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 제안으로 독서모임에서 8월에 읽기로 한 책이다. 그랬는데 정작 그날 감기 몸살로 모임에 가지 못 해 아쉬웠다. 오래 전에 읽은 이 책이 가끔씩 생각나는 것은 그만큼 '강렬하게 좋아서'이다.

 

이 책을 읽고 난 얼마 뒤 은평뉴타운 거주자에 한해서(?) 전교10등이었나? 아무튼 성적 우수학생 하나고 입학가능 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뉴타운이 아닌 은평구 다른 동네에 살던 언니가 그 소식을 듣고는 중3인 아들 때문에 뉴타운으로 이사 가버릴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데 뉴타운 아파트 평수가 너무 넓어 부담된다고 해서 '그럼 우리 식구랑 같이 살까' 이렇게 말을 던져보았다.

 

이 책에 나온 대가족의 삶이 꽤 부러웠고 그렇게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혹시 아이를 낳으면 여러 구성원들의 사랑을 받고 자랄 수 있겠구나 하는 욕심을 품어보았다. 대학 졸업 후 언니네에 꽤 오래 얹혀 살면서 아이들을 함께 키웠던 터라 언니는 좋다고 하는데 우리 남편이야 내 뜻을 늘 받아들여주고 문제는 형부가 제일 걸릴 거라고 했다. 그러나 이 거창한 대가족 계획은 뉴타운 하나고 입학 헛소문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같이 살며 겪을 불편함을 조금만(?) 감수하면 펼쳐질 설렘. 사랑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왁자지껄, 알콩달콩, 변화무쌍한 삶이 펼쳐질 것 같은 환상. 며칠 동안 그런 꿈을 꾸게 해주었던 책이다.

 

몇 년 만에 다시 읽어봤더니 참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 내게는 그저 밝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은 책이었는데 그렇구나, 삶과 죽음은 서로 맞닿아 있구나. 언제 어디서 죽게 될 지 알 수 없는걸. 어쩌면 잔인해 보이는 죽음도 별 것 아니네. 어떤 형태로 죽든 우리는 결국 죽게 되어 있는데 그걸 자주 잊고 지낸다. 삶과 죽음은 하나이고,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 이 소풍같은 인생임을 기억하고 살아야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10-10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1 0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1년 만에 캠핑왔다. 와서 보니 이곳을 얼마나 그리워했나 느낀다. 캠핑은 스스로 자, 그러할 연, 이라는 한자 뜻 그대로 자연 속에서 애초부터 그러해 온 것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 내 몸과 마음을 조여왔던 것들을 풀어놓는 것. 바로 그 맛이다.

골짜기 곳곳을 흐르는 세찬 물소리, 새소리, 가끔 약한 짐승의 단말마-작년 어느날 남편과, 캠핑짐 싸고 푸는 번거로움이 싫지만 캠핑 자체는 좋아해 우리 캠핑에서 대리만족하는 시누이랑 셋이서 자려고 텐트에 누웠을 때 힘센 짐승이 약한 짐승을 해치는 마지막 숨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엔 시누이가 무섭다며 자고 가지 않겠다고 한다.- 같은 진짜 자연의 소리에 깊이 잠들지 못 하는데도 으레 늦잠 자기 일쑤인 집에서 지내는 주말과 달리 캠핑을 오면 아침에 깬다. 새들이 가만히 놔두질 않아서...

우리부부는 주로 접대캠핑(?)을 한다. 다들 캠핑짐을 싫어해 우리가 캠핑하는 곳에 놀러와 고기 몇 점 얻어먹고 같이 멍하니 있다 간다. 그러고는 주말 즈음이면 언제 오느냐고 전화를 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 속에 있노라면 집에 돌아가기가 싫다. 다시 또 일주일 후를 기약해야 하는데 미적미적거리고 있다.

이 좋은 터 곳곳에서 자연을 파헤치는 작업들을 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얼마 안 가 다시 이곳으로 오지 못 하게 될까 두렵고, 우리보다 먼저 이 무릉도원을 알던 사람들은 더 그러했겠다 싶다.

