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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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하기전 여기저기서 레시피를 검색하지만 결국 어떤 레시피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입맛을 눈금삼아 요리를 만다는 저자.
자신의 레시피 만드는것이 인생이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올비라는 어딘가 예민하지만 사랑스러운 남편, 어떻게 보면 대개 단순하고 그래서 따뜻한 남편이 아닌가 싶다.
2천여권을 가진 올비(작가님 남편)와 작가님의 서재를 25년만에 분리하면서 이혼을 시켰다. 내가 결혼할때 남편은 책은 채10권이 안되었어서 서재 공간을 만들어 준것만으로 감사했다. 그래도 서재를 결혼시킨다는것 이혼 시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작가님의 글을 통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독서가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듯, 결혼은 타자가 비춰주는 자신을 통해 온전한 반쪽으로 성숙하는 진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서재를 결혼 시키든 서재를 이혼 시키든, 취향과 기질이 다른 두 존재의 우여곡절이 동반된 여정에서 우리는 닮음과 다름, 독립과 의존 사이에 결국 각자의 적당한 함숫값을 찾게 된다."

"나는 시간을 쪼개는 거보다 시간을 보태는 것이 좋다. 친구와 시간을 보낼 때는 느긋하게 대화에 집중하고, 좋아하는 요리를 할 때는 색깔과 냄새, 요리하는 시간에 집중한다. 맛은 거기서 나온다. 인생도 비슷하다. 집중한다는 건, 현재의 순간을 자기것으로 만드는 습관이다."

시간을 보탠다는 표현이 참 좋았다. 한참 일이 바쁘다가 건강상의 문제로 휴직했을때 갑자기 생겨버린 시간이 불편하고 그냥 보내기가 아깝다는 생각에 초조했었다. 그 때 드는 생각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와 내가 해야할 것이 무엇일까 였다. 그때 찾은 것이 책이고 독서모임이고 걷기 운동이고 한끼라도 건강하고 기분 좋게 먹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그 몇개월의 시간을 온전히 천천히 보내면서 그제야 좀 쉬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것. 어렵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려면 우선 '자기'에게 관심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훨씬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몽테뉴가 말했듯, 우리는 우리 삶의 용도를 모르기 때문에 다른 조건을 찾고, 우리 내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에게서 벗어난다."

"세상은 우리 시선으로 존재한다.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관심하고 집중하는 것, 일상의 작은 움직임, 햇빛 한줄기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이제 행복하게 늙을 준비를 마친 기분이 든다. "

이 책을 제목만 봤을때는 서재, 책, 부부, 가족에 대한 내용일꺼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르지만 즐겁게 살아가는 부분의 이야기기도 하고 잘 커서 서운하지만 독립해 나아가는 자녀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공감가거나 감탄하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나는 작가님의 시선, 철학, 삶에 태도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로 이 책을 읽으면서 세권의 책이 더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와 몽테뉴의 수상록, 작가님의 전의 책인 '지지않는 하루'이다. 참 읽고 싶은 책은 날로 늘어만가니 이것 또한 행복하구나 싶고 이것도 행복하게 늙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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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
이관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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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소심하지 않은 용감한 멋진 산티악고 순례길 여행기 '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서 그나마 자세히 알게 된건 5년전 방영된 tvN에서 방영된 '스페인 하숙'을 보고 나서다. 배우 유해진, 차승원님을 좋아하고 나영석 PD님의 예능에 무한 믿음이 있기에 안볼 수 없는 예능이었다. 800km에 해당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행객들을 대상을 맛깔난 한식과 따뜻한 잠자리의 숙소를 제공하는데 그 소소한 일상도 산티아고의 풍경도 좋았지만 특히나 보기 좋았던건 전세계에서 온 여행객들 (순례자들) 간에 유대감이랄까 같은 목적을 갖고 오는 사람들이여서 그런가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서로 배려하고 위로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그 길에서 만난 인연들이 참 아름답다.

