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장지원님의 서재 (장지원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Wed, 28 Oct 2026 17:34:01 +0900</lastBuildDate><image><title>장지원</title><url>https://image.aladin.co.kr/img/blog2/manage/profileimg.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장지원</description></image><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이상한 나라의 가호 - [가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96288</link><pubDate>Tue, 27 Oct 2026 18: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9628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131684&TPaperId=1759628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21/63/coveroff/k242131684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131684&TPaperId=1759628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가호</a><br/>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0월<br/></td></tr></table><br/>무라카미 하루키라고 하면 갖게 되는 기대가 있다.<br/><br/>한국에서는 특히나 더 인기가 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의 영향도 클 것이다. 이를테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상실의 시대』 같은 조합이다. 무언가를 읽는다는 행위가 그 자체로 적극적인 제스처의 형태를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있어 보인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는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삼성의 갤럭시를 사용하거나 애플의 아이폰을 손에 쥐는 것이 그럴싸한 선택이 될 수 있는 것과도 비슷하다.<br/><br/>독서인들의 욕망을 한데 모은 듯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네임밸류는 (어떻게 이름도 하루키일까……) 그의 저서 제목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1Q84』 같은 제목들을 보라. 그 안에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이번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에 기대하지 않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3년 만에, 하루키에 더해 『가호』라는 제목으로 돌아온 그다.<br/><br/>가호.<br/><br/>그것이 이름이든 지명이든, 단 두 글자만으로도 문학적으로 압축된 의미가 클 것임을 시사하고도 남지 않는가. 글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익숙한 이름이라 한국의 철수나 영희처럼 가벼운 제목이었을지도. 그러나 한국인에게 문학작품의 제목으로서 『가호』는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 나는 기대가 컸다.)<br/><br/>그렇기에 크게 실망한 이 책은 제목부터 문제라고 본다. 제목이 『이상한 나라의 가호』이거나 『개미핥기 부인과 가호』, 혹은 『모터사이클남과 가호』 정도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 『가호』라는 제목의 의미는 하등 특별할 것이 없으며, 주인공의 이름이 가호라서 『가호』인 것뿐이다. (자, 그럴 수도 있지. 제목 정도야.)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떤가. 심지어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라며 띠지까지 둘러놓았다. (반드시 좋은 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br/><br/>(심호흡)<br/><br/>정확히 184페이지. 가호가 믿을 구석은 개미핥기 부인밖에 없다고 말하는 부분부터 이 동화적 세계 속 관계에 항마력이 딸리기 시작한다. (하루키 소설을 읽으며 항마력이 딸려 보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클리셰가 난무하는 작품 또한 처음이다. 이것을 더 읽어야 할 것인가 순간 고민했다.) 심지어 나는 번역가의 노고까지 걱정했다. 반복적인 문장이 많아서 지루한 작업이었을 것 같았다. (사실은 알 수 없지만 내 느낌은 그렇다.)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말하듯 써 내려가는 매끄러운 문장들은 역시나 술술 읽히기에 끝까지 가보기로 한다. (까도 다 읽고 까야지.)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도달하고 나니 허탈감은 더욱 커진다.<br/><br/>하루키는 무얼 말하고 싶었을까?<br/><br/>그게 무엇이든 이토록 친절하고 상세하고 반복적으로 독자에게 낱낱이 일러줄 필요가 있었을까. 하루키는 원래도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지만, 그것이 차라리 전작들처럼 모호하게 그려졌다면 어땠을까. 소설 속에서 누차 이것은 명백한 현실이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더라도 독자들은 충분히 하루키의 초현실을 진실처럼 마주했을 텐데.<br/><br/>진실을 진실이라고 반복하여 말하니 거짓 같다.<br/><br/>이 친절한 동화적 세계는 친애하는 어린이들에게 읽혀도 자못 지루할 법하다.<br/><br/>**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실린, 한 팬이 하루키에게 보낸 편지의 구절을 그대로 하루키에게 전하고 싶다.<br/><br/>“이번 작품은 실망입니다. 하지만 다음 작품도 읽을 것입니다. 그러니 분발해 주세요.”]]></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21/63/cover150/k24213168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216369</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우린 경이로운 존재야! - [빨강의 자서전 - 시로 쓴 소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92101</link><pubDate>Sun, 25 Oct 2026 18: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9210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035271&TPaperId=175921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311/8/coveroff/k702035271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035271&TPaperId=1759210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빨강의 자서전 - 시로 쓴 소설</a><br/>앤 카슨 지음, 민승남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br/></td></tr></table><br/>너무 좋아서 연거푸 세 번 읽은 『빨강의 자서전』.<br/><br/>앤 카슨의 다른 작품들은 사놓고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책만 세 번을 읽었다. 그만큼 내게는 강렬하게 매료되는 지점들이 많은 소설이었다.<br/><br/>앤 카슨의 고전과 모더니즘을 절묘하게 융합한 새로운 문학적 의미에 대해서는 그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미 너무 많은 정의와 해석이 즐비하니 나까지 그 이야기를 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br/><br/>나는 오롯이 한 명의 독자로서 『빨강의 자서전』에 쉼 없이 매료된다.<br/><br/>이 로맨스이자 영웅담을 이끌어가는 빨간 괴물 게리온. 내게 그는 전혀 괴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숭고할 만큼 지나치게 특별해서 어디에도 속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기에 자신의 특별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드러내기 어려워 날개를 숨기고 다니는지도 모른다.<br/><br/>게리온에게 운명처럼 시작된 사랑은 좀처럼 그의 애절한 진심에 가닿지 못한다. 헤라클레스는 연인의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닐까. 종잡을 수 없는 가벼움과 자유분방함으로 그는 신화에서는 물리적으로 게리온을 죽이더니, 이 소설에서는 영혼마저 죽이려는 듯하다.<br/><br/>이 소설은 지극히 로맨스적이면서도 에로티시즘적이다. 어둡고 고요한 새벽녘에 읽다 보면 음험한(음란마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욕망하는 게리온의 순수함과 열망이 화산의 분출처럼 뜨겁게 다가온다.<br/><br/>게리온이 자신의 기분이나 상태, 혹은 어떤 현상들을 계속해서 사진으로 남기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게리온은 카메라를 들고 자신과 타인 사이에 한 발짝 거리를 둔 채, 현상에서 비롯되는 감각에 자신을 내맡기려는 듯 보인다. 동시에 사진 자체가 그의 심리와 삶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에게 사진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br/><br/>시로 쓰인 소설이라는 말처럼 이 작품에는 응축되고 생략된 부분들이 많다. 그렇기에 문맥을 따라 어떤 의미를 곧바로 이해하기보다는 시어를 곱씹듯 여러 번 문장을 되새기며 읽어나갈 때 훨씬 더 아름답고 깊게 다가온다.<br/><br/>게리온의 사랑에 대한 욕망과 대상을 향한 호기심은 너무도 소년적이어서 끝까지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에게 사랑은 자신을 온화하거나 친절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낯설고, 분노케 하며, 욕망하게 하고, 슬프게 만든다. <br/><br/>그래서 우리의 빨강 게리온은 눈물이 많다. <br/><br/>#앤카슨 #빨강의자서전 #2026노벨문학상 #책추천 #북스타그램<br/><br/>Tip. 이 책을 처음 읽는다면 시작과 끝은 과감히 생략하자. 중간의 ‘빨강의 자서전: 로맨스’ 부분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책의 앞뒤에 실린 작품의 탄생 배경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본래의 소설을 읽은 뒤에 살펴봐도 충분하다. 오히려 그렇게 읽는 편이 작품에 훨씬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311/8/cover150/k702035271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3110834</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이야기의 이야기 속으로 유영하면서 - [살구 농원 술래잡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88958</link><pubDate>Fri, 23 Oct 2026 19: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8895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12131901&TPaperId=1758895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15/68/coveroff/k61213190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12131901&TPaperId=1758895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살구 농원 술래잡기</a><br/>정기현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10월<br/></td></tr></table><br/>삶을 살아가는 일은 이야기의 다음 장을 넘기는 행위와 닮아 있다.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 그 알 수 없는 가능성이 우리를 내일로 데려가는 것은 아닐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호기심,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기대. <br/><br/>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실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일을 반복하더라도 그 안에서 무언가 달라질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사소한 우연 하나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삶을 이끌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친 일이 훗날 돌이켜보면 어떤 이야기의 시작이 되어 있기도 하다. 삶은 그렇게 예측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되어간다.<br/><br/>이야기를 읽는 일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긴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짐작하고, 때로는 그 짐작이 빗나가는 즐거움을 누린다. <br/><br/>『살구 농원 술래잡기』의 기정은 신문에서 이야깃거리를 찾아 스크랩한다. 주변인의 행동과 말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찰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전해주기도 한다. 수많은 사건과 사연 가운데 유독 마음을 붙잡는 이야기가 있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간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소비하고, 잊기도 하고, 도무지 잊히지 않아 마음 한구석에 오래 간직하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이야기가 자신의 삶과 맞닿는 순간을 경험한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어느새 내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br/><br/>생각해 보면 한 사람의 삶이 오롯이 그 사람만의 이야기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타인의 이야기를 통과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생각이 바뀌고, 우연히 만난 사람으로 인해 예정에 없던 길을 걷기도 한다. 어떤 이야기는 이내 사라지지만 어떤 이야기는 깊숙이 스며들어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게 만든다. <br/><br/>나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나의 것이고 어디서부터 타인의 것일까. 우리는 저마다 독립된 이야기를 살아가는 동시에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인물들이 된다. <br/><br/>이야기는 그 자체로 힘이 있다. 자신이 결코 하지 못할 일도, 평생 가보지 못할 곳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누군가의 마음도 이야기 안에서는 경험할 수 있다. 타인의 삶을 잠시 살아보는 일이 가능해진다. 그러니 이야기가 재미없을 도리가 없다. 이야기는 현실을 벗어나게 하면서도 오히려 현실을 더 넓게 이해하도록 만든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에 마음이 움직이고, 존재조차 몰랐던 사람의 사연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br/><br/>이야기에는 정해진 크기나 무게가 없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사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신문 한 귀퉁이의 짧은 기사에 불과할 수 있다. 반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일이 한 사람의 생을 완전히 바꾸어놓기도 한다. 무엇이 중요한 이야기인지는 사건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을 살아낸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br/><br/>이야기는 삶과 같아 살아낸 만큼 자라난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 자리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났다고 믿었던 이야기가 뜻밖의 순간에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미리 알 수 없다. 알 수 없기에 궁금하고, 궁금하기에 다음을 기대한다.<br/><br/>오늘까지의 삶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내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한순간의 우연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br/><br/>그렇게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살아가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다음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의 이야기 속으로 유영하면서.<br/><br/>* 이 글은 책의 마지막 물음에 대한 나의 답이다. 저마다의 생각이 이어질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 자체로 힘을 갖는 삶의 이야기가 이 책에 있다. 그 이야기들이 어디로 흘러가고 또 어떤 이야기를 불러올지, 기꺼이 다음 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br/><br/>*도서증정 @munhakdongne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br/><br/>#살구농원술래잡기 #정기현 #시리즈n #소설추천 #도서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15/68/cover150/k61213190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156824</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그림은 어떻게 그림이 되는가 - [화가의 눈, 손, 마음 - 그림이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여정에 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79861</link><pubDate>Mon, 19 Oct 2026 01: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7986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1179&TPaperId=1757986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0/82/coveroff/k98213117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1179&TPaperId=1757986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화가의 눈, 손, 마음 - 그림이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여정에 관하여</a><br/>마틴 게이퍼드 지음, 조주연 옮김 / 에포크 / 2026년 09월<br/></td></tr></table><br/>그동안 화가의 작업 방식이나 작품에 담긴 의미를 다룬 책은 많았다. 그러나 마틴 게이퍼드의 『화가의 눈, 손, 마음』처럼 한 점의 회화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이토록 구체적이고 친밀하게 들여다본 책은 드물었던 것 같다.<br/><br/>이 책은 화가가 어떤 시대를 살았고, 무엇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어떤 경험과 환경 속에서 특정한 표현 방식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다룬다. 화가의 의도와 판단뿐 아니라 우연히 일어난 일, 재료의 성질, 작업 도중의 변화, 때로는 화가 자신조차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한 감각까지 살핀다. 그림은 어느 한순간의 영감이나 하나의 분명한 의도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수많은 조건과 선택이 얽히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모습을 갖추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br/><br/>회화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무척 인상적이다. 