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손길 온라인 그루밍
김리하 지음, 전명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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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grooming)은 동물의 털 등을 손질한다는 뜻으로 요즘에는 꾸미는 남성에게 사용하는 단어라고 한다. 근데 언제부터인가 그루밍이라는 단어에 '성범죄'가 붙기 시작했다. groom을 영어 사전에 찾아보면 충격적인 뜻이 한 가지가 있다.

타동사 [VN] (아동을 상대로 성행위를 하는 자가 특히 인터넷 채팅을 통해)

상대 아동을 구하다

출처: 네이버 영어사전

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동'을 상대로 '성행위'를 하는 자가 '상대 아동'을 '구하는 것'. '아동'을 '구한다.'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뜻 자체가 너무나도 더럽다. 그루밍 성범죄는 일명 아이 길들이기라고 말하며 아이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하여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게끔 잘해주고 어느 정도 아이와 래포가 형성되었을 때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조금씩 드러내며 아이를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질 나쁜 범죄이다. 그루밍 성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만큼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범죄다. 뒤늦게서야 아이가 깨달았을 때는 친절하고 착한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피해자의 사진, 영상 등을 빌미로 협박하는 범죄자가 있을 뿐이다.

SNS가 발달하면서 스마트폰을 가진 아이들은 카톡 오픈채팅, 틱톡, 인스타, 트위터, 페북, 랜덤채팅 등 다양한 SNS를 사용하고 있다. SNS를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을 찾는 것이 더 힘들 정도.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SNS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며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들은 정말 많은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역시나 '사람'이다.

이 책은 인스타그램에 빠진 여자아이들이 그루밍 성범죄에 휘말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치유해가는 이야기이다. 가람이, 혜주, 미진이, 예린이. 핵심이 되는 아이들은 이 4명의 학생들이다. 인스타그램을 하며 팔로워를 늘리는 혜주와 예린이. 예쁜 언니, 잘생긴 오빠들과 이야기하고 하트를 주고받으며 이 아이들은 자신감을 얻는다. 그 와중에 S대생, 부자, 잘생긴 동하 오빠와 연락하게 되는 혜주. 동하 오빠한테서 여러 선물도 받고 사귀게 된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던 혜주에게 동하 오빠는 쇄골까지 옷을 내려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고 혜주는 사진을 보낸다. 그리고 받은 건 자신의 얼굴과 모르는 여자의 알몸이 합성된 딥페이크 사진. 한편 예린이는 갑자기 키가 크고 살이 빠지면서 주변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다. 그중 인스타를 통해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실제로 만나서 유튜브 편집 기술을 배우기로 한다. 노래방을 같이 갔는데 남자친구는 편집 기술이 얼마나 비싼지 아냐면서 몸으로 때우라고 말하며 성추행과 폭력을 가한다.

혜주가 잘생긴 동하 오빠가 친해지고 사귀게 되는 걸 보며 자신도 모르게 질투를 하게 되는 가람이. 공부가 아니라 인스타, 화장을 하며 온라인 인맥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촌 언니가 그루밍 성범죄 피해자였던 미진이는 같은 일을 겪을 뻔한 혜주를 구해준다.

