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희자 이모에게 물었다. 늙은 모습이 싫다며 왜 화장도 안 하고 사진을 찍었느냐고. 희자 이모가 말했다. 친구들 사진 찍을 때 보니, 오늘, 지금 이 순간이 자신들에겐 가장 젊은 한때더라고.인생에서 가장 젊은 그 순간을 기념하고 싶었던 이모의 그 마음이 내 심장에 따스하게 와 닿았다. 그리고 누구에게든 이 순간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소중한 진실을 알게 해준 이모가 무척이나 근사해 보였다. - 131p
살다보면 이상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어쩐지 모든일이 뒤틀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하루 종일 평생 한 번일어날까 말까 한 일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나씩 하나씩 찾아온다. 내겐 오늘이 그랬다.
나는 생각들을 이어가다가 지금 당장 답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면, 그냥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는 편이다. 살다보면 답이 없다는 말을 중얼거리게 만드는 문제들을 수없 이 만난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 해결하고 싶은 조급함 때문에 좀처럼 생각을 멈출 수가없다. 어쩌면 그 순간 우리는 답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문제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답이 없을 때마다 나는 그저 걸었다. 생각이 똑같은 길을맴돌 때는 두 다리로 직접 걸어나가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것 같다. ㅡ 166p
하하하하....걸어 보겠다고 책을 사서 읽었다. 배우, 영화감독인데 걷는 것에 대해 쓴 책.북플이라는 것을 시도하면서 게으르고 게으르구나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모셔놓기만 한 책도 읽고 발바닥으로 땅바닥도 디뎌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북플 덕분에 이 - 걷는 사람- 이야기도 한 번 읽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역시나 발이 참 크구나... 300이나 되다니. 그 발은 신체의 일부분이 아니다. 친구다. 어릴 때 친구는 그냥 친구라면 나이들어 친구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듯 마지막에 신에게까지 함께 가고 싶은 동반자가 발님이다.내 발은 뭐지. 솔직히 귀하게 여기지도 않으면서 함께 많은 곳을 다니지도 못했다. 몸뚱아리가 귀찮아지면 차에 올라타서 세상구경은 시켜주지도 않고 패달만 열심히 밟게했을 뿐이었다.꾸준한 걷기를 한 하정우는 그 꾸준함을 옹골짐으로 바꾸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능력으로 발휘해서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발이 있음으로 걷기의 축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예찬하는데 모두가 다 수긍이 된다. 하하하하하... 난 오늘 드디어 1만보를 돌파했다.하정우에 비하면 아직 머얼었지만, 하정우도 몇 천보 부터 시작했으니 한 번 두고 보자.걷는 사람, 하정우 - 나도 걸을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