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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버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3
막스 프리슈 지음, 정미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도서제공 #세계문학 #소설 #오이디푸스 #소설추천 #독일문학
운명을 믿는가? 살면서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우리는 뜻하지 않은 일이 삶의 흐름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는 굳이 드라마나 소설을 보지 않아도 경험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삶을 자신이 통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생명공학, 의학 등으로 죽음까지도 정복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보아도 예측하지 못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도 인간의 무력함을 깨닫게 한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인간을 대변한다. 그는 이성과 과학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스스로 어떠한 틈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기술자인 그는 자연과 예술을 터부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의 삶에 균열이 생긴다. 비행기 사고, 옛 친구의 동생과의 만남, 친구의 자살, 묘령의 여인(소녀)과의 만남, 옛 연인과의 만남, 그리고 그것을 통해 알게 되는 충격적인 사실 등,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진다. 그리고 그는 죽음을 앞두고 그 시간들을 회고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찌 보면 이 소설은 고전 소설과 같이 우연의 연속이라서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작가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지나치게 이성을 신봉하는 인류로 대변되는 주인공이 자신의 힘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일을 겪으며 스스로를 성찰하게 되는 과정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이 소설은 1957년에 쓰여졌다. 벌써 60년도 더 지난 때의 소설이다. 사실 이 소설이 언제 쓰여졌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며 시대적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바로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또 주인공의 고뇌, 또 충격적인 사건 등 흥미를 끄는 요소가 책을 끝까지 붙잡게 만든다. 꼭 한번 읽어 보시길, 시간이 순삭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