어젯밤에 비가 와서 시누이 부부가 걱정하며 여러차례 전화한다. 위험하지 않냐고 떠내려가지 않겠냐고. 우리가 늘 오는 명당(?)은 나뭇잎으로 둘러싸여 자연지붕을 만들어 비도 잘 안 떨어지건만.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얼마나 운치있는지. 그저 좋다네. 맑으면 맑은대로 비오면 비오는대로 좋은 게 자연이라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9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캠핑이죠. 재작년 여행갔을 때 보니까.. 캠핑 촌이 따로 있더라고요..
계단식으로 만들어서 캠핑에서 온갖 편리 시설을 갖춘..
경악했습니다. 이게 무슨 캥핑인지... 야외 카페 테이블처럼 다닥다닥 붙은...



samadhi(眞我) 2016-06-19 17:4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아무도 없는 골짜기에서 우리 둘만 있었지요. ㅋㅋㅋ 그래서 울 시누이가 무섭다고 하는거였지요. 우리는 사람 많은 곳은 가질 않아요. 캠핑장이라는 시설(?)이 갖춰진 곳은 피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9 18:53   좋아요 0 | URL
이야. 진짜 무섭던데..
산속이 은근 무섭더라고요. 아무리 든든한 신랑이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산중 밤이 저는 정말 으스스하고 무섭더라고요..
옛날에 새벽에 개 산책 시키다가 비가 오길래 지름길로 간답시고 야산을 타다가 중간에 다시 내려와서 빙 돌아서 왔던 기억이 나네요.

조낸 무섭더라고요..
이거 귀신 보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리... 대단합니다.

samadhi(眞我) 2016-06-19 20:02   좋아요 0 | URL
아주 산 속이 아니고요. 계곡을 따라 도로가 나 있고 길 끝에는 절이 하나 있어요. 휴가철엔 제법 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아직 많이 덥지 않아 그런가 낮에만 잠깐 왔다 가더라구요.
 

 

 

 

 

 

 

 

 

 

 

 

 

 

봉산탈춤에서 취발이가 소무를 보며 "앵도를 똑똑 따는 구나." 라는 대사를 친다. 그때는 그 뜻을 몰랐는데 진옥섭이 이 책에서 그 설명을 한다. 이번 씻김굿 공연을 보며 나도 같은 대사를 읊는다. "앵도를 또옥똑 따는 구나" 이 말을 큰소리로 내뱉고 싶었으나 추임새로는 너무 길어 속으로만 삼켰다.

 

 

자주 보기 힘든 진도씻김굿을 한다기에 차비가 더 드는 한양까지 댕겨왔다. 그 주말에 돌아오려던 일정이 늘어져서 다른 공연 핑계 만날 사람 핑계로 머문 것이 열흘 남짓 됐다. 아들(?남편)을 내팽개치고 미친 듯이 싸돌아다닌 덕에 발바닥이 아파서 걷기도 힘든 족저근막염에 걸렸다.

진도씻김굿 표가 매진 돼서 볼 희망이 없었는데 마침 네이버 책문화 이벤트에 당첨(이런 일에 당첨되는 일이 내게는 잘 일어나지 않는데 세월호 사건 있은 해, 진도씻김굿을 보고 난 뒤에 쓴 글이 있어서인지? 하고 짐작해본다. 그 글을 링크시켜둔 댓글을 단 게 어쩌면 영향을 주었을까? 이벤트 요건이 진도씻김굿에 대한 기대평이었으니 말이다.)되어 날 긍휼히 여기는 언니의 후원으로 차비도 굳히고 공연도 공짜로 보고 오호호. 철없는 백수가 호사를 잔뜩 누렸네. 표가 1인 2매짜리라 이런 쪽에 관심없을 조카를 꼬드겨서(?) 데려갔다.

