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펼침 (주책공사 5주년 기념판)
이성갑 지음 / 라곰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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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문장
새벽녘에 산을 오르면, 낮에는 마주할 수 없었던 안개를 간혹 마주합니다. 시야갸 흐려집니다. 그런데 그 안개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바로 해가 뜰 때입니다. 해가 뜨는 순간 안개가 사라지듯이, 책을 읽으면 삶의 안개가 사라집니다.

어쩌면 나보다 내 취향을 빨리 알아 차리는 알고리즘이 나에게 자주 추천해줬던 피드가 부산에 있는 동네 서점 '주책공사'의 피드였다.

책들로 빼곡히 채워진 책장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를 하는 사장님의 사진이 굉장히 인상적이라 기억하고 있었고, 이 책의 서평을 제안 받았을 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는 책방지기로서의 5년과 그 이전의 삶까지 담겨 있다. 책방을 연다고 하지 않고 '펼친다'고 표현하는 작가님. 찾아왔다 실망하는 분이 없게 하기 위해 연중무휴 서점을 열고, 직접 읽은 책들만 파는 작가님은 매일매일 부지런히 책도 서점도 펼친다.

요즘 살아남기 힘들다는 동네 서점을 5년간 운영하면서 20만의 독자를 만난 비결이 뭘까 궁금했는데 역시 잘 되는 곳에는 이유가 있었다. 주책공사의 사장님은 따뜻하고 독하다.

신학대를 나와 목회자를 꿈꾸다가 피자헛 수습직원부터 시작해 점장이 된 과정을 보면, 얼마 전 읽은 <그릿>에서 말한 성취 역량이 뛰어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를 하면 제대로 해내려는 하는 사장님의 결연한 끈기에 다정함이 더해져 독자들의 마음을 끌어 당기고 있다.

찾아 온 손님과 30분 이상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항상 직접 배웅도 해주신다는 작가님은 책을 사랑해서 매일 누군가에게 책을 전할 수 있는 이 일을 정말로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느껴졌다. <슈독>에서 필 나이트가 말한 천직이 이런게 아닐까. 2는 하나와 하나가 만나는, 함께라는 뜻이라 좋아하는 숫자도 1+1=2라고 말하는 작가님은 주책공사를 통해 책으로 매일 1+1=2를 실천한다.

글에서 밝은 에너지가 느껴져서 읽는동안 내 기분도 좋았고, 언젠가 내가 책방 사장이 된다면 이라는 상상에 즐거운 예감이 보태질 수 있는 매일의 행복감이 전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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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 Grit - 흔들리지 않고 무엇이든 해내는 마음근력, 전면 개정판
김주환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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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2024 파리 올림픽의 전종목을 휩쓴 양궁 국가대표. 그 중 3관왕을 한 김우진 선수가 '유퀴즈'에 나와 특별히 감사 표시를 한 분이 <내면 소통>으로 유명한 김주환 교수님이다. (이후 교수님도 유퀴즈에 직접 출연하셨다)

우리 나라 선수들이 잘 쏘는 이유는 중계 화면에서 공개하는 선수들의 심장박동에서도 드러났는데, 위기의 상황에서도 선수들의 심장박동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편도체가 활성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중력을 잃지만 마음 근력을 키운 선수들은 터프한 상황에서도 편도체를 안정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순간(시험)에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할 수 있는 능력,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능력. 타고난 것처럼 보여질 수 있으나 뇌과학의 관점에서 분명히 길러질 수있고, 타고난 것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을 받는 능력이다.

이 책에서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 필요한 '마음근력'을 GRIT이라는 약어로 표현한다. (안젤라 더크워스 때문에 유명해진 'GRIT' 때문에 할 말이 많으신 교수님인데 이 부분은 서문을 꼭 읽어 보시기를 바란다. )

G : Growth mindset(능력성장의 믿음)
R : Resilience (회복 탄력성)
I : Intrinsic Motivation (내재 동기)
T : Tenacity (끊임없이 도전하는 끈기)


크게 자기조절력 / 대인관계력 / 자기동기력으로 구분한 마음근력이 왜 중요하며 어떻게 길러질 수 있는지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근데 그 방법이 직관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명상, 유산소 운동, 감사일기 등이 아이를 공부 잘하게 하는 방법이니 말이다. 책의 설명과 함께 해야 수긍이 될 것이다.


🏷 성적은 유전자보다는 환경에 의해 훨씬 더 많이 좌우되며, 부모가 물려주는 것은 공부에 대한 '환경'이다.

