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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역사 - 라면을 맛보며 문화를 즐긴다
지영준 지음 / 깊은나무 / 2024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해 초. 가족과 일본여행을 갔을 때 다양한 비주얼과 맛의 라멘을 맛보았다. 그리고 느꼈던 건 역시 일본은 라멘의 나라였구나 싶었다. 초등학생 막둥이가 라멘 박물관에 가고 싶다고 했지만 폭설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라면 박물관까지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번에 책으로 나온 것도 무척 놀라웠다.
라면에 진심인 사람. <라면의 역사>(지영준 지음 / 깊은나무 / 2024)는 한국에 라면을 전문적으로 소개해주는 라면 평론가 지영준 님이 쓴 책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5년간 재직했지만 라면 콘텐츠 창작을 위해 그만뒀다는 걸 보면 그가 라면에 얼마나 진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라면의 역사>는 라면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기원부터 알려준다. 그냥 일본에서 만들었겠거니 생각했는데 일본 라멘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만든 닛신식품의 안도 모모후쿠 회장이다. 그가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하기 위해 평생 얼마나 헌신했는지 상세히 알 수 있었다. 한 편의 자서전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의 노력과 끊임없는 도전이 없었더라면 인스턴트 라면이 오늘날처럼 이렇게 발전하진 못했을 것이다.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라멘'과 세계 최초의 컵라면 '컵누들'을 개발한 안도는 '우주라면 개발'을 발표했다. 어디에서든 먹을 수 있는 라면을 개발하기 위해 진두지휘했던 그 시절, 안도의 나이가 91세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라면이 장수식품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라면을 선보인 삼양식품의 전중윤 회장과 농심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의 이야기도흥미로웠다. 전쟁으로 인해 먹을 게 없을 때 사람들을 위해 라면을 만든 삼양식품 회장의 이야기에 코끝이 찡했다.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배고픔을 달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그동안 세상에 나온 다양한 라면이 소개되었다. 지금까지 사랑받은 것도 있지만, 반짝했다가 사라진 라면, 한때 인기가 많았던 라면, 특이한 재료를 쓴 라면 등 재미있는 라면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렸을 때 TV광고로 보던 라면도 새삼 생각나기도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도 자주 먹는 왕뚜껑의 용도이다. 원형 플라스틱 뚜껑이 라면, 김치, 삼각김밥 등 여러 음식을 올려 먹을 수 있도록 3등분으로 나눠져 있다는 사실이다. 왕뚜껑을 그렇게 많이 먹었지만 뚜껑에 그런 의미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생각해 보니 라면과 김치, 밥이 섞이지 않아서 무척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했다.
<라면의 역사>는 총 7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라멘의 기원과 인스턴트 라면의 시작
2부 한국 라면 산업의 뿌리 삼양식품과 농심 이야기
3부 한국 라면 시장에 도전한 기업과 대표 라면 이야기
4부 전 세계 다양한 나라의 라면 이야기
5부 라면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는 명소
6부 국내 최대 라면 동호회 라면천국과 세계라면협회
7부 라면으로 꿈을 이룬 사람들
각 챕터별로 내용이 풍부했다. 그래서인지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전 세계 다양한 라면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중국과 일본, 그 외에 다른 나라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들이 소개될 때마다 꼭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7부 라면으로 꿈을 이룬 사람들'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라면 하나를 위해 평생을 바쳤던 사람들의 성공 신화. 하나에 미치면 결국 성공하게 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도 한때 엄청 좋아했던 틈새라면 창업자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어려운 환경에서 누나와 분식집을 하다가 매운라면을 개발한 김복현 대표. 그 열정은 대단했지만 결국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부분에선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맨 뒤에는 라면 전문가인 저자가 카테고리별로 추천하는 라면이 쭉 소개된다. 이런 걸 기다렸다. 내가 먹어본 것도, 먹어볼까 말까 고민했던 것도 있었다. 저자의 추천을 믿고 한 번씩 도전을 해봐야겠다.
바쁜 사람에게, 지갑이 얇은 사람에게, 급하게 먹고 싶을 때 망설임 없이 꺼내들게 되는 라면. <라면의 역사> 이렇게 라면에 진심인 저자가 쓴 책이니 믿고 읽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