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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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만화카페에서 만화책만 주구장창 보다가 줄글로 된 책을 읽고 싶어서 집어든 책이었다. 처음에 읽을 땐 책이 눈에 잘 안 들어오는 상황이었을 뿐더러 새벽이어서 꽤나 잠이 오고 있었다. 그 정신으로 반절 정도를 엄청 집중하며 읽었던 책이다. 쉬운 문체, 작가들의 생활에 대한 부러움으로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절반 읽고는 나중에 읽어야지 해놓고 한참을 읽지 않았다가 최근에서야 읽게 되었다.
두 작가가 한 집에 살게 된 이야기, 한 집에 살면서 부딪혔던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데 부러움에 사무치는 날 볼 수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빨리 결혼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가진 생각이었다. 가정생활이 불안정했고 꽤나 큰 타격을 준 사건들이 많았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결혼을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누군가와 하게 될지 언제 결혼을 하게 될지 그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대학교를 가서도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결혼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물론 그 때의 연인과 헤어진 후 그런 생각은 접었지만 말이다. 현재 연인을 만나면서도 초반에는 막연하게 결혼을 이 친구와 하겠지 하면서 지냈었다. 근데 페미니즘을 알게 되고 나름의 신념이 하나씩 생겨가면서 내가 굳이 결혼을 해야 할까 싶었다.
내 직업은 신붓감 1순위라고 불리던 교사이다. 신붓감 1순위라는 게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건 늦게 알았다. 왜냐하면 난 세상물정도 모른 채 결혼만 빨리하고 싶었을 뿐이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점점 사라졌다. 작가님들처럼 친한 자매가 있었기에 이 친구들과 여생을 함께 한다면 정말로 행복할 것 같다. 시댁이 생기는 건 정말 싫다. 시댁이 없는 결혼이라면 나름 할 만하다. 내게 자신들이 생각하는 ‘며느리로서’의 일을 강요할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나 역시도 흔한 남자들이 생각하는 ‘아내로서의’ 일을 할 생각은 없으므로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언젠가 반려동물을 키우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생활을 하고 세상을 뜨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꾸 망설이는 이유는 진짜 힘들게 사는 아빠가 내 결혼을 바라기 때문이지. 엄마 없이 혼자서 어린 아이들을 키워가던 아빠이기에 흔한 아빠들이 경험하는 사위를 보는 것과 손주를 보는 것(이미 아이는 절대로 안낳는다고 선언했지만)을 경험하지 못하게 한다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린다. 물론 내 인생이지만 말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여자에게 프레임을 씌우고 바라보는 이 세상의 인식이 바뀌긴 할까? 비혼에 대한 생각은 갈수록 늘어가지만 그만큼 고민도 늘어가 슬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이 가진 사회의 편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와의 토크 중 누군가가 ‘이 책은 페미니즘과 멀어서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누가 보아도 엄청난 내용을 담은 페미도서인데?
가부장제에 힘이 실어주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과연 여자에게 좋은 일일까.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나는 이제 고민을 끝내야 할 때가 왔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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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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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달에서 어떤 챗시의 후기를 보고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써둔 책이다. 김숨 작가님의 ‘한 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아픔은 피해자분들께는 새 발의 피겠지.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읽기 힘들어서 몇 번을 책을 덮었는지 모른다. 파렴치한, 무례하고도 인간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실제로 겪은 분들이 있기에 온전히 읽으려고 노력했다.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기에,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화자로 나오는 그는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지 않고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평생을 살아왔다. 자신이 어렸을 적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는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그를 방치한다.
다슬기를 잡던 어린 아이, 물을 길러 가던 아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을 벌고 싶어 했던 아이 등 많은 소녀들이 강제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만주 위안소로 끌려갔다. 그 위안소에서 벌어지던 만행들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잔인하고 참혹했다. 보는 내내 미간을 찌푸리고 저게 정녕 사람이라는 생물이 할 행동인가 곱씹게 되었다. 인간이 제일 잔인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돌아온 소녀들을 향한 시선 역시도 마찬가지로 잔인했다. 몸 파는 여자로 생각하거나 더럽고 불결하다고 은연중에 티를 내는 사람도 많았다. 피해자가 마치 잘못한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지금이야 미투운동으로 용기 내는 여자들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욱 심각했겠지. 가해자에게 향해야 할 질타와 시선들은 오롯이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했다.
잘못을 했으면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아무리 그 일이 본인들에게 치욕스럽고 숨기고 싶다하더라도 피해자가 받을 고통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20만 명의 피해자들 중 고국으로 돌아온 사람은 2만 명에 불과하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자랐을 20만 명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아직도 진정한 사과 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잘못했을 때 사과해야 한다고 배우면서 말이다.
정말 화가 난다. 그리고 날 탓하게 된다. 지금이야 일본 불매운동을 하며 내 입장을 드러내지만 일본의 만행을 알면서도 계속 소비해왔던 과거의 나를.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잊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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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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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전에 읽은 브레이크 다운보다 더 완성도 있고 스릴 넘친다는 말을 보고 비하인드 도어를 빌렸다. 브레이크 다운과 마찬가지로 후루룩 읽히는 책. 킬링타임용으로 적합.
책은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는데 점점 현재와 가까워져 가는 과거의 모습이 좀 더 박진감 넘치고 긴장감이 느껴지게 만들더라.
