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미학 아는 척하기 - 만화를 예술적으로 이해하는 키워드 85
박세현 지음, 손영오 그림 / 팬덤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우리가 소위 만화라고 불리우는 - 요즘은 이름도 워낙 많아서 뭐라고 명칭해야 대표성을 띄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이 책의 제목대로 ‘만화‘라고... - 장르에 대한 미학적 편린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총 85꼭지의 글이 있는데, 각 글은 많아도 세 쪽을 넘지 않고, 그 중 한 쪽은 꼬박꼬박 일러스트를 채워 넣고 있어 읽는데 큰 부담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그리 녹록치는 않습니다. 이름 한 번 씩은 들어본 이들이 다양한 철학적·미학적 상황을 놓고 말한 것들을 저자는 만화의 다양한 역사와 사건과 모양새에다가 가져다 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붙이는 모양새가 참 적절하다 싶기도 합니다.

알타미라 동굴에서부터 그리기 시작한 인류가, 어떻게 그림을 이어왔고, 그 그림이 카툰과는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현재 새로운 장르인 웹툰은 또 어떻게 변주되었는지, 만화의 변천사와 다른 미술 장르와의 특징을 비교하면서, 이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코멘터리하고 있습니다.

웹툰이 한참 흥하고 있습니다. 이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으며, 웹툰으로 데뷔한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단순하게 만화의 역사를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 작품들을 줄줄줄 읊는데 그치는 것도 아닌, 이런 짧지만 적절한 책을 읽으면서, 과연 만화가 왜 이 시대에 이토록 넓게 향유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최신의 다양한 만화 장르까지 간단하게나마 소개하려고 노력하였으며, 꼭지마다 포함된 일러스트도 내용을 풍부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볍게 읽으며 만화 뿐만 아니라 미와 미술과 미학에 대한 생각을 확인하기에도 좋을 듯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
구범진 지음 / 까치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인터넷에서 떠돌던 와중에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문득 ‘좋다’고 해서 사 보게 된 책이다.

임진왜란과 달리, 병자호란은 워낙 전격적으로 벌어진 전쟁인데다가 단시간에 파멸적 종결에 다다른 전쟁인지라, 생각보다 회자되는 이야기가 많이 없다. 임진왜란을 둘러싼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그 전쟁이 워낙 긴 시간 동안 이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병자호란은, 국경선을 넘은지 열흘 만에 남한산성을 포위한 청나라 군대가, 약 40일 간의 농성 끝에 결국 항복 - 삼배구고두례 - 을 받아내고 급하게 돌아간, 약 50일 간의 짧은 이야기이니, 아마도 삼전도의 치욕과 함께 인조와 소현세자의 후일담에 더 초점이 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은, 청태종이 칭제하면서부터, 왜 조선을 침략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그리고 전격적으로 침략하여 금새 인조 임금을 남한산성에 몰아넣고는 어떻게 강화도를 점령하였는지, 그렇게 급하게 항복을 받아내곤 돌아갔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서를 기반으로 아주 공격적으로 해석해내고 있고, 이를 따라가는 재미가 꽤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마도 천연두의 공포가 청나라 지도층을 사로잡았을 것이라는 대담한 견해를 기반으로, 병자호란의 전반을 되짚고 있다. 사서의 전후 관계를 살피며, 당시 청나라 지도층이 천연두에 대해 얼마나 조심스럽게 행동했는지를 드러내며, 저자는 강화도 낙성 이후 인조 임금을 천천히 말려 죽이려던 청태종이, 급박하게 항복을 요청하면서 귀국길을 서둘렀는지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청태종이 천연두에 걸린 적 없는 ‘생신’인 것이 우리에게 뭐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건을 살펴봄에 있어, 이 책은 어떻게 사료를 읽고 이를 해석하며 이를 토대로 역사적 사건을 추리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꽤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대체로 성공한 듯 보인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천연두 부분 보다는, 어떻게 청나라 군대가 열흘 길을 달려 압록강에서부터 한양 도성에까지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부분과, 기마민족인 만주족이 어떻게 운이 닿아 강화도를 점령하고 세자를 인질로 삼을 수 있었는지를 기술하는 부분이었다. 그 부분을 보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높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전반적으로 책의 내용과 문장이 좀 어지럽다는 느낌은 든다. 앞서 기술하였던 내용인데 뒤에 반복적으로 다룬다는 느낌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분량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 그럼에도 병자호란이 왜 청태종에게 필요한 전쟁이었고, 결국 이 전쟁은 청태종을 위한 것이었음을 이해하는데에는, 이 책의 내용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책의 283-295쪽에서는 심층학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 전에 어떻게 컴퓨터가 사고 비스므레한 것 - 어마어마하게 빠르지만, 단지 연산 - 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준 후, 이를 어떻게 신경망으로 구성할 수 있는지, 문송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손잡이를 만들면 된다. 종이 위라면 십 몇 개의 손잡이를, 프로그래밍이라면 일천 칠백 오십 억 개 짜리의 손잡이를. 아직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모르니, 종이 위에 손잡이를 설계할 수 있을 듯 하다.

