또...또박또박 눌러쓴 글씨처럼 ㅂ ㅎ ㅋ ㅅ... 으로 표현하셔서 뭐랄까요,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받아쓰기 하던 시절의 교실 같은 곳에 트리제님을 앉혀놓고 사진 한장 찍어드리고 싶은? 뭐 그런 마음이 들게 합니다.^^

appletreeje 2015-12-24 16:05   좋아요 1 | URL
아오~ 정겹고 따뜻하신 컨디션님의 말씀에, 부끄러우면서도
감사의 인사를 드려욤~~*^^*
연필에 침 묻혀가며 또 한 번~ ㅋ님의 앞자를 꾹꾹 눌러 쓰고 있습니당.ㅋㅋ
즐겁고 행복한 `메리 크리스마스!` 되셔욤~~~^-^

2015-12-25 2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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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6 0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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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간 아래 사람

 

 

 

 

 

     난간에 서서 아래를 볼 때

     당신은 난간 아래에서 운다.

 

 

     거리엔 피 없는 자들이 활보하고

     아아, 이럴 수는 없지!

     당신은 연옥에서 깃발로 펄럭인다

     펄럭이는 것들은 울음,

     손톱은 비통(悲痛)에서 돋은 신체다.

 

 

     당신이 난간을 붙든 채 서 있고

     나는 난간 아래 사람,

     나는 머리칼을 짧게 자르고

     당신은 나를 모른다.

 

 

     우울은 슬픔의 저지대(底地帶)다.

 

 

     푸른 벽에 못 박힌 달!

 

 

     꿈길 밖에 길이 없어 바다 속으로

     침수한다면,

     물속에서 누가 울고 있습니까?

     당신도 무섭습니까?  (P.16 )

 

 

 

 

 

 

 

          노래가 스미지 못하는 속눈썹*

 

 

 

 

 

       선량한 사람들의 소규모 살림살이,

       목청 좋은 시냇물과 종달새의 소리 없는 노래,

       한 줄로 오는 저녁을 바라보는

       벙어리들,

 

 

       꽃 지는 밤에 꽃 지는 걸 보는

       모자(母子)의 미약한 슬픔,

       쥐려고 해도 쥐어지지 않는

       한 줄 수평선,

 

 

       이건 노래,

       노래라도 지천인 노래는 아니고

       뻘에 묻힌 천년 침향 같이

       깊고 슬픈 노래,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부르는 노래,

       속눈썹 파르르 떨며 맞는 노래!  (P.61 )

 

 

        * 파울 첼란의 시구에서 제목을 따왔다.

 

 

 

 

 

 

           광인들의 배*

 

 

 

 

 

        궁륭(穹㝫)을 떠 가는 배,

        광인들이 탑승한 배 위에 우리는

        서 있다, 이 혼돈의 바다

        한 가운데, 그 새벽 거리에

        쓰레기 수거차와 취객들, 비둘기떼와 함께,

        우리가 견딘 것은 한 줌의 편두통,

        공무원들의 직무유기와 인공 조미료와 진부한 악들,

        여자의 거짓말과 얇은 우울들,

        제 꼬리를 물고 미쳐 버린 개들,

 

 

        뼈를 갖고 시를 쓰는 당신,

        지금은 담배를 길바닥에 버리는 사람,

        콘크리트 벽에 머리를 기댄

        우리를 빚은 건 달빛과 물,

        어깨와 어깨 사이로 모래바람이 불어 가지.

        먼지거나 물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나?

        강건한 호랑가시나무는 멀리 있고

        우리가 먼 곳에서 돌아올 때

        찬 물결 일렁이고 동이 터오지.

 

 

        자주 머리가 아파!

        관자놀이를 닿는 차가운 총구(銃口),

        더러운 양말을 뭉쳐 입을 막아!

        비명이 새 나오지 않게!

        오후에는 동물원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볼까?

        양귀비를 사들고 요가를 하는 애인에게 가서

        멜론을 먹으며 생일을 축하할까?

        긴 휴가를 받아 북해(北海)로 떠날까?

        계단들은 새 계단을 낳고

        오늘 죽은 자들은 어제의 한숨을 쉬지.