첫 장부터 입이 딱 벌어진다. 숫자로들은 km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지도로 보고 있자니 정말 어마어마 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장 35일에 거친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라니 이 책 한권만 있으면 산티아고 여행길이 어렵지 않겠다 느낄만큼 상세하고 자세하게 나ㅏ와 있다. 이동 시간 티켓 구매 방법, 1등급 좌석과 2등급 좌석의 차이 까지

빨래를 도와준 호텔 매니저에게 선물했다는 다이소 에서 구매한 전통 한복 스타일의 책갈피는 작가님의 센스가 돋보인다.

오래 걸어야 하는 만큼 물집이 가장 문제가 되어 한국에서 가져간 약을 나눠 사용한다거나 어깨가 아프지 않게 배낭 메는 법 등을 서로 공유하는 모습에선 따뜻한 마음이 들었다.

숙소에서 만난 독일 여성의 딸이 BTS를 좋아하는 걸보고 해외에서도 엄청난 인기인 BTS를 실감하기도 하고 까미노 순례길에서는 로그로뇨 산타마리아 대성당 아침 미사를 참석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도 여행을 가면 그 지역 성당가는 것이 참 좋다. 카톨릭 종교가 아니라도 성당은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웅장하고 섬세하며 그 조명이나 채광에 따라 분위각 천차만별인거 같다.

한동안 일행들과 걷다고 혼자 걷기 시작하면서 감기, 몸살에 외로움까지 찾아온 힘든시간을 잘 견디고 12일차에 만난 신라면은 정말 눈물이 날 맛이 었다고 한다. 타지에 가면 라면이 왜 그렇게 맛있는건지 ㅎ

"왜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가? 외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그 이유를 나름 분석해봤다. 첫째 한국인들은 치얼한 경쟁과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열망이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둘째 대형 서점 여행 코너에 가면 산티아고 관련 책들이 넘쳐나고 순례길에 대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한 몫한 것 같다. 셋째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다는 점도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항공료를 제외한다면 국내 걷기 여행보다 저렴하며 다른 어떤 해외 배낭여행보다 경제적이다. "

책의 앞과 맨뒤에 노란색 화살표가 그려져 있어 뭔가 했는데 산티아고 순례길 걷는 동안 가장 고마웠던 존재 중 하나는 바로 이 노란 화살표 였다고 한다. 이는 순례길 곳곳에 노란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는 단순한 화살표가 아닌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순례자들은 노란 화살표에 따라 자신이 이곳에 온 의미를 되새기며 묵묵히 걷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고마운 화살표인가.

보통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 걷고나면 분명 큰 깨달음이나 변화가 있을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순례를 마친 작가님은 그런것 보다는 매일 어디까지 걷고 뭘 먹고 어디서 잘까만 생각하면서 신기할 정도로 머릿속이 단순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까미노에서 만난 70대 네덜란드인은 2,500km를 걸어 오셨는데 그분에게 물으니 "개 뿔! 깨달음은 없어요."라고 대답하셨다고 하하.

그저 무사히 더 아프지 않고 그저 다 걷고 온것 만으로도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뭘 꼭 깨닫고 얻는 것보다는 그저 묵묵히 걸어 목표를 이루고 내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감사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산티아고 순례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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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건축가 한 명쯤 - 미켈란젤로부터 김중업까지 19인의 건축거장
장정제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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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준 휴가지에서 읽기 쉬운 책은 즐거운 소설, 그림이나 사진이 있는 책, 가벼운 에세이 등이다. 이 책은 그 중 사진이 있는 책이고, 평소 얕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건축가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라 좋았고 이 기회에 좋아하는 건축가 한 명쯤 (사실 여러명 있었지만) 더 생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들고 갔다.
시대별이나 서로 연관성 있는 건축가들이 아니기에 평소 관심 있던 건축가를 우선적으로 읽고, 그 다음 사진을 쭉 둘러보고 맘에드는 건축물을 선택한다음 건축가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예를 들어
철과 유리의 근대 건축거장 루트비히 미스반 데어 로에 (독일 아헨 1886~미국 시카고 1969)의 경우가 그런데 건축물이 맘에 들어 천천히 읽어보게 되었다.
그는 극적인 명확성과 단순성으로 대표되는 20세기 건축양식을 만들어 냈으며, 도시 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건축은 하나의 언어다. 당신이 매우 훌륭한 건축을 할 수 있다면 시인이 될 수 있다. "

