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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의 외로운 영혼들 - 세기전환기의 멜랑콜리
강덕구 지음 / 을유문화사 / 2024년 12월
평점 :
<한 움큼의 외로운 영혼들 서평단>
멜랑콜리는 이유 없이 깊은 슬픔이나 애수, 침울함 등의 감정을 느끼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우울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20세기, 21세기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난 뭔가 급변하는 시대, 혼란스러움 등의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앞으로도 변화의 속도는 빠를 것이고 혼란스러움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도 등장했다. 바로 멜랑콜리, 즉 우울감, 냉소가 아닐까?
시대가 급변하면서 문화 예술의 변화도 뒤따랐다. 문학, 영화, TV, 음악 모든 분야에서 그것은 진행 중이다. 그런데 그 변화의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냉전체제의 붕괴 이후에 다양성이 허용되면서 촉진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문화, 예술의 혼란도 야기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기존의 것이 무너지고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 시대의 혼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강덕구라는 한 사람의 혼란이자 우리의 혼란이기도 하다.
이 책은 크게 20세기와 21세기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물론 인용되는 작품들은 시대를 망라해서 언급되기는 한다). 그래서 읽으면 자연스럽게 20세기와 21세기 영화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추측하게 된다. 1부의 제목은 20세기 집을 떠난 영웅들이고 2부는 21세기 집을 잃은 영웅들이다. 이 책의 핵심 단어는 영웅들이다. 곳곳에서 이러한 영웅주의가 어떻게 붕괴되고 해체되는지를 언급한다.
20세기 부분에서는 미국 영화와 미국 배우들이 주로 언급된다. 그리고 21세기 파트에서는 한국 영화, 한국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20세기에 파트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앞부분에 나오는 필름누아르 부분이다. 잘 모르는 부분이었지만 흥미로웠다. 그리고 21세기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유아인과 버닝에 대한 이야기와 힙합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정지돈에 대한 비평도 길게 언급되어서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책 제목과 달리 마냥 냉소적이건 부정적이지는 않다. 1부나 2부 모두 결론에 가서는 희망이나 여지를 두고 끝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1부에서는 T.S 엘리엇의 시로, 데위비드 보위의 노래 영웅들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하며 끝내고 있다. 그것으로 마친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정말 많은 20세기, 21세기의 수많은 영화와 배우, 여러 음악과 장르들이 언급되어 있다. 영화 평론가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사실 나와 같은 영화와 예술 초보자에게는 쉬운 책은 아니다. 종종 아는 영화나 배우가 나오기도 했지만 잘 모르는 부분도 많았다. 고전주의라든가 쉽지 않은 용어들이 나와서 어려웠다. 정말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 했다. 그래서 평소 책을 읽는 속도보다 많이 느렸다. 하지만 책과 씨름하면서 얻는 유익이 있다.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제대로 공부했다는 생각, 지식이 쌓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