 

 

        지금은 수탉이 우는 시간,

        서리 밟는 호랑이와 경쟁하는 물들,

        여기는 진창이야.

        당신과 내가 서 있는 여기가 막장이야.

        진흙, 진흙, 진흙!

        당신은 손에 도살자의 피를 묻히지 않았잖아.

        진창에 뿌리를 내려 꽃피는 식물도 있어.

        우리는 연꽃이 아니잖아?

        연꽃이 아니면 호랑가시나무로 살아야지!

        저 착한 나무짐승!

        호랑가시나무는 칼바람에 살갗이 터져

        온몸에 가시 꽃을 두른 채

        진흙 햇빛 진흙 강 무간지옥(無間地獄)에서

        한 줌 햇빛을 탁발하겠지.

 

 

        어둠 속에서 떠가는 배 한 척.

        배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배의 갑판에서 웃고 있는 한 사람.

        저 웃고 있는 자는

        광인인가, 혹은 착한 이웃인가?

 

 

        노숙자들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

        문 안에서 먹고 자는 이들은

        노숙자들이 얼마나 저유로운지 모르겠지.

        우리를 퇴화시킨 건 무지와 신념이야.

        지옥에서 헤매게 놔둬.

        제 신앙심 부족을 가슴 치며 후회하도록 놔둬.

        사랑의 그림자를 견디고

        우리는 구백구십팔 번 째의 실패에도 꿋꿋하지.

 

 

        진흙에 뿌리를 묻었다 해도

        호랑가시나무와 함께

        눈은 성간(星間) 우주의 숨은 별들을 보자.

        구백구십팔 번의 실패와 천 번의 실패 사이에

        우리는 서 있지, 아무것도 바랄 게 없다.

        무릎 끓는 건 마른 갈대의 일.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는 것.

        솟구쳐 일어섬만이 우리의 일인 것을!

 

 

        가장 먼 곳을 스쳐가는

        광인들의 배여,

        안드로메다 대은하 M31 은 여기서 얼마나 먼가.

        별자리와 함께 움직이자.

        아직 우리는 무엇인가.

        아직 우리는 무엇이 아닌가.  (P.33 )

 

 

          * 이 시의 제목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 제목 [광인들의 배 The Ship of  Fools]

          (1490-1500, 루브르 박물관 소장)에서 빌려온 것이다.

 

 

 

 

           -장석주 詩集, <일요일과 나쁜 날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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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3 2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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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4 1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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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12-14 00:14   좋아요 0 | URL
아, 마침 일요일이 저무는 하루로군요.
그나저나 어제오늘은 전라남도도 서울도
모두 `나쁜 날씨`는 아니었고 `좋은 날씨`였지 싶습니다.
새로운 한 주도 즐거운 날로 기쁘게 누리셔요 ^^

appletreeje 2015-12-14 10:49   좋아요 1 | URL
월요일이 되었네요.^^
숲노래님께서도~ 새로운 한 주
즐거운 날로 기쁘게 누리시길 바래요 ^^

2015-12-14 0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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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4 1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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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2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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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7 16: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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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7 19: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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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네임 전성시대

 

 

 

 

 

          먼 옛날에는

          호(號)나 자(字)를 썼었지

          지금은 에스엔에스나

          아이디에 별칭이 따로 있지

          나의 닉은 무엇이라 지을까

          한참을 궁리하다

          힘든 세상이라

          강호의 웃음을 잃지 않는,

          소림강호(笑林江湖)라 지었지

          강이나 호수의 물을 퍼담지는 못해도

          냉수 한 사발 뜰

          그릇 하나는 간직하며,

          인형과 인간이 공존하는 곳

          중심을 지키는 모습되기

          가상의 공간,

          세상에 휘둘리지 않도록

 

          얼굴 없는 영혼의

          전성시대

          실명에 금이 가지 않도록  (P.13 )

 

 

 

 

 

 

 

            국수를 말다

 

 

 

 

 

