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경제학 잠 못 드는 시리즈
나카무라 다카유키 지음, 노경아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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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내 돈을 불리기 위한 방법을 알고 싶어 주식이나 경제 쪽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대학교 교육과정에서 간단하게 경제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까마득해서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는다. 그나마 기억하는 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수요와 공급의 법칙...?

이전 서평단에서 너무 재밌어서 잠 못드는 시리즈 중에 '뇌과학' 부분을 재밌게 읽은 경험이 있어서 '경제학'도 신청해보았다. 운좋게도 당첨! 제발 잠 못 들 정도로 재밌게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받았는데.... 뇌과학에 비해 두꺼웠다. 두려움 한 스푼 추가...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사, 그중에서도 경제사상사만큼 의지가 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방향을 향해 걸어왔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가짜 상식과 타성을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사고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p8 머리말

무엇이든지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과거에 걸어온 길을 통해 올바른 길을 정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경제학하면 누구나 떠올릴 만한 '애덤 스미스'부터 '존 스튜어트 밀', '앨프리드 마셜', '존 메이너드 케인스',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의 생애와 그들의 주장한 경제 원리를 알려준다. 재미는 있는데 나에겐 쉽지는 않았다. 계속 다시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해도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스미스는 '사회질서는 인간의 자연적 능력인 공감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질서는 권위적인 교육이나 권력에 의해 강제로 형성될 수 없다는 뜻이다. - p26

애덤 스미스를 시작으로 경제사상사가 시작되는데 스미스가 제시한 자본주의의 도덕적 조건 3가지가 경제학의 절대적 판단 기준이 되었다고 한다. 내가 읽어봐도 그 3가지 조건은 멋졌다.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면 너도나도 행복한 경제생활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이상적인 건 뭐든 좋은 법. 모든 것은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후대의 경제학자들은 스미스의 3가지 조건이 무너져버린 현실을 마주하고 다시 회복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카를 마르크스가 주장한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점으로 볼 수 있었다. 사회주의 하면 이상만 좋을 뿐, 현실을 모르는 경제 원리이지 않나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굉장히 논리적으로 했으며 이 또한 애덤 스미스의 3조건을 회복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는 것.

경제학이라는 것이 굉장히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경제학자가 마주했던 현실과 그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이 가졌던 생각들을 서로 비교하며 알 수 있어 재미있었다. 좀 더 이해하기 쉽기도 했고 말이다. 다시 한 번 쭉 훑어보면 어느 정도 경제학의 흐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처음으로 다른 경제학 도서들도 읽어봐야지! 좀 더 친근하게 경제학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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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호실의 기적
쥘리앵 상드렐 지음, 유민정 옮김 / 달의시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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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인 쥘리앵 상드렐의 첫 소설인 <405호실의 기적>은 첫 작품임에도 25개국에서 번역 출간되는 큰 성공을 이루었다고 한다.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누구나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랬으니까!

2017년 1월 7일 토요일, 10시 32분. 델마의 세상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최악의 시간. 회사에서 온 업무연락을 받던 중 아들 루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것도 눈 앞에서. 루이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워킹맘으로 살아가던 델마는 한없이 무너져내린다. 아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한 달 후에는 연명치료를 그만둘 수도 있음을 알게 된 델마는 다가오는 루이의 죽음에서 회피하려 한다. 루이의 방을 청소하던 중 루이가 적어둔 '나의 기적 노트'를 발견하고 아들의 목표를 대신 이뤄주기 위해 마음을 다 잡고 용감한 도전을 하게 된다.

델마의 이야기와 루이의 병상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데 자신이 적어둔 항목들을 이뤄나가는 엄마와 할머니를 보며 조금씩 힘을 내는 루이를 보며 뭔가 마음이 찡했다. 엄마가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처음에는 '엄마의 용감한 도전'이라는 문구를 보고 아빠는 대체 무엇을 하길래 엄마만 도전을 하는가 싶었다. 아빠는 불륜남에 루이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델마가 어떤 마음으로 루이를 홀로 키워왔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런 루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델마의 세상이 무너진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기계에 의지해 살아있기만 한 그런 아들을 보며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자신, 평소에 루이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던 자신을 욕하고 깎아내리며 후회하는 델마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마치 내가 델마인 것처럼 이입하게 만드는 델마의 말 하나하나가 내 마음까지 아프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엄마가 생각이 났다. 델마가 하던 후회가 내가 했던 후회와 똑같았기에 말이다. 있을 때 잘할 걸, 더 관심을 가질 걸, 한 번 더 웃어줄 걸. 아무리 후회해도 이제는 아무런 방법이 없어서 마음이 아팠다.

