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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떠나는 세계 지형 탐사
이우평 지음 / 푸른숲 / 2023년 4월
평점 :
여행의 묘미이자 목적 중 하나는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둘러싸여 한동안 갇혀 있던 좁은 사회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식재료를 상차림마다 쓰는 신기한 문화적 체험을 할 수도 있고, 때로는 볼 수 없었던 계곡이나 산지, 바다를 경험하며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들이 스쳐가기도 한다. 세계로 눈을 뻗으면 이와 같은 문화적/지리적 경험은 더욱 확장된다. 국토의 70% 가까이가 산지에, 상대적으로 좁은 땅덩어리 속에서 무언가 인상적인 풍경은 경험하기 힘든 나라에서 벗어나 거대한 대륙 위 전 세계 각국이 지닌 자랑거리를 접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세계지형탐사>는 인스타그램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아름답고, 압도적인 지구의 지리적 '산물'을 과학적, 지질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책이다. 저자와 출판팀이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들여 준비한 압도적인 사진 자료와 그에 걸맞는 지리학적 설명은 감탄이 나올 정도이다.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시작한 여행은 남미 대륙으로 넘어가 '신들의 집'이라 불린 해발고도 3,000미터의 거대한 사암질 암벽을 거쳐, 지구 온난화로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세븐시스터즈'나 섬 그 자체로 압도적인 지형의 상징인 아이슬란드에 이어 아시아와 호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책을 읽다보면 지구의 46억 년 역사, 인간의 상상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도 없는 거대한 지구의 크기, 그리고 그토록 유구한 시간과 크기가 조화롭게 만들어낸 다양한 생태계가 새삼 경이롭게 느껴진다. 흙, 돌, 얼음, 마그마, 바람, 물 등으로 대표되는 각각의 지형지물들은 경이로울 정도로 오랜 시간의 상징이며, 그 자체로 무작위한 조합과 조화의 결과이다. 수억 년 전 바다에 서식했던 생물들이 쌓여 수백에서 수천미터에 이르는 암석층을 형성했다는 사실에 놀라고, 석회질 암석층이 다시 수면 위로 솟구친 시간과 점차 깎여 오늘날의 모습을 형성했다는 일련의 흐름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그야말로 경이 그 자체이다.
저자는 지리교육과 탐구에 평생을 바쳐온 학자이다. 어떠한 인간도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자연 그 자체가 주는 경이로움의 힘을 아는 사람인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지리의 진정한 힘과 압도적인 미학 속에서 인간은 책이라는 작은 창 속에서도 이미 수많은 생각과 영감을 떠올린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