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 드라마 "뉴 하트(New Heart)"를 보았다.
병원 흉부외과를 무대로 한 인정미 넘치는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 제18회의 한 장면.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가 매우 의급한 상황에 빠진다.
그런데 교수 선생님들은 다른 수술에 바빠서 못 오신다.
마지못해 1년차 레지던트 둘이 수술을 해낸다.
수술이 끝난 뒤에 들어온 교수 선생님(배우 조재현), 레지던트를 노리면서 욕하는가 싶었더니,
"...제법 쓸만한데. 잘 했소."
라고 칭찬하면서,
"첫 수술 기념으로 똑 돌려"
라고 말합니다.
... 똑 돌려? 똑 주겠다, 가 아니라 "돌려"? "명령"?
이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칭찬받을 훌륭한 일을 해 낸 사람이 남한테 칭찬을 받는 것이 아니라, 왜 똑을 돌려야 하는지...
나의 고향이면서도 한국의 풍습이 낯설었다.
일본에는 그런 풍습은 없다(이 때는 그렇게 인식했었다).
서울의 친구한테 물어보더니,
"암튼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어" 라고 하였다.
그런데...
일본에도 비슷한 풍습이 있었다!
內祝い[うちいわい : 으치이와이 ]가 바로 "똑 돌리다"에 해당된다.
內祝い는 주로, 결혼했을 때, 아이가 태어났을 때, 첫 돌을 축하할 때, 또는 집안에 큰 경사(慶事)가 있었을 때, 친구나 직장 동료들에게 작은 선물을 돌리는 일이다.
"함께 축하해주세요" 그런 마음으로 선물을 돌린다.
(기타 새로 집이나 회사 건물을 지었을 때, 정치가가 선거에 승리했을 때 등등)
그런데 요즘은 형식이 좀 달라져서, 직장 동료들에게 內祝い를 돌리는 경우 미리 친구나 동려들에게 경사를 알려놓고 돈이나 선물을 준 사람에게만 內祝い를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대부분).
Give and Take 정신이라 하면 그렇지만, "축복하지 않는 사람에겐 '똑' 돌리지 않겠다"....일본 사회 풍습의 변화가 좀 섭섭하기도 하다.
또 하나.
이건 풍습은 아닌데.
친구나 동료들끼리 골프(Golf)를 할 때(물론 모두 아마추어).
우연히 Hole in One을 했을 때.
즉시는 물론 동료들이 축복하겠지만, 왠지 Hole in One을 한 사람이 참가한 모든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고 한다(나는 골프를 안하니까 잘 모른다).
즉 "똑을 돌린다".
Hole in One 한 사람은 많은 돈이 든다.
그래서 "Hole in One 보험"까지 존재한다(Hole in One 하면 100만엔 정도 돈을 내린다 한다).
이건 "똑 돌리다" 보다 "똑 돌리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버렸다"라고 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