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꽃과 주전자가 있는 정물> oil on canvas, 55×46cm 2014

 

겨울입니다. 오랫동안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듯 이 자리가 너무도 정겹고 푸근합니다. 지난 학기는 줄곧 영화만 보느라 다른 작업을 못했습니다. 매주 준비할 것들이 많아서 도무지 이곳에 들릴 짬도 없었지요. 학기가 끝난 직후에는 갑자기 집을 옮기는 바람에 또 한 차례 몸살을 앓아야 했습니다. 이삿짐을 싸고 푸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았지만 이제는 어지간히 정리도 되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올린 그림들은 모두 최근에 완성한 작품들입니다. 거의 6개월 만에 붓을 잡고 얼마나 즐거워하면서 열중했는지 모릅니다. 영화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 있을 때 다시 하겠습니다. 지금은 작업실 안에서의 순간들이 그저 고맙고 소중할 따름입니다.

 

 

 그림 <안행마을>oil on canvas 65×54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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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나날들>1978. 리차드 기어 출연/테랜스 맬릭 감독

 

‘아름다움’은 유죄일까. 스크린이라는 캔버스 안에 시적 차원의 회화적 감각을 맘껏 담아낸 감독들이 있다. 최근에 감명 깊게 본 두 작품은 테렌스 감독의 ‘천국의 나날들’과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붉은 사막’이다. 이들 감독들은 사각의 스크린을 자신만의 화폭으로 만들어 버렸다.

 

 

<붉은 사막>1964/ 이탈리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

 

작품 제목과 다르게 ‘천국’이나 ‘사막’은 영화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은유이며, 상징이며, 부재의 갈증, 욕망의 목마름, 아픈 영혼을 쓰담듬는 추억의 환기일 뿐이다. ‘천국’보다 낯선 시간의 꼭짓점들을 지나다 보면 문득 그런 의문이 떠오른다. 이들 감독들은 무슨 마음으로 이런 영화를 찍은 것일까. 어떤 의도로 이토록 노골적인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 것일까.

 

 

 

 

 

 

 

 

 

 

 

 

 

 

모티브 이미지 <크리스티나의 세계>1948 엔드류 와이스/ 영화<천국의 나날들>리차드 기어와 브룩 아담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하나인 엔드류 와이즈는 광활한 대지의 텅 빈 모습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포착했다. 뒷모습의 여자는 얼굴을 돌린 채 저기 먼 지평선 끝에 있는 집을 바라본다. 영화 속 장면에도 그림과 흡사한 집과 지평선과 구도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자의 얼굴을 우리는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탬페라 비슷한 매체로 그린 그림은 어딘가 거칠고 횡폐한 느낌을 던져준다. 영화 장면은 서정적인 풍경의 농경시를 닮고 있다. 모티브 그림에서 전해 오는 비극적인 기미는 빌과 에비, 두 청춘의 안타까운 마음을 통해 애뜻하면서도 거칠고 야성적인 모습으로 재창조 된다. 

 