미진이와 가람이 덕분에 빠른 조치가 취해져 더 큰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상처로 뒤덮였다. 상담을 받으며 잘못한 것은 너희가 아니라 그 행동을 한 남자들임을 알고 조금씩 마음을 치유해가는 혜주. 충격을 크게 받아 몸과 마음이 다쳐 시간이 필요한 예린이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야기 끝에는 남학생들의 이야기가 조금 나오는데 미진이 덕분에 몸캠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빠르게 피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성폭행과 몸캠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남학생 이야기는 별로 딱히 와닿지가 않았다. (대부분의 몸캠은 자신의 성 욕구를 풀기 위해 행동으로 옮겼다가 불법으로 찍히는 거고 여자아이들이 겪은 일은 자의가 없이 협박과 회유를 통해 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그루밍뿐 아니라 가정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부모의 모습이 나오고 아이들이 SNS에 더욱 빠져드는 이유가 나오기도 한다. 과학고를 목표로 친구도 가려 사귀고 공부만 하길 원하는 가람이의 부모님, 돈을 버는 것만 신경 쓰고 아이와의 관계를 돈으로 해결하는 혜주의 부모님. 바쁜 부모의 자녀,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자녀는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을 더 자주, 많이 한다. 그게 즐기기 위해서든 도피를 위해서든 말이다. 그만큼 SNS에 노출이 많이 되어 있는데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안 좋은 것들을 쭈욱 빨아들여서 뭔가 문제가 생겼다 싶었을 땐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을 위한 도서다 보니 수위가 매우 낮고 피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데 현실은 이 정도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또한, 실제로는 도움을 주는 사람의 역량과 대처 역시도 현실과는 매우 다를지도 모른다. 이 일이 발설되었을 때 사람들은 아이를 걱정하기보단 아이를 비난하고 부모를 욕하는 2차 가해를 가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조심하라'라는 이 말이 너무나도 불공평하다는 걸 느낀다. 대체 왜 내가 조심해야 하는가? 내가 조심한다고 피해지는 일인가? 학교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할 때 하는 말이라곤 '조심하라'라는 말이다. 낯선 사람을 만나지 말고 따라가지 말고, 어딘가를 갈 때에는 항상 부모님께 행선지를 알려야 한다, 혹시나 피해를 입었을 때에는 몸과 옷을 그대로 둔 채 빨리 선생님과 부모님께 알려라, 이런 것들을 말한다. 이걸 가르치는 나도 의문이다. 아이들 보고 조심하라고 해서 성범죄가 안 일어나는 건가? 그렇다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뭐가 있는가? 요즘 내가 하는 말은 가해자가 되지 말라는 뜻을 담은 말들뿐이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함부로 찍지 말고 공유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이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사람의 기분은 어떨지 생각해라, 성차별적인 발언과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말을 하지 마라 등 우리 아이들이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뿐.

성범죄가 계속 일어나는 건, 그중에서도 아이를 대상으로 한 아동 성범죄가 일어나는 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낙태죄는 태아도 생명이라며 그 세포 덩어리 하나 없애는 것도 막으면서 몸과 정신을 파괴하는 성범죄에 대해선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또 하나, 아이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모든 광고, 영상들도 문제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걸까? 어린아이들까지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게 말이 되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우스갯소리로 아들과 딸 중 낳고 싶은 아이의 성별은 무엇이냐 물었을 때, 남자애를 선택한다는 말도 있다. 남자애는 남자애 하나만 조심시키면 되지만 여자애는 모든 남자들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라던가. 조심시키는 것과 조심해야 하는 건 너무 차이가 있다. 시키는 건 내 의지에 따라 행동의 여부가 결정되는 거지만 조심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닌 타인의 의지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언제쯤이 되어야 이런 걱정 없이 편안하게 세상을 살 수 있을까. 특정 성별이 가진 권력 중 가장 부러운 건 성범죄 걱정 없이 술을 진탕 마시든, 늦게까지 돌아다녀도 되는 것. 택시를 탈 때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타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세상이 너무나도 추악하고 더러운 부분이 많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아이들은 아이들 자체로 바라봐 줬으면. 더 나아가 모든 여성들이 아무런 걱정과 불안 없이 생활하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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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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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문과생인 나에게 과학 분야, 특히 물리학은 너무나도 어려워 기피대상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화학은 좋아했지만 물리는 흥미도 없고 어렵기만 했기에 이과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대학교를 가서도 기본 물리에 대해서 배우는데 역시나. 임용을 볼 때 과학 교과교육론을 공부하면서도 어렵다는 생각뿐이었다.

