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건너는 조각배> 유화

 

여름 강변에 앉아 지나간 추억들을 떠올리다 보면

푸른 망토처럼 너울거리는 지중해 바람이 불어온다.

너를 생각할 때마다 비로소 존재하는 생의 한 가운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림<꽃과 사과가 있는 정물>

 

여름 문턱이 어수선합니다.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림<세 자매>유채

 

어제는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명절연휴를 앞두고 갑자기 약속이 잡힌 터라 함께 동석한 사람은 엄마와 나, 언니뿐이었다. 차 운전은 내가 하고, 점심은 언니가 사고, 잔소리는 엄마가 담당했다. 아버지는 땅 속 깊은 곳에서 망각의 잠을 자고 있었다. 추석이 가까워서인지 성묘객들이 많았다. 아버지 묘비 앞에 심은 연산홍 두 그루가 눈에 거슬릴 만큼 웃자라 있었다. 잔가지를 다듬고 주변 잡초들을 뽑아내는 동안 자꾸만 아버지의 옛 모습이 아른거렸다. 엄마의 종교는 죽음 이후를 절대적 ‘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후, 불며 그대로 사라지고 마는 실체의 증발. 동력을 잃고 암흑물질 속을 떠도는 우주선 한 대. 고래 뱃속처럼 컴컴한 어둠 속에 가없는 평온만이 누에고치처럼 웅크리고 있다. ...............아버지! 잘 계시는 거죠? 

그림<북경에 온 마마걸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림<여동생, 지현>유채

 

동네 카페의 구석자리는 언제라도 완벽한 위안을 선사한다. 낮 시간 동안 근처 부인네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이곳에서 커피 한잔을 음미하며 독서 삼매경에 빠져든다. 창밖 신호등 앞에는 트럭 짐칸에 올라탄 여름이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팔랑팔랑 손을 흔들고 있다.

 

 그림<자매>유채

 

같은 핏줄을 이어받았다고 해도 그들 모습은 절반만 닮았습니다.

때론 서로 싸우고 안 좋은 소리로 얼굴 붉힐 때도 있지만

내 살처럼 아프고, 그래서 운명처럼 애틋한 그들은 자매입니다.

 

 그림<우중산책>유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림<가정식 백반>유채 2014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놓은 한식집 '백반 정식'은 제국주의 시대 기생집 요리였지 우리나라 전통 메뉴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임금님도 평상시에는 5첩 혹은 7첩 반상 정도를 드셨다고 하니 TV에서 본 대장금표 식단은 과장이 좀 심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 대통령이나 백악관 근처에 사는 거지나 아침은 거의 똑같이 먹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음식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서 그렇지 확실히 우리네 식탁이 예전보다는 많이 여유로워졌습니다. 

 

점심에는 뭘 먹을지 고민입니다. 작업실 근처에 저렴하면서도 깔끔한 밥집이 있어 발길이 절로 그곳으로 향합니다. 이 가게에서 준비한 가정식 백반의 장점 혹은 단점은 그날 어떤 반찬들이 나올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믿고 다니는 식당이니 뭐든 주는 대로 먹겠다는 심정으로 자리에 앉습니다. 

 

오늘의 주요리는 갈치조림에 무국입니다. 쌈을 싸 먹을 야채에 나물 반찬도 두어 가지 되고 밥에는 잡곡도 약간 섞여 있습니다. 디저트로 수박 한 조각까지 가져다놓은 식탁이 제법 풍성합니다. 어떤 밥을 먹는지에 따라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가능한 골고루, 너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깨끗하면서도 따스한 식단이 항상 그립습니다.

 

 그림<덕성리 마을>유채 2014

 

 그림<덕성리 마을 길>유채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