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은 울면서 ‘먹을 고기를 우리에게 주시오‘ 하지만, 이 온 백성에게 줄 고기를 제가 어디서 구할 수 있겠습니까? 저 혼자서는 이 온 백성을 안고 갈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무겁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하셔야겠다면, 제발 저를 죽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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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모든 맏아들 대신에레위인들을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들의 가축 대신에 레위인들의 가축을 골라내어라. 레위인들은 나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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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 읽기 세창명저산책 97
박인철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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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특히, 현상학적 환원, 지향성, 지평, 정적현상학, 발생적현상학, 상호주관성 등의 개념을 쉽게 풀이하고 있다.

후설이 타자를 자신의 세계속에서 자연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단계를 넘어 감정이입을 통해 타자의 인식 가능성을 더불어 인식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철학적 난관을 타개하는 걸 보면서, 누구나 생각해 보았을 아이디어를 철학적 용어로 활용하는 건 무척 흥미로웠다. 내가 인식하는 세계와 타자가 인식하는 세계가 결국엔 동일한 세계임을 입증하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아마도 현상학은 세계 속에서 타자와 함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간다는 점에서 보면 인식론적인 성격을 지니기만 한 게 아니고, 윤리적인 학문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다분히 지니고 있는 것 아니었을까? 레비나스가 그런 점에서 후설을 비판하고 자신의 현상학을 전개해 나간 건 어쩌면 필연적인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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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타노는 당대 철학계의 큰 학문적 흐름 중 하나인 심리학주의에 기반해 철학을 새롭게 학문적으로 개혁하고자 했다. 이러한 브렌타노의 사고에 큰 영향을 받아, 후설은 철학도 하나의 진지한 학문 분야로서 엄밀한 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며, 철학을 평생의 직업으로 택할 수 있다는 확신과용기를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수학자에서 철학자로 전향할결심을 한다. - P14

후설의 학문적 여정은 1891년 그의 최초의 저서인 『산술의철학Philosophie der Arithmetik』이 출간됨으로써 본격적으로 궤도에오르게 된다. 이 저술은 철저히 심리학주의적인 관점에서 쓰였는데, 후설은 이 책을 그의 스승인 브렌타노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바친다. - P15

그러나 그 이후 4년 동안 후설은 사상의 변화를겪는데, 1900년에 출간된 『논리연구 I: 순수논리학 서설 LogischeUntersuchungen I: Prolegomena zur reinen Logik』에서 그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 P15

그러나 이미 심리학주의에 깊이 젖어 들었던 후설은 심리학주의와 논리주의의 절충과결합을 시도하면서 바로 다음 해인 1901년에 『논리연구 Ⅱ: 현상학과 인식론에 대한 탐구 Logische Untersuchungen II: Untersuchungenzur Phänomenologie und Theorie der Erkenntnis』를 출간한다. - P16

여기서 후설은 각별히 칸트1. Kant를 집중적으로연구하거나 참조하면서 이후 자신이 주창한 현상학의 새로운전환점이 되었던 개념인 ‘초월론적transzendental‘이라는 개념을비판적으로 발전시켜 현상학에 도입하게 된다. - P18

마침내 1913년, 초월론적 현상학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그의 주저 『이념들 I Ideen I 』이 앞서 언급한 철학과 현상학적 연구를 위한 연보』창간호에 실려 발표된다. - P19

그러나 심리학주의에 한계를 느낀 후설은 이에 대한 반동으로 1900년에 출간된 『논리연구 I에서 논리주의 혹은논리적 객관주의를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다. 논리주의 혹은 논리적 객관주의는 순수 논리학에 기반한 학문적 정초를 염두에 두면서 심리학주의와는 반대로 심리현상과는 무관한 논리적, 수학적 대상의 자체적, 자율적 독립성과 객관성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 P30

현상학기는 『논리연구 II』에서 처음으로 현상학을 ‘기술적 심리학‘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대상(경험대상)과 주관적 체험(소여 방식)과의 상관관계를 해명하는 현상학적 탐구로 특징지은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 P30

그리고 이 판단중지를 통해 이 초월론적 주관성에 이르는 것을 가리켜후설은 한편으로 초월론적 환원transzendnetale Reduktion이라고 불렀다. - P32

특히 1920년대 이후로, 후설은 이전의 역사성의 계기가 배제된 정적인 현상학과는 다른, 이른바 ‘발생적 현상학 genetischePhanomenologie‘의 방법론을 도입하면서 시간성과 역사성의 관점에서 초월론적 주관성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밝혀내고 있다. - P33

우리가 이 책에서 다루어야 할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은바로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이 그 정점에 이르는 시기의 저세이다. - P34