굿은 역시나 뭉클하다. 내가 왜 진짜 무당이 되지 못 했을까 한탄할 만큼 훌륭하다.(난 노려보기만 특기인 가짜 무당이었으니) 차기 주무가 될 법한 사람의 카리스마에 녹아난다. 재작년에 봤던 주무도 그 분이었는데. 걸판지다고 할까? 구성지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한, 굿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을 지닌 그 사람이 언젠가 큰 일(?) 낼 것 같다. 씻김굿을 보노라면 왜 이리 가슴이 미어지는지. 세월호 생각도 나고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아주 어릴 때 보았던 우리식 장례가 생각나 그 기억에 빨려들 것 같다. 그런데도 굿이 경쾌하다는 데 또 다른 맛이 있다. 우리식 장례가 그저 엄숙하기만 한 게 아님을 이청준은 ˝축제˝ 란 말로 표현했으니. 이왕이면 일본식 한자조어인 축제 대신 ˝잔치˝라 하였다면 좋았을 것을. 어쩌면 '제사', '제의'의 뜻을 더하기 위해 쓴 말일 수도 있겠구나.

국립극장 공연은 늘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 여태 가보지 못 하다가 저녁에 바쁜 절친(방년 60세.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멋진 분)에게 낮공연이라도 보여드리고 싶어 찾았다. 로열석이 만 오천원이라 싼 값이다 생각하고 예매를 했는데 공연을 본 뒤엔 그 값도 못 한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그래도 내 절친이 이런 공연 처음이라 무척 좋았다 하셔 그나마 다행이다. 해오름극장은 오전 공연하는 곳인가 보다.

다음날 민속극장 풍류에서 여는 판소리 공연 표를 예매해 뒀는데 국립극장 내 다음날 춤공연 팜플렛을 보고 만 거다. 우왓, 춤공연 자체도 좋은데 춤을 여덟팀이나 춘다니 그저 오지고 반가워 당장 판소리 공연을 취소하고 춤공연을 예매했다. 그 과정에서 주최자분과 연락이 닿아 이런 저런 문자를 주고 받다가 공연가격도 할인(?) 받았다.

가장 기대했던 승무와 살풀이가 별로여서 민속극장 공연 취소한 것이 후회되기 시작할 무렵 판이 무르익기 시작한다. 국가와 왕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취지의 태평무 자체에 반감이 있는데 태평무 추시는 분의 몸짓이,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이렇게 움찔움찔 신나는 태평무는 처음이다. 그 뒤로 이어진 춤들이 우와우와아~ 우아하기도 하여라. 마구 소릴 질러대고 박수치고 추임새를 넣었다. 앞자리에 앉은 뭣(멋?)도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날 째려본다. 조용히 하라는 무언의 욕설같은 건데. 그러든 말든 우리식 공연의 예에 충실했다. 우리공연은 본래 마당(판)에서 하던 굿이라 연희자와 관객이 따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같이 춤추고 노래하고... ˝함께 노는˝ 것이 우리 공연을 대하는 법도다. 뭣 모르는 이들에게 일일이 말해줄 여유도 없고. 춤에 빠져들어 좋아서 눈물이 났다. 얼시구나 좋구나 좋아.

저녁공연이라 달오름극장이었는데 무대가 둥근 우리식 판에 가까워 연희자와 관객의 거리가 더 가깝다. 달오름극장은 정말 잘 만들었다. 민속극장 풍류도 이런 식이어서 무척 좋아하는 공간인데 이 곳도 괜찮구나.

주최자분이 뒷풀이에 초대해 주셨다. 평균연령 아마도 70대(?). 내가 왜 이런 자리에 이러고 있나 하면서도 어디든 사람들 모임엔 잘도(?) 끼어서 이런저런 얘길 듣는 것이 좋은, 아직도 새내기 마음을 가진, 철딱서니 없는 나도 이제는 거의(?) 중년이다. 기대(그날 춤추신 모든 분들을 만날 줄 알았으나) 와 달리 한량무 추신분과 음향 담당하신 분 그리고 인천지역에서 공연쪽 일을 하시는 분과 주최자분.
한량무 추신 분과 의기투합해 공연에서 두번째로 나와 살풀이 추신 분을 마구 까댔다. 내가 본 살풀이 중 최악이었는데 의상마저 금박에 무늬까지 들어가 있어서 경악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구나. 금박이 아니고 공단이란다. 게다가 자기 춤출 때 안개까지 깔아달라고 했단다. 그분들과 3차까지 가서 쓸데없는(?) 얘기들을 잔뜩 나누고 돌아왔다.