시카고 제철공장에서 일하던 빌은 우발적으로 공장장을 살해하고는 동생 린다와 애인 에비를 데리고 도망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텍사스 어느 밀농장이다. 이곳에서 일자리를 얻은 빌은 에비를 자기 동생이라 속이고 오빠처럼 행동한다. 젊은 농장주가 아름다운 에비에게 청혼을 하자 빌은 차라리 그와 결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애비를 그쪽으로 떠민다. 먹고 살 일이 무엇보다도 다급했던 당시의 일이다. 빌은 에비를 온전히 소유할 수로 보호할 수도 없다. 누구보다도 에비를 사랑했던 그는 결국 삶의 감당할 수 없는 모순 속에서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다. 스토리 라인은 빈 공백이 많고 결코 친절한 흐름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 일에는 'less is more'일 때도 많다. 이 영화가 그렇다. 아름다운 풍광에 좀더 치중하기 위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은 적당히 걸러내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대신 낡은 삽자루 하나만 손에 들고도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가 영화의 주요 장면들과 밀착되어 있다.  리차드 기어는 적어도 용광로에 집어넣는 톱밥의 각도를 알고 있다.  ‘그래, 저거야 저거!’하는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는 타고난 배우의 표정, 재능의 몸짓... 석탄재가 부유하는 어두침침한 배경을 버려둔 채 카메라는 재빨리 색채의 향연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푸른 허공을 가로지르는 기차와 파도처럼 일렁이는 밀밭. 텅 빈 듯 멀어지는 들판 끝에서 노스탈지 가득한 석양이 한없이 지고 있다. 테렌스 감독은 하루에 한 시간씩, 석양이 질 때를 기다렸다가 이 영화를 촬영했다고 한다. 그가 담아낸 영상 속 저녁노을은 천천히, 아주 매혹적인 모습으로 화면 전체를 감싸 안는다.  스틸 사진에 응고된 영상만으로 어찌 우수어린 황혼녘 이미지들을 다 전달할 수 있겠는가.  

 

 

 

 

 

 

 

 

 

 

 

너무 아름다운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비평가나 사실주의 감독들은 말한다. 현실이라는 엄혹한 실태는 그늘진 향기와 비속한 언어들로 대충 얼버무려져 있다. 저토록 달콤하고 환상적인 장면들은 진실의 눈을 가리는 일종의 ‘사기’라고 할 만도 하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레스터(케빈 스페이시)의 사무실 책상에는 ‘Look Closer’는 글귀가 붙어 있다. 가까이 보라! 그러나 피사체와의 근접 거리가 때론 현실을 위태롭게 만든다.

 

우리는 완벽하게 푸른 잔디밭에 감동한다. 그러나 어떤 잔디밭도 완벽하지 않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잔디들 사이에 삐죽 올라온 잡초들, 벗겨진 흙더미, 자갈, 어디선가 굴러온 쓰레기 봉지 따위로 지저분한 모습이 드러난다. 멀리서 바라본 것처럼 잔디밭의 색깔도 그리 아름답지 않다. 잡초와 이물질로 가득한 그 현장이 잔디밭이라는 실체의 참모습이다. 이 우주 어디에도 진실로 완벽한 것은 없다.  아름다움에 대한 미적 추구 역시 완벽성과는 거리가 멀다. 

 

 

<붉은 사막>1964/ 이탈리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

 

‘붉은 사막’의 추상적인 면과 강렬한 색채 대비는 현실 속 소외의 감정과 소통 부재를 암시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극도로 예민해 보이는 여주인공과 그녀에 대한 욕망을 감추지 못하는 한 남자의 불온한 시선이 벽 하나를 두고  대치한 모습이다.  그들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그 심리적 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없는 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붉은 사막>1964/ 이탈리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

 

영화감독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피사체를 훔쳐 보고 세상의 눈은 스크린을 통해 그 감독을 훔쳐 본다. 영화는 결국 서로가 서로를 훔쳐보는 행위이다. 영화감독은 자신이 훔쳐본 것들을 대상화 하고 다시 조합해 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추억을 복원하고 꿈을 재해석 하는 것이다. 첫번쨰 영화를 찍을 돈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구든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고 트뤼포가 말했던 것 같다. 과연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것일까. 꿈의 사슬들이 서로 엇갈리며 찰그랑거린다. 엷은 안개 처럼 다가와 어느새 스며드는...너무 아름다워서 치명적인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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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가을 날, 리치몬드 상수리나무집>유화,15F,2013

 

요즘에는 영화에만 푹 빠져서 그림도 거의 못 그리고 있습니다. 다음 학기부터 ‘영상예술의 이해’라는 과목을 강의하기로 했는데 모처럼 준비하는 강의록 때문에 머릿속이 빙빙 돌 지경입니다. 한동안 대학 울타리를 벗어나 있었던 터라 다시 강단으로 돌아갈 일이 태산 같습니다. 마음이 설레면서한편으론 부담도 되고. 아무튼 이리저리 복잡한 심정입니다. 