마틴 게이퍼드가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고, 화가들의 작업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는지가 책 전반에 드러난다. 그는 비평가로서 자신의 해석을 작품에 앞세우기보다 화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남긴 말과 작업의 흔적을 세심하게 연결한다. 오랜 시간 축적된 대화와 관찰은 정보의 나열을 넘어 한 예술가의 사고와 감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된다.<br/><br/>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화가들의 작업이 뜻밖의 지점에서 만나는 순간들도 흥미롭다. 한 화가가 발견한 표현의 가능성이 오랜 세월을 건너 다른 화가의 작업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비슷한 문제 앞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회화의 역사는 수많은 화가가 서로 다른 시대와 조건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응답해온 역사처럼 느껴진다.<br/><br/>화가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 작업에는 작가마다 고유한 방식과 감각이 존재하지만, 그 안에는 서로 공유하는 경험 또한 있다. 처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림이 전개되기도 하고, 손이 먼저 움직인 뒤에야 눈과 마음이 그것을 이해하는 순간도 있다. 무엇을 그릴 것인지 결정하는 일만큼이나 이미 그려진 것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판단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그대로 옮기는 행위가 아니라, 작업하는 동안 끊임없이 보고, 반응하고, 선택하며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br/><br/>화가가 어떤 영감을 받아 무엇을 그렸다는 설명이나 특정한 기법으로 어떠한 효과를 얻었다는 해설만으로는 회화의 실체에 충분히 다가갈 수 없다. 한 점의 그림에는 화가가 살아온 시간과 축적된 경험, 당대의 문화와 사상, 개인의 기질과 취향, 재료를 다루는 신체적 감각까지 무수한 요소들이 개입한다. 게이퍼드는 이 복잡한 관계를 섣불리 하나의 의미로 환원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맥락을 드러냄으로써 그림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하도록 이끈다.<br/><br/>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함께 살펴보는 경험도 각별하다. 이 책에는 작품 전체가 아닌 세부를 보여주는 도판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이전에는 그저 지나쳤을 법한 색채와 붓질, 화면의 작은 변화들이 새롭게 보인다.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이 그 그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보이지 않는 시간과 선택을 상상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실제 전시장에서 그림을 마주할 때도 이전보다 더 많은 질문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br/><br/>좋은 미술 비평은 작품의 의미를 대신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작품 앞에서 더 오래 머물고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일일 것이다. 그림에서 새로운 의문을 발견하게 하고, 익숙한 표현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가능성을 보게 하는 것.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회화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림을 바라보는 눈 자체를 확장시킨다.<br/><br/>한 점의 그림은 완성되는 순간 화가의 손을 떠나지만, 그 안에는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수많은 시간과 판단, 우연과 망설임이 남아 있다.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을 온전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림이 무엇을 말하는지 묻는 것에서 나아가, 어떻게 이 그림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묻게 된다. 그것이 이 책이 독자에게 열어주는 가장 깊고도 흥미로운 감상의 세계라고 생각한다.<br/><br/>#화가의눈손마음 #마틴게이퍼드 #예술 #howpaintinghappens <br/>#도서추천 <br/><br/>*도서증정 @epoch.books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0/82/cover150/k98213117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08269</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일상의 이면을 포착하는 기묘한 감각 - [관도 꽃도 필요 없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66000</link><pubDate>Sun, 11 Oct 2026 17: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6600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22131682&TPaperId=1756600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18/74/coveroff/k72213168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22131682&TPaperId=1756600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관도 꽃도 필요 없다</a><br/>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10월<br/></td></tr></table><br/>평범한 사람의 삶은 과연 평범한 이야기일까.<br/><br/>아사쿠라 가스미의 『관도 꽃도 필요 없다』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등장인물들은 일자리를 구하고, 생활비를 걱정하고, 오래된 관계를 돌아보고, 지나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작가는 이들의 일상에서 놀라운 사건을 찾아내기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감정의 낯선 표정을 발견한다.<br/><br/>작가는 특유의 표현 방식으로 지루할 틈 없이 새로운 문장들을 선보인다. 문체는 평이하고 문장의 리듬 역시 단순하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표현들은 놀라울 정도로 독특하다. 익숙한 감정이 예상하지 못한 언어와 만나 뜻밖의 해학으로 이어진다. 독특한 것은 감정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포착하는 방식이다.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법한 마음인데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작가는 보편적인 감정을 낯선 언어로 번역함으로써 오히려 더 선명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br/><br/>글의 구성 역시 흥미롭다. 도입부를 읽으며 앞으로 펼쳐질 내용을 짐작해 보지만 이야기는 어느새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인물의 관계와 감정이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전개를 바꿔 놓는다. 한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변화무쌍한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실제 우리의 생각도 그렇지 않은가. 하나의 기억이 다른 기억을 불러오고, 사소한 말 한마디가 오래된 감정을 건드리며, 별것 아닌 일에서 뜻밖의 깨달음에 이르기도 한다.<br/><br/>이러한 구성은 인물들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인간은 하나의 성격이나 감정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체념하는 듯하다가도 희망을 품고, 슬픔 속에서도 우스운 생각을 하며, 분노하면서도 연민을 품는다. 인간의 마음이란 본래 그렇게 모순적이고 유동적인 것이다. 작가는 그저 사람이란 본래 그런 존재라는 듯, 사소하고 기묘한 마음의 움직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따라간다.<br/><br/>다섯 편의 이야기에는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노동, 빈곤, 노년, 가족, 관계의 변화 같은 사회적 현실이 담겨 있다. 작가는 개인의 구체적인 일상을 통해 사회의 모습을 드러낸다. 한 사람의 사소한 고민이 그가 속한 시대와 환경을 비추고,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어느 순간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로 확장된다.<br/><br/>이 소설집에 흐르는 해학은 작가의 연륜이 묻어나는 깊은 통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느껴진다. 그 해학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생생하다. 삶이 고단하다고 해서 모든 순간이 비극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스운 생각을 하고, 심각한 순간에도 엉뚱한 말을 떠올린다. 아사쿠라 가스미는 그런 인간의 표정을 자신만의 새로운 표현들로 채운다. 고통을 가볍게 만드는 농담, 고통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생생함!<br/><br/>좋은 소설은 반드시 특별한 사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때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아사쿠라 가스미는 평범한 삶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무수한 표정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옷을 입힌다.<br/><br/>어쩌면 평범한 삶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아직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은 삶이 있을 뿐이다.<br/><br/>#관도꽃도필요없다 #나오키상수상작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서평 <br/><br/>*도서증정 @yolimwon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18/74/cover150/k72213168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187420</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우리는 모두 서로의 이방인이다 - [이방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51285</link><pubDate>Fri, 02 Oct 2026 21: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5128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43848&TPaperId=1755128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1224/66/coveroff/893744384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43848&TPaperId=1755128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방인</a><br/>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09월<br/></td></tr></table><br/>“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br/><br/>언제 읽어도 강렬한 첫 문장이다. 자신의 가장 근원적인 존재이자 생의 뿌리와도 같은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그것이 언제였는지조차 분명히 알지 못하는 무심함. 이 짧은 문장이 만들어낸 모호한 감각은 소설이 진행될수록 뫼르소의 목덜미를 점점 더 죄어온다.<br/><br/>어떤 소설은 너무 많은 것을 품고 있어서 오히려 할 말이 없어진다. 가장 적게 말하면서 가장 많은 것을 남기는 소설. 짧고 명료한 문장과 단순한 사건들 사이에는 수많은 해석이 들어설 수 있는 넓은 틈이 있다. 모든 것을 말해버린 작품은 언젠가 그 말을 다 잃어버릴 수 있지만, 침묵할 줄 아는 작품은 독자가 품은 시간만큼 계속 새로운 말을 만들어낸다. 위대한 소설의 힘은 언제나 평범한 것을 평범한 채로 두면서 그 안의 심연을 보여주는 데 있다.<br/><br/>1부를 읽는 동안 뫼르소에게 끊임없이 모호한 감정을 느꼈다. 응당 ‘사람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어떤 기준을 가져와 그를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2부의 재판에 이르러 섬뜩한 자각을 하게 된다. 법정의 사람들이 뫼르소에게 하는 일이 이미 내가 그에게 하고 있던 일이었다는 것을.<br/><br/>누가 뫼르소를 이방인으로 만드는가.<br/><br/>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이방인으로 만드는 심판자인 동시에, 다른 누군가의 기준 안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이방인인지도 모른다. 뫼르소는 사회의 이방인이지만 우리는 뫼르소에게 이방인이며, 인간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결국 서로에게 낯선 존재로 남는다. 아무리 가까워져도 타인의 내면 전체로 들어갈 수 없고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번역해 전달할 수도 없다면, 인간에게는 끝내 제거할 수 없는 어떤 고독이 남는다.<br/><br/>종교가 선과 악을 나누고 사회가 인간을 수많은 범주로 분류하려 할 때, 그는 그 경계 어딘가에 무심히 서서 그러한 구분이 정말 절대적인 것인지를 되묻게 하는 독보적인 존재처럼 보인다.<br/><br/>뫼르소에게는 어떤 신념조차 없어 보인다. 그는 자신의 감정과 삶을 그 이상의 것으로 꾸미지 않고, 자신이 믿지 않는 의미를 믿는 척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자신조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게는 상황만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 사실에 끊임없이 이유와 의미를 채워 넣으려 한다. 그렇게 한 인간을 이해했다고 믿으며 우리는 그를 이방인으로 분류하고, 누군가를 구분 짓는 일을 반복한다.<br/><br/>그토록 무심하던 뫼르소가 처형을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격렬한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아마 이 소설에서 가장 응축된 힘을 발산하는 클라이맥스가 이 장면일 것이다. 죽음 앞에서조차 자신이 믿지 않는 초월적인 의미에 기대지 않는 모습은 뫼르소를 어떤 관념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승화시킨다.<br/><br/>한 사람을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을 말하고, 한 사람의 고독을 통해 우리 모두의 고독을 드러내는 『이방인』. 뫼르소를 판단하려던 순간,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로 되돌아온 화살과 마주하게 된다.<br/><br/>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이렇게 멀리까지 갈 수 있다는 것.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그토록 거대한 인간성을 이토록 적은 말로 남겼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경이롭게 남는다.<br/><br/>#이방인 #알베르카뮈 #민음사세계문학전집 #책스타그램 #서평 <br/><br/>*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1224/66/cover150/893744384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12246612</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는 미스터리 - [1차원의 삽목]</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51279</link><pubDate>Fri, 02 Oct 2026 21: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512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32131874&TPaperId=175512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1/77/coveroff/k73213187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32131874&TPaperId=175512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1차원의 삽목</a><br/>마쓰시타 류노스케 지음, 마미영 옮김 / 반타 / 2026년 09월<br/></td></tr></table><br/>‘200년 전 유골과 실종된 여동생의 DNA가 일치한다.’<br/><br/>이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이 흥미로운 설정은 하나의 의문이 풀릴 때마다 또 다른 의문을 꺼내놓으며 마지막까지 독자를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br/><br/>미스터리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문장이 특별히 화려하지도 않고,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건을 부풀리거나 장황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대신 독자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적절한 순간마다 새로운 단서를 던진다. 하나의 궁금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궁금증이 기다리고 있고, 그렇게 이어지는 질문만으로도 한 권의 이야기를 끝까지 견고하게 끌고 간다.<br/><br/>유전학과 생물학 같은 과학적 소재에 종교와 사회적 유착, 가족의 비밀과 과거의 사건까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을 한데 엮어 하나의 거대한 사건으로 확장해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한 사람의 실종과 정체불명의 유골에서 시작했던 이야기가 점점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과 사건으로 뻗어나가면서 소설의 규모가 커진다. 그 과정 내내 처음 던져놓은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놓치지 않아 이야기가 복잡해질수록 진실을 알고 싶다는 욕구도 커진다.<br/><br/>이 소설만의 재미있는 점은 거창한 장치 대신 사소한 요소들로 불안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단순한 의성어나 반복되는 이미지, 꿈과 환영처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묘사들이 복선처럼 등장하며 묘한 공포감을 만든다. 여기에 인물들 사이의 기묘한 관계와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과거가 겹쳐지면서 독자 역시 인물들과 함께 미궁 속을 헤매게 된다.<br/><br/>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장면도 선명하다. 장소와 인물의 등장, 대사와 사건의 전환이 시각적이라 읽는 동안 머릿속에서 장면이 빠르게 연출된다. 장르물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설정이나 클리셰도 있지만, 그 위에 복잡하게 얽힌 인물 관계와 과거의 수수께끼를 촘촘하게 배치해 개연성을 높였다.<br/><br/>처음 품었던 궁금증이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아마도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질문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흩어져 있던 단서와 인물들의 관계가 하나씩 연결되면서 마지막에는 한 권 안에서 사건과 해결이 깔끔하게 완결된다.<br/><br/>처음부터 끝까지 ‘그래서 어떻게 된 거지?’라는 질문을 놓지 못하게 하는 소설. 