🏷 어려서부터 엄마 아빠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따뜻함과 포근함, 긍정적 정서를 끊임없이 느끼게 하는 것은 아이의 회복탄력성과 그릿 형성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인간의 지적 능력은 자신의 신념, 감정상태, 동기부여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부모로서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게 아이를 믿고 아이에게 맡기는 것 아닐까. 내 학창시절을 돌아 보면 부모님이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나를 믿어 주셨고, 그 덕에 나는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나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고 고3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3 때도 매주 일요일 하루종일 컴퓨터 게임을 했던 나니, 지금 생각하면 엄마 속은 얼마나 타고 있었을까 😅 )

이 책을 통해, 내 경험을 통해 강요는 답이 아니라는 것에 확신이 생겼고, 대신 성취역량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꿔말하면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고, 스트레스가 적고, 편도체가 안정된 아이로 키워야겠다. 그럼 공부는 못해도 다른 잘하는 걸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출판사 인플루엔셜로 부터 도서만 제공 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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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시절 - 파리가 스물다섯 헤밍웨이에게 던진 질문들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5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지현 옮김, 김욱동 감수 / arte(아르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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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의 서툰 시절, 그리고 그 배경은 파리, 거기에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과의 만남까지. 여러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 찬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회고록 <서툰 시절>이다.

위키백과에 찾아 보니, 세월이 지나 1956년 파리를 다시 찾았을 때 1928년 리츠 호텔에 보관했던 트렁크를 갑자기 떠올렸고, 이 안에 들어있던 원고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30년의 시간 차를 두지만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미 건강도 악화되고 작가로서 에너지도 많이 잃은 시기였지만 파리에서 찾은 오래된 원고에 고무되어 이 회고록을 쓸만큼 그의 파리 시절은 인생에서 특별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셔우드 앤더슨의 도움을 받아 부인 해들리와 파리 생활을 시작한 젊은 헤밍웨이는 작가로서 참 성실했다. 식사가 너무 귀해 할 때마다 즐거운 축제 같았다고 할 정도로 가난했지만 밥은 걸러도 글쓰기는 거르지 않았다.

이런 헤밍웨이의 열정이 결과로 만들어지기에 예술가들이 모인 파리는 더 없이 좋은 곳이었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주인 실비아 비치, 문학가로 이미 명성을 얻은 에즈라 파운드, 제임스 조이스, 거투르드 스타인, 스콧 피츠 제럴드 등과 교류하며 좋은 영향을 받는다.

여러 인물들에 대해 평하는 부분이 흥미로운데 특히 스콧 피츠 제럴드와의 에피소드는 이 책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혈질 헤밍웨이와 심신미약 피츠 제럴드의 버디 무비를 보는 느낌이랄까. 😅

일기와도 같은 글에서 작가로 성공하기 전이지만 젊은 헤밍웨이에게서 부정적인 느낌은 찾을 수가 없었다. 말년의 삶을 스포당한 독자로서 젊은 헤밍웨이의 행복한 시절을 보며 되려 짠한 느낌이 들때도 있지만, 가슴 속에 "움직이는 축제"를 품고 살 수 있다는 것도 큰 축복이니 근사한 청춘을 보낸 헤밍웨이에게 연민보다 축하를 보내고 싶다.

생 에티엔 뒤몽에서 마차를 타고 1900년대 초로 돌아가던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처럼, 그 때의 파리로 돌아가 풋풋하고 열정 넘치는 헤밍웨이를 만나는 경험은 즐거웠다. 그리고 묘한 감동도 있었다.


*출판사 21세기북스로부터 도서만 제공 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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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으로의 여행 이탈리아를 걷다 - 맛과 역사를 만나는 시간으로의 여행 시간으로의 여행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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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여행의 종합 선물 세트와 같다. 자연, 관광, 문화, 음식 어느 쪽에 관심이 있건 이탈리아는 매력적인 나라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의 수많은 매력 중 '음식'에 집중한다. 여행을 좋아해서 한 번씩 보는 <톡파원 25시>에서 알베르토의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하나의 웃음 포인트다. 얼마 전 파리의 유명 크레이프 제조 과정을 보며

"그런데 프랑스가 가공 치즈를 쓰는 건 좀 아쉽네요..이게 프랑스의 현실이예요."

이렇게 디스하는 장면에 웃음이 터졌다. 아마 알베르토는 이탈리아 하면 피자랑 파스타 밖에 모르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할 말이 많지 않을까.

