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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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달에서 어떤 챗시의 후기를 보고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써둔 책이다. 김숨 작가님의 ‘한 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아픔은 피해자분들께는 새 발의 피겠지.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읽기 힘들어서 몇 번을 책을 덮었는지 모른다. 파렴치한, 무례하고도 인간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실제로 겪은 분들이 있기에 온전히 읽으려고 노력했다.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기에,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화자로 나오는 그는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지 않고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평생을 살아왔다. 자신이 어렸을 적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는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그를 방치한다.
다슬기를 잡던 어린 아이, 물을 길러 가던 아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을 벌고 싶어 했던 아이 등 많은 소녀들이 강제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만주 위안소로 끌려갔다. 그 위안소에서 벌어지던 만행들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잔인하고 참혹했다. 보는 내내 미간을 찌푸리고 저게 정녕 사람이라는 생물이 할 행동인가 곱씹게 되었다. 인간이 제일 잔인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돌아온 소녀들을 향한 시선 역시도 마찬가지로 잔인했다. 몸 파는 여자로 생각하거나 더럽고 불결하다고 은연중에 티를 내는 사람도 많았다. 피해자가 마치 잘못한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지금이야 미투운동으로 용기 내는 여자들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욱 심각했겠지. 가해자에게 향해야 할 질타와 시선들은 오롯이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했다.
잘못을 했으면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아무리 그 일이 본인들에게 치욕스럽고 숨기고 싶다하더라도 피해자가 받을 고통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20만 명의 피해자들 중 고국으로 돌아온 사람은 2만 명에 불과하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자랐을 20만 명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아직도 진정한 사과 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잘못했을 때 사과해야 한다고 배우면서 말이다.
정말 화가 난다. 그리고 날 탓하게 된다. 지금이야 일본 불매운동을 하며 내 입장을 드러내지만 일본의 만행을 알면서도 계속 소비해왔던 과거의 나를.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잊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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