             나이 숫자만큼 면 가락을 빼내어

             냄비에 붓고 휘젓는다

             공기와 힘의 회전이 생명이다

             얇은 국수가 성질도 얇진 않을 거란 생각을 한다

             쫄깃한 인생과 퍼진 생이 한순간이다

             국수처럼 길고 가늘게 먹는 생활이

             한밑천이라 한다

             재빨리 넘어가는 것은 국물이다

             살다보면

             국물의 힘도 밑거름이지

             얇지만 긴 그것이 얼마나 힘이 있으랴

             백합처럼 하얗게

             익은 국수가 센 입김에도 부러지지 않는다

             그 생애만큼 엉키고 감겼던

             인생들을 읽어본다

             구수한 향만 나지 않았으리라

             뜨거운 물과 찬물을 오가야만

             오묘한 끈기를 내는 맛,

             그렇구나, 그렇구나

             생(生)은 국수처럼

             뜨거움과 차가운 것이 서로

             교차하는 탱탱한 줄다리기구나  (P.14 )

 

 

 

 

               -임낙균 외 지음,<닉네임 전성시대>-에서

 

 

 

 

 

 

 

 

 

 

 

 

 책머리에

 
<시와 여백〉 동인들의 엔솔로지가 어느새 6번째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이는 동인들이 『시문학』과 『문예 감성』 등의 문예지를 통해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온 결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 세월을 짚어보니 동인들의 작품 활동이 주로 탈경계의 담론으로 전개되어 온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탈경계.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만 보아도 이제 무역협정이 국가 간, 지역 간의 경계를 넘어 탈경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세계가 ‘경계-탈경계-경계-탈경계’ 등으로 새롭게 묶여져 감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 머니 은행 등이 생기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경계가 새롭게 재편되고, 전문 영역 간의 탈경계가 이루어지면서 문학에서도 탈경계가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순수소설과 대중소설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중간 소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고, 탈장르화가 진행되면서 시에 소설적인 스토리와 대사, 수필적인 산문율, 희곡적인 구성이 원용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가운데서 〈시와 여백〉동인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물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무선 상상(無線想像)이나 컨시트의 기법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동인들의 관심은 공간으로 따지면 시골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골은 자연과 도시가 탈경계로 만나 독특한 공간을 이루는 곳이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자연미와 인공미가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는 미래에 인간이 현실과 상상을 어떻게 가로지르기 하며 아름다운 마음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시와 여백〉은 『시문학』 『시와 반시』 『애지』 『현대시』 등의 문예지를 내는 출판사에서 동인지를 출간해 왔습니다. 이는 경계를 넘어 포월적 시선?현실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면서 사물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시선?으로 사물의 본질을 모색하는 탈경계적 태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6년을 서로의 인간미를 챙기며 지속하여 온 동인들의 한결같은 끈기에 박수를 보내며, 탈경계의 정신이 영원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하여 봅니다.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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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8 23: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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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8 2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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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5-12-08 23:43   좋아요 3 | URL
아무도 댓글 안달았네. 빨리 달자. 1등하려면 빨리 달자. 헥헥.ㅋㅋ

국수를 말다, 이 시 참 근사합니다. 핑크빛 글씨랑 잘 어울려요. 누가 쓴 시인가요?

appletreeje 2015-12-08 23:54   좋아요 3 | URL
아이쿠, 이런 황공할 수가 있을까욤~ 우리 컨디션님의 호흡을 가쁘게 하다니요~

국수를 말다, 근사하지요~?^^ 이 詩는 2015년 <시와 여백> 작가회 대상 수상자인
임남균 님의 시입니담~~

컨디션 2015-12-08 23:43   좋아요 3 | URL
아, 이럴수가.. 2등이라니..ㅠㅠ

appletreeje 2015-12-08 23:56   좋아요 3 | URL
흑흑흑, 이럴수가...소인은 그저...눈물이 앞을 가릴뿐입니다..ㅠㅠ
고맙습니닷.