초등학교에서의 인공지능 수업이, 단순히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처리할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이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이런 수업이 초등학교에서 의미없다 생각했는데, 저자가 설명해 준 것을 기반으로, 잘하면 (아날로그하지만) 인공지능 신경망을 조직하는 수업을 구상할 수도 있을 듯하다.

이 평면에는 X 또는 O로 표시된 점들이 있다. 우리가 기계에게 바라는 목표는 오직 표시된 점들만을 기초로 하여 평면상의 표시되지 않은 점들에 X나 O를 할당하는 전략을 배우는 것이다. 어쩌면 - 바라건대 - 손잡이 14개를 꼭 맞게 조정함으로써, X로 표시된 모든 점에는 큰 값을, O로 표시된 모든 점에는 작은 값을 할당하여 아직 표시되지 않은 점에 대한 합리적 추측을 허용하는 전략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전략이 존재한다면, 손잡이를 조금씩 돌리면서 이미 주어진 보기에 대한 전략의 오류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살피는 경사하강법을 통하여 그 전략을 배울 수 있기를 원한다. 즉가능한 작은 변화 중 최선을 찾고, 그 변화를 채택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 P2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학에 대해 이 정도 할 수 있어야 전문가가 될 것이다. 한 가지 교수법만 가지고 주구장창 교수하면서, 성공사례만 강조하며 ‘수학, 잘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을 기만하는 것이다.

누가 해야 하는가. 당연히 공교육의 교사가 해야한다.

님 게임은 일종의 수학이다. 또는 이런 종류의 수학이 일종의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다. 그렇다면 질문이 있다. 이런 게임을 학교에서 가르치면 어떨까? (중략) 우리는 항상 학교 시스템이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놀이 감각을 짓누르고 있다는 꾸짖음을 들어 왔다. 수학 수업에서 게임을 더 많이 하면 학생들이 수학을 더 많이 배울 수 있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20년 넘게 수학을 가르쳐 온 나는 교직을 시작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에 사로잡혔다. 수학적 개념을 가르치는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예를 들고 나서 설명하는 방법? 설명하고 나서 예를 드는 방법? 내가 제시한 예를 학생이 검토하여 스스로 원리를 찾아내도록 하는 방법, 아니면 칠판에 원리를 적어 놓고 학생이 예를 찾아내도록 하는 방법? 잠깐, 칠판에 쓰는 방법이 좋은 방법이기는 할까?
나는 단 하나의 올바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잘못된 방법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학생은 저마다 다르고 모두의 침샘을 자극할 수 있는 유일한 참 교습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님 게임을 중심으로 한 나의 교습 계획은 완전한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내 옆에 앉은 꼬마를 매혹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 수학 교사는 가능한 모든 교습 전략을 채택하고 곧바로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 학생 각자가 가끔씩은 ‘선생님이 그렇게 오래 지루하게 떠드시더니, 이제야 알아들을 수 있게 말씀하시기 시작했네.‘라고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방법이다. - P2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력에 대한 거의 모든 것 - 가장 유명하지만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힘
마커스 초운 지음, 김소정 옮김 / 현암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이다. ’무려’ 리차드 파인만에게 석사 지도를 받은. 요 근래 읽은 과학 교양 서적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은 대부분 저널리스트가 쓴 책이다. 이 책도 마음에 들었다.

중력장은 우리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다. 만유인력 - 이 책에서는 보편인력, 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 은 물체와 물체가 잡아당기는 힘이라고 알고 있다. 중력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뉴턴 역학에 의한 설명이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장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체가 다른 물체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물체가 질량을 가진 물체에 의해 왜곡되는 ‘시’공간의 장을 따라 떨어지는 것이라고.

그래서 사과도 떨어지고, 달도 떨어지고 있다. 지구 쪽으로.

이 책은 뉴턴 역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 잘 정리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조심스러운 표현을 쓰는 것은, 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짧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알게 된 지식에 기반할 때, 이 책은 중력장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하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자기력, 왜 자석 주위의 철가루가 그렇게 늘어서는지를 설명해 주는 덕택에 장 field 을 이해하는 쪽으로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었다. 아, 블랙홀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블랙홀의 특이점에 대한 설명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블랙홀보다 조금 더 알게 도와주었다.

다만, 책 말미의 양자 이론에 대한 부분은 좀 쉽지 않았다.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양자 컴퓨터와 스핀 이론에 대한 이야기까지는 대강 알아차렸는데, 그 이후 끈이론 부터는 좀 쉽지 않았다. 당연할 것이다. 혹자의 말대로, 누가 양자 이론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건 내 무지의 탓이 아닐 것이라고 애써 위안해본다. 어쨌든.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저널리스트라는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이 가진 앎을 기반으로 굉장히 폭넓고 깊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인가보다. 외국 과학 저널리스트들의 책은, 그런 면에서 크게 의문 갖지 않고 읽게 되는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