 

영상예술에 대한 수업이다보니 영화는 원없이 맘껏 볼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아니 새벽녘에도 졸린 눈을 부릅뜨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제 모습을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사실 하루에 영화 3편 보기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골이 나서 대여섯 편쯤 너끈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수박 겉핥기 식이지만..온종일 영화만 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종종 메모도 하고, 관련 서적도 들춰보면서 나름대로 호기심을 증폭시킬 도리밖에요.

 

조금 전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헤드’를 감상하다가 결국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이 영화는 그림으로 따지면 일종의 추상화 같아서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약간의 전환 모드가 필요합니다. 실험적인 요소나 충격적인 장면들, 흑백 영상의 강렬한 명암 대비, 독특한 질감 처리, 이미지들의 괴이한 환상, 거기다 은근히 소름끼치는 사운드까지, 정말이지 사고의 층을 다각적으로 요구하는 작품이라 할 만합니다. 

 

<이레이저헤드>미국,1978.감독:데이비드 린치

 

어느 순간 남자 주인공의 머리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형체의 머리가 붙어 있습니다. 어쩌면 죽은 아이, 혹은 스스로 없애버리고 싶었던 자아가 이런 모습으로 달라붙어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영화 제목 '지우개머리'와도 관련된 주요 상징이자 키워드 같은 것 아닐까요.   

 

'영화를 볼 때 모든 걸 해석하려 들지 말고 영상이나 음향, 스토리, 구성, 음악, 연기 같은 것들 중에 한 가지 요소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은 감상법이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레이저헤드’같은 작품은 어느 방향에서부터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군요. 감상의 폭을 확 줄여서 좁은 시야로 들여다 볼 수도 있고, 혹은 아예 아무런 개념 정리 없이 무작정 그냥 볼 수도 있고.... 린치 감독은 자기 영화의 절반이 음향이라고 했다지요.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영화 배경에 깔리는 괴상한 사운드를 듣고 있으려니 사실 속이 좀 울렁거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볼륨을 가능한 줄였는데 도무지 심심해서 볼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대충 건너뛰어도 될 일들이 더러 있겠지만 컬트 무비 분야에서 데이비드 린치는 아무나 쉽게 묵과할 수 없는 주요 작가입니다. 게다가 대학 때 그림을 전공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라 개인적으로 더욱 관심이 쏠립니다. 전에도 두어 번 이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사실은 졸았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단단히 마음 먹고 재도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아침부터 신선한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이레이저헤드>미국,1978.감독:데이비드 린치

 

아이가 태어납니다. 원했던 아이가 아닙니다. 아이의 모습도 결코 정상이 아닙니다. 이상한 새의 머리 같기도 하고 물고기 같기도 합니다. 아이 엄마는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다면서 짜증을 내더니 칭얼대는 애를 그냥 떼 놓고 친정으로 돌아갑니다. 아이는 고열에 시달리고, 울음소리는 더욱 사람의 신경세포를 자극합니다. 남자 주인공 밖에는 아픈 아이를 돌 볼 사람이 없습니다. 내 앞에 이런 상황이 만약 펼쳐진다면, 혹은 당신이 그 남자 입장이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까? 영화에서도 뭔가 '끔직한 일'이 벌어집니다.