웃기게도 나이가 들면서 내가 모르는 과학에 대해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쉽게 설명해준다는 여러 과학 관련 책을 보았지만 몇 장 읽고는 그대로 방치하였다. 그러던 중 <우주를 만지다> 책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의 표지에 마음을 쏙 뺏겼다. 원래 하늘과 별, 달, 구름을 좋아하는 내게 밤하늘에 뜬 수많은 별들이 그려져있는 표지는 자석과도 같았다. 표지뿐만 아니라 제목, 부제, 추천사까지 너무 나를 위한 책인데? 싶었지만 또 몇 장 읽고 포기할까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신청하지 않았다. 근데 웬걸, 자꾸 눈에 아른거려서 이번 기회에 과학에 대해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신청하게 되었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본 세상과 감동을 일반인들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우주가 더 친근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오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그런 마음들이 물씬 풍긴다. 과학을 잘 모르고 흥미가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도록 여러 과학 현상을 설명해주는데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처럼 느껴진다. 추천사에 왜 '첫 시집'이라고 표현했는지 알겠더라.

이 책의 독특한 점은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한 편의 시가 있다는 것이다. 챕터의 내용과 연관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해도 쏙쏙, 감동도 물씬이다. 한 챕터당 2~3장 정도로 구성되어 있어서 시간날 때마다 짬짬히 읽을 수 있어서 바쁜 현대인들도 짧은 시간에 우주를 알아가는 감동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굉장히 철학적인 부분들도 많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은데 우리는 항상 과거를 보고 산다는 것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것은 과연 현재일까, 과거일까. 이 책의 저자는 현재가 아니라 과거라고 말한다. 소리의 속도와 빛의 속도를 고려하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0.003초 전의 목소리, 내가 보고 있는 앞 사람의 모습은 10억분의 3초전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현재는 모른다는 것이다. 우린 현재지만 과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우리가 보는 별도 1000년 전, 1만년 전의 별이라고 한다. 우리가 별을 보는 것은 우주의 역사를 보는 것과 같다는 말이 왜 이렇게 마음을 벅차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과거는 돌처럼 단단하고 별처럼 변하지 않는다.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나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마는 현재가 아니라 영원히 남는 과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현재는 사라지지만 과거는 저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남는다.



틀에 꽉 막힌 생각과 행동을 하는 나는 과학자가 가져야 할 탐구심, 호기심, 상상력 등이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진다.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우주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나에게는 뭔가 크게 와닿지 않는 공상의 세계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따분하게만 느껴지는 변화없는 내 생활이 뭔가 좀 더 생동감이 있어진 기분이 든다.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다니, 좀 더 어렸을 때 느꼈다면 나도 과학자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세상 어느 곳도 우주가 아닌 곳은 없다. 우주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옆에 있다.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우주를 만져보았다. 앞으로도 지금의 이 느낌을 잊지 말고 우주를 듣고, 보고, 만지고, 우주와 함께 춤을 출 수 있기를. 우주가 주는 감동을 느끼며 현재를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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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 같이는 아니지만 가치 있게 사는
권미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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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이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인 '결혼'. 우리 부모님도 크게 말씀하지 않는데 주변 사람들이 더 유난이다.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을 하기 시작하고 벌써 아이를 키우고 있기도 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왜 이렇게 나하고는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20대 초반에만 하더라도 반드시 결혼을 해서 애는 3명을 키워야지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페미니즘을 알게 되면서 이미 내 삶에 만족하고 있는 나에게는 결혼이 하나의 족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 사람들 중 비혼을 한 사람이 없어 비혼 여성의 삶에 대해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운좋게도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결혼 염불을 외는 주변 사람들에게 '난 아무튼 잘 살고 있으니 건들지마라'는 말을 전하고 있는 듯했다. 깔끔한 책 표지와 담담한 말투가 친한 언니가 말해주는 기분이라 매우 좋았다.