복잡한 해석보다 다음 장을 넘기는 순수한 재미를 오랜만에 제대로 느끼게 해준,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즐거움에 충실한 작품이었다.<br/><br/>#1차원의삽목 #이미스터리가대단해 #추리소설 #소설추천 #미스터리<br/><br/>*도서증정 @ofanhouse.official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1/77/cover150/k7321318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817793</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나무가 들려주는 삶의 섭리 - [나무의 노래 - 나무는 말하고 그녀는 듣는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38483</link><pubDate>Sat, 26 Sep 2026 23: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3848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1762&TPaperId=175384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5/27/coveroff/k0221317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1762&TPaperId=1753848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무의 노래 - 나무는 말하고 그녀는 듣는다</a><br/>진재운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09월<br/></td></tr></table><br/>집 근처 산책길에서 종종 마주치는 길고양이가 있다. 매서운 겨울과 숨 막히는 여름을 지나면서도 몇 년째 같은 길에서 그 고양이를 본다. 그 모습을 볼 때면 인간이 생각보다 연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누군가의 도움과 보호에 기대어 살아간다. 반면 길고양이는 계절을 온몸으로 지나고, 나무는 한자리에서 백 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 내기도 한다.<br/><br/>『나무의 노래』는 니카라과의 땅에 나무를 심는 한 여성과 그녀를 따라 숲을 걸은 다큐멘터리 감독의 기록이다. 과학자이자 예술가로 살아온 이력도 놀랍지만, 그녀가 나무를 심으며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 인상적이다. 나무는 살아 있는 동안 숨 쉴 공기를 내어놓는다. 자신도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고 싶어서 나무를 심는다는 그녀의 말 앞에서, 인간은 자연에서 이토록 많은 것을 받아 왔는데 무엇을 돌려주며 살 수 있을까란 깊은 질문이 생겨난다.<br/><br/>우리는 흔히 지구가 아프고 인간이 지구를 구해야 할 것처럼 말한다. 환경을 돌보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지만, 그 안에는 자연을 취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시선도 숨어 있다. 지구는 인간이 나타나기 전부터 혹독한 변화를 겪어 왔다. 지금 위태로운 것은 우리가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방식이며, 그 변화 속에서 삶의 터전을 잃어 가는 수많은 생명이다. 자연을 지킨다는 말은 결국 우리를 포함한 생명들이 함께 살아갈 자리를 지키겠다는 약속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가 자연 위에 선 존재가 아니라, 공기와 물과 흙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br/><br/>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편의 안에서 우리는 오래 바라보고 귀 기울이는 일을 잊은 것은 아닐까. 그녀가 들려주는 나무의 노래는 지식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감각과 겸손을 되찾게 한다. 죽음에 대한 그녀의 생각 역시 나무와 이어져 있다. 언젠가 자신의 몸이 흙으로 돌아가 나무의 양분이 되면 좋겠다는 말에서, 소멸은 자연스러운 섭리이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변화처럼 느껴졌다.<br/><br/>책에 담긴 울창한 숲의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쉬어 갔다. 공원의 나무도, 그 아래를 지나는 길고양이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계절을 살아 내며 내가 속한 세계를 이루고 있다. 이 책은 나무를 심는 한 사람의 특별한 삶을 들려주는 동시에, 매일 자연 속을 걸으면서도 내가 무엇을 보지 못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수많은 생명이 건너온 시간을 생각하며 내가 들이마시는 숨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숨을 다시 누구에게 건넬 수 있을지 묻게 된다.<br/><br/>#나무의노래 #에세이추천 #도서추천 #책스타그램 #서평 <br/><br/>*도서증정 @tp.book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5/27/cover150/k0221317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252777</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헤세의 세계에서 다시 발견한 자연의 경이 -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36456</link><pubDate>Fri, 25 Sep 2026 17: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3645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048377&TPaperId=175364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36/65/coveroff/89760483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048377&TPaperId=1753645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a><br/>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br/></td></tr></table><br/>계절이 가을로 들어서면서 산책길이 조금 더 편안해졌다. 무성하고 열렬했던 초록은 색색의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서늘한 공기는 높고 청명한 하늘처럼 맑은 숨을 쉬게 한다. 산책을 하면서 헤세의 시선과 그가 느낀 자연의 경이를 나 역시 더욱 감탄하며 바라볼 수 있었다. 그의 문장 한 줄 한 줄은 곱게 꿰어놓은 구슬처럼 매끄럽고 눈부셔 황홀감이 들 정도다. 단순한 자연의 한 장면이 그의 문장을 통과하면 생명과 시간, 인간의 삶까지 품은 하나의 명징한 세계가 된다.<br/><br/>자연을 묘사하는 헤세의 언어는 경이로울 정도다. 그의 문장 속에서 꽃은 그저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음을 누리고 늙어가며, 때로는 꿈꾸고 지치기도 한다. 자연에 인간의 감정과 생애를 겹쳐놓는 의인화적 표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은 어느새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살아가는 친밀한 존재가 된다. 피어나고 시들며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유한한 생애를 발견하면서도, 그 덧없음마저 삶의 경이로움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이나 아름답다.<br/><br/>유년 시절의 헤세에게 세상은 이해해야 할 현실이기 이전에 발견해야 할 신비에 가까웠다. 작은 것에도 호기심을 느끼고, 아무런 목적 없이 놀고 상상하며 세계와 가까이 지냈던 시간. 어른이 된 헤세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그 감각을 잃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시대가 요구하는 삶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기보다 여행하고 읽고 쓰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 곁에 머물렀다.<br/><br/>그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 사이에는 긴 시간이 놓여 있지만, 책을 읽는 동안 그 거리가 놀라울 만큼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이 더 유용하고 성공적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살아가는 동안 자연과 인간, 타인과의 친밀함이나 예술과 사색, 목적 없이 누리는 삶의 유희는 너무도 쉽게 뒤로 밀려난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이 오히려 삶에서 가장 먼저 생략되곤 한다는 사실은 그의 시대에도 지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br/><br/>아무런 효용이 없어도 아름다운 것 앞에 오래 머물고, 익숙한 풍경에서도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여전히 세상을 신비롭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 어쩌면 그는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잊어가는 그 순수한 감각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br/><br/>헤세에게 자연은 그런 마음을 되찾게 해주는 오랜 친구였다. 매일 함께 거닐며 계절과 시간,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생애의 동반자처럼 그의 문장 곳곳에는 자연을 향한 다정함이 배어 있다. 세월이 흘러도 꽃과 구름과 나비 앞에서 다시 놀라워할 수 있었던 사람. 그의 글을 읽고 가을의 산책길을 걷다 보니 나 역시 조금 더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게 된다. 늘 곁에 있어 익숙해진 것들이 실은 얼마나 많은 경이를 품고 있었는지, 그의 시선을 빌려 바라본 자연은 가장 소중한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br/><br/>#그리움이나를밀고간다 #헤르만헤세 #도서추천 #북스타그램 #서평 <br/><br/>*도서증정 @moonchusa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36/65/cover150/89760483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366524</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고독이 문학이 되는 순간 - [고독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31241</link><pubDate>Tue, 22 Sep 2026 18: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3124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0197&TPaperId=1753124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64/48/coveroff/k75213019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0197&TPaperId=1753124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독 이야기</a><br/>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김희용 외 옮김 / 유선사 / 2026년 06월<br/></td></tr></table><br/>사람들 사이에서는 좀처럼 닿을 수 없는 내면의 깊이에 닿는 시간. 그러한 시간을 나는 고독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소음에서 잠시 멀어진 자리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더 또렷하게 바라보고, 삶과 세계에 대해 평소보다 오래 생각하게 된다.<br/><br/>어쩌면 문학과 고독은 오래전부터 서로를 필요로 해왔는지도 모른다. 혼자였기에 끝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풍경과 생각이 있었을 것이고, 쉽게 설명할 수 없었기에 문장으로 남겨야 했던 감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 사람이 오래 들여다본 내면은 시간이 흐른 뒤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내면에 도착한다. 가장 개인적인 고독에서 태어난 문장이 오히려 수많은 사람에게 이해받는다는 사실은 문학이 가진 아름다운 역설처럼 느껴진다.<br/><br/>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글을 써보라는 글쓰기 조언을 읽은 적이 있다. 어떤 감정을 직접 명명하는 대신 풍경과 행동, 표정과 여백으로 그것을 느끼게 하는 것. 이 책에는 고독을 말하지 않고도 고독에 닿게 하는 문장들이 가득하다.<br/><br/>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이름만 나열해도 문학적 성취를 의심하기 어렵다. 나쓰메 소세키와 카뮈, 모파상과 헤밍웨이, 카프카와 헤세, 생텍쥐페리와 다자이 오사무, 에밀리 브론테와 울프, 디킨슨까지 이들을 한 권에서 만나는 즐거움은 어쩌면 유일무이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혼자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사유했는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값진 시간이었다.<br/><br/>작가마다 고유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문장들 역시 인상 깊었다. 저마다 전혀 다른 결의 고독이 배어나는 문장들은 직접적인 감정의 설명 없이도 한 사람의 생과 세계를 압축해 놓은 듯했다. 그래서 좀처럼 쉬이 흘려보낼 문장이 없었다. 좋은 문학은 독자 안에서 감정이 스스로 발생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나 자신의 고독과도 마주하게 된다.<br/><br/>『고독 이야기』를 읽는 시간은 나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깊이 있는 시간이었다. 오래된 문장들 속에서 여전히 놀라운 문학적 순간을 발견했고, 그 문장들은 다시 삶을 바라보는 영감이 되었다. 고독의 시간 속 홀로된 마음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시간과 장소를 건너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닿는 것. 그 조용하고 아름다운 연결이 이 책이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br/><br/>#고독이야기 #유선사 #단편집 #책추천 #북스타그램 <br/><br/>*도서증정 @yuseon_sa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64/48/cover150/k75213019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644808</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삶의 서사와 과학이 만나는 탁월한 지적 에세이 - [카오스의 가장자리 - 부서진 유년의 파편에서 출현한 신경과학자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28457</link><pubDate>Mon, 21 Sep 2026 03: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284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62131764&TPaperId=175284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5/67/coveroff/k16213176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62131764&TPaperId=175284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카오스의 가장자리 - 부서진 유년의 파편에서 출현한 신경과학자 이야기</a><br/>데이비드 수실로 지음, 이충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비슷한 환경에서 출발한 사람들의 삶은 왜 그토록 다른 곳에 도착하는 걸까. 약물에 중독된 부모와 가난, 불안정한 양육 환경과 보육원 생활을 거친 데이비드 수실로는 자신과 비슷한 출발점에 있었던 사람들이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무엇이 그들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끈 것일까. 수실로는 수많은 조건과 우연, 선택과 관계를 따라가며 이 오래된 질문에 아주 가까이 다가간다.<br/><br/>책을 읽으며 나는 그 차이를 만들어낸 요인 가운데 하나가 수실로가 좀처럼 ‘묻기를 그만두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부모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자신은 왜 이곳에 있는지, 컴퓨터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인간은 어떤 과정을 거쳐 판단하고 결정하는지 끊임없이 궁금해한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것 앞에서 물러나기보다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 그 내부를 들여다보려 한다.<br/><br/>그 태도는 과학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대할 때에도 이어진다.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놓였는지 생각하고,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찾는다. 그의 삶에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도움을 건넨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역시 필요한 도움을 구하고 요청할 줄 알았다. 수실로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회복력이란 고통을 홀로 견뎌내는 강인함이라기보다,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질문하며 다음 가능성을 찾아가는 능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좋아했던 성경의 문장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구하면 얻을 것이다’처럼 말이다.<br/><br/>아주 작은 차이에서 시작된 선택들은 오랜 시간 쌓이며 처음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거리까지 서로의 삶을 벌려놓기도 한다. 우연히 만난 컴퓨터와 그의 가능성을 발견해준 사람들,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갈 기회와 스스로 내린 선택들이 서로 얽히며 수실로의 삶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말하는 카오스와 창발은 과학적 개념을 넘어 인간의 생애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점이 된다. 삶은 예측할 수 없기에 위태롭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직 펼쳐지지 않은 가능성을 품는다.<br/><br/>이 책은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는 감정적 경험과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지적 경험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드물고도 매력적이다. 한 편의 성장소설처럼 읽히는 동시에 과학서로서도 충분한 지적 흥미를 준다. 개인의 기억과 과학적 질문이 끊임없이 만나 서로를 비추며, 한 인간이 만들어지는 창발의 과정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br/><br/>그리고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게 한다. 지금의 나는 어떤 우연과 선택을 거쳐 여기까지 왔을까. 필연이라고 믿었던 것들 사이에도 수많은 우연이 있었고,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일들 가운데에는 오랫동안 쌓아온 선택의 결과도 있었을 것이다.<br/><br/>우리의 삶은 과거의 어느 한순간만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도, 주어진 모든 조건을 선택할 수도 없다. 그러나 아직 품지 않은 질문과 내리지 않은 선택이 남아 있는 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 역시 남아 있다.<br/><br/>한 소년의 고통스러운 유년에서 출발해 뇌와 의식, 인공지능과 인간 존재를 지나 마침내 독자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는 책. 『카오스의 가장자리』는 감성과 지성을 함께 움직이며 예측할 수 없기에 아직 열려 있는 삶에 희망을 품게 한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지나온 모든 것의 결과라면, 앞으로의 나는 또 어떤 질문과 선택 속에서 새롭게 나타나게 될까. 