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면서도 같은 두 아이의 이야기
구병모 작가님의 책 중 두 번째로 완독한 ‘버드 스트라이크’. 재밌단 소리는 익히 들었지만 진짜 흡입력 있고 즐거운 소설이었다. 서로 다른 익인과 도시 사람 간의 이야기. 결국 같은 사람임에도 잔혹한 호기심을 위해 유골을 파헤치거나 납치를 하는 도시 사람의 횡포를 두 아이가 막아낸다. 익인과 도시 사람의 피가 섞여 보통의 익인들과 다른 날개, 몸집을 가진 ‘비오’, 아침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출생의 비밀을 가진, 그래서 차별과 비난에 익숙했던 ‘루’. 이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굉장히 잔잔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한낱 도시 사람이지만 지장을 찾아가 비오에게도 동일한 기회를 달라던 루, 그의 바람처럼 비오도 18살 이행식을 경험하는데 비오는 과연 어떤 느낌이었을까? 돌연변이로 익인으로서 자신의 자리, 자신의 존재, 자신이 진정으로 바랐던 것을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비오에게 루가 준 기회는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했을까. 이 이야기에서 나오는 루의 모습은 정말로 귀엽고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비오가 내려앉을 유일한 한 땅, 한 뼘이 되는 것보다 자신이 땅을 떠나 비오를 찾겠다며 나아가는 루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날개가 있는 비오에게 어디든지 날아가라고, 어디에 있던 지금 간다던 루.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다닐 비오에게 너무나도 잘 맞는 짝이 아닌가.
어디선가 행복하고 알콩달콩하게 지냈으면 한다.
루와 비오의 이야기 외에도 인상 깊은 장면들이 많다. 한 없이 잔인해지는 인간의 성질이 여과없이 드러나 눈쌀을 찌푸렸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피해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연구를 위해 도굴, 납치, 잔혹한 생체실험을 하는 연구소장. 결국엔 초원조의 품으로 돌아가버린 까탈스럽지만 정 많고 귀여운 가하. 참 마음이 아프다. 지금 현실과 무엇이 다른지 오히려 현실이 더 심하면 심할 것이다.
시와와 유안, 그리고 다니오의 이야기도. 특히 비오를 바라봤을 다니오의 양육 모습이 인상 깊었다. 평범한 도시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땐 과연 행복한 가정생활이 가능했을까 싶은 느낌? 나라면 비오를 조금은 미워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날개가 작은 비오에게 자신감을 주는 다니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투탄기에 맞은 루를 살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아이는 잘못이 없다. 다시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작가님의 이야기 구성 방법,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하는 문장들이 상상력을 자극해서 내 머릿속에는 익인들의 고원지대가 펼쳐진다. 맥고를 두드리는 익인들의 모습. 여성 익인들끼리 모여 수공예를 하는 모습. 홀림목에 앉아있는 익인들. 은각마가 익인들의 얼굴을 핥는 모습 등. 구병모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 겠다!
기억에 남는 구절 몇 가지
“그래, 너도 지금 막 그리 말했다시피 그건 모미 비밀이 아니라 우리가 파헤칠 수도 다가갈 수도 없는 영혼의 문제인데도, 너와 같은 아이조차 직관적으로 아는 것을 어른들은 받아들이지 않더구나.” - 117쪽
“사람은 왜 자기와 다른 것이나 알지 못하는 것이나 알지 못하기에 비로소 아르따운 갓의 비밀을 캐려는 본능을 타고난 것인지.” - 197쪽
“무섭더라도 그대로 지켜봐 줘. 그게 비오의, 우리의 비행이니까.” - 203쪽
“••••••그것이 비오의 행복이라면, 조금만 더 둘이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가하가 바란 건 그 정도로 단순했다.” - 227쪽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그럼에도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유한한 인간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이라고 생각하니까.” - 347쪽
“네가 어디 있건. 어디서 날고 있든 간에 기다려 줘. 지금 곧 거기로 갈게.” - 352쪽
“어서 더 멀리 날아가. 네가 원하는 만큼, 어디까지든. 지금, 내가 가.” - 3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