철학하는 침묵과 빛의 건축가 루이스 이저도어 칸도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숭고한 건축가로 불렸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사상가이기도 했다. 그에게 빛은 철학의 핵심 요소였다. 그는 빛을 '모든 존재의 주체'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썼다. "자연의 모든 물질, 산과 개울, 공기와 우리는 빛으로 만들어졌다. 재료라고 불리는 이 구겨진 덩어리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림자는 빛에 속한다." 그에게 빛은 제작자이고 물질의 목적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안토니 가우디 이 코르네트.
그는 어려서부터 류마티스 질환에 시달려 뛰지 못했고 움직일 땐 당나귀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자유롭게 움직일 순 없지만 그의 눈과 생각은 자유로웠다.
"자연에는 직선도 날카로운 모서리도 없다. 그러므로 건축물도 직선이나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질 수 없다."

자연은 다른 많은 작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기에서도 그의 모델이 되었다. 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디자인 개념을 똑바로 서있는 나무, 즉 가지가 차례로 나고 잎사귀를 낳는 모습에서 그리고 모든 부분이 자라는 모습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미국 위스콘신 1867 ~ 미국파닉스 1959) 로 자연을 닮은 건축물 사진에 눈이 갔다.
그는 문학, 철학, 음악을 사랑했고 그가 상상력으로 창조할 수 있는 풍부한 건축물을 세우고자 했다.

그가 건축한 존슨 왁슨 사옥을 보면 모서리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러고 보니 내가 모서리가 없는 건축물을 좋아하는 구나 싶다) 모든 공간은 점진적이고 자연스럽게 다른 공간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즉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건축가는 안도 다다오 (일본 오사카 1941~) 이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국내 건축물도 꽤 많아서 익숙하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의 빛의 교회로 역시 노출 콘크리트와 빛의 건축가답게 그 완벽함과 단순성이 돋보인다. ​​

그는 고전 건축에 부여된 시간과 장소의 통일성 만큼이나 엄격해 보일 수 있는 자신만의 규칙을 정의하며 건축의 과거와 미래를 탐구했다. '동양과 서양, 현대와 고대 전통, 자연과 건축된 환경'이라는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물질의 '물리적 현실과 정신의 미묘한 영역'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

이 책 인물 소개 부분 QR 코드가 있다. 이걸 찍으면 브래태니커 백과사전으로 연결되어 인물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더 많은 건축물들을 볼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건축이나 건축가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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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게 된 모든 것 - 기억하지 못하는 상실,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
니콜 정 지음, 정혜윤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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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에 입양된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친부모를 찾아 나선 저자의 어린 시절과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진실들은 아프고 분노하게 되고, 안타깝고 슬프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에세이가 아닌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입양, 스토리라고 하면 흔히 둘 중 하나를 떠올리기 쉽다. 좋은 양부모 밑에서 성공한 입양아가 친부모와 행복하게 상봉하는 것이나 나쁜 양부모를 만나 학대를 받으며 불행한 삶을 사는 것. 단순히 이 두가지만 생각했는데, 저자의 경우는 둘 다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이야기는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가장 최근에 봤던 드라마는 '서른, 아홉' 이라는 드라마였는데 극중 주인공 중 한명이 손예진이 좋은 환경에 입양되 자란 피부과 의사로 나온다. 좋은 직업에 좋은 부모님에 좋은 언니를 두었지만 그 때 버려진 상처 아픔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여행을 계획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남자도 여동생이 입양아였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파양하여 여동생을 찾아 한국에 들어 왔었다.

좋은 이면만 있는게 아닌 모두 가슴아프게 살아가는 걸 보면서 입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니콜 정의 이야기도 가슴 아픈 과거부터 시작이 된다. 물론 글 자체는 오히려 담담하게 그려내는데 그게 더 마음이 아팠다.