심리묘사가 뛰어나서 나도 간 졸이며 보게 된다. 근데 아쉬운 것은 브레이크 다운과 마찬가지로 결말 부분이 약간 급하게 진행되는 기분이었다. 물론 결말이 나쁜 건 아니지만. 앞에 심리묘사, 상황 설명에 많은 부분을 투자해서 그런지 막상 결말에 다가가면 약간 뭔가 소스가 부족한 느낌이다.
누구보다 잘생기고 스윗하고 매너가 넘치던 남친이자 남편이 남을 공포에 몰아넣고 그 속에서 희열과 흥분을 찾는 사이코패스였던 걸 알게 되었을때, 자신의 행동을 예측하고 함정을 파서 상황을 즐길 때, 무너져가는 그레이스를 철저하게 망가뜨리며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그레이스의 동생 밀리를 자신의 흥분과 희열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삼으려는 잭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레이스는 얼마나 공포스럽고 자괴감이 들었을까.
완벽한 생활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통제하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그레이스의 반응을 보고 놀리던 잭은 진심 사이코 같았다. 다행히 알아채준 한 명이 있기에 그나마 나았을까?
어쨌든 다시 한 번 결혼은 하면 안되는 것이군 느끼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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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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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찾아주세요.

‘엄마를 부탁해’ 이 책은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나왔던 책인데 그 당시에 서술 방식이 너무 나랑 안 맞아서 첫 장을 읽고 하차했었다. ‘너, 당신’ 등으로 표현해서 이게 뭐여? 하면서 접었다.
독서모임에서 이번 달 책으로 정해지고 나서야 다시 읽어볼 생각을 하였다.
주변 사람들이 너무 슬프다, 눈물을 흘리면서 본다고 말해서 마지막까지 미루다가 하루 전날에야 완독을 했다. 조금 글썽이는 부분이 있었지만 크게 울진 않았다.
이야기에서 남자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욕하면서 봤다. 큰 아들이고 남편이고. 굳이 서술할 필요 없을 듯. 차라리 둘째 딸의 이야기를 더 해줬으면 좋았겠어.
읽으면서 우리 엄마가 생각나서 슬펐다. 그리고 덤덤해졌다. 나름 몇 년 간 마음을 추스르긴 했나 보다. 인간 박소녀가 형철 엄마가 되었듯이 우리 엄마도 이름을 잃어버리고 00엄마라고만 불렸지. 고생을 하다 결국 2017년에 세상을 떠났다. 박소녀씨와 마찬가지로 유방암이 원인이었다. 뇌에 암 덩어리가 다 전이가 되어 병원에서 우리를 잊었을 거라고 말했었다. 병원을 찾아가자마자 엄마는 우리를 알아봤다. 다른 건 다 잊어도 우린 잊지 않았더라. 기나긴 투병 생활에 엄마도 우리도 지쳐버렸다. 결국 임종을 지키지 못한 상태에서 엄마는 떠나버렸다. 그 때가 너무 죄스러워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우리 엄마가 한낱 인간임을 망각한 채, 대단한 신인 것 마냥 언젠가 훌훌 털고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그 당시의 내가 밉다. 사라지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되다니. 꿈에서 조차 엄마에게 미안함을 느끼다 어느 날 엄마가 날 다독여주는 꿈을 꾼 뒤, 엄마는 내 꿈에 잘 나오지 않는다.
엄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이 책. 나는 이미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덤덤하게 읽을 수 있었다. 지나치게 후회를 많이 하고 앓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답답한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어쨌든 한 번쯤 읽기에 나쁘지 않은 책.
근데 작가가 표절논란이 있었던 적도 있어서 다시 읽진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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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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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보고 싶은 위저드 베이커리

말만 엄청 들었던 위저드 베이커리. 표지도 익숙하고 제목도 익숙했지만 선뜻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동료 직원이 추천해줘서 도전! 구병모 작가님의 작품을 몇 권 읽었지만 다른 책과 느낌이 다르더라. 문체도 간결하고 술술 읽힘! 다른 작품은 좀 곱씹어보면서 읽었어야 했는데 이 책은 쉽게 읽었음.
불편한 부분도 많았다. 굳이 계모라는 장치를 사용해야 했을까. 동화와 같은 계모는 절대로 없다며 아버지가 주인공에게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절대로라는 말의 폭력성을 이야기하지. 백설공주, 신데렐라, 콩쥐팥쥐 등 계모를 악인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 나이에 자주 접하는 동화임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꽤 될 것이다. 또 여자에 대한 묘사가 별로 좋지 않다. 프레첼을 사간 여자를 속물 근성이 있을 거라며 바라보는 주인공. 별로야.
약간 해리포터에서 조지와 프레드가 만든 장난감 상점 느낌이 물씬 풍겼다. 빵을 좋아하는 내게 더 배고프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다. 인간들의 욕망을 바라보며 내 욕망도 돌아보았다. 나였다면 어떤 빵을 샀을까, 타임 리와인더인 머랭 쿠키를 샀을까? 그렇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나도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에 엄마와 떨어져 살게 되었고(버림 받았다는 생각은 안하고 싶지만 버림받은 게 맞았지), 대학교를 가서야 엄마를 만났으나 결국 병에 걸려 2년 전에 돌아가셨다. 어렸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또 막상 지금의 내가 있는 건 그 일을 겪은 뒤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삶도 나름 만족은 하고 있기에.
가장 독특했던 건 결말이 2개로 나누어져 나온다. 난 개인적으로 두 번째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정말 와닿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여혐 부분만 좀 빼면 좋았을 듯. 나중에 한 번쯤 다시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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