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목요일. 명섭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운동회가 벌어졌다.
근처 초등학교의 운동장을 미리 빌리고(일본은 이날 휴일:추석이니까 초등학교도 휴일) 진행했던데 손님도 많이 모였다. 원아가 약 400명이나 되기 때문에(이 지방에선 꽤 많은 편이다)손님도 그 3배정도가 되던 모양.
이 날은 아침부터 햇빛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눈부시고 무더운 날씨였다.
하늘에는 "태극기 휘날리며".
근데 원아가 너무나 많아서 자기 애를 찾는 일도 쉽진 안했다.
운동장에선 년장( 年長:일본에선 가장 어린 3살/4살을 년소年少, 4살/5살을 년중年中, 5살/6살을 년장年長이라고 각각 부른다 ) 의 "기계체조"가 시작했다. 5살/6살 라는 걸 생각하면 매우 훌륭한 체조였다.
함께 갔던 선화도 기뻐해서 춤을 췄다.
좀 있다가 명섭이가 속하는 년소의 "공놓기(?)". 원아가 많아서 누구가 누구인지.
그런데 이 날, 정말 무더웠다. 너무 무더워서 아내는, 춤 추다가 지쳐서 자버린 선화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 가버렸다(집은 이 초등학교에서 걸어서 5분 정도).
이 시각부터 나는, 오른 손에 낡고 무거운 비디오 카메라, 왼 손에는 이것도 낡고 무거운 디카. 그 꼴로 애를 찾아다녀야 했다. 아이고 ∼ 허리야.
그런데 유치원생들은 이 무더운 날씨속에서 괜찮을까? 걱정이 돼왔다.
Guts Pose ! 별로 문제없음.
그러자, 나를 알아차린 명섭이 친구 카즈키가 나를 보면서 외친다. "아, 명섭이 아빠, 그런 장소에서 뭘 하고 있어요? "
" ... 너 아빠하고 마찬가지 작업 ! ! "
아침, 8시에 시작한 운동회.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겨우 끝났다.
이 무더움속에서 많은 손님들이 고생했을 것이다. 정말 나도 사진과 비디오 찍느라고 허리가 아프고, 팔도 지쳤고, 머리는 빙빙 돌고...
명섭이는... "금메달 받았어요 ! "하고 기뻐하고 있다.
정말 뭣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운동회가 진행되는지, 새삼스럽게 고민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