2015-12-09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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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9 0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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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09 00:16   좋아요 2 | URL
저는 그럼 ㅡ장려 ㅡ인걸로 ^^

appletreeje 2015-12-09 00:57   좋아요 2 | URL
ㅋㅋㅋ, 그장소 님의 사랑스러운 멘트~ 감사드립니당~~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욤~~~ ^-^

커피소년 2015-12-09 00:55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appletreeje님 제 글에 좋아요를 많이 눌러주셨지요. 감사드립니다.

appletreeje 2015-12-09 00:59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김영성 님~~ 워낙 좋은 글들을 올려주셔서,
제가 더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편안하고 좋은 밤~ 되십시요.*^^*

숲노래 2015-12-09 02:10   좋아요 0 | URL
곰곰이 돌아보면,
옛날에는 `한문 쓰던 이`만 자나 호를 썼고,
흙을 만지는 사람은 `이름`만 썼어요.
닉네임이든 무엇이든,
이러한 이름은
내가 나한테 스스로 붙이는
가장 사랑스러운 이름이리라 느껴요.

appletreeje 2015-12-09 08:49   좋아요 1 | URL
먼 옛날 `한문 쓰던 이`들이 자나 호를 썼듯,
SNS 세상에서 우리는 숲노래님이나 저나 다른 분들처럼
태어날 때 받은 이름 외에, 닉네임을 통하여
정말, 내가 나한테 스스로 붙이는 사랑스런 이름을 지으겠지요.ㅎㅎ

2015-12-09 1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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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9 15: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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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9 1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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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9 16: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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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12-09 13:37   좋아요 0 | URL
<닉네임 전성시대>, 시 너무 좋은대요.
저도 요즘에 시집 풍년이라 시집을 쌓아놓고 읽고 있는데, 아무래도 ㅎㅎㅎ
나도 모르게 시집은 성경 볼 때처럼 정좌하고 앉아서 읽어야할 것 같구요.
소설은 막 누워서 펼쳐읽고 하잖아요.

그래서.... 진도가 안 나가고 있어요.
님 페이퍼 읽고 나니 이 시집도 읽고 싶어져 저는.... 바빠졌답니다.

from 시집 읽기 바빠진 단발머리

appletreeje 2015-12-09 16:13   좋아요 1 | URL
<닉네임 전성시대>, 시 저도 참 좋아서 올렸는데~ 단발머리님께서도
함께 좋아해주시니~ 고맙고 감사합니다~~
제게도 시집은 늘 풍년인데~ 가장 조용한 시간에 대부분 앉아서 읽지만
뜨끈한 전기장판에 배 깔고 누워서도 읽고 벌렁 등 대고 누워서도 읽어욤.ㅋㅋ
언제 나중에 기회가 되시면 함 읽어보셔요~

from 함께 시집 읽기 바쁜 나무늘보 ^^

2015-12-09 1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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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9 1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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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0 16: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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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

 

 

 

 

 

          박주가리꽃 몇 송이 꺾어 들고 가는데

          나비 한 마리 앉았다

 

 

          꽃다발 무거워졌다

 

 

          내 맘 휘어잡고 한참을 가다

          나비 날아갔는데

 

 

          꽃다발 여전히 무겁다

 

 

          휘발하여 얼룩으로 남은 인연들

          휘발하여 얼룩으로 남은 인연들

          활활활활 앉아 있다  (P.44 )

 

 

 

 

 

 

 

             본색 생각

 

 

 

 

 

            동백꽃 곱던 손수건이 볕에 바래니

            그제야 수건같이 빛바랜 세월의 얼굴이

            오히려 사람 냄새 짙다

 

 

            닳고 닳아야 선명해지는 본디 빛깔

 

 

            얼룩덜룩한 나는

            한참을 더 바래야 할 파랑과 너울 사이  (P.55 )

 

 

 

 

 

 

 

             사과는 빨갛지 않다

 

 

 

 

 

             사과의빨강빛 개나리와 노란빛 소나무의초록빛 바다의

             쪽빛

             저 고운 빛깔들이 제가 거부한 빛깔이라니

             안지 못하고 밀어낸 빛깔이 제 모습이란다

             싫은 색으로 평생을 사는 거다

             평생도 모자라 가계를 잇는다

             역설과 모순의 빛깔 위에 햇살이 내려와 눈부시다

             나를 보라로 알고 가까워진 사람

             주홍이라 믿고 내가 다가간 그 사람

             오목거울처럼 거꾸로의 모습을 서로 본 거다

             허상도 고루 빛을 받는다

             헛것에서 싹이 돋고 꽃이 핀다

             사과의 맘속엔 주황노랑초록파랑남색보라가 들어 있

             겠다

             내 속엔 그가 미쳐 읽지 못한 모든 색깔이 들어 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안간힘으로