탁월하고도 용기 있는 지적 성장서다.<br/><br/>#카오스의가장자리 #데이비드수실로 #에세이추천 #도서추천 #서평 <br/><br/>*도서증정 @bookhouse_official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5/67/cover150/k16213176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256754</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오페라 극장에 쌓인 시간과 예술의 기억 - [오페라, 극장으로 읽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18189</link><pubDate>Tue, 15 Sep 2026 17: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1818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0625&TPaperId=175181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78/49/coveroff/k53213062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0625&TPaperId=1751818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페라, 극장으로 읽다</a><br/>이대환 지음 / 시공사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오페라를 음악이 아닌 ‘공간’을 통해 바라보게 되었다. 그 공간을 따라가다 보니 뜻밖에도 유럽의 역사와 문화, 인간의 욕망과 예술을 향한 애정까지 하나의 다채로운 흐름 안에서 만날 수 있었다.<br/><br/>연극에서 출발해 음악과 연기, 무대와 건축이 결합된 종합예술로 발전한 오페라는 수백 년 동안 유럽 사회의 변화와 함께해왔다. 오페라 극장은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한 시대의 권력과 욕망, 기술과 미학이 교차하고 수많은 사람의 예술을 향한 열망이 켜켜이 쌓여온 공간이다. 정치와 종교의 영향을 받았으며 전쟁과 화재로 사라졌다가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했다. 한 시대의 취향과 가치관까지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 축적되어온 것이다.<br/><br/>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렇게 사라진 극장을 다시 세우기 위해 귀족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까지 나섰다는 사실이다. 먹고사는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예술을 위해 많은 사람이 시간과 돈을 내어놓았다는 것은 그들에게 오페라가 단순한 유흥이나 사치 이상의 의미였음을 보여준다. 한 도시가 자신이 사랑해온 예술과 공간을 지켜내려 했다는 사실에서 예술이 공동체의 기억이자 정체성이 될 수도 있음을 느꼈다.<br/><br/>책에 등장하는 유럽의 10대 오페라 하우스를 따라가다 보면 건축 역시 하나의 언어처럼 느껴진다. 극장의 장식과 조각에는 신화와 종교, 당대의 문화적 상징이 숨어 있고, 객석의 배치에는 그 시대의 계급과 사회적 관계가 드러난다. 벽과 천장, 좌석과 내장재, 공간의 형태까지도 성악가의 목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어떻게 반사하고 흡수해 객석에 전달할 것인지 세밀하게 계산되어 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과 귀에 들리는 아름다움이 하나의 건축 안에서 동시에 설계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오페라 극장 자체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종합예술처럼 느껴진다.<br/><br/>오페라 극장의 역사만으로도 왕과 귀족, 시민과 후원자, 작곡가와 예술가들이 만나고 충돌하며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오페라만으로도 수백 년에 걸친 인간의 욕망과 권력, 사랑과 허영, 예술을 향한 열망과 시대의 변화까지 읽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br/><br/>이제는 화면 하나만 있으면 세계 어디에서 열리는 공연도 볼 수 있고, 기술은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점점 더 정교하게 허문다. 인공지능은 음악과 이미지, 목소리까지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오페라와 연극처럼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예술에는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br/><br/>얼마 전 친구의 연극을 보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배우가 바로 눈앞에서 숨 쉬고 움직이고, 같은 공간의 관객들이 동시에 웃고 긴장하며 침묵하는 순간에는 화면으로 옮겨지지 않는 생생함이 있다. 오페라 역시 성악가의 몸에서 나온 목소리가 극장의 벽과 천장을 울리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배우의 움직임, 무대와 조명, 그날의 관객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아무리 같은 작품을 같은 사람들이 공연한다 해도 완전히 똑같은 공연은 다시 존재하지 않는다. 그날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경험이 존재한다.<br/><br/>어쩌면 이것이 오페라 극장이라는 공간이 수백 년 동안 사라지지 않은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오페라는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예술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그곳에 존재함으로써 경험하는 예술이고, 극장은 그 경험을 담아내는 그릇인 동시에 인간이 오랫동안 예술을 사랑해온 흔적이 축적된 장소다.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이 아름다움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들인 시간과 욕망, 기술과 기억이 공존한다.<br/><br/>이 책을 읽고 나니 오래된 극장과 도시의 공간들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다. 가능하다면 언젠가 아름다운 극장의 객석에 앉아 오페라 한 편을 보고 싶어졌다.<br/><br/>모든 것을 화면으로 보고 기술로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시대일수록 그곳에 직접 존재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은 더욱 귀해진다.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이 극장을 짓고, 잃고, 다시 세우며 지켜온 것은 어쩌면 바로 그런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오페라, 극장으로 읽다』는 오페라와 건축을 넘어, 인간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예술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지켜왔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탁월한 교양서다.<br/><br/>#오페라극장으로읽다 #오페라 #클래식 #도서추천 #교양서 <br/><br/>*도서증정 @sigongsa_books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78/49/cover150/k53213062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784971</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사라진 그림, 남겨진 가치 - [도둑맞은 미술관 - 〈모나리자〉부터 〈절규〉까지 도난당한 걸작 50점에 얽힌 미스터리 사건 파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16407</link><pubDate>Mon, 14 Sep 2026 21: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1640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0243&TPaperId=175164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73/93/coveroff/k53213024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0243&TPaperId=1751640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도둑맞은 미술관 - 〈모나리자〉부터 〈절규〉까지 도난당한 걸작 50점에 얽힌 미스터리 사건 파일</a><br/>수지 호지 지음, 안진이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08월<br/></td></tr></table><br/>작가의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아차릴 만큼 유명하고 가치 높은 그림들이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보존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미술관에서 마주하는 예술이 생각보다 훨씬 불안정한 운명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br/><br/>수많은 작품이 도난당하고 사라진다. 돈을 위해 훔치고,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약탈하며, 때로는 정치적 목적이나 뒤틀린 소유욕이 예술을 제자리에서 떼어놓는다. 놀랍게도 그렇게 사라진 작품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은 적잖이 충격적이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비밀 창고에 잠들어 있을 수도 있고,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없는 장물이 되어 떠돌고 있을 수도 있으며, 어떤 작품은 이미 흔적조차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br/><br/>이토록 많은 작품이 사라졌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은 설명하기 어려운 상실감을 불러일으킨다.<br/><br/>예술 작품의 도난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단지 값비싼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품에는 한 인간의 시간과 감각이 남아 있고,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것을 바라봐온 사람들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작품이 수백 년 동안 살아남았다는 것은 수많은 전쟁과 재난, 사회의 변화와 인간의 죽음을 지나서도 누군가가 그것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건네왔을 만큼의 가치를 지녔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난은 그렇게 이어져온 긴 역사적 연결을 한순간에 끊어버린다.<br/><br/>애석하게도 작품이 사라지고 나서야 오히려 그 존재가 더욱 선명해지기도 한다. 빈 벽과 빈 액자는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늘 볼 수 있을 때는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는 순간 간절해지는 것은 예술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인간은 존재보다 부재를 통해 어떤 것의 가치를 더 또렷하게 깨닫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br/><br/>물론 도난이라는 사건 자체가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품을 둘러싼 기이한 운명은 때때로 우리가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사라졌는지, 어디를 떠돌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돌아왔는지를 알게 되면 그림은 더 이상 미술사 책 속의 납작한 이미지로만 남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에도 인간의 욕망과 탐욕, 전쟁과 권력, 우연과 집착이 뒤엉킨 긴 생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br/><br/>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미술관에 걸린 작품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동이 더 귀한 순간으로 여겨졌다.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 누군가가 오랜 시간 지켜왔고,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통과한 끝에 지금 이 순간 내가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br/><br/>다음번 미술관에서는 그림 앞에 조금 더 특별한 마음으로 머물 것 같다.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심히 지나치기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실물을 마주할 수 있다는 우연과 행운을 생각하며, 더 큰 감동과 감사함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사라진 수많은 작품의 이야기는 결국 남아 있는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값진 이야기이기도 했다.<br/><br/>#도둑맞은미술관 #현대지성 #미술 #교양서 #도서추천 <br/><br/>*도서증정 @hdjsbooks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73/93/cover150/k53213024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739376</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우리는 어떻게 타인을 만들어내는가 - [타인의 기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11892</link><pubDate>Sat, 12 Sep 2026 18: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1189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838468&TPaperId=175118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585/55/coveroff/k52283846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838468&TPaperId=1751189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타인의 기원</a><br/>토니 모리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06월<br/></td></tr></table><br/>인간은 이토록 연약하다.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자신이 속한 세계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경계를 만든다. 그리고 그 경계 밖에 누군가를 세워놓음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차이에서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발견하면서도, 정작 타인의 다름 앞에서는 두려움을 느끼고 그들을 배제한다.<br/><br/>모리슨은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와 노예제의 역사를 따라가며 인간이 어떻게 타인을 만들어왔는지를 들여다본다. 인간은 특정한 인종이나 집단을 혐오하는 마음을 타고나지 않는다. 아이는 주변의 어른들이 누구를 경계하고 낮춰 말하는지, 무엇을 아름답거나 추하다고 여기는지를 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계를 분류하는 방법을 익힌다. 편견은 일상의 표정과 말투, 농담과 시선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견고하게 전승된다.<br/><br/>이러한 타인화의 구조는 민족주의와 여성혐오, 젠더 갈등과 극우주의 등 우리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경계에서도 발견된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하나의 범주로 묶고 그 차이를 과장하며 경계 밖으로 밀어냄으로써 자신이 속한 세계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순간 복잡했던 세계는 단순해지고, 한 인간의 고유성은 하나의 범주로 환원된다.<br/><br/>책을 읽다 문득 오늘날 우리가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이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br/><br/>생성형 AI로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지금은 어떤 형상도 가장 자유롭고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는 시대여야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AI가 만들어내는 여성과 남성의 얼굴에서는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매끈한 피부와 대칭적인 이목구비, 젊음과 일정한 신체 비율. 수없이 다른 형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 오히려 비슷한 이미지를 반복한다. AI가 재현하는 정형화된 아름다움은 인간 사회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욕망을 압축해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br/><br/>문제는 인간이 다시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학습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미적 관념을 AI가 학습하고,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보며 다시 아름다움의 기준을 학습한다. 인간이 기계를 가르쳤는데 어느 순간 기계가 인간에게 인간의 모습을 가르치는 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름다움과 정상의 범주는 더욱 축소된다.<br/><br/>나는 다시 모리슨이 말하는 타인의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정상의 경계가 필요하다. 어떤 얼굴과 몸이 아름답고 정상적인 것인지 끊임없이 제시된다면 그 기준에서 멀어진 사람은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밀려난다.<br/><br/>AI 시대의 가장 큰 역설 가운데 하나는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상상하는 인간의 모습과 정형화된 정답의 범주는 점점 축소될 수 있다는 것. 기술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아도 인간의 욕망과 편견이 그대로라면, 그것은 동일한 기준을 무한히 복제하는 기능으로 전락한다.<br/><br/>결국 중요한 것은 차이가 사라진 세계가 아니라 차이를 견딜 수 있는 감수성일 것이다. 서로 다른 얼굴과 몸, 삶과 생각을 마주하고도 그 안에서 한 인간의 고유성을 발견하는 능력. 타인을 나와 같은 존재로 만들지 않고도 그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능력 말이다.<br/><br/>편견이 학습된 관념이라면 배운 것은 다시 의심할 수 있고, 익숙해진 경계는 다시 흐리게 만들 수 있다. 우리가 타인을 만들어내는 법을 배워왔다면, 어쩌면 타인 없이도 나 자신일 수 있는 법 역시 배울 수 있을 것이다.<br/><br/>#타인의기원 #토니모리슨 #책추천 #서평 #북스타그램 <br/><br/>*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9585/55/cover150/k52283846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5855539</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역할은 움직이는 사람을 따라온다 - [역할은 주어지지 않는다 - 커리어, 자기 정의의 여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10646</link><pubDate>Fri, 11 Sep 2026 23: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1064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0343&TPaperId=1751064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86/81/coveroff/k54213034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0343&TPaperId=1751064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역할은 주어지지 않는다 - 커리어, 자기 정의의 여정</a><br/>윤기열 지음 / 도서출판 독 / 2026년 09월<br/></td></tr></table><br/>직업은 자신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말처럼 사용된다.