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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섹타겟돈 - 곤충이 사라진 세계, 지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올리버 밀먼 지음, 황선영 옮김 / 블랙피쉬 / 2022년 12월
평점 :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인류의 숫자가 80억 명에 육박하고, 인류의 식량이 되기 위해 사육되고 있는 소, 돼지, 닭 등 가축의 수는 그 몇배나 된다. 수백 억 마리의 개체. 육상동물 중 90% 이상을 인간과 인간을 위한 동물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쯤되면 지구라는 행성은 인류가 온전히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인간의 오만함을 앞세운다면 지구를 인간의 행성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지만 지구는 실상 다른 생명체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적어도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 의해 뒤덮여 있는 것은 확실히 사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구에 살아가는 외계종족이라 불리는 생명체. 바로 곤충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조류, 포유류, 파충류 등 상대적으로 익숙한 동물과 달리 가장 낯선 생명체인 곤충은 외형적인 부분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살갗, 다리의 수, 형태 등 모든 부분에서 지구에 사는 외계인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와 같은 이질감과 혐오감 등의 감정 때문에 연구조차 잘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곤충은 지구를 뒤덮고 있는 진정한 생물종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포유류보다 한 가지 곤충 종의 수가 더 많은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곤충의 정확한 수는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고 종의 다양성조차 쉽사리 파악할 수 없다. 곤충은 이와 같이 광범위하게 지구상에 펼쳐져 있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지구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호흡하는 존재이다.
다양한 곤충은 수분 매개자로서 식물이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돕는다. 우리는 흔히 벌이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고 떠올리지만 벌이 아닌 수많은 곤충이 지구상의 식물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파리라 불리는 쌍시류 종이 멸종했을 때 대부분의 식물이 타격을 받게 된다. 식물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이는 인류에게 즉각적인 식량난으로 다가오는 재앙을 낳는다. 지구의 식량 사이클만이 곤충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박테리아나 곰팡이만으로는 수없이 발생하는 사체를 처리할 수 없다. 지구상에는 생명을 발생시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생명을 다시 땅으로 환원시키는 일을 하는 곤충 종이 많다. 그들의 부재는 우리 주위를 썩은 것들 투성이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인섹타겟돈>은 곤충의 대규모 멸종 사태를 통해 지구의 생태계를 견고히 구성하고 있는 곤충 생태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인류의 발전과 함께 가속화되고 있는 곤충 종의 멸종은 쉽사리 관찰하기 힘들다. 정확히는 다른 동물 개체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곤충 종에 대한 관심 탓에 관찰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원숭이는 5만 명의 학자가 연구하지만 곤충은 한 명의 학자가 5만 종의 곤충을 연구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곤충 생태계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너무나 떨어진다. 문제는 곤충이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도 지구 생태계에 관여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곤충의 멸종, 그리고 멸종의 가속화는 지구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거의 알지 못했던 곤충 생태계를 통해 현재 지구가 처해 있는 심각한 현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된다. 인섹타겟돈의 어원이 된 아마겟돈의 무시무시한 뜻처럼 인류는 거대한 재앙을 직접 체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곤충 생태계와 지구 생태계 전반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진행하고 생태를 유지하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인류는 마침내 아마겟돈을 맞이할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