델마는 강한 사람이었다. 약한 것 같으면서도 누구보다 강한. 우연히 발견한 아들의 기적노트를 하나씩 이뤄나가는 델마의 도전정신과 용감함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사실 나였다면 조금이라도 내 눈에 내 사람을 담아두고 싶어 병실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일들도 하나씩 이뤄가는 그 모습이 누구보다 멋졌다.

불편했던 건 루이가 수학 선생님을 성적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아이가 원하기에 우선 실행하고 잘못된 점을 알려주긴 했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나한테는 너무나도 소름끼치는 항목이었다. 학생이 나를 성적대상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어서 진심 불쾌했다. '그 나이 때 남자애들은 다 그래요. 평소에 선생님이 처신을 잘못한거죠.'라며 실제로 학폭에서 범죄를 감싸주는 말도 많이 들어서 더더욱.

성인이 되고 직장을 가지게 되고 엄마라는 하나의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서 '나'를 잃어가는 사람은 정말 많을 것이다. 우리 엄마도 항상 ㅇㅇ엄마라고 불렸으니까 말이다. 본인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나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본인이 하고 싶었던 걸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린 엄마에게 너무 미안하다. 내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실히 느껴진다. 엄마는 신이 아니라는 것.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걸.

이 책에서 또 의미있게 본 장면은 워킹맘이었던 델마가 여성차별을 하는 회사에서 퇴사를 한 것. 공식적인 정책으로는 양성평등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차별이 심했던 그 회사. 빅보스의 따귀를 때리고 나온 건 짜릿했다. '기꺼이요. 대표님.' 유쾌, 상쾌, 통쾌!

언제부턴가 여자의 일로 고착화된 육아와 경제 생활을 함께하는 여성을 부르는 말인 워킹맘. '집에 가서 애나 보지 그래.', '여자들이 일을 하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등 실제로 현장에서도 많이 들어본 말이라서 성평등이 되려면 한참 멀었구나 느꼈다. 그래서인지 저절로 내 커리어를 더 신경쓰게 되더라. 대체 누구 좋으라고 애를 낳나 싶다. 그렇게 출생율이 낮다며 말하면서도 임산부나 여성을 존중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애를 낳아주고 집안일 해 줄 하나의 도구로만 여성을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다.

루이의 기적 노트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델마가 더 행복해보여서 다행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까. 나도 나만의 기적 노트를 만들어 살아가는 동안 하나씩 이뤄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델마처럼 파격적인 행동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나라면 절대 못할 거라 생각했던 행동을 성공한다면 또 다른 용기가 샘솟을 것 같기도! 작은 공책을 준비해서 오늘부터 하나씩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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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가짜 뉴스가 뭐야? 10대를 위한 글로벌 사회탐구 1
카롤리네 쿨라 지음, JUNO 그림, 김완균 옮김, 금준경 해제 / 비룡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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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휴대폰 하나면 세계 각지의 많은 소식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사라진 지금 끊임없이 나에게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정보는 누가 전파하는 것이며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일까.

나 역시도 TV로 보는 뉴스보다는 인터넷 뉴스를 자주 보는 편인데 가면 갈수록 뉴스를 보는 횟수가 줄고 있다. 혐오표현이 담긴 뉴스, 특정 지역을 폄하하는 뉴스, 특정 집단을 대변하는 뉴스, 오탈자가 있는 뉴스, 제목과 내용이 동떨어진 뉴스 등 보면 볼수록 화가 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만 잔뜩 받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논란만 부추기는 가짜 뉴스까지 나타나니 문제가 가득한 뉴스 속 세상보다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현재의 내 생활에 집중하고 싶어 특정 분야의 기사는 헤드라인만 읽고 넘겨버린다.