저자는 비혼을 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개인심리상담가로 일하고 있다. 정말 멋진 삶이지 않은가? 자신의 꿈을 이룬 여성이라니. 결혼한 여성들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출산을 기점으로 경력단절이 된다고 한다. 기껏 나라가 그렇게 요구하는 출생율을 높이고 왔더니 내가 일할 자리가 사라진다니. 그게 아니더라도 일에 치이고 육아에 치이고 집안일에 치이는 워킹맘의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내가 가지고 있던 꿈은 어느 새 저 멀리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일도 벅찬 생활이지 않을까. 주변에서 요구하는 게 매우 많으며 상대적으로 눈치를 많이 보며 살아가는 여성들이기에 꿈을 이룬 여성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멋지다.

이 책은 혼자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하면 좋을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심리상담가이기 때문인지 마음을 어루만주어주는 구절이 많고 핵심을 찌르는 부분도 많았다. 정신적 건강함을 위해 주변이 아닌 '나'에게 초점을 두고 '나'를 사랑하고 만나는 그런 삶을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렇기에 비혼 여성뿐 아니라 기혼 여성들까지도 읽으면 좋을 듯 했다. 가치 있는 내 삶을 위해 읽어보면 좋을 책.



혼자이기 때문에 불안한 부분들을 콕 집어 말해주어 비혼이란 삶이 마냥 무섭거나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비혼을 결심했지만 아직 겪지 못한 일이기에 막연한 불안함이 있었다. 주변의 말에 상처받지 않고 더 나은 더 가치가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시간을 허투루 보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의 마지막 24시간을 쓰고 유서를 작성해보는 것이었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한다. 결국 나를 아는 건 내 자신일뿐. 어느 한 날을 정해 내 마지막 24시간을 적어보아야겠다. 아무런 목표도 목적도 없이 살고 있던 나를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이 책의 앞부분은 왜 비혼을 결심하게 되는지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앞부분을 읽으며 많이 공감을 하고 화도 많이 났다.

한국 사회의 가장 안좋은 점은 오지랖이 넓다는 거다. 왜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지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의 삶을 디폴트로 생각하고 한 계단씩 반드시 올라가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10대 때는 대학, 20대 때는 연애나 취업, 20대 후반부터는 결혼. 심심치 않게 들리는 '그 사람은 멀쩡한 데 왜 싱글이래?', '어디 하자가 있는 거 아냐?' 이런 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폄하한다. 특히, 여성들에게 말이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에게 많이 하는 '나중에 외로울 것이다.', '노년에 아프면 누가 보살펴주니?', '엄마가 되어 자식을 기르는 재미를 느껴야지.' 이런 말들. 웃기게도 결혼한 직장 동료들과 회식 자리에서 이야기를 해보면 '결혼을 늦게 할 걸 그랬다.', '와이프가 여행가면 너무 행복하다.' 등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듣는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대체 왜 결혼을 했을까 싶었다. 결혼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가 된다면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비혼을 결심한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여 비혼 여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니까 남들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이 책과 함께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어본다. 그리고 비혼이든 기혼이든 모든 여성들이 본인의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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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제로 라이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삶
실비 드룰랑 지음, 장 부르기뇽 그림, 이나래 옮김 / 북스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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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구가 망할 것이다.'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시기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것 같다. 올해에만 몇 차례 겪은 이상 기후 현상들이 지구 종말의 징조를 보이는 것 같아 무서워졌다. 지구라는 행성에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의 몸을 망치는 바이러스일 뿐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없었다면 TV에서나 보이는 그 아름다운 자연이 천년만년 유지되었을 것이다. 이때까지 인간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속죄로 요즘 '제로 웨이스트'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막상 실천하려고 보니 너무 막막하다는 느낌뿐이었다. 난 아주 투머치하고도 투머치한 맥시멈 라이프를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맥시멈 라이프를 사는 사람답게 미리 쟁여놓은 생수와 세제는 물론 인터넷 쇼핑을 즐겨 하기 때문에 택배 박스와 포장재, 플라스틱, 비닐 등 아주 많은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지구야 미안해....