             보이는 것들을 껴안고 있다  (P.65 )

 

 

 

 

 

 

               꼬리

 

 

 

 

 

               평사리문학관 백구 사리가

               날 언제 봤다고

               꼬리를 살랑살랑 좌우로 흔듭니다

               밥 주는 성자씨 다가오자

               꼬리를 삼백육십 도로 흔듭니다

               숨길 것도 포장할 것도 없이 보여주는

               꼬리가 내겐 없습니다  (P.87 )

 

 

 

 

 

               -나혜경 詩集, <미스김라일락>-에서

 

 

 

 

 

 

 

 

 

 

금없이 봄도 아닌데, 더구나 늦가을이 지쳐 겨울로 가는데

문득, 어디선가 받았었던 꽃다발들이 나도 무거워졌다.

아직은 휘발하지는 못했지만 얼룩으로 남은 인연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스스로가 얼룩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그런 인연들의 꽃다발들로 한층 더 무거워진 그런 연말.

문득, 평사리문학관 백구 사리처럼, 꼬리를 좌우로 살랑살랑

다정하게 흔들고 싶다.

내가 아는 사람보다 더 명석한 개, 순구도 보고 싶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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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2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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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0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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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0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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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0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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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07: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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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09: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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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1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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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1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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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1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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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1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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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5-11-26 11:48   좋아요 0 | URL
예전에, 어느 날부터 인간들에게 감출 수 없는 꼬리가 생겨서, 얼마 후 결국 스트레스를 받고 모두 죽었다는 식의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누구에게도 호응도 받지 못했는데, 오후에 심심하면 다시 써 봐야겠어요.ㅎㅎ^^

appletreeje 2015-11-26 11:58   좋아요 1 | URL
넵, 이래저래 마음이 울울한 날인데욤, 무척 관심상승되는 주제의 글이라
사료되옵니담. 일단, 짧은잠을 좀 자고 나서 오후에 건너가겠습니다.ㅎ^^

2015-11-26 16: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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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17: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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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11-27 12:55   좋아요 1 | URL
꼬리를 치는 살가운 개가 있으면
웃음을 치는 따사로운 이웃이 있어요.

웃음치는 기쁨으로
십일월을 즐거이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십이월도 넉넉히 맞이하셔요.

appletreeje 2015-11-27 14:16   좋아요 1 | URL
꼬리를 치는 살가운 개가 있으면
웃음을 치는 따사로운 이웃이 있어요.-

숲노래님 말씀 덕분에, 마음이 바쁜 월말이
따듯해졌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2015-11-27 2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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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8 0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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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우를 먹는 저녁

 

 

 

 

 

      둥글게 휘어지는 해안도로를 오래 달려

      포트사이드에 닿았다

      환전상과 털가죽과 고가구들이 알록달록 충돌하는

      대륙 북단의 항구도시 포트사이드

      늦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던 노천 식당

 

 

      생나무 냄새를 뿜는 대팻밥이 온 바닥에 깔리고

      뜨거운 돌 위에 새우들이 둥글게 몸 굽히며 구어지고 있

      었다

 

 

      콧수염 아랍 남자와 저녁을 먹고 있는

      딱 우리 얼굴의 앳된 여자, 교민대회 때는 보지 못한

 

 

      북쪽 미인계 스파이일까

      무슨 미션을 수행하러 여기까지 왔을까

      콧수염 남자와 어떤 관계일까 접선중일까

      귀기울여 들어봐도 통 말이 없고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것들까지도 잠잠히

 

 

      지중해의 분홍 새우를 우물거리며

      낯선 여자만 흐느끼는, 엿듣는

      기이하고 조용한 저녁

 

 

      구불구불 대패밥 위로 놓인 발들 어색한

      먼 바닷가 외딴 곳의 외인들

      서로 몸 굽히며 기울이는 낯선 저녁이었다  (P.18 )

 

 

 

 

 

 

 

         당신은 꽝입니다

 

 

 

 

 