그러기에 데카르트적 성찰의 기초가 된 1929년파리에서의 강연 제목 또한 "초월론적 현상학 입문"으로서 초월론적 현상학을 학계 및 대중에게 그 기초부터 제대로 소개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 P38

따라서 데카르트적 성찰을 출간하게 된 내적배경으로 이책의 독일어판 편집자인 슈트라우스는 후설에게 내재한 두 개의 서로 대립된 경향을 지목한다. 즉 "한편으로는 자신의 철학적 인식의 전 영역을 하나의 체계적인 통일성 속에서 요약하려는 욕구, 다른 한편으로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던 [이전의 자신의 모든 총체적 [철학적] 해명을 다시금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이게끔 하는 자신의 직관의 부단한 진보"(XXIX)라는 두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 P42

여기에는 이전의 후설 저작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롭고 중요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바로 타자경험‘과 ‘상호주관성‘에 대한 것이다. 단행본으로서후설의 상호주관성에 대한 생각은 바로 여기에 가장 잘 집약되어 있다. 그리고 이 주제는 후설 현상학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기도 하다. - P49

참된 학문으로서의 철학의 새로운 정초를위해 절대 의심할바 없는 확실한 출발점이 필요한데, 이를 후설은 데카르트와유사하게 ‘명증적‘인 성격을 지녀야 한다고 보고, 명중성의 성격과 명증성이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지를 탐색했다. - P54

후설은 이 초월론적 주관성의 존재성과 이것의 명증적인 성격은 현상학적 판단중지‘라는 현상학적 방법을 통해서만 고유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보았다. - P55

제2성찰은 제목이 ‘초월론적 경험영역을 이것의 보편적 구조에 따라 드러냄‘으로 되어 있으며 초월론적 주관성을 이것의 보편적, 핵심적 구조인 지향성의 원리에 따라 해명하면서 이에근거한 현상학적 탐구가 어떤 점에서 전통적 내지 심리학적 의식 분석과 차별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 주된 초점이다. - P56

심리학은 의식작용에만 주로 관심을 집중하느라 의식내용(대상)에 대해서는 간과하게 되는데, 현상학은 양자를 모두 고려하면서 양자의 연관성을 해명하기 때문이다. - P57

여기서 문제는 어떻게 의식이 이 자기동일적인 대상을 형성하고 인식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한 분석이 후설의초월론적 지향적 분석의 핵심이 되는데, 후설은 이를 의식의구성Konstitution 개념으로 설명한다. 우선 자기동일적인 대상이인식되고 종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 속에서의식 자신이통일성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후설은 이 의식의 통일성의 내적 근거를 ‘내적 시간의식‘에서 찾으며 이를 통해 의식이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고 본다. - P58

구성이란 외부에서 주어진 감각적 질료를 토대로 의식의 사유 및 판단작용(노에시스 Noesis)을 통해 하나의 유의미한 대상을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후설의 구성 개념에서 결정적인 것은, 구성을 ‘주어진 것을 넘어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함‘이라는 의미에서 일종의 ‘지평Horizont 형성‘과 같은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지평이란 주어진(지각된) 실제적인 것을 둘러싼 배경과 같은 것을 가리킨다. - P59

이러한 지평의식 없이 우리의 일상적 인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후설은 "지평지향성"(83) 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 모든 의식 속에 놓여 있는 ‘자신[실제 주어진 것을 넘어서서 생각함‘은 의식의 본질적 계기로 고찰되어야만 한다" (84)고 말한다. 나아가 "모든 지향성의 지평구조는 따라서 현상학적 분석과 기술에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방법론을 규정하고 있다" (86)고 말한다.  - P60

그런 점에서 외적 경험은 이른바 대상이 온전하게 전체적으로 주어진다는 충전적 명증성의 요소를 완전히충족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하나의 실제적 외적 경험은 보다완전한 충족 속에서 주어질 수 있는 다양한 잠재적 가능적 지평을 함축하고 있으며 또 이를 지시한다. 곧개개의불완전한명증성은 보다 완전한 명중성으로의 이행 가능성을 가리킨다. - P62

제4성찰은 ‘초월론적자아 자신의 구성 문제의 전개‘라는 제목을 가지고, 앞서 주로 의식작용과 의식대상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여기서는 초월론적 의식(주관성)의 내적 구조와특성에 대한 해명을 중심으로 초월론적 주관성 내지 자아의 역사성에 대한 발생적 현상학의 고찰을 주된 주제로 삼고 있다. - P63