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어떤 직함을 가지고 있는지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의 직업적 정체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존재다. 우리 안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살아보지 못한 수많은 모습과 가능성이 함께 존재한다.<br/><br/>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커리어의 중심에는 자신에게 다양한 기회의 가능성을 열어두라는 조언이 있다. 수명이 길어지고 한 사람이 살아가며 경험하게 될 역할 또한 훨씬 다양해진 시대에, 하나의 역할에 자신을 고정하기보다 호기심과 주변의 변화에 눈을 열어두는 것. 기회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것.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역할은 뒤따라오는 것이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br/><br/>저자의 18년 커리어를 따라가다 보면 그 말이 단순한 조언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회초년생으로 시작해 기업의 임원이 되기까지, 그리고 오랜 커리어를 뒤로하고 유학길에 오르기까지. 그야말로 사회생활을 진하게 해본 선배가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경험을 아낌없이 풀어놓은 듯하다. 성공과 낙담, 리더가 되어 겪는 고민, 조직 안에서의 관계,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터득한 현실적인 노하우가 곳곳에 담겨 있다. 특히 PR이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구체적인 상황과 대처 방식은 물론, 일의 영역과 자신의 역할을 확장해가는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br/><br/>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가 좀처럼 적당한 선에 머물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더 나은 방향은 없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최선인지 끊임없이 묻는다. 그 질문은 업무를 향하기도 하고 자신을 향하기도 한다. 어쩌면 수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그녀 앞에서 문을 열어준 것은 특별한 행운 때문이라기보다, 계속 질문하고 그 답을 직접 행동으로 확인하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br/><br/>무엇보다 나는 성과나 결과보다 ‘경험 자체’에 큰 가치를 두는 그녀의 태도가 좋았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그때처럼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지금의 자리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 자신이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보고, 배우고, 부딪쳐보려는 태도는 현재의 역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동시에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br/><br/>이 책에서 말하는 ‘역할은 주어지지 않는다’는 단순히 더 적극적으로 커리어를 개척하라는 의미로만 읽히지 않는다. 지금 내가 무엇이라고 불리는지보다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쉽게 단정하지 말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한때의 직함이나 성취가 나의 전부라고 믿지 않는다면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지금까지 해온 경험 역시 하나의 길에 나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음 가능성으로 건너가기 위한 자원이 될 수 있다.<br/><br/>책의 마지막에는 QR코드를 통해 자신만의 ‘역할 노트’를 작성해볼 수 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선을 나의 현재와 미래로 돌려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지금 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지금까지의 경험은 내게 무엇을 남겼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은지 하나씩 생각해보게 된다.<br/><br/>취업부터 이직, 승진과 조직생활, 그리고 어느 정도 커리어를 쌓은 뒤 찾아오는 ‘그다음은 무엇인가’라는 고민까지. 우리는 일하며 살아가는 동안 여러 번 자신의 자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그때마다 정답을 유보하고 자신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질문 끝에서 발견한 가능성을 향해 일단 움직여보라고 등을 밀어준다.<br/><br/>지금의 나를 너무 익숙한 역할 안에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능성에서 제외해버린 것은 없는지. 어쩌면 우리의 다음 역할은 어딘가에 완성된 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질문하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역할은 주어지지 않는다.<br/>그러니 아직 만나지 못한 나의 모습을 더 다채롭게 그려나가도 되지 않을까.<br/><br/>#역할은주어지지않는다 #처세술 #성공학 #도서추천 #북스타그램 <br/><br/>*도서증정 @dokkpress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86/81/cover150/k54213034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868174</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낯선 문장 끝에서 만난 고유한 세계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03634</link><pubDate>Tue, 08 Sep 2026 21: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50363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0536&TPaperId=175036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0/79/coveroff/k5621305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0536&TPaperId=1750363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a><br/>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08월<br/></td></tr></table><br/>문학상 수상작품집이라서일까. 무엇보다 작가마다 가진 고유한 글쓰기 방식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문장의 길이와 호흡, 장면을 전환하는 방식, 인물을 바라보는 거리, 이야기를 어디까지 말하고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까지 모두 새로웠다. 처음에는 이질적일 만큼 어색하게 읽히던 문장에 점점 흥미를 느끼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결국 그 방식에 설득당하는 경험이 신선했다.<br/><br/>특히 대상 수상작인 박솔뫼의 「사과」가 인상 깊었다. 문장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듯 긴 호흡으로 이어지고, 충분히 큰 사건이라 할 만한 일조차 전조나 강조 없이 문장 사이에 아무렇지 않게 놓인다. 장면과 사건 역시 예고 없이 툭 전환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흐트러진다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그 무심한 듯 이어지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의 기억과 생각이 실제로 움직이는 방식에 가까운 리듬처럼 느껴진다. 무엇을 중요하다고 미리 표시해 주지 않기에 독자가 스스로 문장 속에 놓인 것들의 무게를 발견하게 되는 점도 좋았다.<br/><br/>더욱 인상적인 것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한 여성 화자의 이야기 안에 생각보다 묵직한 것들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방식, 개인의 삶을 둘러싼 사회의 모습까지. 작가는 그것을 쉬이 결론 내리지 않는다. 평범한 삶의 장면들 사이에 그저 조용히 놓아두었고, 그래서 읽고 난 뒤 더 많은 생각이 남았다. 짧은 소설 안에 인간과 관계와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시선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br/><br/>다른 우수작들에서도 각각의 고유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읽어온 완결되고 매끄러운, 어쩐지 잘 정제된 글들과는 조금 다른 날것의 감각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거칠거나 미완성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쉽게 다듬어 하나의 모양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보존되는 개성과 생생함에 가까웠다. 어떤 작품은 문장으로, 어떤 작품은 인물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또 어떤 작품은 예상하지 못한 상상의 이야기로 자신의 세계를 드러냈다.<br/><br/>여섯 편 모두 그 안에는 작가마다 분명하고 견고한 세계가 있었다. 실험적인 문장과 리듬을 따라가다가 어느새 이야기의 다음을 궁금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소설이 끝난 뒤에는 이야기 자체가 지닌 힘에 대해 오래 곱씹게 되었다.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삶의 순간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가. 좋은 소설은 반드시 답을 주지 않아도 이렇게 많은 질문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br/><br/>특히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꽤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잘 쓰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좋은 문장의 모양을 닮아가는 것만이 글쓰기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가 분명하다면 문장의 호흡도, 이야기의 구조도, 삶을 포착하는 방식도 얼마든지 새로운 것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형화된 틀 안에서 얼마나 매끄럽게 쓰느냐보다 무엇을 바라보고, 그것을 얼마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느냐인지도 모르겠다.<br/><br/>여섯 명의 작가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어느 누구의 문장도 다른 누구의 문장과 같지 않은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 그 차이를 한 권 안에서 연이어 만나는 일은 무척 신선했다.<br/><br/>익숙한 문장 밖으로 독자를 이끌며 이렇게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 조금 낯설어도 그 낯섦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하나의 견고한 세계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 역시 결국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사유에 닿을 수 있다는 것.<br/><br/>어쩌면 좋은 글의 모양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수상작들을 읽고 나니 오히려 좋은 글에는 정해진 모양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26 #이효석문학상 <br/>#단편소설 #서평 #북스타그램 <br/><br/>*도서증정 @vook_da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0/79/cover150/k5621305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307916</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침묵은 비어 있지 않다 - [침묵]</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93022</link><pubDate>Fri, 04 Sep 2026 01: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9302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72130438&TPaperId=174930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24/64/coveroff/k57213043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72130438&TPaperId=1749302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침묵</a><br/>존 비게닛 지음, 김명남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08월<br/></td></tr></table><br/>소리가 사라진 자리, 고요하고 평온한 순간,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무는 시간. 침묵은 그저 말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침묵은 너무도 다채로운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서로 모순되는 의미까지 동시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br/><br/>침묵은 결코 수동적인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돈을 지불해서라도 얻고 싶은 평온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소음 때문에 누릴 수 없는 사치가 되기도 한다. 권력을 가진 자는 상대를 침묵시킴으로써 자신의 힘을 행사하고, 반대로 약자는 침묵함으로써 자신을 지킬 수도 있다. 말하지 않는다는 동일한 행위가 어느 순간에는 억압의 결과가 되고, 다른 순간에는 저항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침묵의 의미는 침묵 그 자체보다 누가, 언제, 무엇을 위해 침묵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br/><br/>침묵이라고 믿었던 순간에도 완전한 침묵은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극도로 조용한 공간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몸이 내는 소리가 선명해지고, 소리 내지 않고 책을 읽을 때조차 우리의 뇌는 문장을 일종의 소리로 받아들인다. 겉으로는 아무 소리도 없는 독서의 순간에 우리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가장 깊숙이 듣고 있는 셈이다. 침묵하려 할수록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소리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역설은 무척 인상적이다.<br/><br/>예술에서 침묵이 작동하는 방식 역시 흥미롭다. 음악에서 음과 음 사이의 멈춤이 다음 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그림 앞에서 언어가 물러난 자리에는 감각과 감정이 들어선다. 말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있다. 침묵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말과 소리가 차지하던 자리에 다른 무언가가 들어올 공간을 만드는 행위인지도 모른다.<br/><br/>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붙잡고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생각을 끊임없이 뻗어나가게 한다는 데 있다. 음악과 문학, 경제와 계급, 권력과 폭력, 과학과 신체, 독서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이야기는 ‘침묵’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점을 다채롭게 펼쳐 보인다.<br/><br/>한 가지 주제를 이토록 다양한 층위로 뒤집고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개념 하나가 얼마나 많은 질문을 품고 있는지 발견하게 하는 것. 그것이 『침묵』이 주는 가장 큰 지적 즐거움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침묵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침묵은 소리가 사라진 자리가 아니라, 미처 듣지 못했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비밀스러운 순간인지도 모른다.<br/><br/>#침묵 #지식산문 #복복서가 #인문에세이 #책추천 <br/><br/>*도서증정 @bokbokseoga_publishing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24/64/cover150/k57213043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246437</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우리가 사는 세계의 바닥을 열어젖히다 - [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80793</link><pubDate>Sun, 30 Aug 2026 17:1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8079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0046&TPaperId=1748079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7/46/coveroff/k40213004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0046&TPaperId=1748079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a><br/>달리아 나미앙 지음, 조민영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08월<br/></td></tr></table><br/>영화 ‘설국열차’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장면 중 하나는 열차의 바닥을 열어젖히는 순간이다. 화려하고 안락한 객실 아래,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비좁고 뜨거운 공간에서 한 아이가 기계의 부품처럼 혹사당하고 있다. 열차는 쉼 없이 작동하고 있었고 승객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 세계를 움직이는 데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바닥이 열리기 전까지 보이지 않았다.<br/><br/>이 책은 우리가 안락하게 앉아 있는 세계의 바닥을 열어젖힌다.<br/><br/>우리는 식민주의와 노예제를 잔혹했던 과거로 기억하며 오늘날의 세계는 훨씬 문명화되었다고 믿는다. 실제로 우리의 삶은 어느 시대보다 편리하고 풍요로워졌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지구 반대편에서 만들어진 물건조차 클릭 몇 번이면 집 앞까지 도착한다.<br/><br/>하지만 우리는 정말 그 시대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가.<br/><br/>물론 오늘날을 과거의 노예제나 식민지배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유한 국가와 기업의 풍요를 위해 다른 누군가의 노동과 토지, 자원과 환경이 희생되는 구조가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착취는 국경과 복잡한 공급망 너머로 이동해 우리의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를 쇠사슬로 묶지 않아도 극단적인 빈곤은 값싼 노동력을 만들어내고, 군대를 보내 영토를 점령하지 않아도 자본은 토지와 자원을 차지할 수 있다.