나에게 결국 남은 건 기자와 특정인에 대한 혐오와 점점 세상과 멀어지는 나 자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보고 싶었다. 대체 그놈의 가짜 뉴스는 누가 만들고 누가 퍼뜨리는지, 그 가짜 뉴스를 골라내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유튜브에서 이상한 정보를 얻어와 내게 물어보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청소년을 위한 책 답게 이 책은 가짜 뉴스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해 전반적으로 대화하듯 쉽게 풀어낸다. 언론은 무엇이며, 언론 윤리강령과 언론인이 갖춰야 할 자세, 가치있는 뉴스와 좋은 언론은 무엇인지 등 언론과 언론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보와 가짜 뉴스의 차이,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법 등 자세하게 나타있어서 청소년, 언론이나 가짜 뉴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것이다.

독일의 언론인인 저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 정치 문제 등을 예시로 들어가며 언론인의 문제, 가짜 뉴스, 그리고 그 뉴스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대해 서술해간다. 모든 언론인들은 중립적인 태도를 갖춰야 하는데 사람이기에 쉽지 않다는 것. 언론인들이 실수를 했을 때는 잘못을 받아들이고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 가짜 뉴스는 기사의 오보와는 다르며 누군가가 악의와 고의성을 가지고 조작한 뉴스라는 것. 결국에는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가짜 뉴스가 원하는 것은 혼란일 뿐이다.

해제의 금준경 기자의 말들이 굉장히 와닿았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지라시 형태의 가짜 뉴스, 유튜브를 통해 많은 가짜 뉴스들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빠도 그렇고 우리 아이들도 그렇고 유튜브나 편향된 뉴스를 보고 그대로 수용한 후 그게 사실인냥 내게 말해서 서로 다툴 때가 많다. 결국에는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필요한 것이다.

언론의 불신이 높아지고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있는 지금, 언론의 역할과 가짜 뉴스를 보는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이 책을 모든 사람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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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와 옥토퍼스
스티븐 롤리 지음, 박경희 옮김 / 이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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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에 강아지를 키웠는데 학교를 다녀오니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몰래 팔아버려서 울면서 강아지를 찾아 사방팔방 돌아다닌 적도 있다. 강아지를 팔고 받은 돈을 나에게 주며 아빠한테 건네주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 이후 나의 꿈은 마당이 넓은 멋진 2층 집을 사서 마당에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내가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까 고민하며 랜선 집사로만 남아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이봄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완독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일주일간 매일 정해진 부분을 읽고 기억에 남는 문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생각의 확장을 하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주인공인 테드와 그의 개 릴리의 이야기. 릴리의 나이는 열두 살, 사람 나이로는 여든 넷. 테드의 나이는 마흔네 살, 개 나이로 이백 아흔네 살. 12년을 함께 해 온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척하면 척 알고 살아간다. 어느 날 릴리의 머리에 옥토퍼스가 있는 것을 확인한다. 옥토퍼스에 의해 점점 약해지는 릴리를 보며 테드는 옥토퍼스를 물리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릴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책을 읽으면서 릴리의 귀여움에 웃고 테드의 처절함에 울고, 옥토퍼스의 만행에 분노하고, 릴리의 마지막에 오열하였다. 세상과 사람에 상처를 받아 마음의 문을 닫은 테드를 보면 영화 <보스 베이비>의 템플턴이 생각난다.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 아이 같은 느낌. 릴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테드는 조금씩 성장해간다. 신발끈이 풀리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테드가 그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릴리의 이야기를 꺼낸다.

 

놀랍게도 이 책은 스티븐 롤리 작가님이 실제로 닥스훈트 릴리를 떠나보내고 쓴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의 릴리가 작가님이 키우던 릴리라고 하니 뭔가 소름이 돋았다. 테드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 하나하나가 절절하게 느껴졌던 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었을까.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에겐 끝이 존재한다. 그 끝이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가고 더 나은 나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테드와 릴리를 보며 지금 이 순간, 내가 사랑하는 존재와 추억을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릴리, 넌 정말 인간에게 최고의 친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아 왔어.”

 

죽음을 속이는 데 인생을 다 써버린다면, 인생을 껴안을 시간이 남지 않아요.”

