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불안감을 어떻게 이겨 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사실 서른의 불안감을 이겨 낸 게 아니라 그저 떠안고살았던 것 같다. 불안이 내 속을 아무리 좀먹어도, 피가 철철 나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선천성 무통증 환자처럼.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안 아팠던 걸까. 모르겠다. 어쩌면 너무 아파서 아픈 줄도 몰랐는지도.
사람들 말이 요즘은 마흔쯤 돼야 저런 불안을 겪는다더라. 서른 때 저런 불안 잘 모른다고, 정말 그럴까, 아니면 그때의 나처럼 아프지 않은 척하는 걸까. - P142

하이 페이드는 운만으로 성공한 게 아니다. 15년간의 연습, 그 노력이 좋은 기회를 만나결실을 본 거다. 좋은 운도 작용했지만 운만으론 결실을 볼수 없다. 앞에 말했던 가수도 비슷한 예다. 긴 무명 시절 동안 어떻게든 실력을 쌓으려 자길 알리려 부단히 노력해 왔으니까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합격할 수 있었고 그 무대에서도 기량을 발휘할 수 있던 거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기회만으로 결실을 볼 순 없다. 팬들은 그가 무명 시절에 했던노력들을 다 기억하는데 본인은 너무 운 좋게 큰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해서인지 그간의 노력이 얼마나 고됐는지 잠시잊은 모양이다.
성공한 사람의 대다수가 ‘성공은 운‘이라고 말하면서도그 입지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 건 아마 이런 이유에서일 거다. 그들이 말하는 ‘성공은 운‘이란 말을 오역해선 안된다. 아마 본인들도 그 말의 허점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외부에서 유발한 동기는 가치도 효용도 없다. 내부에서 유발한 동기만이 나를 투과하지 않고 남는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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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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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그저 도구일 뿐이며, 사용 여부는 각자 선택하면되고, 사용하건 사용하지 않건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켜나가면 된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본다. 그들의 순진한 전망은 틀렸다.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다른사람들 때문에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변하고 뒤바뀐다. 나를 둘러싼 기술-환경이 바뀌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그 영향을 받는다. 내가 수렵채집에 의존하는 생활 방식을 고집하더라도, 내 주변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내가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고민할 시점이다. - P187

내비게이션이 제안하는 경로를 따르지 않고 내 마음대로 길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때마다 시간과 연료를 그만큼 낭비하게 된다면그때 나의 상황을 ‘내비게이션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처벌을 받는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까? 만약 내 차 조수석과 뒷좌석에 동행인들이 있고, 그들이 당연히 내가 내비게이션이 제안하는 경로대로 운전하리라 예상한다면, 그때 내게 내비게이션의 제안을 따르지 않을 자유는 얼마나 있는 걸까?
내가 속한 조직이나 사회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매번 인공지능의 제안을 충실히 따른다면,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는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 걸까? - P197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분야에서 인간 전문가의 지식은 쉽게 복제되지 않고, 희소성이 있다. 뛰어난 변호사, 뛰어난 경영인이 높은 연봉을 받는 것, 뛰어난 임상의가 수술실에서 권위를 얻는 것은 그들이 지닌 암묵지 때문이다. 그 암묵지는 많은 인간 전문가에게 단순히 그들이 보유한 지식 상품이 아니라, 자기효능감과 자부심, 자존감의 근원이기도 하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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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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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하리의 주체적인 여성상이 좋다. 다이어리에 잊지않게 기록해둔 내용. 언젠가 여기로 옮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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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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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좋은 일요일, 머리를 잘라 한결 가벼워진 상태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여러 차례 읽기로 다짐했던 책을 후루룩 읽었다. 깊이 생각하고싶은 날은 아니어 읽고 바로 덮었지만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여운이 깊게 남았다. 이 기억이 또 한 주의 힘이 될 수 있기를

그때, 잉가 테이트에게 뭐라고 대답할지, 혹시라도 운 좋게 아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아들에게 뭐라고 얘기할지에 대해 마음먹었다. 내게 닥친 일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마주하며 살아왔다고,
옳은 일을 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다고 말해줄 것이다. 어떤 존재가형성되기까지는 시간이라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해줄 것이다. 월이 가르쳐주었듯이 흐르는 강물처럼 살려고노력했지만, 그 말의 의미를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말해줄 것이다. 물론 걸림돌을 무릅쓰며 멈추지 않고 흘러왔다는게 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강물처럼 나 역시 나를 다른 존재들과 이어주는 작은 조각들을 모으면서 살아왔고,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손바닥에는 흙 두 줌이 쥐여져 있고, 심장은 여전히 삶을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나라는 존재를 형성한 건내 고향이었다. 떠나보낸 가족, 떠나보낸 사랑, 몇 없는 친구, 나를살아가게 해준 나무들과 내게 안식처를 제공해 준 모든 나무, 여기까지 오면서 마주한 모든 생명과 내 어깨에 내려앉은 모든 빗방울과 눈송이와, 하늘을 가른 모든 바람, 내 발이 닿은 모든 굽잇길과 내 손과 머리를 얹은 모든 곳과 지금 내 앞에 있는 것과 같은 모든 개울, 모든 생물과 조화롭게 주고받으며 산비탈에서 쏟아져나오고 중력을 얻고 소용돌이 치며 다음 굽이로 밀고나가는 개울이라는 고향.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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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박상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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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다녀온 여행이야기로 주로는 제주도에서 작가들끼리 공유공간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담고있다. 에세이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작가는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즐길수 없는 사람이어서 반대로 된 제목이 재미있었다. 휴가때도 노트북은 꼭 챙겨가는 종류의 사람이랄까. 내가 무엇을 하고싶거든 그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룬 다음에 요구해야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직은 휴식하기 이른 때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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