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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 소멸하는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
대니얼 셰럴 지음, 허형은 옮김 / 창비 / 2022년 8월
평점 :
사도 바울은 많은 편지를 썼다. 로마서, 갈라디아서, 데살로니가전서 등 자신이 세우거나 영향을 끼친 교회와 디모데와 빌레몬과 같은 사람들에게도 편지를 썼다. 그의 편지는 비단 그들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도 읽고 있다. 그의 편지는 인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세계를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지글은 읽는 사람이 더 주의 깊게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바로 나 자신에게 하는 개인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저자가 이 책을 미래에 태어날 자신의 아이에게 쓰는 편지글로 구성한 것은 매우 뛰어난 선택이었다고 본다.
저자는 환경운동가로 지금도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활동하면서 있었던 경험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어서 환경운동가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떠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환경 운동을 하면서 가지는 번민과 감정적 어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자칫하면 저자의 감정에 휩쓸리기 쉽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석유를 시추하고 끊임없이 탄소를 배출하는 거대 세력 앞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저자의 무기력한 감정이 잘 드러난다. 나도 예전에 환경운동은 아니지만 학생 선교단체에서 활동해 본 적이 있는데 옳다고 여겼던 우리의 활동에 결과물이 보이지 않을 때 무기력함을 경험했다. 그래서 저자의 생각에 더 깊이 공감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저절로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이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며칠 전 중부지역에 일어난 집중 호우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금전적인 피해를 보았다. 또 강원도와 경북 북부지역에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산불도 바로 올해, 일어난 일이다. 꼭 당장에 피해는 없더라도 너무나 무더워진 날씨는 우리의 일상을 힘겹게 만든다. 코로나19도 결국 기후변화에 따라 박쥐의 서식지가 변함에 따라 일어난 현상이라는 말이 있으니 기후위기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저자와 같은 환경운동가의 싸움으로만 치부해야 하는가? 아니면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일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우리 세대 이후 후손들이 그때 가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인가? 참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야기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현실로 다가왔으며 정말 심각하다. 이 책은 이 전문적이고 심각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편지글로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서술함으로써 자칫 어렵고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만들었다. 이 책은 탁월하고 뛰어난 문학적인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전을 받게 된다. 우리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이 문제에 경각심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저자가 마지막에 소개한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끝으로 꼭 저자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시다고, 지나치게 과대망상을 하시는 게 아니라고, 그리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 하나 더! 나중에 아이는 꼭 낳으시라고, 그래서 그 아이가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꼭 당신의 아이가 아니더라도 많은 자녀들이 이 책을 읽게 될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