 

널 영원히 사랑할 거야. 남은 인생 내내 그리고 그 이후에도.”

 

너는 열정적인 사랑을 받았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아프게 다가올 이 책. 테드와 릴리와 함께 모험을 떠날 분!

 

시작해! !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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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제주도난파기 그리고 책 읽어드립니다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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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많이 들었던 하멜 표류기. 좋은 기회가 되어 이번 기회에 완독하였다. 책 자체가 굉장히 얇고 일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하멜 표류기는 '난선제주도난파기'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동인도회사 소속의 무역선인 스페르베르호가 일본 나가사키를 향하다 제주도 부근에서 난파를 당하게 되고 살아남은 36명의 선원들의 13년 간 조선에 억류되어 있던 그 당시 상황을 세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네덜란드인이자 스페르베르호의 서기였던 헨드릭 하멜이 작성해서 하멜 표류기라고 이름이 붙여진 듯 하다.

 

이 책은 두 가지 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조선에 억류되어 있던 상황을 담은 일지, 두 번째는 하멜이 겪은 조선의 여러 분야에 대한 글이다. 유럽에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 최초의 책이라고 하는데 이 책이 유럽에 퍼지게 되면서 조선에 대한 서양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뭐든 최초라는 말이 붙으면 역사적 가치가 굉장히 높아지기 마련이다. 조선에서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 및 관점, 그와 더불어 조선과 일본이 외국인을 대하는 방법의 차이점, 세계의 다양한 나라들에 대한 조선인들의 생각이 잘 드러나있어 더욱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과연 그들은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당연히 탈출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리 잘해준다고 한들 고향이 그리울 수 밖에 없으니까.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그 당시 조선이 외국인을 국외로 보내는 관습이 없기 때문에 하멜을 비롯한 선원들은 녹봉을 받고 일생을 조선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으니 상관이 누구고 얼마나 외국인에 대해 우호적인가에 따라 하멜 일행의 처우가 달라졌다.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달라지는 조선인의 모습에 외국인이 느꼈을 암담함이 글 속에 녹아있어 나도 슬펐다.

 

결국 하멜 일행 중 8명은 조선을 탈출해 일본에 도착한다. 도착한 날 하멜 일행은 일본 부교에게 불려가 54가지의 질문을 받는다. 일본이 하멜 일행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캐내려고 한 점이 굉장히 인상이 깊었다. 우리 조선도 그랬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느껴졌던 부분. 서양의 시각과 정보를 직접적으로 배우고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일본 올려치기 아님!! 그 상황이 아쉬울 뿐.)

 

2부에 속하는 조선국에 대한 기술은 흥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조선의 형벌에 대해 서술한 부분인데 여성과 남성의 차이, 극악무도한 처벌 방식이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근데 어느 부분에서는 조선인을 나쁘게 묘사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좋게 묘사하는 걸 보니까 약간 신빙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기도.

 

조선에 여관, 호텔 같은 숙박시설이 없는 이유가 여행자가 자신이 먹을 쌀을 들고 근처 집에 찾아가면 집주인이 밥과 반찬을 내오는 문화가 있어서라고. 굉장히 인류애가 느껴진다.

 

외국인이 바라본 조선의 결혼 문화가 내가 느끼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웃프기도 했다. '이 나라에서는 여자를 여자 노예처럼 다루며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서도 아내를 내보낼 수가 있습니다. 남편은 아이들을 맡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여자가 데리고 나갑니다.' 조선시대의 여성 인권을 한두 문장으로 알 수 있는 부분.

 

외국인이 본 '한글'이라는 문자의 특징, 1. 가장 낮은 수준의 문자 2. 배우기 쉽고 3. 모든 사물을 아주 쉽게 또 그음을 아주 정확하게 쓸 수 있다. 자부심이 느껴진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문자의 우수성이 새삼 느껴졌다.

 

조선이 가지고 있던 외국과 외국인에 대한 시선을 살펴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우리 시선으로 적힌 역사와는 또 다른 느낌의 역사라서 그런 거겠지? 굉장히 얇은 책이라 가볍게 읽기에 아주 좋으니 누구나 도전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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