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제목, 책의 표지가 신기했다. 젤리장수가 대체 어떤 식으로 대학살을 벌일까 싶었다. 우선 총평은 읽기 쉬운 킬링타임용 책. 재미를 위해 쓴 글인 듯 느껴졌다. 프로듀서의 말을 보면 대학살이니 뭐니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선택, 행동을 담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 의도에 아주 정확하게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술술 익히고 내용도 참신하나 스토리가 약간 밍숭맹숭하다. 젤리장수는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그 악마 숭배하던 건 무엇인지 환상은 아닌데.
이 책은 군상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군상극이 무엇인지 찾아보니 하나의 이야기에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독특한 것으로는 첫 에피소드와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이 같다는 점이다. 유지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끝을 맺게 되는데, 난 이 유지라는 아이가 정말 싫다. 물론 아직 어린 아이니 그럴 수도 있을까 싶지만 다른 거 다 떠나서 질투를 나게 하던 주아의 스무디 잔에 젤리를 털어넣은 것은 정말 최악이었다. 상상 이상의 영악함, 잔혹함, 또라이 기질이 보이더라. 자신은 어른스럽다며 웅앵웅하면서도 누구보다 어린 같잖은 행동을 하던 그 아이는 마지막까지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나였어도 그랬을까? 아니다. 차라리 내가 먹었지, 남에게 피해주진 않을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유지는 멍청함에 끝을 달린다. 아무 상황을 겪지 않았다면 그럴 수 있지, 생각할 수 있으나 자신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건을 똑똑히 봤으면서도 또 다시 반복하는 모습이 너무나 짜증이 났다. 다 같이 죽자는 거 아닌가. 유지의 이야기를 보면 가정폭력의 모습이 보이는데 유지에게 보이는 정서적 학대가 심각하다. 그렇기에 유지의 문제적 행동이 나타났겠지 싶으면서도 정이 안감.
사준의 이야기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돈이면 무슨 일이든 하는 건 요즘 세상에 너무 흔해서인 듯.
다애랑 재윤이 이야기는 일반적인 연애의 모습. 바람피는 재윤이가 당한 건 뭐 어때 싶음. 너무 남친에게 의존하던 다애가 안타까울 뿐. 자신을 잃어버린 연애관계는 끝이 절대로 좋을 수 없다. 내가 경험했으니까.
유사장 이야기는 이 책의 핵심부분이라 생각했는데 약간 밍숭맹숭. 결국엔 젤리를 먹으며 구원 받았다는데 읭.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고양이와 젤리 이야기. 몽글몽글 젤리와 귀여운 고양이 이야기는 정말 귀여움. 항상 옆에 있겠다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고양이. 사실 이 고양이도 어떤 장치일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오랫동안 사는 고양이. 곁에 있던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외로움을 사무치는 고양이에게 젤리의 등장은 귀찮으면서도 행복했을 것이다. 마지막에 가지마라며 붙잡는 고양이의 모습은 마음이 아팠다.
전체적으로 보면 모든 인물들이 다 연관이 있어서 읽으면서 오!! 했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탄탄하다고 느낌. 아쉬운 건 좀 더 사건이 진행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음! 소재도 좋고 문장도 좋고. 6개월 만에 완성한 책이라는데 작가님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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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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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달글에서 내무사라 불리던 책이었다. 추천을 받아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단편소설이었다. 단편 소설은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잘 읽지 않는데 최은영 작가님의 <내게 무해한 사람>은 단편같지 않은 묵직한 맛이 있었다. 분량이 중요한 게 아님을 느끼게 해준 책.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있어 기분 좋게, 고민하며, 화도 내며 읽었다. 작가님의 쇼코의 미소도 기대되는데 얼른 읽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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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단숨에 읽어버린 심리 스릴러, 브레이크다운

파란색 표지, 독달의 추천으로 읽게 된 브레이크다운. 같은 작가의 작품인 비하인드 도어와 고민하다가 먼저 브레이크다운을 읽기로 하였다. 신체적, 물리적 폭력 없이 오직 정신적, 심리적 폭력을 통해 극한의 긴장과 공포를 일으키는 소설이라고 설명되어 있는 이 책은 ‘가스라이팅 스릴러’라 불린다.
