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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
구범진 지음 / 까치 / 2019년 2월
평점 :
이 책은 인터넷에서 떠돌던 와중에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문득 ‘좋다’고 해서 사 보게 된 책이다.
임진왜란과 달리, 병자호란은 워낙 전격적으로 벌어진 전쟁인데다가 단시간에 파멸적 종결에 다다른 전쟁인지라, 생각보다 회자되는 이야기가 많이 없다. 임진왜란을 둘러싼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그 전쟁이 워낙 긴 시간 동안 이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병자호란은, 국경선을 넘은지 열흘 만에 남한산성을 포위한 청나라 군대가, 약 40일 간의 농성 끝에 결국 항복 - 삼배구고두례 - 을 받아내고 급하게 돌아간, 약 50일 간의 짧은 이야기이니, 아마도 삼전도의 치욕과 함께 인조와 소현세자의 후일담에 더 초점이 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은, 청태종이 칭제하면서부터, 왜 조선을 침략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그리고 전격적으로 침략하여 금새 인조 임금을 남한산성에 몰아넣고는 어떻게 강화도를 점령하였는지, 그렇게 급하게 항복을 받아내곤 돌아갔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서를 기반으로 아주 공격적으로 해석해내고 있고, 이를 따라가는 재미가 꽤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마도 천연두의 공포가 청나라 지도층을 사로잡았을 것이라는 대담한 견해를 기반으로, 병자호란의 전반을 되짚고 있다. 사서의 전후 관계를 살피며, 당시 청나라 지도층이 천연두에 대해 얼마나 조심스럽게 행동했는지를 드러내며, 저자는 강화도 낙성 이후 인조 임금을 천천히 말려 죽이려던 청태종이, 급박하게 항복을 요청하면서 귀국길을 서둘렀는지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청태종이 천연두에 걸린 적 없는 ‘생신’인 것이 우리에게 뭐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건을 살펴봄에 있어, 이 책은 어떻게 사료를 읽고 이를 해석하며 이를 토대로 역사적 사건을 추리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꽤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대체로 성공한 듯 보인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천연두 부분 보다는, 어떻게 청나라 군대가 열흘 길을 달려 압록강에서부터 한양 도성에까지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부분과, 기마민족인 만주족이 어떻게 운이 닿아 강화도를 점령하고 세자를 인질로 삼을 수 있었는지를 기술하는 부분이었다. 그 부분을 보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높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전반적으로 책의 내용과 문장이 좀 어지럽다는 느낌은 든다. 앞서 기술하였던 내용인데 뒤에 반복적으로 다룬다는 느낌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분량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 그럼에도 병자호란이 왜 청태종에게 필요한 전쟁이었고, 결국 이 전쟁은 청태종을 위한 것이었음을 이해하는데에는, 이 책의 내용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