"우리 부모님은 왜 이런 곳에서 날 키우지 않은 걸까?
그때 내 마음속에는 낯설지만 희망에 찬 생각의 씨앗이 하나 심어졌다. 저 머나먼 한국이 바로 이 곳 내 나라에, 내 얼굴이 유달리 여겨지지 않는 장소가 실재한다는. "

자신의 찾아나섰다가 마침내 더 단단해져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감동적인 자아 찾기 스토리.

입양 가족도, 진정한 가족을 바라는 사람도 모두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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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앤 전집 세트 - 전8권 (완역본) 빨간 머리 앤 전집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유보라 그림,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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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양장에 앤과 너무 잘어울리는 빨간색 표지가 소장 욕구를 일으킨다 생각했는데 책표지를 넘겨보니 더 그런 마음이 든다.
​이렇게 예쁜 일러스트라니~
어렸을 때 읽었던 빨간 머리 앤과 지금은 느낌이 정말 달랐다. 그때는 앤이 그냥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 안쓰럽지만 밝고 재밌는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인생책이라고 하는지 알꺼 같다.
나이가 들 수록 놓치기 쉬운 감성들, 표현들, 조언과 따뜻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어머 얘들아 저길 좀 봐. 온통 제비꽃이야! 추억의 그림첩에 간직해야겠어. 내가 여든 살이 되어도 눈을 감으면 저 모습이 떠오르겠지?"
특히나 공감이 되는 것은 시작은 원치 않는 (남자아이를 바랬기에) 아이였지만 양육하고 가르치고 진심이 되어 가는 마닐라 커스버트 아주머니였다. 앤의 환경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가르치는 모습에서 배울 부분이 정말 많은 '어른'이었다. 물론 처음엔 꽉 막혀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앤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아름다움이라면 마닐라 아주머니의 조언은 단단함이라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함께할 단짝 친구 다이애나와의 만남도 참 아름답다. 고풍스러운 꽃들이 만발한 정원, 장밋빛 금낭화, 화려한 진홍빛 작약, 가시는 많지만 향기로운 스코틀랜드 장미, 희색의 매발톱 꽃, 라일락 처럼 연한 보랏빛 비누풀
눈 앞에서 펼쳐지는 느낌이 드는 표현에 기분이 좋아진다.
장면장면 디테일한 표현이 감탄을 자아 내기도 하는데
"그래 그래 얼른 가봐라 앤 셜리, 너 정신 나갔니? 당장 돌아와서 뭐라도 걸치지 못해! 이거 원, 내가 바람한테 말하는 것 같네. 아니 모자도, 외투도 그냥 두고 가버렸잖아. 머리를 휘날리면서 과수원까지 신나게 내달리고 있어. 저러다 지독한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네."
정말 내 눈앞에서 앤이 뛰어 나가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가.
시간이 지날 수록 뒤로 마닐라 아주머니의 사랑도 느껴진다. 앤의 마지막 결정도 마닐라 아주머니에 대한 사랑 이였겠지 .
"앤의 외모가 한참 떨어지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앤이 그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다른 아이들의 얼굴은 평범하고 지나치게 꾸며놓은 것 처럼 보여요. 앤이 수선화라고 부르는 6월 백합이 커다랗고 빨간 작약 옆에 피어 있는 것 같다니까요.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시 낭송을 하던 아름다워진 앤과 그 모습을 보고 반한 거 같은 경쟁자 길버트의 모습도 흥미롭고, 근사한 적수에서 앞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만남이 될런지 궁금해진다.
참 친절하게도 어려운 단어가 있을 때마다 붙어 있는 각주가 있어 아이가 읽어도 어려움 없이 읽힐 것이라 아이에게도 읽어보길 권했고 언젠가 8권 전집을 구비해서 함께 얘기하며 읽어나가고 싶어졌다.
원작의 감성과 말맛이 그대로 전하는 번역, 우리의 감성까지 건드리는 앤이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 가득한 아름다운 소설 '빨간 머리 앤' 오랜 시간 다시 가슴 따뜻하게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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