볼 거리 많고 만날 이 많았던 서울나들이. 재작년 서울을 떠나 이곳으로 올 때 딱 하나 아쉬웠던 게 공연이었다. 역시나 고 아쉬운 놈 때문에 비싼 차비를 들여 기어이(속없이) 서울엘 다녀왔지만 조만간 또 이 철없는 짓거리(?)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좋은 판이 벌어지면 또다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6-04-14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멀지않은 곳에 살면서도 이소식을 몰랐네요 양주랑 한량무는 흉내내기도 실패했던지라 꼭 더 나이들기 전에 배워보고 싶네요

samadhi(眞我) 2016-04-14 00:03   좋아요 0 | URL
나이들어 배우는 맛도 있는 듯해요. 이번에 한량무 추신 분이 50대에 시작하셨던 것 같아요. 일단 몸은 건강해야 하겠지만요. 춤출 수 있을 만큼은 짱짱하게요. ㅋㅋ
마음이 있는 곳에 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춤 배우셔서 공연 올리시게 되면 꼭 불러주세요 ㅎㅎㅎ 승무랑 한량무는 맛 내기에 오래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분들과 뒷풀이할 때 나온 얘기예요.

기억의집 2016-04-1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오신다고 페이퍼에 올리시지....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는데요. 다음엔 오시면 연락 주세요. 초면이어도 아줌마들은 금방 친해더군요^^

samadhi(眞我) 2016-04-14 00:08   좋아요 0 | URL
에헤헤 그럴걸 그랬나요 ㅎㅎ 곰발님한테는 살짝 연락해보려다 바쁘실 것 같아 망설였습니다. 다음에 올라갈 땐 꼭 만나서 폭풍수다를 떨어봅시다^^

기억의집 2016-04-14 00:08   좋아요 0 | URL
꼭이요~

samadhi(眞我) 2016-04-14 00:10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오지랖이 심해서 언니 대학친구들도 만나고 언니아들 친구 엄마들도 만나고 다니는데요. 좋은 공연 소식 있으면 후딱 날아갈게요.
 



이번 필리버스터가 어둠컴컴한 세상에 희미하나마 마음 든든한 달빛이 되어줬는데 그 달빛이 약하다고 하늘을 가리는 짓을 하다니. 오직 정권 획득에만 어두운 이익집단이 되어버린 지 오래인 대의민주주의의 이른바 대표(?)들. ˝보통˝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살아가는 처지에 그 사람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짓밟는 파렴치함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더불어민주당 가입을 할까 말까 하다 문재인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정권교체의 희망을 품고 가입한 우리 언니. 그리고 당명을 바꾸고 새롭게 태어날 것처럼 당원 가입을 호소하던 그 시기,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알면서도 속는 기분으로 그래도 믿어주자고.
그래도 난 안 믿었지만 그렇다고 내 불신대로, 예상대로 일이 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다.

늘 이해되지 않았던 것은 날고 기는 똑똑한 사람들 천지인데 이 나라는 왜 이 모양으로 불합리하게 굴러가는 것일까. 였다. 역사가 점점 나아갈수록 정신세계가 더 살찌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세상, 모든 이가 차별받지 않고 유토피아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행복한 세상이 올 줄 알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간극은 더 커지고 그것이 이제는 신분처럼 굳어져 카스트제도 못지 않은 계층 간의 벽이 생겼다. 주먹으로 무너뜨리기 힘든 콘크리트 장벽. 거꾸로 가는 세상을 두드려 똑바로 가게 할 수 없을까.