이 책은 여행 에세이보다는 여행 가이드북에 가까운 실용서이다. 이탈리아를 22개 주로 나눠 지역별 음식과 역사를 소개한다. 역시나 음식은 글보다는 사진이 식욕을 자극한다. 정갈하게 담긴 요리부터 치즈, 와인까지 다채로운 음식들에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특히 음식 중에는 와인과 치즈에 비중이 높아 이 둘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 더 흥미로울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사람들이 자주 가는 지역 위주가 아닌 22개주 모두 똑같이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가보고 싶은 지역의 소개가 짧아 섭섭할지 모르지만 몰랐던 곳을 발견할 때의 희열이 있다. 처음 알게 된 지역 중에도 여행지로 매력적인 곳이 참 많았다. 이탈리아 제대로 여행하려면 한 달도 모자를 거 같다.

솔직히 여행을 가서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여행 동선 내 최선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추구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기꺼이 미식 경험을 위해서 동선을 무시하고 근사한 식당을 찾아 가는 수고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언제 갈 지 모르지만 꼭 다시 갈 이탈리아. 이 책 덕분에 그 때는 다양하고 풍부한 미식 경험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


*출판사 성안당으로부터 도서만 제공 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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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관장이 말하는 이건희 컬렉션 - 어느 수집가의 찬란한 결실
이종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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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을 하면 유명한 미술관은 꼭 방문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왜 우리 나라에는 이런 근사한 상설 미술관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곤 했다.

요원해 보이던 바람은 책 표지의 문구처럼 "어느 수집가의 찬란한 결실" 덕에 실현이 될 것 같다.

2022년 세상을 놀라게 했던 故 이건희 회장의 대규모 기증품들을 전시할 <이건희 미술관(가칭)>이 2027년 개관 목표로 준비 중이다. 마침내 우리 나라에도 국제적인 수준의 상설 전시관이 생기는 것이다.

작년에 공개된 기부 목록은 한국의 고미술부터 근대회화, 거기에 그림에 관심이 없어도 사람들이 알만한 외국 유명 화가들의 작품까지 양과 질 모두에서 엄청났다.

이런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작년부터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들에 대한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른 책을 읽어보지 않아 섣부를 수 있지만 이 책은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이종선 관장이 故 이건희 회장의 예술품 수집을 최전선에서 이끈 인물이기 때문이다.

🏷 집필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나는 '이건희 컬렉션'을 제대로 다루려면 2022년의 대규모 기증품 못지않게 그의 수집 내용 전체를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그의 인생관이나 경영철학도 빠뜨려선 안 된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수집'은 경제적인 여유나 관심이 있다고 그냥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렵고도 고된 작업으로, 투철한 의지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문화 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것을 시대적 의무라고 믿었던 故 이건희 회장의 사명감, 초일류 경영을 주창하던 그의 경영 철학처럼 수집에서도 명품을 고집하던 그의 수집 철학이 실질적으로 이건희 컬렉션을 기획하고 총괄했던 저자를 통해 현실화된 것이다.

작품들의 해설은 여타 미술 교양서의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에 대한 설명에서 부터 확장해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관계자만이 알 수 있는 작품들의 수집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메인은 근현대 한국화들이다. <방구석 미술관> 같은 친숙한 미술교양서로 갓 자라난 한국화에 대한 관심이 이 책을 계기로 훨씬 더 확장됐다.

우리 고유의 산수화나 민화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들부터, 서양 회화를 문화적 이질감 없이 한국의 것으로 흡수한 거장들의 작품들까지 정세가 어려웠던 근현대 시기에 이토록 다양하고 찬란하게 한국화가 발전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후에 소개되는 외국 작품들도 이런 한국 근대화에 영향을 줬던 화가들의 작품 위주라고 하니, 이건희 미술관을 <한국 근현대 미술관>으로 지칭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한 것 같다.

작품들에 대한 해설이 끝나고, 책의 마지막에는 개관을 준비 중인 '이건희 미술관'에 제언도 아끼지 않는다.

🏷 미술관의 설계가 진행되는 동안, 전시품을 잘 아는 학예사와 전시전문가 등이 건축가와 협의해 전시 공간의 배분과 연출을 고심해야 한다.

🏷 이건희미술관은 기증품 미술관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면서, 미래의 기증을 유도하는 계기와 장치가 되도록 운영해야 한다.

특히 '미래의 기증을 유도하는 계기'라는 말이 이번 '이건희 미술관'을 준비하면서 가져야 할 중요한 사명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니 <이건희 미술관>의 개관이 더욱 더 기다려진다. 이 책에 있는 작품들을 살면서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사실에(전시 작품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감사한 마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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