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캔 밑바닥만 하던 원형탈모가 내 머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자 주위의 반응은 확연히 달라졌다. 나를 제외한, 머리털이 빠지지 않은 사람들은 흡사 동물원에서 오랑우탄을 감상하는 관람객 같은 태도를 취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구경꾼들의 시선은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번쩍거렸다. - P38

머리에서 가해진 소리 없는 폭격에 마음속은 풀 한 포기 안 자라는 척박한 땅이 되었다. 아무것도 존재치 않는머리처럼 내면세계도 메마르고 황량해졌다. 허무하고 무가치하고 부질없는 기운으로 가득해졌다. 그러면서 이제는 모든 것들이, 지난 몇 달 동안의 모든 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 P74

특이한 병이었다. 전신탈모증은 아직 완치법이 없는난치병이지만, 치료를 안 받아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다시 말해서 치료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었고 만약 로봇처럼 영혼이 없는 시퍼런 심장을 갖고 있다면, 치료를 안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했다. - P163

대문호 토니 모리슨이 남긴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 라는 말에 무작정 펜을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시작된 집필은 개인적 경험을 다양한 각도에서바라보는 숙고와 통찰의 시간이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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