이런 내가 과연 필요한 물건만 사며 쓰레기를 줄이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환경은 망가졌고 조금이라도 망가지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해야만 한다. 그러는 중에 이 책의 제목은 너무나도 내 마음을 꽉 잡아당겼다. <쓰레기 제로 라이프>라니. 너무나도 꿈같은 삶이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면 쓰레기 제로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지구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제목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직관적인 제목 굉장히 내 스타일이다. 제목만 보아도 그 책의 가치가 느껴지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그런 제목을 가진 책.

이 책의 저자는 벨기에에서 쓰레기 제로를 향해 가족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한 사람이다. '제로 카라비스투유 가족'이라는 별칭을 가진 이 가족들이 쓰레기 제로를 위해 해온 다양한 활동들이 책에 담겨 있었다. 가장 먼저 쓰레기 제로란 무엇이며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쉽고 간단하게 많은 예시를 들어 서술해주고 있어 굉장히 친절하다고 느꼈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다양한 방면의 팁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조금 더 친환경적인 커피를 마시는 방법, 좀 더 안전하면서도 깨끗하게 청소를 하는 방법, 화학물질이 들어간 화장품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오일 등 일상 생활에서 환경을 위해 대체할 수 있는 정보들을 친절하게 제시해준다. 생수 대신 수돗물을 먹는 방법과 도심 속에서 텃밭을 가꾸는 방법, 육식을 줄여야 하는 이유와 일주일에 한 번 채식의 날을 만든 배경 등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가족들의 실제적인 팁들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쓰레기 제로 물품들을 표로 정리한 것과 천연 코코넛 치약이나 가루 치약, 양면 보자기 만들기 등 직접 쓰레기 제로를 위해 만들 수 있는 물품을 소개해주며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하나쯤은 쓰레기 제로를 실천해보도록 한다. 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쓰레기 제로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아이라는 것. 그래서 아이를 낳는 게 지구를 위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미 지구에는 너무 많은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가 많이 아쉬웠던 점은 우선 벨기에의 사례다보니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관련 부분을 찾아보려고 해도 어떻게 키워드를 찾아야 좋을지 의문이 들었다. 또, 읽다 보면 약간 번역이 이상한 부분들이 있어서 긴가민가하면서 읽기도 했다. 간혹 보이는 오타들도 집중하는데 약간 방해를 하기도 했다. 저자가 강조하며 설명한 부분 중에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여성들이 부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 신제품들이 세상에 나와 여성들을 해방시켰다는 점은 굳이 명시해야 하는 부분일까. 부엌과 집안일이 여성의 일이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는 부분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굳이 여성으로 한정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뭔가 알수록 많은 것들이 불편해지는 현실..)

불가능할 거라고 주변에서 말하더라도 당장 내가 할 조그마한 행동 하나를 실천해나가던 <벌새 이야기>의 벌새처럼 나 역시도 별 거 아닐 거라고 생각되는 작은 일들부터 하나씩 실천해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할 것은 종이컵을 쓰지 않기, 생수를 사먹지 말고 친환경 정수기를 이용하여 수돗물 먹기를 실천하려고 한다. 또 한 가지, 고기를 아예 끊지는 못할 것이니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고기를 먹지 않는 날을 만들어야 겠다.

