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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피 ㅣ 민음 경장편 1
김이설 지음 / 민음사 / 2018년 3월
평점 :
어릴 적 우리집은 "신흥고물상"이었다.
아부지가 고물로 나온 것들을 뚝딱거리며 만들어 주신 녹슨 세발자전거와 그걸 내 허락없이(?)
탔다고 울렸던 새로 이사온 아이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 책을 읽노라니 우리집에서 숙식하며 엿을 팔아 고물을 사들이던 아저씨들의 지독한 방귀냄새
가 꼬물꼬물 올라오는 것 같다.
소설의 배경에 나오는 고물상은 "부흥고물상"
어쨌거나 고물이란 그렇게 새롭게 또는 다시 일어나고
새것으로 태어나야만 하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김이설의 「환영」을 읽은 후여서 그런지 환영이 더 강렬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김이설은 강렬하다.
「환영」은 제목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지만,「나쁜피」는 어찌보면 전형적이나 딱 맞는 제목이
라 생각된다.
10대 때 동명의 프랑스 영화를 볼까 말까 수십번 망설이다가 보지 않았었다. 그 영화랑은 다르겠
지만.
어쩌면 이토록, 가장 밑바닥 인생을 사는 군상들을 낱낱이 그려낼 수 있을까 싶다.
작가도 그 못지 않게 힘든 삶을 살아온 것일까.
그런데 그 군상들이 이상하지도 않고
누구나 그 상황이라면 그 처지라면 그렇게 살았을 것 같다.
모두가 엉망진창이지만 또 모두가 철학자인 듯도 하다.
말이 안되는 것 같으면서도 당연한 일들 투성이인 것이다.
사연많은 지지리 궁상 인생들에게도 새로운 삶의 희망이 싹트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