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과감했던 「일상탈출구역」.
사실 요즘은 일상을 되찾고 싶어 하죠.
물론 그건 예전의 일상이지만요.
모두가 갑갑함을 느끼고 있는
요즘에 들어 만날 수 있었던
통쾌한 제목의 책이라 더욱
흥미롭게 읽어봤어요.
꼭 일상의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시원한
표지 덕분에 책의 매력이
더욱 살아났던 것 같습니다.
[일상탈출구역]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 권에 함께 담은 앤솔로지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덕분에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순간적으로 깊게 몰입될 수 있는
스토리들을 여럿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던 것 같네요.
책의 시작은 -하늘문너머-라는 작품으로
문을 열고 있어요.
짧고 굵직하게 전개되는 내용의
특성상 줄거리를 담아드릴 순
없겠지만 대신에 이 책이 더욱
궁금해지고 읽게 되었을 때 더 심도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여러분의 세상을 가짜라고 주장하는 누군가의
말에 따라 진실을 찾기 위해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나요?
두 번째로 실려 있는 -로봇 교장- 편에서는
가장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보았어요.
인간들의 일이었던 것을 점차
편의 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능률 향상을 위하여 로봇이
대체하는 현상은 이미 예전부터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만약 인간의 행동 규칙과
생활 수칙들의 빅데이터를 수집하여
최적의 상태를 맞추기 위해
직접 규정을 만들어내는
교장 로봇이라면 여러분은
이를 달갑게 받아들이실 수 있을까요?
이 부분도 꼭 책을 읽어봐야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았습니다.
정말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서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고
상상할 수 있었네요.
세 번째 이야기는 앞의 두 개보다
훨씬 길어서 더 오래 즐거웠어요.
배경은 우리와 아예 동떨어진
지구 밖의 어느 행성이었는데요.
아마 인류는 지구를 떠나
생존할 각자의 행성을 찾은
모양이겠구나 생각하며
첫 문장을 떼어 나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질적이지
않았던 것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자신이 다루는 '시스템' 하나가
망가져서 도무지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유기체가
되어 버린 부분이었어요.
지금 당장 스마트폰의
전원이 나간다면 우리는
지금 누리고 있는 생활의
어디까지 내 힘으로 커버할 수
있게 될까요?
책 안에는 총 5개의 세계관이
각자의 생기를 뽐내고 있어요.
다만 이 이야기들은 어딘가에서
탈출을 원하고
또 이미 탈출은 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더라고요.
해서, 또한 자유로웠달까요.
[일상탈출구역]은
청소년들부터 어른들까지
두루 읽기 좋은 책이기에
특정 연령대를 고집하지 않고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에요.
학생들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필 짬이 되어줄 것이고
어른들에게는 탈출구 재건의
힘을 실어줄지도 모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