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는 죽음을 위해

이 책을 고른 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간접적으로 많이 뵌 ‘유성호’ 법의학자가 쓴 책이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제목도 마찬가지로. 나에겐 너무나도 생소한 법의학이란 학문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준 책이다.
신기했던 건 법의학자가 40명 밖에 안된다는 것이었다. 한 곳에 모여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 나라에서 법의학이 많이 발전하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미 돌아가신 엄마가 많이 생각났는데 죽음이라는 건 무서운 것도 피해야 할 것도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는 있았다. 막상 내가 죽음에 직면하였을 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실 그것보다도 내 가족이 죽음의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버틸 수 있을까, 싶었다. 책에서 나온 ‘심리적으로 허약한’ 나였기에 나 역시 삶에서 도망치고 싶을 것이란 걸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연명치료, 안락사, 죽음의 역사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였다.
특히, 연명치료 부분은 엄마의 일로 경험하였기에 더 와닿았다. 암이었던 엄마는 한동안 퉁퉁 부은 상태로 잠에 깊이 빠졌다가 결국에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책에서 나온 중환자의 가족들처럼 나도 우리 엄마의 마지막을 오히려 아프고 힘들게 연명하게 한 건 아닐까? 죽음 이후의 엄마의 생각을 나눠볼 틈도 없이 떠나버렸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후회가 되었다.
엄마의 죽음 이후 우울증이 생기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가족의 죽음 앞에 담담할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아빠에게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다. 그래도 한 번 겪었으니. 서로가 죽었을 때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죽음이 갑자기 다가왔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나 역시도 여한 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가족들과 죽음에 대해, 이후 남겨진 이들을 위한 나의 생각을 나눠봐야 겠다고 다짐했다. 사전에 연명치료에 대한, 안락사에 대한 나의 생각 역시도 종이로 남겨둬야 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또한 나의 장례를 위한 통장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생명체로서 절대로 도망칠 수 없는 죽음. 이 책을 통해서 죽음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죽음이 있기에 찬란한 나의 삶을 멋지게 마감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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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

책을 산 건 꽤 지났지만 이제야 완독하였다. 양도 많지 않고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 중간중간 가슴크기, 외모품평 등 거슬리는 표현들이 간간히 있었지만 다른 남작가들이 쓰는 표현보다 조금 나았기에 흐린 눈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맨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엔 이게 대체 뭔 책이야 하면서 넘어갔는데 막상 몇 개월 후에 다시 읽으니 킬링타임으로 보기 좋았다. 보건교사로서 학교에 있으면서 장난감 칼과 비비탄 총으로 영적인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안은영, 할아버지의 가호 아래 온갖 긍정적인 기운을 이끌고 은영을 도와주는 보조배터리 홍인표. 인물들이 굉장히 귀엽고 오손도손, 투닥투닥 거리는 게 좋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어릴 때 친구인 강선이가 죽은 뒤 은영에게 찾아온 에피소드와 옴을 제거하는 옴잡이인 혜민이의 에피소드였다. 인상 깊었던 스토리 중 한 가지는 역사 교과서 선정에 관한 것. 급이 다르지만 나 역시도 교과서를 담당하고 있어서 더 신경이 쓰였다. 형편없는 교과서를 학교의 품위를 위해 강제로 선택하게 하는 관리자의 모습이 참 웃기게도 교직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웃음이 나왔다. 또, 동성애에 대한 차별, 교포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 등을 재미있고 쉽게 접근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정세랑 작가님의 <지구에서 한아뿐>도 재밌게 봤는데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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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고공농성을 한 노동자, 강주룡