필리버스터 중단 소식에 떠오른 노래(민요)를 그 미련한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제 욕심, 눈 앞의 이익밖에 못 보는 것이 어리석다는 뜻이니.


얄미운 내 임아

길어야 백 년 백 년이오
길어도 백 년이오
그깟 백 년 못 채우고 먼저 가려 하시오
가랑잎에 불 질러놓고
아이고 아이고 얄미운 내 임아
아이고 아이고 얄미운 내 임아
떠난다고 그 고개 넘어갈 줄 아시오
흰 고무신 버릴 리가 없는데

철없는 새내기 땐 이 노래가 청승맞고 우스워 장난처럼
불렀다. 세월이 흐를수록 노랫말이 더 들어온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3-02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02 21:21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렇게들, 그렇게까지 하는지.
안락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된 세상 끔찍합니다.

꼬장꼬장하다 싶을 만큼 자존심 하나 갖고 살던 딸깍발이의 정신문화가 그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민요로군요..
야당은 야심이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투쟁력을 상실했지요. 솔까말 야당에게 필요한 것은

신사의 품격이 아니라 전사의 돌격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02 22:03   좋아요 0 | URL
네 민요가 노랫말들이 굉장히 재미나고 의미있습니다.

뭐가 그리 무서워 벌벌 떠는지 모르겠어요. 손발톱 다 뽑힌 고양이들 같아요. 쥐도 닭도 못 잡는 애들에게 먹이는 무엇하러 주겠습니까.
 

 

 

 

 

 

 

 

 

 

 

 

 

 

 

 

 

 

 

 

 

 

 

 

 

 

 

 

 

 

 

 

 

 

내 못 생긴 얼굴이 더 못 생기게 나와서 처음으로 사진 편집-모자이크 처리-을 해봤다. "선생님,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했을 때 깜짝 놀라 얼굴이 새빨개지며 수줍어하시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 는 뜻의 夜深星逾輝(야심성유휘)를 서명처럼 쓰셨던 우이동 태생의 쇠귀(우이:牛耳), 신영복 선생님. 그 뜻이 내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겨우 두 번밖에 뵙지 못 했지만 그 목소리와 수줍은 웃음을 또렷이 기억한다. 목소리는 얼마나 부드러운지. 진정한 강함은 부드러움이라는 걸 나아중에야 알게 된 내게 메아리처럼 새겨졌다. 그리고 선생의 고운 글씨를 어찌 내 부족한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거나.

 

신영복 선생이 『강의』라는 책을 쓰시고 한 대학에서 교양강의를 하시던 날, 감옥에 계실 때 일화를 들려주셨다. 어떤 없이(?) 사는 죄수가 들어왔는데 (면회 오는 사람 하나 없고. 최소한의 생필품마저 없었던) 그 사람이 빨래비누로 이를 닦더란다. 그걸 보고 모두가 자기 치약을 주겠다고 하는데도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생이 사람들 없을 때 슬쩍 치약을 내밀었는데도 안 받더라고 한다. 몇 번 시도하다가 관뒀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주시는 거라면 받겠습니다." 했단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그 치약 하나를 받음으로써 자기가 참아내야 할 암묵적인 요구(치약을 줬던 사람들의)또는 알력이 싫었던 거였다. 좋은 잠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든가 하는... 그런 폐쇄적인 집단에서 으레 겪어내야 하는 것. 비단 폐쇄적인 공간에서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말이다. 누군가를 챙기려면 "자기"가 없어야 한다는 것. '내가 챙겨준 건데, 내가 챙겨줬으니까' 하는 오만감 우월감. 보상심리 등등. 

 

내가 마음수련에서 배운 것 가운데 하나가 희사(喜捨)이다. 기쁘게 버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때 "내가 준 건데, 내가 당신을 위해 챙겨준 건데 하는 의식. 좋은 일 해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유치한 기분 따위..." 가 없어야 한다는 것. 어떤 행위를 했다는 사실 자체 마저 버려야 한다는 것. 선생의 희사를 보고 그 사람의 마음이 흔들린 것이리라. 바라는 것 없이 누군가에게 주는 마음. "내가 없음" 그랬을 때 사람들은 마음을 준다는 것. 그게 진짜로 "주는" 것임을 선생은 일깨워준다.

