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불안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 써야 할 시간과 돈도 저축한다. 하고 싶은 일은 나중으로 미루는 게 인생이라고 가르친다. 고등학생이 된 제규는 스스로 궤도이탈자가 되었다. 본 적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해야 할‘ 학교공부 대신에 ‘하고 싶은 요리를 했다. 뭔가가 되지 않았어도, 그 과정은 근사했다. 밥 짓는 소년을 글로 쓴 이유다.- P9

제규는 인생이 덧없다는 걸 좀 안다. 정규수업 마치고 탄 만원버스, 1시간 동안 서서 올 때는 "이렇게 치이면서 꼭 학교 다녀야 해?"라고 한다. 제규는 가을의 징조를 아는 남자, 그러나 아직은 남성성이 폭발하지 않은 앳된 얼굴, 시장 상인들은 엄마 심부름 온 ‘애인줄 안다. 덜 싱싱한 채소를 권하기도 한다. 요리 경력 4개월 차인 제규는 그때마다 외롭단다.- P76

시간은 우리 사이를 천천히 회복시켜주고 있다. 불도 제대로켜진 사춘기의 터널을 통과한 제규의 표정은 순해졌다. 부러질 것처럼 딱딱하던 말투도 다정해졌다. 자기가 한 음식을 식구들이 맛있게먹을 때마다, 제규는 뭐라도 크게 이룬 사람처럼 흐뭇해한다. 우리는 그저 마주앉아 밥을 먹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인데, 서로를 알아가는 느낌이 든다.-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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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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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고 아름다운 묘사가 장면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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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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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의 규율이라곤 통하지 않는 절대적인 어둠 속으로, 청룡의 울음이 그것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고, 호랑이의 포효가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검은산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천지가 요동쳤다. 산 정상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노한 것처럼. 지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그 행각을 도무지 두고 볼 수없다는 듯.
호랑이는 지친 기색도 없이 내달렸다. 그것의 뒤에 바짝따라붙어 모현이 화살을 쏘았다. 안타깝게도 살은 매번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비껴갔다. 또 한 발의 살이 그것의 옆을 지나 무성하게 우거진 나뭇잎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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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제안은 아닌 것 같구나. 네년의 명운에도 주어져있는 힘이니까. 하늘을, 바람을, 파도를, 그 어떤 물줄기를쥐고 흔들어댈 대단한 기운 말이지. 이런, 공교롭군, 자매가 같은 별 아래 태어나다니. 재미있어."-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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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피디아 -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의 백과사전
박정윤 외 지음 / 어떤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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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고양이와 동거를 결정할 때 이별할 것을 미리 영려하며 관계를 시작하는 사랑은거의 없어요. 물론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몇 살인지 정도는 대부분 알죠. 집고양이의 평균수명은 길어야 20년 정도라는 건 고양이와 함께 살지 않는 사랑도 알고 있는 상식이되었지요. 하지만 그 막연했던 지식은, 당장 내 고양이가 나이를 먹으며 움직임이 예전 같지않아지는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북슬북슬한 털 뭉치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나는그대로인데 내 고양이는 보살핑이 필요한 어르신이 되어 버린 이 야속한 시간의 흐름이란.- P327

아기 고양이를 길에서 만난다면, 다들 어떻게 하실지 생각해 보셨나요? ‘냥줍‘이 구조가아니라 유괴가 될 수도 있다는 정을 꼭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작은 솜털 같은 아기 고양이를구조한다면 어떻게 해 줘야 하는지를 미리 알아 두면 멋질 거예요.- P512

저는 캣맘이 세상에서 가장 책임감도 크고 슬픈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무더운 여름날사료에 꼬이는 파리를 쫓고, 추운 겨울 꽁꽁 언 물을 깨부수고, 피곤한 퇴근길에도 밥 자리에들러야 하고, 근처 주민에게서 험한 말 듣고 험한 일도 당하고요. 비가 와도, 날이 더워져도, 추워져도 걱정, 휴가를 가면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고민, 그러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친구도 생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슬프거나 혹은 좀 더 슬픈 일만 있는 캣망의 일상. 하지만피곤하고 힘들다가도 밥 먹는 아이가 나타나면 그저 반갑고, 이 한 끼를 줄 수 있어서고마워집니다. 왜 굳이 이 일을 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생각하다가, 반대로 묻고 싶어졌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일, 당연하지 않나요? 인간이라고 다른 종에게 폭력적으로 굴어도 되나요? 그리고 사회가 해야할 일을 개인이 하면 칭찬받아 마땅한 것 아닌가요?- P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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