 

작가는 이 영화를 5년에 걸쳐서 제작했다고 합니다. 5년...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제작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런 만큼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짜인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스토리 전개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수많은 상징과 암시들로 가득찬 초현주의자들의 지하실 같다고나 할까요. 딱히 이해되는 장면이 많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그래서 이레이저헤드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그런 악몽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레이저헤드>미국,1978.감독:데이비드 린치

 

일명, '라지에터 걸'입니다. 불길한 어둠 속 미로 같은 영화 안에서 그래도 가장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양쪽 뺨이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건 스팀이 올라오는 라지에터처럼 '쎄엑쎄엑' 소리를 내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입으로 그런 소리를 내려면 양쪽 볼이 부풀었다 줄어들었다 해야 한다고... 아이는 칭얼대고, 거대한 환풍기 소리 같은 것도 어디선가 들리고, 라지에터 돌아가는 소리까지....영화 내내 그런 소음들이 마구 뒤섞여 끊임없이 들려온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청각이 예민하신 분은 가능한 볼륨을 줄이는 게 좋습니다. 무성 영화나 다를 바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운드를 너무 줄이면 영화 보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라지에터 걸의 달콤한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답니다.     

 

이 글 맨 앞에 소개한 그림은 지난해 11월에 다녀온 리치몬드 타운의 ‘하얀 울타리가 있는 집’의 외부 전경을 담은 모습입니다. 한동안 영화 관련 서적이나 영상 자료에만 빠져 저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는데 그나마 이런 공간에 그림이라도 올릴 수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가을 학기가 시작되면 아무래도 그림 얘기보다는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더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수업 중에 어떤 얘기들이 나왔는지, 최근에 본 영화들을 제가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였는지, 그렇고 그런 내용들이 펼쳐지겠지요.

 

영화는 사진이나 글, 그림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장르의 집합체이면서 아직 개척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영역이니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할 거란 생각도 듭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인상적으로 본 영화에 대한 짤막한 감상문 같은 것도 있으면 올려 주세요. 맛깔스럽게 댓글 다는 재주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읽고 참고하겠습니다. 영화 내용과  별 상관이 없는 졸작이나마 제 그림도 가능한 계속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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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행 마을의 오후>수채,2013

 

하나의 공간이 우연처럼 다가와 엷은 파장을 그릴 때가 있습니다. 안행 마을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입니다. 한 여름 햇살을 맞으며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작년 이곳에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모처럼 큰 맘 먹고 야외 스케치를 나선 일, 낯선 사람들 속에서의 어색했던 느낌들,비 그친 오후의 변덕스러웠던 기상 변화, 하늘을 가로질러 달음질치던 뭉게구름, 그림을 다시 손보다가 아예 망쳐버린 일...마을회관으로 두 번씩이나 물을 뜨러 갔던 것 등등...

 

동네 분위기는 지난해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달라 보입니다. 당시에는 의식조차 못했던 감정들이 여운의 결로 남아 반짝이는 햇살 아래 오롯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인연이 중요한 것처럼 공간과의 만남 또한 소중한 인연입니다. 익숙한 듯 조금쯤 낯선 시간의 프레임 속에 한 해만큼 변한 내 모습을 비춰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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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덕포리 빨간지붕>유채 2013

 

낮 동안 끈끈한 열기가 지속되더니 저녁 무렵에는 소슬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창가에 걸린 블라인드 커튼이 바람결에 가만가만 흔들리고 허공을 쪼아대는 새 울음소리가 낯선 환영처럼 주위에 맴돕니다. 김포에는 새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작업을 하다 요란한 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어보면 창밖 밖 저 멀리 브이 자 행렬을 그리며 날아가는 새떼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새들은 왜 저렇게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건지, 먹이를 찾으러 가는 건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는 건지 때론 궁금하기도 합니다.

 

어느새 7월입니다. 눈 깜짝 할 사이 올해 달력도 팔락팔락 중간쯤 넘어 갔습니다. 오늘은 최근에 작업이 끝난 유화 작품을 한 점 올립니다. 유화 물감은 아무리 다뤄 봐도 답이 안 나오는 그런 매체입니다. 신중하게 오래오래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건지, 속에서 나오는 대로 마구 달려도 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은 이제 그만! 경험이 우선이다! 최근에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마른장마가 한동안 지속되는 것 같더니 이번 주부터는 제대로 비를 퍼부을 모양입니다. 모두들 큰 피해 없이 뽀송뽀송 잘 지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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