 

선생님이 보고싶다. 한번 더 뵙지 못 한 것이 애달프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6-02-2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의 어른이 없는 사회에서 시대의 어른이 돌아가시니 가슴이 아픕니다..
글구보니 이명박근 시대에.. 그 좋던, 인자하던 어른들은 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samadhi(眞我) 2016-02-21 16:0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암울할 때 더 우울한 일만 생겨서 어리석은 우리는 스승을 잃어 더욱 방황하게 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21 16:06   좋아요 0 | URL
이번에 보니 민주당에서 칼퇴근법을 발의했더군요..
이 기사 보고 정말 슬프더군요..
칼퇴근은 세계 어느 누구나 당연한 권리 아닙니까..
그걸 법으로 정해야 하는 정치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samadhi(眞我) 2016-02-21 16:12   좋아요 0 | URL
ㅜㅜ 그래도 이렇게라도 명시해서 달라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가엾은 우리들의 자화상이 웃음 띤 얼굴로 바뀔 수 있다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21 16:18   좋아요 0 | URL
경총 회장인가 누군가가 그랬더군요. 노동자 새끼들 수당 챙겨 먹을려고 일부러 야근한다고.. 그래서 야근 수당 없애야 한다고...

이 세상에 누가 야근 좋아하는 노동자가 있습니까.. 한숨만 나오죠..

samadhi(眞我) 2016-02-21 16:20   좋아요 0 | URL
함께 숨쉬는 똑같은 사람을 ˝인격˝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노동자를 자기 머슴 쯤으로 알기에 사람 취급 하지 않는, 사람 위에 사람이 있다고 보는 답 안 나오는 종족들이네요.

보빠 2016-02-21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사란 말을 보니 데리다가 지은 `선물`이란 책이 생각나네요. 누구랑 사귈려면 댓가없는 줌 선물이 필요하다....나중에 보답 받을려는 거래가 아닌..

samadhi(眞我) 2016-02-21 16:46   좋아요 1 | URL
불교에서 곧잘 쓰는 말이죠. 제가 어설픈 불교도이기도 해서... 희사는 다름 아닌 자비이기도 하지요.

프레이야 2016-02-2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고도 준 것을 잊어버리기.
마음에 다시 새겨봅니다.
가신 선생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 좋습니다.

samadhi(眞我) 2016-02-21 17:24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 순진한 웃음이 그리워요.

비로그인 2016-02-21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래와 교환이 아닌 댓가 없이 주는 선물과 같은 따뜻한 관계가 그립습니다. 역시, 신영복 선생이시네요. *^

samadhi(眞我) 2016-02-21 21:49   좋아요 0 | URL
네 ㅜㅜ

비로그인 2016-02-21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사(喜捨)에 대해 쓰신 내용을 보고 뜨끔했습니다. ^^;;

따뜻하면서도 명료한 글 정말정말 잘 읽었어요.

신영복 선생님의 선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samadhi(眞我) 2016-02-22 05:59   좋아요 1 | URL
사랑받고 인정(칭찬)받고 으쓱해하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지 않기 위해 도닷가(닦아) 가는 것이지요.

2016-02-22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2-22 00:23   좋아요 1 | URL
네 마음이라는 것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이라... 초코파이 광고 음악 노랫말처럼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계산적으로 주었을 때, 바로 알아차리죠.
그런 일을 겪고 나면 그 사람과 연을 끊게 되지요. 반대로 내가 그런 짓(?)을 하고 난 뒤엔 부끄럽고 후회스러워 잠 못 이루는 날들을 맞이하구요.

2016-03-05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05 20:46   좋아요 1 | URL
그렇죠? 보고 싶어요ㅠㅠ

2016-03-05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5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