가스라이팅은 상황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자신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통제하려는 심리학 용어라고 한다. 요즘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자주 보게 되는데 나 역시도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캐시가 폭풍우가 치던 밤, 위험하다며 남편이 극구 말리던 지름길을 통해 집을 향해 운전하는 장면에서 시작이 된다. 가만히 멈춰있던 차 안의 여자와 마주치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어 집에 가서 경찰에 연락을 하자 결심하며 그 여자를 지나쳐 집으로 향한다. 캐시는 그것을 잊어버린 뒤 잠을 자게 되는데, 다음 날 그 여자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사실을 들은 캐시는 죄책감과 절망감에 빠져 점차적으로 피폐해져 간다. 그 와중에 살해당한 여자는 자신과 최근에 친해지게 된 제인. 자신이 제인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제인의 가정을 파탄냈다는 자괴감 등이 쌓여간다. 누군가가 자신을 비난할까 사랑하는 남편, 친구에게조차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점점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남편이 없을 때만 자꾸 걸려오는 전화. 외출하고 난 뒤 들어오면 느껴지는 묘한 위화감. 집안일을 하다가도 조작법을 잊어버리고 멍해지는 경우가 허다해질 때 캐시는 자신의 엄마가 가지고 있던 치매를 자신이 앓고 있는 것을 느껴가며 약에 의존해 나락으로 떨어지다시피 한다.
읽으면서 답답해 미치는 줄 알았다. 물론 그러면서도 캐시의 행동이 모두 이해가 갔다. 나였어도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물론 주변 사람에겐 이야기했을 것이다. 어쨌든, 굉장히 후루룩 읽혔다. 주변의 상황을 조금 조작하면 한 사람의 인생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느껴져서 굉장히 무섭게 느껴졌다. 사람의 감정, 정신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구나 새삼 느꼈다. 약간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삼인성호 같은 느낌? 이래서 가스라이팅 스릴러라고 하는 구나 싶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끝에 너무 우연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히 안쓰지만. 뭔가 갑자기 스토리가 급하게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킬링타임용으로 후루룩 읽기에 좋은 책. 비하인드 도어는 후기가 더 좋던데 얼른 비하인드 도어를 빌려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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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책 끝을 접다’를 쭉 훑어보던 중 무서운 제목의 포스트를 보았다. ‘돈 많은 노인이 젊은 신체를 사서 한 일’이라는 제목의 포스트, 커다란 손이 야구 선수를 향해 뻗어있는 소름끼치는 그림과 함께. 그 포스트를 읽고 나니 ‘이 책은 꼭 읽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특이한 소재. 국내소설이라는 것이 가장 좋았다. 책을 빌릴 때엔 책이 너무 두꺼워서 깜짝 놀랐다. 이걸 과연 들고 보면 손목이 괜찮을까 걱정이 되었다. 약 540쪽의 이 이야기는 야구 선수인 준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메이저리그를 꿈꾸며 어렸을 때부터 야구에 매진해 온 준석에게 교통사고가 난다. 의도된 교통사고로 준석은 경에게 10년 간의 자신의 삶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된다. 준석의 머리에 연결체를 넣고 그 연결체를 통해 누군가가 준석을 조종한다는 것. 주변을 통제하고 준석의 몸으로 젊음을 누리며 목표를 이뤄가는 존재 파우스트가 있다는 것이다. 준석은 파우스터로 파우스트가 조종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꾸던 꿈이 진짜 자기가 원했던 꿈인지, 파우스트가 원했던 꿈인지 조차 헷갈릴 정도로 오랜 기간동안 준석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한 사람. 야구 인생에 방해물은 가차없이 없애고 최선의, 최고의 환경을 지켜주기 위해 뒷공작을 한다.
이 책은 준석이 자신의 파우스트를 찾아 자유를 얻기 위한 여정으로 진행되는데 좀 불편한 부분이 많다. 준석의 여자친구인 지수가 죽고 자신의 몸과 정신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준석을 위해 파우스트인 태근은 여자와 명품을 ‘제공’, ‘공급’한다. ‘여자’를 제공하고 공급? 대체 여자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건지 화딱지 나게 하는 표현이다. 여자들이 명품지갑 같이 훌륭하고, 자기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다거나 젊은 여자 다리를 보고 흥분을 느끼는 것. 정말 같잖다. 그 중 가장 웃긴 건 준석 역시 ‘제공’받은 여자와 함께 성관계를 맺는데 모든 탓을 파우스트에게 돌리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자기가 해놓고 왜 남탓? 안했어야지. 마치 성욕은 본능이다라며 자신을 짐승으로 대변하는 일부 사람들의 모습같았다. 또, 여자 파우스트인 남선에 대한 묘사가 늙은이, 얼굴이 다 무너진, 노파 등 다른 남자 파우스트보다 좀 추레하고 모욕적이게 표현되는 부분을 보며 참 안타까웠다.
어쨌든, 불편한 부분이 많았지만 나름 책 자체는 재미있다. 반전도 있고. 야구를 잘 모르는 나는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는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실제 우리 삶에 파우스트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늙은 어떤 사람의 젊음을, 잊지 못한 꿈을 이루게 하는 대체품, 대용품, 노예, 도구가 되었다면? 또는 내가 늙었을 때 나의 꿈을 대신 이뤄줄 파우스터를 얻게 되었다면? 정말 최악이지 않을까.