곧 능동적 인식에는 이러한 수동적인 저차원의 의식작용이 항상 바탕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후설은 이러한 능동적 인식의 바탕이 되고, 이에 선행하는 수동적 의식작용을 가리켜 ‘수동적 종합‘이라고 지칭하면서 이 속에서 이미 저차원의, 나름의 감각의 다양을 종합하는 인식작용이부단히 수행되고 있음을 밝힌다. - P67

후설은 이러한 수동적 종합의 근거이자, 능동적 발생에 대립해 이것의 바탕이 되는, 이른바 ‘수동적 발생‘의 보편적 원리가되는 것으로서 ‘연상Assoziation‘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어떤 것과 유사한 다른 것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작용인 연상은 심리학의 개념으로 보통 이해되지만, 후설은 이를 초월론적 현상학의 개념으로 규정한다. - P68

관념론적인 특성에 따라 모든 것이 초월론적 주관성의 영역 내부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면, ‘초월론적 주관성의 밖‘이라는것은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불가피하게 초월론적 주관성은 고립될 수밖에 없는데, 따라서 이런 맥락에서 후설 스스로도 "어떻게 나는 나의 의식의 섬으로부터 빠져나오고, 명증적 체험으로서 나의 의식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 객관적 의미를 얻을 수 있는가"(116)라고 묻고 있다. - P69

제5성찰은 ‘모나드적 상호주관성으로서 초월론적 존재 영역에 대한 감정이입‘이라는 제목에서 잘 나타나듯이 제4성찰의말미에서 이미 예고된 상호주관성에 대한 구체적 논의이다. - P71

나의 초월론적 주관에 의해 구성된 것을 넘어서는, 말하자면 초월론적 인식이 미칠 수 없는 영역을 후설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물자체를 인정하는 칸트적 관념론과 자신의 관념론은 다르다고 후설은 주장한다. - P73

타자경험 내지 타자구성에서 중요한 것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타자를 단순한 사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고유한 주체, 그것도 세계구성의 정당한 주체로 해명하는 것이다. 곧 "이 세계에 대해 주체로서, 이 세계, 즉 나 자신이 경험하는 이 동일한세계를 경험하는"(123) 그러한 존재로 밝혀야 한다. - P74

일단 나만의 고유영역은 모든 타자와 공유하는 문화적 의미가 배제된 세계이므로 자연적 물체의 세계, 곧 지각세계로서의-자연과학적 의미에서의 자연과는 다른 자연이다. 이 세계속에서 우선적으로 발견하는 것은 나의 자연적, 물체적 신체이다. 그런데 나의 물체적 신체는 단순히 물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생동적 활동의 주체로서 느끼고 감각하는존재이다. - P75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나의 원초적 자연이라는 고유 영역 속에서 타자에 속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 또한 발견된다는 것이다.
바로 타자의 물리적 신체이다. 타자의 신체는 일단은 물질적인존재로서 나에게 단순히 지각의 대상으로서 주어진다. - P76

중요한 것은, 바로 나와 같은 존재로, 말하자면 나와의 유비를 통해서 타자 또한 그렇게 파악한다는 것이다. 내가 나의 신체와내적인 마음이 연관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타자 또한 그러한 존재로, 곧 나와의 유사성에 근거해서 그렇게 이해한다. 이런 의미에서 타자는 "나 자신의 반영" (125)이자 "나 자신의 유사체" (125) 혹은 "나 자신의 변양(144)이다. - P78

후설은 이러한 타자경혐의 유비적인 연상작용을 근본적으로 "내가 만약 저기에 있다면 (147) 하는 식으로 나를 타자의 위치로 전이시켜, 상상 속에서 타자의 내면을 더불어 체험하는 방법인 ‘감정이입 Einfühlung‘
작용의 틀 속에서 이해한다. - P79

감정이입은 물론 직접적인 지각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비적 추론이나 사유작용은 아니다. 후설은 이 또한 일종의 현상학적으로 유의미한 경험으로서, 단순히 추정의 의미에서의 타자에 대한 간접적 경험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행할 수있는 타자 자체에 대한 나름의 직접적 경험으로 간주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를 "타자경험의 초월론적 이론"(124)의 방법론적 근거로 이해한다. 그러므로 이를 통해 파악된 타자는 타자의 기호나 모사물과 같은 것이 아니라 바로 타자 자신이다. - P79