<br/><br/>그 구조의 정점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단순히 누군가가 부자라는 사실이 아니다. 막대한 부는 정치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세계가 나아갈 방향까지 결정하는 권력이 된다.<br/><br/>더 기묘한 것은 그 경제구조의 가장 큰 수혜자들이 이제는 그 구조가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할 구원자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기후위기도, 빈곤도, 식량문제도 그들의 투자와 혁신과 자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그들에게 문제의 원인을 묻기보다 해결책을 기대한다.<br/><br/>21세기 자본주의 아래 인간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안락함을 누린다. 기술의 성취와 소비의 풍요는 더 나은 세계가 계속해서 도래하고 있다는 희망을 심는다.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며 살아간다고 철썩같이 믿는다.<br/><br/>그러나 바로 그 안락함 때문에 세계의 다른 면을 외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br/><br/>값싼 옷은 누가 만들었는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광물은 어디에서 채굴되는지, 우리가 버린 폐기물은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좀처럼 알지 못한다. 어쩌면 알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도록 세계가 설계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열차의 승객에게 기관실의 사정까지 알 필요가 없는 것처럼.<br/><br/>우리는 과거를 돌아보며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소유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는지, 어떻게 다른 나라의 자원을 빼앗으면서 그것을 문명화라고 믿었는지 의아해한다. 하지만 미래의 사람들 역시 우리에게 묻지 않을까.<br/><br/>어떻게 한 사람이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부를 축적하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사람들이 먹을 것과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하는 세계를 정상이라고 생각했을까. 어떻게 지구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면서 그것을 발전이라고 불렀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 구조에서 가장 많은 부와 권력을 얻은 사람들에게 다시 그 문제의 해결을 기대했을까.<br/><br/>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질문하지 않게 된 것들을 다시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와 권력, 자선과 기후위기, 식량과 에너지, 노동과 소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낱낱이 보여준다.<br/><br/>그 연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타고 있는 열차의 바닥이 열린다.<br/><br/>그 아래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의 풍요가 다른 누군가의 빈곤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 우리가 누리는 세계의 비용이 언제나 공평하게 분배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워진다.<br/><br/>설국열차 속 승객들은 바닥이 열리기 전까지 아이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나 한 번 바닥이 열리고 그 아이를 보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보지 못했던 것과 보고도 외면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br/><br/>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바닥을 열어젖힌다. 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본 뒤에도 여전히 이 열차가 아무 문제 없이 잘 달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br/><br/>#슈퍼리치가세상을구한다는헛소리그런데우리는왜그들을숭배하는가 <br/>#사회비평 #책추천 #책스타그램 <br/><br/>*도서증정 @wonderbox_pub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7/46/cover150/k40213004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674621</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이 깜찍한 사이코패스들을 어쩌면 좋지 -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63999</link><pubDate>Fri, 21 Aug 2026 16: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639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0612&TPaperId=174639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82/32/coveroff/k85213061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0612&TPaperId=174639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를 우습게 봤겠지만</a><br/>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07월<br/></td></tr></table><br/>끔찍해야 할 사이코패스들이 깜찍하게 보이기 시작할 때쯤이면 이미 이 소설에 단단히 빠져 출구를 찾을 수 없다.<br/><br/>사이코패스인 대학생 클로이는 자신을 강간한 남자를 죽이기 위해 치밀한 복수를 준비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이야기인데, 하필 클로이가 참여하고 있는 사이코패스 연구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하나둘 살해되기 시작한다. 사이코패스가 사이코패스를 죽이는 범인을 쫓고, 그 와중에 자신의 살인 계획까지 완수해야 한다니.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이야기는 갈수록 더 대담하고 영리해진다.<br/><br/>곳곳에 던져놓은 단서와 복선이 촘촘하게 맞물리면서 한번 잡은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등장인물이 더해질수록 자연스럽게 독자의 머릿속에도 용의자 목록이 만들어진다. 한 명을 의심했다가 지우고, 다른 한 명을 추가하고, 믿었던 인물을 다시 의심한다. 추리를 시작할 만하면 새로운 단서가 나타나고, 답을 알아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다시 판이 뒤집히며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한다.<br/><br/>이 소설의 진짜 매력은 치밀하고 어두울 법한 스릴러 한가운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생동감이 있다는 데 있다. 캠퍼스를 돌아다니고, 연애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대학생들의 일상은 뜻밖에도 하이틴 로맨스를 보는 것처럼 발랄하다.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인물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모두가 조금씩 이상하고 수상한데도 정이 간다. 거침없고 솔직한 클로이의 속마음과 대화에서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졌다. 살인과 복수를 계획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웃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느 순간 이 위험한 아이들의 다음 대화가 기다려진다.<br/><br/>우리는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를 잔혹한 범죄와 거의 동의어처럼 사용한다. 뉴스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면 범인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쉽게 그 말을 꺼낸다. 하지만 인간이란 그렇게 간단하게 분류되는 존재가 아니다. 타인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끊임없이 학습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사이코패스가 아니면서 잔인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진짜 위험한 인간은 누구일까?<br/><br/>클로이의 복수는 사회를 향한 문제의식으로도 확장된다.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남자를 법정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처단하려는 클로이의 복수에는 여성 대상 범죄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추궁하는 세상을 향한 클로이의 거침없는 목소리는 통쾌하면서도 그 부조리를 날카롭게 찌른다.<br/><br/>같은 행동도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 사람의 시선에 머물지 않고 등장인물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여러 시선을 겹쳐 보게 한다.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던 경계는 흐려지고, 확신했던 판단마저 잠시 유보하게 된다. 결국 한 사람을 특정한 틀 안에 가두어 바라보던 우리의 편견까지 돌아보게 한다.<br/><br/>『나를 우습게 봤겠지만』은 범인을 맞히는 재미가 있는 영리한 스릴러이자,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유쾌한 캠퍼스물이며,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야기다. 범죄와 사이코패스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얽힌 인간의 복잡한 면면을 놓치지 않는다.<br/><br/>처음에는 분명 연쇄살인범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범인보다 이 깜찍한 사이코패스들의 안위가 더 걱정되고 있었다.<br/><br/>이 정도면 제대로 당했다. 나도 그들을 우습게 봤을지 모른다.<br/><br/>#나를우습게봤겠지만 #소설추천 #스릴러소설 #책추천 #책스타그램 <br/><br/>*도서증정 @munhakdongne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82/32/cover150/k85213061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823226</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완성되지 않은 우리를 위한 구원 - [완전한 구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58521</link><pubDate>Tue, 18 Aug 2026 21: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585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932029&TPaperId=174585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409/96/coveroff/k092932029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932029&TPaperId=174585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완전한 구원</a><br/>에단 호크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09월<br/></td></tr></table><br/>『완전한 구원』의 윌리엄 하딩은 서른두 살이다. 두 아이의 아빠이고, 누구나 이름을 알 만한 성공한 배우이며, 유명 가수와 결혼했다. 겉으로만 보면 이미 어른이 된 지 오래인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삶은 조금도 완성되어 있지 않다. 욕망하고 질투하고 허영을 부리고 잘못된 선택을 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도 상처받는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움직인다. <br/><br/>우리는 어느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직업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사회적인 자리를 얻고 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이루고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막상 그 나이에 도착하면 알게 된다. 삶에는 그런 완성의 순간이 없다는 것을. 서른두 살에도, 마흔두 살에도, 어쩌면 예순두 살에도 인간은 여전히 처음 겪는 일 앞에서 휘청이고 자신의 욕망에 당황하며 어제의 잘못을 오늘 바로잡으려 애쓰는 존재일 것이다.<br/><br/>윌리엄은 그 모든 것을 숨길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쉴 새 없이 말한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 무너진 결혼, 배우로서의 욕망과 허영,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동료 배우들과 나눈 대화, 성적인 욕망과 삶에 대한 두려움까지. <br/><br/>『완전한 구원』을 읽으며 나는 에단 호크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냈다고 느꼈다.<br/><br/>예술가에게 어떤 길이 있다면 결국 그것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내는 데 있지 않을까. 에단 호크는 오랫동안 배우로 살아온 사람이기에 자신만이 볼 수 있었던 순간들을 알고 있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의 두려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자신을 망가뜨리는 순간, 박수와 혹평 사이에서 흔들리는 자존심, 다른 사람을 연기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기묘한 경험. 그가 살아오며 조금 더 세심하게 바라보고 조금 더 오래 생각했을 순간들의 합이 이 소설 안에 있다.<br/><br/>모두가 자신을 안다고 구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br/><br/>우리는 아마 알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숨통을 조이는 지옥인지, 반대로 얼마나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희열인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연애와 결혼, 실패와 욕망을 이야기하고, 한 번의 잘못으로 한 인간 전체를 설명하려 들 때 그 안에서 자신만이 알고 있는 자신을 지키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br/><br/>그래서 윌리엄의 끝없는 말은 때때로 변명처럼 보이면서도 내게는 진실한 외침처럼 들렸다.<br/><br/>나는 이것보다 훨씬 복잡한 사람이라고.<br/><br/>나는 때때로 실패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그것만으로 이루어진 사람은 아니라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무대에 서는 일을 사랑하고, 허영에 휘둘리면서도 진실해지고 싶어 한다고. 당신과 마찬가지로 매번 흔들리고 실수하면서도 그것을 바로잡고 오늘보다 아주 조금 나아진 내일을 기대하는 한 사람이라고.<br/><br/>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의 제목에 있는 ‘구원’이라는 단어가 몹시 좋았다. 구원은 주인공이 자신의 위치를 견뎌낼 때 조금씩 일어나고, 아버지가 용서를 구할 때 일어나고, 사람들이 서툰 방식으로나마 서로를 사랑할 때 일어난다. 누군가 자신의 허영과 비겁함을 인정할 때도, 무대 위에서 단 한순간이라도 완전히 진실해지려고 애쓸 때도 일어난다. 그렇게 각자가 자기 자신으로 진실을 말하는 순간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사람 역시 구원받는 기분이 든다. 세상을 모조리 바꾸지 않아도, 지나간 시간을 없던 일로 만들지 않아도, 어떤 것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br/><br/>에단 호크는 배우로서도 작가로서도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내가 그를 좋아한 이유도 아마 그것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언제나 자신이 맡은 인물을 치열하게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보였고, 이 소설에서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쓰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한때 『비포 선라이즈』를 보며 낯선 도시에서 누군가와 밤새 이야기하는 낭만을 상상하게 했던 배우가 이제는 삶이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흔들리며 살아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br/><br/>나는 또다시 그의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인다. <br/><br/>책의 소개에는 이 책을 향한 찬사가 적혀 있다. 나 역시 그 문장을 그대로 빌리는 것이 이 책에 가장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br/><br/>“유명세는 필요치 않다.<br/>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문학적 찬사를 받는 데에는.”<br/><br/>#완전한구원 #에단호크 #소설추천 #책스타그램 #서평<br/><br/>*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409/96/cover150/k09293202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4099653</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감각의 기억을 따라 - [기억의 무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54053</link><pubDate>Sun, 16 Aug 2026 17: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5405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0922&TPaperId=174540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99/39/coveroff/k53213092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0922&TPaperId=1745405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기억의 무늬</a><br/>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08월<br/></td></tr></table><br/>사람을 기억할 때 우리는 무엇을 기억할까. 얼굴과 표정, 눈빛처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대개 시각적인 요소들이다. 하지만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면 한 사람은 무엇으로 기억될까. <br/><br/>주인공 카미는 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얼굴을 구별하기 어려운 그는 세 살 때 부모가 죽은 사건의 현장에 있었지만, 그날 보았던 사람의 얼굴 역시 기억하지 못한다. 대신 그의 기억에는 한 사람의 실루엣과 옷의 감촉, 냄새와 같은 감각이 남아 있다. 그렇게 희미하고 불완전해 보이는 기억을 붙잡고 카미는 19년 전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선다.<br/><br/>이 설정 자체가 무척 흥미롭다.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기에 카미는 다른 것들을 본다. 어떤 옷을 입는지, 천은 어떻게 닳아 있는지, 어떤 냄새가 배어 있는지, 걸음걸이는 어떠한지, 몸에는 어떤 습관이 남아 있는지를 세밀하게 관찰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흔적들이 카미에게는 한 사람을 알아보는 단서가 된다. 약점처럼 보였던 그의 장애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게 하는 특별한 감각이 되는 것이다.