        그 여자 태어났을 때

        온 식구 허탈해서 누워버렸죠

        꽝 뽑았다고, 딸이었다고

        빈 동그라미 안에서

        꽝 아기 쌔근쌔근 자고 있었죠

 

 

        다섯 살 무렵부터

        온몸으로 태가 흐르더라는

        아주 일품이라는 그렇고 그런 얘기들

        아홉 살 때 얻어 읽은 폭풍의 언덕

        귓가에 먹먹한 그 폭풍에 사로잡혀

        속편을 쓰고 또 쓰고

        끝내, 그 여자의 연애는 꽝이었다죠

 

 

        전생을 보고

        머리 위의 후광도 볼 수 있다던

        웬 도인이 말했었대요

        당신의 오라는 흰빛이군요

 

 

        꽝은 당연히 흰빛

        지금 그 여자 머리 위를 한번 보세요

 

 

        눈부신 꽝입니다  (P.42 )

 

 

 

 

 

 

 

           핸드메이드

 

 

 

 

 

 

          어느 끝단 매듭이 덜 여물게 맺어졌는지

          어느 솔기 가위집이 조금 더 넣어졌는지

          다 알고 있지

          알아서 탈이라고, 열 번 스무 번을 빨도록

          늘 맘에 걸리는 그곳

          그런대로 잘 되었다, 보기 좋다며

          툭툭 털어 손을 떼고 떠나보내도

          나는 알고 있는 걸. 2밀리쯤 더 가위집 내어

          올이 풀려나갈지도 모르는 바로 그 솔기.

          허술한 매듭의 속 내막에 대해서

          신의 작품은 천의무봉이라는데

          우리를 빚어 하나하나

          세상으로 보내던 그때에도

          그런대로 되었다, 보기에 좋다, 아쉬운

          속내 감춰 좋은 얼굴로

          등 투덕여 내보낸 것 아닐까

          조놈은 조기가 약한데

          요놈은 요기가 약한데

          요놈은 날줄 올들이 조금씩, 조금씩

          미어지고 있을 텐데

          벌어지고 있을 텐데

          지금도 마음 쓰며 바라보는 그 눈이

          어디 혹시 있을까  (P.64 )

 

 

 

 

          -김연숙 詩集, <눈부신 꽝>-에서

 

 

 

 

 

 

 

 

 

 

오늘 받은 꽃님들은,

스토크, 아네모네 봉오리, 라넌큘러스 퐁퐁, 은엽아카시아.

아네모네 봉오리는, 지난 번 꽃양귀비처럼 봉오리가 서서히

벌어지며 예쁜 자태를 보여주기를 설레이며 기다리는데

꽃봉오리가 서서히 벌어지기까지의 그 시간은, 마치 공기요정

같기도 하고, 침묵 속의 음악 같기도 하고, 또한 우리 일상의 시간

같기도 하다.

잎색같은 라넌큘러스 퐁퐁과 연핑크의 스토크, 비로드 같은 아네모네 봉오리들이, 은엽아카시아의 달콤한 마치 애플민트 향 같기도 한 향기에 둘러싸여 싱그럽고 고요하고 향기로운 저녁.

벗님이 찍으신 유럽서점 사진과 <인어의 노래> 이야기들과, 63년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며 온 몸으로 쓴 시인의 詩들과 '족발'과 '처음처럼'을 먹는, 그런.. 흐려도 좋은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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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7 1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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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11-18 10:23   좋아요 0 | URL
꽝 소리와 함께
이 땅에 씩씩하게 태어나서
즐겁게 꽝꽝 노래를 터뜨리면서
아름답게 살 테지요 ^^

appletreeje 2015-11-18 11:10   좋아요 1 | URL
그야말로~ 눈부신 꽝!!~입니다.*^^*

yureka01 2015-11-18 11:50   좋아요 1 | URL
눈부신 태양..이렇게 제목 정했더라면, 너무나도 뻔했는데..꽝이라니..
정말 꽝꽝할듯 ^^..

appletreeje 2015-11-18 12:08   좋아요 2 | URL
정말 꽝꽝하겠지요~?^^ ㅎㅎㅎ
유레카님, 점심 맛있게 드세요~~^-^

2015-11-19 14: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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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9 14: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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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0 18: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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