내게 주어진 타자의 신체성은 외적으로 보인 물질적인 측면이고, 오직 이것만이 내게 주어진 직접적인 자료이다. 그러나 나는 이를 근거로 타자의 정신적 측면까지 더불어 의식하는데,
바로 이것이 앞에서 살펴 본 타자경험의 핵심이다. 이 ‘더불어의식됨‘이 타자경험의 핵심이라고 볼 때, 후설은 이를 일종의종합이라고 본다. 즉 직접적으로 주어진 것과 간접적으로 더불어 주어진(의식) 것의 종합(혹은 결합)이다. 이를 통해 비로소 온전한 타자경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P81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보면, 이러한 종합에 근거한 타자경험은일종의 ‘동일화의 종합‘이다. 즉, 내가 본 타자의 신체성과 타자가 자신을 바라 볼 때의 신체성이 동일화하는 종합 혹은 ‘종합적 일치‘이다. 지향적 체험은 달라도 대상은 동일한 것이다.  - P81

나의 원초적 자연세계는 나의 관점에서 나를 중심으로 해 여기에서 지각된 것이고, 타자 또한 그의 세계를 자신의 관점에서 그렇게 지각한다. 그러나 타자의 원초적 자연은 나의 관점에서 보면 저기에 있는 것이고, 타자에게는 나의 세계가 그렇게 비춰질 수 있다. 따라서 저기와 여기라는 관점의 차이만 있을 뿐, 내가 바라보는 자연과 타자가 바라보는 자연은 동일하다. 타자의 신체적 "물체는 동일하지만 내게는 저기에 있는 것으로, 타자에게는 여기, 곧 그에게는 중심적 물체로서 주어진다. 그리고 나의 전 자연은 타자의 전 자연과 같은 것이다. - P83

나는 타자의 모나드의 위치로 나를 옮김으로써 타자의 모나드를 구성하고 이것이 상호적인 한, 나와 타자의 모나드 간의 공동체화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모나드 공동체를가리켜 후설은 ‘초월론적 상호주관성transzendentale Intersubjektivität이라고도 부른다.  - P85

후설에 따르면 모든 객관적 세계는 이러한 모나드 공동체의객관화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후설은 결정적으로 이러한 모나드 공동체는 복수가 아닌 유일한 것으로서, 이에 상응하는 세계 또한 유일한 하나의 세계라고 말한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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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섬세한 풍경묘사나 무심한 듯한 사물 묘사가 좋다. 여러 언니들과 새로 태어난 남동생 사이에서 자라면서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던 소녀가, 부모의 지인 집에 맡겨져 사랑받는다는 것이 주는 따뜻함과 인격적 존중이 무엇인지를 느끼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툭툭 수채화처럼 그려낸 소설이다.

사람이라면, 자신이 알고 있긴지만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란 , 인간다움을 지키는 한 방법임을 얘기하는 것도 참 마음에 든다.

도서대출자 명단이 길어져 책을 빌리려면 보름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좋은 작가를 한 사람 더 알게 됐다는 사실은 행복한 일이다.

남자들은 이런 식으로 사실은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다. 장화 뒤꿈치로 잔디를 뜯고, 차를 몰고 가기 전에 지붕을 철썩 때리고, 침을 뱉고, 다리를 쩍 벌리고 앉기를 좋아한다. 신경 쓸 것은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 P12

"네, 이 집에 비밀은 없어요."
"비밀이 있는 곳에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거야." 아주머니가 말한다. "우린 부끄러운일 같은 거 없어도 돼."
"알겠어요." 나는 울지 않으려고 심호흡을 한다.
아주머니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넌 너무 어려서 아직 모를 뿐이야." - P27

벽에 머그잔이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먼지 앉은 에나멜안에 그림자가 담겨 있다. 나는 손을 뻗어 못에 걸린 머그잔을 빼낸다. 내가 우물에 빠지지 않도록 아주머니가 바지벨트를 잡아준다. - P29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나는 머그잔을 다시 물에 넣었다가 햇빛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린다. 나는 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 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P30

"이게 다 무슨 일이야?" 킨셀라 아저씨가 밭에서 돌아온다.
"매트리스 때문에." 아주머니가 말한다. "빌어먹을 매트리스에 습기가 차서. 저방이 원체 습하다고 내가 말 안 했나?"
"그랬지." 아저씨가 말한다. - P36

"이상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란다." 아저씨가 말한다.
"오늘 밤 너에게도 이상한 일이 일어났지만, 에드나에게 나쁜 뜻은 없었어. 사람이 너무 좋거든, 에드나는 남한테서좋은 점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래서 가끔은 다른 사람을 믿으면서도 실망할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지. 하지만 가끔은 실망하고." - P72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 P73

하지만 양동이를들어 올리려고 남은 한 손을 마저 뻗었을 때 내 손과 똑같은 손이 물에서 불쑥 나오는 듯하더니 나를 물속으로 끌어당긴다. - P86

아저씨의 품에서 내려가서 나를 자상하게 보살펴준 아주머니에게 절대로,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더욱 심오한 무언가 때문에 나는 아저씨의 품에 안긴 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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