<br/><br/>대부분의 소설에서 인물을 묘사할 때 얼굴과 표정을 떠올리게 된다. 눈빛이 흔들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식으로 감정을 읽는다. 하지만 『기억의 무늬』는 손끝에 닿는 직물의 결, 옷에 밴 체취, 오래 입은 옷에 생긴 주름과 마모, 가구 표면에 남은 손때와 흠집 같은 것들로 사람과 시간을 묘사하며 독자에게 신선한 감각을 선사한다.<br/><br/>그 묘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장면 역시 새롭게 상상하게 된다. 눈으로 장면을 바라보기보다 손끝으로 더듬어 보고 냄새를 떠올리며, 누군가가 반복해 온 습관의 흔적을 찾아보게 된다. 글이 반드시 눈에 보이는 풍경만을 그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문장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감각을 불러낼 수 있었고, 우리가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역시 생각보다 훨씬 풍부했다.<br/><br/>우리의 기억은 단순하지 않다. 오래전 누군가의 얼굴은 희미해졌는데 그 사람의 습관이나 냄새는 이상할 만큼 생생할 때가 있다.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의 구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면서도 오래된 나무 가구를 만졌을 때의 느낌이나 계단을 밟을 때 들리던 소리는 남아 있기도 하다. 기억은 머릿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몸 곳곳에 흩어져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br/><br/>카미는 자신에게 남겨진 감각의 조각들을 하나씩 이어 붙이며 잃어버렸던 삶의 일부를 되찾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되고, 아버지를 만나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과거와 마주한다. 상처 속에 멈추어 있던 한 사람이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도움과 사랑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발견하면서 비로소 과거에서 조금씩 걸어 나오는 것이다.<br/><br/>한 사람의 삶에는 자신도 미처 알아보지 못한 수많은 흔적이 남는다. 사람은 오래 입은 옷과 자주 사용한 물건, 반복되는 몸짓과 습관, 누군가에게 건넨 온기에도 자신을 남긴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기억하고 남기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눈으로 기억하지 못한 것을 피부가 기억하고, 말로 설명하지 못한 것까지 냄새와 소리와 촉감이 간직한다. 그리고 그렇게 사소해 보이는 흔적들을 살아 숨 쉬도록 하는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br/><br/>#기억의무늬 #백희성 #소설추천 #도서추천 #북스타그램 <br/><br/>*도서증정 @_book_romance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99/39/cover150/k53213092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993923</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기대한 것 이상을 즐기게 될 페이지터너 - [뒤틀린 사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52503</link><pubDate>Sat, 15 Aug 2026 19: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525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82130121&TPaperId=174525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30/6/coveroff/k38213012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82130121&TPaperId=174525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뒤틀린 사랑</a><br/>아나 황 지음, 윤선미 옮김 / 모모 / 2026년 07월<br/></td></tr></table><br/>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br/><br/>설렘과 긴장감, 질투와 집착, 상처와 구원, 고수위의 짜릿함에 범죄 스릴러를 연상시키는 복수극과 반전까지. 독자가 다크 로맨스에 기대할 만한 재미를 한 권 안에 아낌없이 쏟아붓는다.<br/><br/>『뒤틀린 사랑』은 냉정하고 철저하게 자신을 통제하며 살아가는 알렉스와 밝고 따뜻하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품고 살아가는 에바의 이야기다. 처음부터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부딪히지만, 바로 그 차이 때문에 서로에게 이끌린다. 익숙한 로맨스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br/><br/>알렉스는 독자들이 기대하는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의 요소를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잘생기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데다 냉정하고 위험하며, 세상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을 것 같은 남자가 단 한 사람 앞에서만 무너진다. 그 비현실적인 완벽함이 장르소설에서만큼은 오히려 큰 즐거움이 된다. 현실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인가와 소설 속에서 보고 싶은 사람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니까!<br/><br/>알렉스와 에바에게는 각자 다른 형태의 결핍과 트라우마가 있고, 두 사람은 사랑을 통해 자신이 오랫동안 외면해온 상처를 마주한다. 한 사람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한 사람은 두려움에 붙잡히지 않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인 동시에 자신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힘이 되어주는 과정이 이 소설의 로맨스를 단순한 끌림 이상으로 만들어준다.<br/><br/>여기에 복수극과 범죄 스릴러의 요소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훨씬 풍성해진다. 로맨스에 몰입하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감춰져 있던 비밀이 모습을 드러내고, 사랑의 향방뿐 아니라 과거의 진실이 무엇인지까지 궁금해져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된다. 달콤한 장면과 위험한 장면 사이를 빠르게 오가는 전개 덕분에 긴 분량에도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게 된다.<br/><br/>무엇보다 이 소설의 묘미는 이 모든 자극적인 재미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문장력에 있다. 고수위의 장면이나 강렬한 사건만 연이어 등장했다면 순간적인 재미로 끝날 수도 있었을 텐데, 사랑과 상처, 두려움과 삶에 관한 문장들이 이야기의 감정에 무게를 더한다. 인물의 감정과 장면을 눈앞에 그려지듯 전달하는 묘사도 뛰어나서 한 편의 영화에 빠져들었다 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br/><br/>이 소설은 재미있다! 익숙한 로맨스의 클리셰가 주는 설렘은 충분히 누리면서,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복수극의 스릴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위험하고 치명적인 사랑, 강렬한 캐릭터, 고수위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긴장감으로 펼친 순간부터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br/><br/>설렘도, 긴장감도, 스릴도, 도파민도 어느 하나 아끼지 않고 담아냈다. 짜릿하고 위험하고 달콤한 이야기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면, 기대한 것 이상을 즐기게 될 페이지터너다. <br/><br/>#뒤틀린사랑 #혐관로맨스 #다크로맨스 #소설추천 #로맨스소설 <br/><br/>*도서증정 @ofanhouse.official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30/6/cover150/k38213012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300658</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경계 위의 삶 - [낯선 집 - 재일 이주 여성의 자리를 엮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46803</link><pubDate>Wed, 12 Aug 2026 17: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468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42130813&TPaperId=174468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34/79/coveroff/k3421308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42130813&TPaperId=174468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낯선 집 - 재일 이주 여성의 자리를 엮다</a><br/>조경희 지음 / 사계절 / 2026년 07월<br/></td></tr></table><br/>『낯선 집』은 재일조선인과 이주여성의 삶을 따라가며 오늘날 사회가 누구를 ‘우리’로 인정하고 누구를 경계 밖으로 밀어내는지를 묻는다. 특별영주자격과 조선적, 재외동포의 시민권 문제에서부터 일본의 혐한과 역사수정주의, 한국의 난민·이주민 혐오, 재일여성이 겪어온 인종차별과 여성혐오까지,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실제 사건과 역사를 촘촘하게 연결한다. 그 과정에서 재일조선인이나 이주민을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소수자가 아니라 여러 국가와 언어, 기억 사이에서 스스로 삶의 자리를 만들어온 주체로 바라보게 한다.<br/><br/>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계를 만든다. 국민과 외국인, 정상과 비정상,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구분은 사회를 이해하고 제도를 운영하는 데 필요하지만, 그 경계가 절대적인 것이 되는 순간 차이는 쉽게 배제의 근거가 된다. 타자를 우리와 전혀 다른 존재로 규정할수록 서로의 거리는 멀어지고, 그 사이를 메울 이해와 연대의 가능성도 좁아진다.<br/><br/>이 책이 지금 더 의미 있게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적 불안이 깊어질수록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만과 두려움은 특정한 타자를 향하기 쉽다. 일본의 혐한과 한국의 난민·이주민 혐오는 서로 다른 역사와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 불안을 타자에게 투사하고 배제를 ‘상식’과 ‘안전’의 언어로 정당화한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노골적인 혐오가 사라진 자리에서도 타자화는 훨씬 세련된 언어로 계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책은 보여준다.<br/><br/>물론 모든 경계를 없앨 수는 없다. 국적과 시민권, 거주와 권리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현실적으로 계속 논의되어야 한다. 모든 제도적 차이를 곧바로 차별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러나 경계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그 경계 때문에 실제로 상처받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동시에 참일 수 있다. 이 책의 힘은 어느 한쪽을 쉽게 정답으로 제시하는 데 있기보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기준이 누군가의 삶에서는 얼마나 복잡한 문제로 작동하는지를 보게 하는 데 있다.<br/><br/>정보와 확신이 넘쳐나는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을 절대적인 진실로 굳히는 태도보다 다른 위치에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유연함일 것이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고통은 쉽게 과장되어 보이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선택은 쉽게 비상식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타인에게도 나만큼 복잡한 이유와 역사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 있다면 판단과 분노 사이에 이해의 틈이 생긴다.<br/><br/>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이다. 내가 가진 고유함만큼 타인에게도 그만의 고유함이 있다. 내가 나로 존재할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누군가 역시 그 사람답게 존재할 권리가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이어져야 한다.<br/><br/>『낯선 집』은 재일여성만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국적과 민족, 젠더와 이주의 문제를 지나 더 넓은 ‘타자’의 문제로 나아간다. 우리는 누구를 우리라고 부르고 누구를 ‘그들’로 바깥에 세워왔는가. 모든 불만을 분노와 혐오로 바꾸기 전에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하고 이해의 지점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적 분열이 깊어지는 지금, 이 책이 건네는 질문은 그래서 더욱 현재적이다.<br/><br/>#낯선집 #여성학 #사회학 #도서추천 #북스타그램 <br/><br/>*도서증정 @sakyejul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34/79/cover150/k3421308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347966</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삼천 년을 건너온 인간의 마음 - [오디세이아 (국내 유일 명화 104점 수록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고대 그리스어 완역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39727</link><pubDate>Sat, 08 Aug 2026 21: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397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038716&TPaperId=174397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39/0/coveroff/k06203871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038716&TPaperId=174397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디세이아 (국내 유일 명화 104점 수록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고대 그리스어 완역본</a><br/>호메로스 지음, 페테르 파울 루벤스 외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04월<br/></td></tr></table><br/>삼천 년 동안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거의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배를 타고 몇 년씩 바다를 헤매던 인간은 하루 만에 대륙을 건너고, 신들의 뜻을 물으며 별을 바라보던 인간은 우주에 탐사선을 보낸다. 우리가 아는 세계의 크기도, 삶의 속도도, 인간이 가진 힘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br/><br/>그런데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인간이 인간에게 바라는 것은 변하지 않고 소박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 낯선 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받은 선의를 기억하는 것.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탐하지 않는 것. 끝없는 복수보다 다시 함께 살아갈 길을 선택하는 것.<br/><br/>어쩌면 문명의 진보와 인간의 진보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삼천 년 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훨씬 먼 곳까지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어떻게 살아야 좋은 인간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주 오래된 이야기에서 답을 발견한다. 삼천 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도 너무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오래된 우리의 마음이 그 안에 있다.<br/><br/>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십 년을 떠돈 오디세우스가 그토록 원하는 것은 결국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일이다. 더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에 머물 기회가 있어도 그의 마음은 아내와 아들이 있는 고향을 향한다. 그에게 고향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살아온 시간이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하게 하는 삶의 자리다. <br/><br/>이 오래된 이야기에서 낯선 이를 대하는 태도는 중요하게 다뤄진다. 먼 곳에서 온 나그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내어 주고, 떠나는 이에게 선물을 건네며,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환대를 권리처럼 여기고 타인의 것을 탐한 구혼자들은 파멸한다. 힘과 부를 얼마나 가졌는지만큼이나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한 인간의 명예와 품격을 결정한다. 삼천 년 전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이 단순한 윤리는 지금도 익숙하다. 자신만을 위하는 삶보다 타인을 헤아리고 선의를 베푸는 삶이 더 나은 삶이라는 믿음은 오랜 시간을 지나 우리에게도 이어지고 있다.<br/><br/>작품의 마지막에는 구혼자들의 죽음에 분노한 가족들이 무기를 들지만, 이야기는 끝없는 복수로 이어지지 않는다. 서로 적의를 거두고 다시 함께 살아갈 질서를 회복하면서 오디세우스의 긴 귀향도 끝난다. 돌아간다는 것은 떠나온 장소에 도착하는 일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일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오디세이아』에는 신과 괴물, 전쟁과 모험이 가득하지만 긴 이야기를 다 읽고 난 뒤 깊이 공감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평범하고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이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 낯선 이를 환대하는 마음, 받은 호의를 기억하는 마음, 욕심을 경계하고 끝내 다시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br/><br/>삼천 년을 건너온 『오디세이아』가 지금도 낯설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그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변했지만, 좋은 삶을 향한 인간의 마음은 오디세우스가 그토록 이타케를 열망했듯 놀랍도록 오랜 시간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br/><br/>#오디세이아 #오디세이 #호메로스 #고전문학 #북스타그램 <br/><br/>*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39/0/cover150/k062038716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390080</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정원이 가르쳐 준 시간 - [백년의 정원사 - 꽃이 지기 전에 다녀가세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35859</link><pubDate>Thu, 06 Aug 2026 17: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3585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42130901&TPaperId=1743585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39/43/coveroff/k14213090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42130901&TPaperId=1743585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백년의 정원사 - 꽃이 지기 전에 다녀가세요</a><br/>김용철 지음 / 달 / 2026년 07월<br/></td></tr></table><br/>오늘 심은 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날은 언제일까. 