추천을 받고 읽은 책. 얇기도 하고 표지도 강렬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읽은 지 이틀(총 3시간 정도?) 만에 완독하게 되었다.
1부와 2부가 나누어져 있는데 그의 활동의 성격이 바뀐다. 으레 해야 하는 아녀자, 부인으로서의 생활에서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단식을 하며 고공 농성까지 하는 모습. 일제강점기 때 이렇게 강한 여성이 있음을 왜 모르고 살았을까.
처음에 책을 읽을 땐 ‘이게 무슨 뜻이지?’ 하며 사전을 뒤적거렸다. 그만큼 방언이 많이 나오는데 그래서 현실감이 있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나중에는 맥락으로 뜻을 파악하고 사전 찾아보면 맞기도 하더라.
귀여운 전빈과의 신혼생활에서 전빈의 꿈을 따라 독립군이, 팔리듯 결혼하라는 아버지 밑의 딸이, 남편을 죽였다며 고소당한 범죄자가, 고무공장에서 노동자의, 특히 여성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시위하는 대장이, 노동자를 위해 을밀대에 올라 고공 농성을 하고 마지막까지 단식을 하며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이 너무나도 처절하고 아름다웠다.
지금의 난 그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대로 순응하고 싫은 소리 못하는 일개 근로자로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또 다른 내가 생기게 하는 원인이 되는지도 모르고.
읽으며 울고 웃고 함께 한 이틀 동안 너무나 행복하고 슬프게 만든 이 책을 꼭 모든 사람들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천국이 있다면, 그는 아직도 천국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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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교양으로 읽는 마약 세계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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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전혀 생각하지 못한 내용의 책이었다. 주변의 추천을 통해 접하게 된 책. 나에겐 너무나도 생소하고 어려운 마약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서술하여 순식간에 읽었다. 마약이 내가 생각하던 것처럼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고 범죄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주변 환경이 좋지 않기에 마약에 중독되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다고 한다. 마약 카르텔과 정부와의 갈등, 각 나라의 갈등, 관대한 마약정책을 펼친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의 이야기를 들으니 최악보단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요즘 우리나라 연예계에서도 온갖 약물이 나오는데, 그냥 ‘마약이면 다 나쁜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할 게 아니었다.
통제가 가능하게끔 가장 중독성이 낮고 그나마 덜 해로운 대마를 합법화하는 것. 글쓴이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통제를 하기 위해 성매매도 합법화를 해야 할까? 성매매는 여성인권을 후퇴시키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어쨌든 마약의 종류가 다양하고 다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마약에 대한 세계사를 재밌게 알 수 있었다! 아주 좋음!
글쓴이가 굉장히 대화하듯? 서술해서 읽기 편했다. 재미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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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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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다. 제목부터 특이하다. 정상가족이 이상하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싶었다.
정상, 이상함의 단어가 같이 하기엔 어감이 이상했다.
책을 읽으니 ‘정상가족‘이라는 것이 내 주변에서, 오랜 기간동안 한국 사회의 기본 바탕이 된 가족형태라는 걸 알게 되었다.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그것도 친부모와 자식.
아동에 대한 이야기, 미혼모에 대한 이야기,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야기 등 현실에서 비정상으로 간주된 가족들의 상황을 보았다.
나도 차별하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무의식적인 차별이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직업이 교사이기 때문인지 아동에 관한 내용이다. 꽤나 충격적이었다.
체벌에 대한 내용은 굉장히 공감했다. 어렸을 때 나도 체벌을 많이 당하며 살아왔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체벌을 한다는 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아이들을 학대하고 체벌하는 이런 사회 모습이 가족주의에서 온 아이를 미성숙하고 하나의 소유물로 보는 관점과 관련있다는 게 굉장히 놀라웠다.
평소에 생각할 땐 대충 생각하니까. 확실히 꼬집어 준 기분이랄까.
‘가족의 동반 자살‘이 아닌 ‘자녀 살해 후 자살‘.
나는 글쓴이가 말한 것처럼 가족의 비극 정도로만 여겼는데 자식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물건, 부모가 없으면 전혀 자립할 수 없는 생물로 여겨지고 살해당한 것이었다.

가장 강조한 건 공공성의 확장.
맞는 말이다. 너무 많은 것들이 ‘가족‘이라는 집단에 요구된다.
개인의 자율성과 열린 공동체가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라면 나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싶다.

읽다보면 정말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한 번쯤은 다시 읽어보고 싶다.
집중이 안되기도 하고 너무 긴 기간동안 붙잡고 있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었으므로.
이 책은 부모들, 부모가 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남자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
와닿는 말, 경험이 정말 많아서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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