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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연을 쫓는 아이에서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카니스탄인의 고통과 실상을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수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그의 소설은 영화 '내이름은 칸' 이 보여준 효과 -아랍권 사람들에 대한 편견들(특히 미국인들의)- 을 어느정도 해소시켜주고, 역자의 평처럼 아프카니스탄이라는 생소한 나라를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보통 서양권의 소설을 읽을때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어 읽기 힘든 점이 많은데, 그 보다 훨씬 정보가 미미한 국가의 이야기이기에 그런 현상이 더 심할거란 우려가 자연히 생기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물론 두 작품 모두 생소한 풍습이나 역사적 사건이 삽입될 수 밖에 없지만, 어렵지 않은 문장과 인물과 사건 중심의 전개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카불에서 태어난 주인공 아미르처럼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후 미국으로 망명한 그는, 언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며 전혀 모르던 영어를 빠른시간 안에 마스터하고, 의대를 졸업하여 의사로 활동하면서, 틈틈히 소설을 썼다고 한다. 전업작가도 아니고, 의사라는 바쁜 직종에 종사하면서도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작품도 역시 아프카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잦은 분쟁에 휩쓸린 여인들의 안타까운 운명을 다루고 있는데, 연을 쫓는 아이에 버금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미르와 알리의 고난보다 더욱 가혹한 운명을 맞게 되는 여인들.
하라미(사생아를 비하하는 말)로 태어난 여인 마리암은 엄마 나나와 오두막에서 단 둘이 살고 있다. 일부 다처제의 아프칸이지만 나나는 종의 몸으로 임신해 마리암을 낳았고, 정식 부인으로 인정 받지 못한 것이다.
두 여인의 운명적 만남
일주일에 한번 꼴로 그의 아버지 잘릴이 찾아오는데, 항상 따뜻한 미소와 다정한 말로 마리암을 행복하게 만든다. 하지만 나나는 마리암에게 아버지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잘 기억해 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 -15p中
마리암은 엄마의 말을 믿지 않게 된다. 그처럼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가 자신을 내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5살이 되던 해, 한번도 떠난적이 없던 오두막을 떠나 아버지를 만나로 가는 마리암. 그러나 아버지가 없다는 소리만 듣게 된다. 계속 기다리겠다며 문앞에서 밤을 지세운 다음날, 사실은 아버지가 집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마리암. 아버지 기사의 손에 이끌려 오두막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나나는 마리암이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그만 목을 매달고 말았다.
어머니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소녀는 잘릴의 집에 머물게 되지만, 잘릴은 15살의 어린 딸을 멀리 떨어진 카불의 나이많은 구두 수선공에게 시집 보내버린다.
남편 라시드는 처음에는 잘해주는듯 하다가, 마리암이 아이를 낳는데 여러차례 실패하자, 폭력과 학대로 그녀를 대한다. 공포에 떨면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마리암. 그녀에겐 삶의 기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은 뜬금없이 이웃집에 살고 있는 소녀 라일라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녀의 앞집에 사는 소년 타리크는 지뢰를 밟아 한쪽 발을 잃었다. 라일라와 함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정이 쌓여가는 둘. 우정은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커간다.
몇년 후 아프칸 내전이 발발하고, 타리크는 가족들과 함께 피난을 가게 된다. 라일라도 함께 가고 싶지만 전쟁에서 두 아들을 잃은 엄마의 고집으로 함께 갈 수 없었다. 엄마의 마음이 바뀌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폭격이 라일라의 집을 덮쳤기 때문이다.
마리암의 남편 라시드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남은 라일라. 라시드는 라일라의 아름다운 외모를 보고 흑심을 품게 된다. 부모님이 사망하고 오갈 때 없게 된 라일라는 그녀를 찾아온 어떤 사람으로 부터 타리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라시드의 청혼을 승낙하게 된 라일라. 뱃속에는 타리크가 남긴 아이가 있었다.
모녀뻘인 마리암과 라일라의 동거는 이렇게 시작된다. 라시드를 속이고 타리크의 아이를 위해 결혼을 한 라일라. 자신과는 달리 라시드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라일라를 미워하는 마리암. 그녀의 마음은 타리크와 라일라의 딸 아지자로 인해 서서히 열리게 된다.
라시드의의 폭력적 성향은 라일라에게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온갖 학대를 받게 되는 두 여인은 탈출을 감행하게 되는데…….
불행한 여인 마리암의 이야기가 계속되는가 싶더니 뜬금없이 이웃집 소녀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좀 당혹스러웠지만, 나중에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이어지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두 여인이 친밀감을 느끼는 부분에서는 훈훈함이 느껴지고, 아픔을 겪을 때는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왠만한 감동에는 꿈쩍도 않던 내가 낯선 나라의 여인들의 삶에 이렇게 쉽게 몰입을 하고 함께 울고 웃게 될 줄이야.
우리나라에도 남녀 차별은 여전하지만 아프칸의 차별은 그 정도가 너무나 심하며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잘못된 전통을 답습하려는 보수적인 세력들은 여성의 활동자체를 가로막아 버리고 있다. 남자의 동행없이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는가 하면, 일도 할 수 없다. 말도 안되는 여러가지 규칙들을 내세우며 폭력으로 인권을 억압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지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
평화와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에서도 이익이 없으면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인권은 커녕 기본적인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세계의 경찰인듯 행동 하는 미국 또한 가만히 있다가, 이득이 있고 나서 그제서야 인권과 평화를 들먹이며 정의로운 척 가면을 쓰지 않던가.
중국의 티벳탄압은 방관만 하고 있으며, 전혀 신경 쓰지 않던 탈북자 문제를 새삼스럽게 이제야 들먹이는 이유에는 정치가 개입되있다.
잘 모르는 타국 사람은 탈북자가 올해부터 생긴줄 알거다. 오히려 탈북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브로커를 통한 경로마저 전면 차단 되었고 한다.
세계평화를 유지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UN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상임이사국이 모두 강대국들이기에 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의 힘을 능가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계'라 이름 붙은 단체들도 마찬가지 실정이다. 병주고 약주듯이 겉만 번지르르 하게 사회공헌을 하는 것처럼 꾸며 좋은 이미지 메이킹의 홍보효과를 누리는 다국적기업들.
그런 모순이 있는한 세계는 더욱 굶주리게 되고 인권은 탄압될 것이다.
실제 글로벌화 이후 노동력 착취와 약품값 상승등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에이즈 퇴치를 위해 기부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에이즈및 각종 약품을 비싸게 파는 제약회사에 투자해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듯이.
아무 이해 관계가 없더라도 인권탄압과 기아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과 단체가 많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