등장인물인 샤론이 했던 말이 참 와닿았다.
“가장 위대한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간이야. 늙으면 기력이 쇠하는 건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자연의 명령인거야. 하지만 인간은 늘 저항하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인간은 곧 죽고 말거든. 헤엄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어떤 물고기처럼. 우리 인간은 죽는 그날까지 존재의 어리석음을 가동해 세상에 해를 입히지.”
인간의 욕망에 대해 잘 설명한 말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파우스트’ 고전을 읽지 않아서 조금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이번 기회에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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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맨션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건 조지 오웰의 ‘1984’였다. ‘디스토피아’라고 하던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사하맨션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살아가던 사하들. 이게 과연 픽션일 뿐일까? 가상의 이야기인데도 현실과 너무나도 비슷한 점이 많아 마음 졸이며 보았다. 특히, 현재 체제에 불안과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 나와 작은 날갯짓을 하던 ‘나비 폭동’의 부분은 민주화를 위해 몸과 인생을 바쳤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유사했다. L2, 사하뿐만 아니라 주민권을 가졌던 타운의 주민들도 거리로 나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던 폭동.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숱하게 보았던 것 아닌가. ‘폭동’이란 말은 지극히도 편파적인 단어이다. 기득권 층,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내려놓으라는 다수의 사람들의 의견이 들리면 그것은 폭동이 된다. 5·18 민주화 운동도 그렇지 않던가. 아직까지도 폭동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나비 폭동’ 아니라 ‘나비 혁명’이 맞겠지.
에피소드 형식으로 각 챕터별로 주된 이야기가 달랐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는 [311호, 꽃님이 할머니, 30년 전]이다. 낙태에 대한 이야기.
‘생명은 소중하고 탄생의 순간은 축복받아야 하지만 아이를 낳을지 낳지 않을지는 당사자인 여성이 선택해야 한다는 게 원장의 생각이었다. 어쨌거나 출산은 고통이다. 숱한 통증과 질병을 동반했다. 인과를 가지고 실선으로 이어지던 여성들의 삶은 출산과 동시에 칼로 잘라 낸 듯 뚝 끊겼고, 아이들의 삶도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항상 최선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 227쪽
‘무엇보다 한 번의 실수로 한 사람의 인생임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 227쪽
정말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여성들의 삶은 출산과 동시에 칼로 잘라 낸 듯 뚝 끊겼다’는 부분이 마음이 아팠다. 출산으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출산으로 자신이 쌓아왔던 일상생활, 커리어, 노력 등이 칼로 자른 듯 끊겨버리는 게 현재 우리의 모습과 똑같지 않은가. 아이를 위해 한 여성의 삶을 무너뜨리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이 아이도 태어나고 나면 잊혀지지만.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가 가장 대우받는 것이라 느껴지는 때도 많다. 이런 이야기를 보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세 명이 서 있고 비가 온다. 기득권처럼 보이는 풍채 좋은 사람과 임신을 한 여성과 그 여성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아이. 풍채 좋은 사람은 우산을 들어 임산부의 배에 씌워준다. 임산부와 아이는 비를 맞은 채 계속 서있는 그 그림.
‘그 수술이 불법이 아니었다면 좀 더 빠르게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이가 좀 더 안전한 곳에서 수술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움마저 변명 같아 괴로웠다.’ - 232쪽
그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챕터는 [214호, 사라]의 이야기.
‘난 이제 지렁이나 나방이나 선인장이나 그런 것처럼 그냥 살아만 있는 거 말고 제대로 살고 싶어. 미안하지만 언니, 오늘은 나 괜찮지 않아.’ - 112쪽
사라의 이야기는 어머니인 연화의 이야기부터 나오는데 정말 하말하않이다. 이 부분은 패스. 쓰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니까.
마지막의 [총리단] 챕터는 머리를 두들겨 맞은 느낌이었다. 보이지도 않는 실세에 사람들이 놀아나고 있었으므로. 그걸 안 진경은, 또 그 전에 찾아온 사람들은 얼마나 허망했을까. 기득권이야 이 체제가 이렇든 저렇든 자신들에게 이득인 부분이 있기에 크게 영향을 안 받을 것 같지만 L2나 사하들에겐 얼마나 큰 배신이었을까. 자신의 삶을 통째로 부정당한 기분. 놀아난 기분. 참담하다.
사하맨션을 읽으면서 이런 시스템이 어쩌면 우리에게도 다가오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어쩌면 이미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을 수도. 유토피아는 없을지언정 디스토피아는 우리 옆에, 아니면 우리 앞에 이미 와있을 수도 있으니까. 보호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 어른들. 누군가의 행복하고 멋진 삶의 이면에는 다른 사람의 처절함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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