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역사 소설을 잘 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역사 문학이 있지만 관심을 가진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 역사를 나름 상세하게 아는 편이라 결론을 아는 상태에서 읽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또한 문학에 녹여 낸 역사적 사건을 소설 플롯에 어색하게 결합된 것을 느낄 때면 책을 읽는 재미도 크게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주로 드라마를 통해 역사 소설을 간접 경험할 뿐, 직접 책을 읽은 경험은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기존에 내가 가졌던 선입견과 정 반대의 관점에서 흥미를 느끼게 했다. 첫째, 결말이 불분명한 백성의 삶을 배경으로 쓰였다. 우리가 다 아는 위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지 않는다. 심지어 주인공 주변의 인물이나 대화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아, 역사보다는 그냥 '문학'을 읽는 느낌을 들게 한다. 둘째, 조선을 배경으로 한 글이지만 조선 초, 아직 고려의 문화가 살아있던 시절을 배경으로 당시 분위기를 이야기 구조 속에 잘 녹여내어 읽는데 큰 어색함이 없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먼저 출판한 한국 역사 소설
마지막으로 - 이 책을 쓴 작가는 한국인이지만 외국에서 살았던 이유로 출판 역시 미국에서 먼저 되었다는 사실이 책을 읽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였다. 한국계 외국인이라고 해야 할까? 캐나다에서 자랐고 문학을 전공했으며 한국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온 작가의 필력에 강한 호기심이 느껴졌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 중 하나인 고려 말 '이곡'의 편지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떠올린 작가의 상상력도 새로웠다. 아니, 어쩌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을 만큼 끝없이 반복된 우리의 역사였고, 그 역사의 공통점으로 글을 쓰게 됐다는 것에 묘한 감정이 일었다. 작가는 과연 어떻게 그 애매한 감정을 풀어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