제로 웨이스트와 미니멀 라이프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 쓰레기 제로 라이프의 바이블이 되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함께 지구를 위해 작은 날갯짓을 하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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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 VivaVivo (비바비보) 42
올리버 폼마반 지음, 김인경 옮김 / 뜨인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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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렸을 때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현재 아이들의 생활 모습. 나도 모르게 '나 때는 말이야.'를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내 모습을 가끔 보곤 한다. 스마트폰의 보편화가 나와는 다른 어린 시절을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내가 어렸을 때 가지고 있던 휴대폰은 피처폰이었고 유독 작은 휴대폰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폰으로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했는지 의문스럽지만, 그때 당시에 사용했던 건 미니 게임이나 문자, 전화 정도? 인터넷 들어가는 순간 휴대폰 요금이 폭탄이라 벌벌 떨었던 걸로 기억난다. 문자로 친구들을 언제 만날지 정하고 나가서 놀았던 게 더 많았던 그 시절.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자신만의 스마트폰을 대게 가지고 있는 편이고 자신만의 작은 세계를 운영한다. 유튜브를 운영하거나 페이스북, 라인, 틱톡, 스푼 라디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자신에게 있는 좋은 점은 부각하고 나쁜 점은 최소화하며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인 컨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원래 나는 하나의 일에 지속적인 관심을 주는 것이 어려워 SNS는 손도 대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인스타계정을 만들고 나서 첫 게시물을 올렸을 때, 계속 휴대폰을 들여다보곤 했다. 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나도 모르게 계속 휴대폰을 보고 있더라. 좋아요가 눌리면 누구보다 좋아하고 팔로워가 늘어갈수록 정말 행복했다. 그런데 팔로우가 줄어들거나 좋아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날에는 괜히 '내가 뭘 잘못했지?'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왜 더 자극적인 걸 올리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그리고 내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SNS가 주는 행복과 괴로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특히 아이들의 시선에서 말이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올리버 폼마반 작가의 <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

'나'는 모르지만 '나'를 아는 수많은 사람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비'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엄마가 인스타그램 중독이라는 것. 비가 태어날 때부터 비의 모든 것을 SNS에 올려 사람들과 소통한다. 일명 '비의 연대기'. 팔로워가 10만명이 넘어가고 누구나 '비'를 알아보는 꿈 같은 유명인 '비'. 기업의 물품을 홍보하기 위한 협찬도 들어오고 점점 거대해져가는 '비의 연대기'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비'는 팔로워와 좋아요 수에 연연하며 존재하지 않는 '비'를 만들어내는 엄마가 부담스러워진다. 유명한 '비'를 업고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또다른 친구들과 유명한 자신을 시기질투하는 친구들이 생기는 데다가 친한 친구인 애너벨에게 비밀이 자꾸 생기는 게 싫은 '비'는 결국 안티 비가 되어 '비의 연대기'의 팔로우 방해 작전을 시작한다. 인스타그램 속에 갇힌 엄마를 구출해내고 엄마의 삶을 찾아주고 싶은 비, 진정한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비는 엄마와 함께 컬러런을 뛰는 등의 노력을 한다. 비의 갖은 노력으로 '비의 연대기'는 '우리 연대기'가 되어 진정한 비와 엄마의 일상 속 즐거움을 담고 사람들과 소통한다.

현대에 살아가는 사람들 중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젊은 층으로 내려갈수록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SNS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나의 일상을 기록해두기 위해, 나의 다짐과 각오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SNS는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도구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도구가 도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부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한동안 인스타그램에 미쳤으니까. 목적이 분명한 계정이었기에 조금 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오는 걱정과 불안함이 분명히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팔로워와 좋아요의 수를 높이기 위해 진정한 나의 모습을 감추고 한껏 꾸며낸 내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것 같기도 하다. 내게 현실이란 이 작은 화면 속의 가상 공간이 아닌 만져지고 실제로 볼 수 있는 이곳임을 절대로 잊지 않도록 해야 겠다.

어른들도 SNS에서 헤어나오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데 아이들은 얼마나 더 빠져나오기가 힘들까? 'SNS를 사용하지 마라.'고 야단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SNS의 문제점을 알고 올바른 SNS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다. SNS가 아이들의 삶을 갉아먹지 않도록, 도구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현실과 가상 공간을 구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고마워, 비. 컬러런도 그렇지만 넌 날 그곳에서 꺼내 줬어." - p198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들이라면 어디로 가든 우리를 팔로우 할 거야." - p199

이 책을 고학년 아이들과 읽어보면서 아이들의 SNS 생활을 알아보는 것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 짧기도 하고 어렵지도 않아 온책읽기 도서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먼저!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전에 나부터 올바른 SNS 활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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