어쩌면 그 풍경은 정원사가 보지 못할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는 나무를 심고, 꽃을 돌보고, 계절마다 같은 자리를 묵묵히 오간다.<br/><br/>『백년의 정원사』를 읽으며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br/><br/>우리는 대부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얻을지를 생각한다. 하지만 정원은 다른 시간을 바라본다. 지금의 손길이 십 년 뒤의 풍경이 되고, 백 년 뒤에는 숲이 된다. 정원사는 자신이 끝내 보지 못할 풍경을 위해 기꺼이 오늘의 수고를 다한다.<br/><br/>책을 읽다 문득 나의 작업도 떠올랐다.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릴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사라진 뒤에도 그림은 오래 남아 있지 않을까. 먼 훗날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가 내 그림을 보며 이 시대의 공기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면 지금의 작업은 내 삶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게 된다.<br/><br/>인간은 시간을 심는다. 화가는 그림을 남기고, 작가는 문장을 남기며, 정원사는 숲을 남긴다.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자신보다 오래 살아남을 무언가를 세상에 건네려 한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br/><br/>이 책은 내게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이 무엇을 남기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를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읽혔다.<br/><br/>책에는 꽃과 계절에 대한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하다. 잡초를 대하는 태도, 이름 없는 꽃은 없다는 시선, 보내기 싫은 마음도 함께 보내야 한다는 고백까지. 그리고 내게 가장 깊은 울림을 준 것은 정원을 바라보는 그 긴 시간의 감각이었다.<br/><br/>우리는 결과를 보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가치 있는 일들은 끝내 내가 다 보지 못할 미래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br/><br/>백 년 뒤 숲이 될 나무를 심는 사람.<br/><br/>그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이미 자신의 시간을 넘어선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br/><br/>#백년의정원사 #가드닝 #에세이추천 #도서추천 #북스타그램 <br/><br/>*도서증정 @dalpublishers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39/43/cover150/k14213090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394301</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인간의 감각 너머의 바다 - [물고기처럼 노래하라 - 물속 생명을 조율하는 소리,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32659</link><pubDate>Tue, 04 Aug 2026 21: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3265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0603&TPaperId=1743265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20/0/coveroff/k98213060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0603&TPaperId=1743265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물고기처럼 노래하라 - 물속 생명을 조율하는 소리,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a><br/>아모리나 킹던 지음, 김지원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07월<br/></td></tr></table><br/>우리는 세상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감지할 수 있는 만큼만 세상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br/><br/>오랫동안 인간은 바닷속을 침묵의 세계라고 생각했다. 물속에 들어가면 서로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고, 파도 아래에는 고요만이 펼쳐져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바다가 조용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귀가 그 세계를 듣도록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br/><br/>이 책이 들려주는 바다는 다채롭다. 물고기들은 짝을 찾고, 위험을 알리고, 무리를 유지하기 위해 소리를 낸다. 고래는 먼 바다의 동료와 노래를 주고받고, 새우와 게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를 알린다. 산호초조차 유생을 불러들이는 소리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바다는 시각보다 소리가 먼저 닿는 세계이며, 그 수많은 생명은 저마다의 음향 속에서 하루를 살아간다.<br/><br/>인간은 시각에 크게 의존하는 존재다. 우리는 보이는 것에는 쉽게 관심을 기울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워한다. 숲이 사라지는 모습은 한눈에 알아차리면서도, 바닷속의 소리 풍경이 무너지는 일은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랫동안 바다를 눈으로만 이해하려 했고, 그 안에서 소리가 수행하는 역할을 놓쳐 왔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것은 물고기의 노래만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이 가진 한계이기도 하다.<br/><br/>생명체에게 소리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며, 길을 찾는 지도이고, 서로를 연결하는 언어다. 그런데 인간은 선박의 엔진 소리와 소나(Sonar), 해저 탐사와 각종 산업 활동을 통해 그 풍경을 바꾸고 있다. 우리는 바다에 소음을 더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소음이 어떤 생명의 하루를 무너뜨리는지는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br/><br/>물고기의 소리를 연구하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는 군사 목적의 음향 기술이었다. 또한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음을 측정하고 기준을 세워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수많은 관측과 실험이 필요하다. 언뜻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은 결국 인간이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를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과학은 여기서 단순히 숫자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생명들의 목소리를 사회가 들을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 된다.<br/><br/>『물고기처럼 노래하라』는 읽는 내내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를 되묻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이 듣지 못한다고 해서 소리가 없다고 믿었고, 보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바다는 언제나 노래하고 있었다. 잔잔한 수면 아래에는 수많은 생명이 서로를 부르고 응답하는 거대한 합창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우리가 아직 얼마나 많은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조금 깨닫게 된다.<br/><br/>그것이 이 책이 선사하는 가장 깊은 경이이다. <br/><br/>#물고기처럼노래하라 #생태학 #생명과학 #도서추천 #북스타그램 <br/><br/>*도서증정 @moonhaksoochup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20/0/cover150/k9821306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200077</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삶을 신화로 빚어낸 소년 - [슬픔은 다 거짓이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30593</link><pubDate>Mon, 03 Aug 2026 20: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3059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0321&TPaperId=1743059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5/56/coveroff/k62213032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0321&TPaperId=1743059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슬픔은 다 거짓이야</a><br/>대니얼 나예리 지음, 김래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책은 이란을 탈출해 두바이와 이탈리아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난민 소년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열두 살 소년 호스로는 어린 시절의 상실과 망명, 낯선 땅에서 겪는 차별과 외로움을 고대 페르시아의 신화와 『천일야화』를 닮은 이야기로 엮어 낸다. 현실은 참혹하지만, 유머와 전설, 기억이 뒤섞인 독특한 서사는 인간이 어떻게 상처를 견디고 끝내 자신의 존엄을 지켜 내는지를 보여준다.<br/><br/>작가는 자신의 삶을 『천일야화』 속 셰에라자드의 이야기처럼 풀어낸다. 처음에는 하나의 문학적 장치처럼 보였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것은 생을 대하는 가장 간절한 태도처럼 느껴졌다. 셰에라자드가 이야기를 이어 가며 죽음을 미루었다면, 호스로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난민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지워질 수 있는 존재를, 기억과 목소리를 가진 한 사람으로 되살려 내는 것이다. 이야기는 그의 마지막 피난처이자 존엄을 지키는 방식이 된다.<br/><br/>나는 신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신화는 특별한 영웅에게만 허락된 이야기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신화란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도 끝내 남아 있는 기억의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순간들은 너무도 평범해서 기록할 가치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그런 순간들이 한 시대를 가장 선명하게 증언한다. 대니얼 나예리의 개인적인 기억이 한 가족의 역사를 넘어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다가온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인류이고, 인류는 결국 하나의 신화로 남는다.<br/><br/>이 책을 읽으며 나는 또 다른 슬픔을 마주했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통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다는 무력감이다. 우리는 뉴스와 문학을 통해 전쟁과 기근, 난민과 차별을 수없이 접한다. 이전 시대보다 훨씬 넓은 세계를 알고 살아가지만, 개인이 실제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많지 않다. 그래서 어떤 날은 책을 덮고도 오래 침묵하게 된다.<br/><br/>하지만 문학은 그 무력감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남긴다. 인간은 끊임없이 사람을 국가와 인종, 종교와 언어로 나누지만, 좋은 이야기는 그 경계를 잊게 만든다. 난민이라는 이름보다 한 아이를 먼저 만나게 하고, 타인이라는 분류보다 한 사람을 먼저 만나게 한다. 그것만으로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하나의 범주가 아니라 온전한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일은,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작은 시작이 된다.<br/><br/>좋은 문학은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슬픔은 다 거짓이야』는 신화와 기억, 경계와 인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신화는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잊히지 않도록 건네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 책을 덮고 나면 오래도록 한 사람의 이야기가 마음속에 신화처럼 살아남는다. 그리고 문득, 우리 모두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하나의 신화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br/><br/>#슬픔은다거짓이야 #대니얼나예리 #소설추천 #도서추천 #북스타그램 <br/><br/>*도서증정 @happybooks2u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5/56/cover150/k62213032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455679</link></image></item><item><author>장지원</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좋은 글은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 [프리라이팅 - 첫 문장의 부담을 내려놓고 누구나 막힘없이 쓰는 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20662</link><pubDate>Thu, 30 Jul 2026 00: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1186130/1742066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62130711&TPaperId=174206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27/94/coveroff/k46213071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62130711&TPaperId=1742066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프리라이팅 - 첫 문장의 부담을 내려놓고 누구나 막힘없이 쓰는 법</a><br/>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 / 부키 / 2026년 07월<br/></td></tr></table><br/>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친구와 대화할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끊이지 않는데, 막상 빈 종이 앞에 앉으면 첫 문장조차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나는 글재주가 없다.“라는 결론을 내린다.<br/><br/>이 책은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글쓰는 과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시험을 보기 위해,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정답을 보여주기 위해 글을 써왔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얼마나 잘 정리하느냐의 문제라고 자연스럽게 믿게 되었다. 그래서 막상 자신의 생각을 쓰려 하면 무엇부터 적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게 된다.<br/><br/>프리라이팅은 그런 부담을 내려놓는 연습이다. 일정한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적는다. 문장이 엉성해도 괜찮고, 같은 말을 반복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계속 쓰는 것이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생각처럼 보였던 문장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기억과 감정, 아이디어를 만나며 하나의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br/><br/>저자는 글쓰기에서 재능보다 과정을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는 완성된 책만 읽기 때문에 작가가 처음부터 좋은 문장을 써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독자가 보는 것은 마지막 결과물일 뿐이며, 그 뒤에는 수없이 쓰고 지우고, 다듬고 고치는 시간이 존재한다. 글쓰기란 순간의 영감이 아니라 반복과 연습이 쌓여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끊임없이 일깨운다.<br/><br/>책에는 글쓰기뿐 아니라 관찰하는 법과 읽는 태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평가에 익숙한 우리에게 먼저 관찰하라는 조언도 인상적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만,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가 좋은 글쓰기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또한 어떤 메모가 훗날 중요해질지는 알 수 없으니 사소한 생각이라도 기록해 두라고 권한다. 결국 좋은 글은 일상의 작은 조각들을 꾸준히 모아 온 사람에게서 탄생한다.<br/><br/>AI가 많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가 되었지만,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기 때문이다.<br/><br/>『프리라이팅』은 글쓰기와 다시 친해지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완벽한 문장을 쓰려 애쓰기보다 먼저 펜을 움직여 보라고 말한다. 그렇게 부담 없이 써 내려간 수많은 문장들이 결국 자신만의 글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글쓰기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래 곁에 두고 반복해서 펼쳐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br/><br/>#프리라이팅 #글쓰기 #글쓰기루틴 #글쓰기연습 #작법서 <br/><br/>*도서증정 @bookie_pub <br/>*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27/94/cover150/k46213071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279428</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